1. 그의 이야기 "검고 긴 머리를 늘어뜨렸어요. 핏기 없이 희고 창백한 얼굴이었죠. 신비로웠어요." 일본 농부라 자신을 소개한 그는 그녀를 회상했다. 네팔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여자에게 묘한 떨림을 느꼈다 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가 보이는 숙소에서 시작된 한일 간 운명적 러브스토리였다. 차마 고백할 용기가 없던 그에게 먼저 말을 걸어온 건 뜻밖에 그녀였다. 여자는 일본 지인에게 편지를 쓰는 일을 도와 달라 부탁했다. 그녀가 불러주는 안부를 일본어로 옮기면서 심장은 쿵쾅거리고 손은 떨렸다고 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밤을 붙잡으며 새벽녘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었지만 다음날 그녀는 사라졌다. 이른 아침 체크 아웃을 하고 게스트하우스를 떠났다고 했다. 절망감에 그는 사라진 그녀를 찾아 다녔다. 강기슭을 따라 정처 없이 걷고 있을 때 기적처럼 그녀를 발견했다. 강가에 쪼그리고 앉아 그 검고 긴 머리를 늘어뜨리며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녀 주변에 몰려든 네팔 꼬마 아이들과 뒤섞여 노는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재회했다. 그는 내게 이국땅에서 운명처럼 만난 신비한 사랑에 대해 비밀을 속삭이듯 털어놓곤 다시
지난 2018년 2월 28일 국토부가 ‘수원·인천발 KTX 직결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함으로써 고속철 노선 신설·정비 사업이 확정됐다. 본보는 ‘수원·인천발 KTX 2021년 개통 차질 없길’(2018.3.4.)이라는 사설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기쁨을 함께 했다. 지금까지 인천시민은 KTX를 이용할 수 없었다. KTX를 타려면 서울이나 광명까지 가야했다. 수원엔 KTX가 서긴 했지만 승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하행선은 하루 겨우 4회만 운행됐다. 총사업비 2702억원이 소요되는 ‘수원발 KTX 직결사업’의 기점은 수원역이고, 종점은 평택시 지제역이다. 경부선 서정리역~수서고속철 지제역 사이 9.45㎞ 구간에 연결선을 신설하게 된다. 아울러 이 구간에 있는 수원역, 서정리역, 지제역 등 3개 역에 대한 개량 사업도 실시된다. 수원발 KTX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 일일 왕복 8회에서 36회로 확대 운행되는데 연간 이용 인원은 3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총사업비 3936억원이 들어가는 인천발 KTX 직결사업은 수인선 송도역부터 화성시 봉담읍 내리 경부고속철도 본선까지 철로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수인선 송도역∼어천역 간 34.9㎞는 신호개량을 하고 어천역∼경부고
벌거벗은 무지한 왕이여, 그대가 말하는 그 어떤 자유도 평화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남과 북이 손을 잡고 우리끼리 분단을 넘어 한 걸음을 떼어놓던 때가 있었다. 그 기뻤던 한 걸음부터 겨우 여기까지 온 백성을 도발하지 말라.
대한민국은 제조업과 무역으로 성공한 나라다. 지난 30년 성공의 토대는 제조업 생태계의 통합, 즉 세계화였다. 그러나 최근 진영화와 고립주의로 인하여 제조업 생태계가 진동·분열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세계화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는 제국주의, 무역 자유화, 세계화 등 외부화 전략을 앞세워 발전을 거듭하였다. 현재의 분열 양상이 자본주의의 반동적 내부화인지 아니면 새로운 외부화인지 모르지만, 한국경제에 차원이 다른 새로운 도전의 지평이 열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현재 세계시장 규모의 축소라는 치명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기술을 앞세워 이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 또한 뒤쫓아오는 다른 추격자에게 추월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추격자 전략’에서 ‘선도자 전략’으로 전환하고 과학 기술의 연구개발 투자에 자원을 집중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나, 이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지 않다. 선도자는 첨단 기술의 발전을 선도함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토대로 경제 및 사회의 변화·발전을 주도해 나가는 주체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국 최고의 프로야구 선수 이대호가 지난 8일 은퇴했다. 매 시즌 타율 3할, 20홈런, 100타점 달성의 목표를 세운 그는 3할3푼1리와 23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야구 인생의 마지막 해인 올해를 장식했다. 타격 7관왕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두 번째 영구 결번의 주인공이 된 그의 은퇴는 남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그가 불우한 어린 시절에 닥친 갖은 역경에도 이를 극복하고 최고의 선수로 성장해 명예롭게 은퇴했기 때문이다. 3살 때 아버지를 여읜 그는 어머니마저 집을 나가 할머니 손에서 컸다. 인터뷰에서 그는 “야구용품을 살 돈이 없어 할머니 쌍가락지를 전당포에 맡기고 다시 찾아오기를 20번도 넘게 했다. 내가 잘 돼야 할머니의 희생에 보답할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고 회고했다. 할머니는 시장에 나가 된장을 바른 콩잎을 팔아 대호 형제의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출생이 자신의 선택의 결과가 아닌 것처럼 성장기에 겪은 어려움도 개인의 잘못과는 무관하게 사람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이런 변수들이 이대호를 빗나가게 하거나 좌절시키지는 못했다. 그는 어린 마음에도 반드시 훌륭한 야구 선수로 커서 할머니의 그 큰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다짐을 마음속에 새겼다. 고
위대한 현인이 권력을 쥐고 있을 때, 백성들은 그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그리 현명하지 않은 사람이 권력을 잡을 때, 백성들은 그의 명령에 따르며 그를 찬양한다. 더욱 현명하지 않은 사람이 다스릴 때는, 백성들은 그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현명하지 않은 사람일 경우에는, 백성들은 그를 경멸한다. (노자) 깨어난 사람에게는 이른바 국가라고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모든 폭력행위는 변명의 여지없는 악이며, 따라서 그는 국가기구에 결코 참여하지 않는다. 국가의 폭력행위는 외적인 수단으로 사라지지 않으며,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의 의식에 의해 비로소 사라지는 것이다. 힘은 서로의 사랑 속에 있으며, 나약함은 서로의 적대 관계 속에 있다. 우리는 사랑의 힘에 의한 합일에 살고, 불화에 의한 분열에 의해 멸망한다. (류시 말로리) 옛날에는 사람들에게 국가적 폭력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고, 지금도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폭력은 그들의 평화로운 생활을 방해할 뿐이기에 국가권력이 없는 미래를 꿈꾸지 않을 수 없다. 또 그렇게 꿈꾸는 이상, 아무래도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한 세상을 실현하
흔히 대기발령은 징계의 의미로 쓰이지만 법적으로 징계와 대기발령은 구분된다. 징계란 과거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이다. 대기발령은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 잠정적인 조치를 말한다. 대기발령의 주요 사유로는 회사의 구조조정,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 부족,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등이 있다. 그렇다면 회사는 근로자의 업무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대기발령, 나아가서는 징계의 일종인 해고까지 할 수 있을까? 아래 판례 사안을 함께 살펴보자. 인사고과에서 하위 5%에 해당하는 최하위 등급을 받은 근로자가 대기발령을 받은 뒤에도 계속하여 부여받은 과제수행결과 업무부적격으로 평가되어 결국 ‘무보직으로 3개월이 경과하였을 때는 해고한다’는 당연퇴직 규정에 따라 해고된 사안에서 저성과를 이유로 한 대기발령과 해고가 정당한지가 문제되었다. 대기발령에 대해서는 원심과 대법원 모두 정당하다고 보았다.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기 때문에 상당한 재량이…
윤석열 정부 출범후 첫 국정감사가 중반전을 넘어섰다. 하지만 정회, 막말, 정쟁으로 정책감사가 실종되며 국민의 바람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30%)이 직전 조사(27%)를 넘어 동일 기관 조사로 올들어 최고치를 다시 기록했다. 20대는 무려 46%가 무당파였다. 현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가 높은 가운데, 여야의 무한 대치가 기존 정당에 대한 피로감을 상승시키고 있다. 여기에 집권여당은 이준석 전 대표체제를 둘러싼 논란 장기화로 국민 불신을 가중시켰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박진 외교장관 해임건의안,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으로 여권을 압박하며 정치권 갈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정감사는 물론 연말까지 남은 정기국회도 난망이다. 역대 선거를 보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 젊은층을 중심으로 투표율이 내려가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 6·1 지방선거의 방송사 투표율 예측조사를 보면 60대 이상이 70%대를 보인 반면에 이대남(20대 이하) 29.7%, 이대녀 35.8%로 3.9 대선(60%대 후반)에 비해 큰 폭으로 내려갔다. 이달초 여야 의원 20여명이 ‘정치개혁법안’을 발의했다. 대표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