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완성은 내면적인 일이기도 하고 외면적인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이는, 또 그들과 서로 주고받는 영향이 없이는 진정한 자기완성을 이룰 수 없다.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 완전하듯이 너희도 완전하라”고 성서(마태 5장 48절)에 씌어있다. 이것은 예수가 하느님과 똑같이 되라고 명령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완전성에 조금이라도 다가서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완전하라’는 본문 그리스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의 원뜻에는 ‘본래됨’ 혹은 ‘있는 그대로’의 의미도 있고, 영어성경 NIV는 이를 mericiful(자비함)으로 번역했다. 옮긴이) 불순물이 전혀 없는 완전성, 그것이 곧 신이며, 신에게 다가가는 것, 그것이 곧 인생이다. 자기완성을 향해 줄곧 정진하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총명한 사람이며 선과 악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선이 선인 줄 알고 악이 악인 줄 알 때, 그 사람은 굳게 선을 지키고 악에서 멀어질 것이다. (공자) 나는 아무리 배움이 적을지라도 이성의 길을 더듬어 나아갈 수 있다. 내가 두려워해 할 것은 오직, 그렇지도 않은데 깨달은 척하는 것이다. 최고의 지혜는 지극히 단순하다. 그러나
페르가몬 신전의 부조 독일출신 작가 패터 바이스(Peter Weiss/1916~1982)의 소설 『저항의 미학』은 1937년부터 1945년 반(反)파시즘 저항운동을 그려낸 작품이다. 시기적으로는 작가의 20대를 옮긴 셈이기도 한 이 소설의 첫 대목은 베를린에 있는 “페르가몬 박물관”의 부조(浮彫)에 대한 묘사로 시작된다. 이 박물관은 기원전 고대 그리스 제국의 한 국가인 페르가몬에 있던 신전(神殿)이 흙속의 파편으로 발굴되면서 그걸 다시 조합해 아예 독일로 옮겨 만들어진 전시공간이다. 고대 도시의 정신세계를 새겨놓은 이 부조 작품은 제우스가 이끄는 신들과 거인족 사이의 전투를 담아낸 신화를 펼쳐 놓았다. 패터 바이스가 소설의 첫 장에 기록한 문단을 압축해 보자면 이렇다. “사방을 에워싼 석벽에서 몸뚱이들이 솟구쳐 올랐다. 그것은 언제나 싸우는 몸짓이다. 피하고 쨉싸게 몸을 빼고, 공격하고, 몸을 막고, 몸을 쭉 뻗어 일으키고, 잔뜩 웅크리고. 비록 여기저기 지워졌지만, 불끈 버티고 있는 왼발, 휙 젖힌 등짝, 윤곽만 남은 장딴지 하나로 그것들은 하나의 공동의 움직임으로 맞물리며 어우러졌다. 하나의 거대한 투쟁이었다.” 신화는 제우스의 편에 섰지만 소설의 주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인간에게 암을 유발하는 것이 확실한 1군(group 1) 발암물질들을 분류해 발표한바 있다. 석면, 카드뮴, 비소, 청산가스, 미세먼지 등이다. 공기 중의 석면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되면 폐암이나 석면폐증, 중피종 등의 심각한 질환을 유발시킨다.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기도 한다. 체내로 들어 온 석면은 10년에서 40년까지 잠복기를 거쳐 악성 폐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위험성을 모르고 집 지붕에 석면 슬레이트를 올리고 관공서 사무실이나 학교 교실 천정 마감재로 사용했다. 석면이 단열, 보온, 소음차단 등의 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석면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참으로 아찔한 일이다. 그러다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2007년 건축용 석면시멘트 제조, 수입 사용을 금지했고, 2009년 석면함유제품의 제조‧수입‧양도‧제공을 전면 금지했다. 그리고 정부는 2016년부터 2027년까지 전국 1만3000여 학교의 석면을 완전히 해체·제거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석면 해체·제거 공사 중인 초등학교 건물에서 돌봄교실, 방과후…
'제폭구민'(除暴救民)과 '보국안민'(輔國安民)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궁극적 목표였다. 민비와 그 척족이 권력을 쥐고 농단하는 동안, 나라는 늘 풍전등화였고, 조선을 집어삼키려고 싸우던 외세(청나라와 일본)는 그 존재자체가 생존의 위협이었다. 전봉준은 그 일체의 학정과 위협을 사즉생과 임전무퇴의 정신으로써 대항해야 할 폭력으로 인식했다. 그것이 동학농민혁명의 동기다. 그 폭력을 제거해야만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백성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것이 나라를 돕는 일이며, 그 때 비로소 씨알들의 삶이 편안해진다는 것이 동학군의 신념이었다. 전봉준과 농민군은 고부에서 시작하여 전주까지 파죽지세로 달려갔다. 관군에게 압승을 거둔 농민군은 혁명전사로 변했다. 그 마음으로 우금치까지 폭풍 진격했다. 아쉽게도 거기까지였다. 겨우 200명의 일본군과 3000명의 관군이 연합하여 2만명의 동학군을 전멸한 것이다. 대포와 최신형 기관총으로 공격하는 일본군에게 화승총과 죽창으로 대항한 '아군'의 패배는 예정된 것이었다. 130년 전, 그 조상들이 당했던 폭력은 치명적이었다. 안팎으로, 무능하고 악마적인 왕조와 외세(청나라와 일본)는 잔인무도한 폭력집단이었다.…
폐소공포증 없으시죠? 침 삼키시면 안 돼요. 주무시면 안 돼요. 미처 대답할 틈도 없이 전신이 둥근 통 안으로 들이밀린다. 없었던 폐소공포증이 고개를 들고 숨이 가빠진다. 안 된다는 말 때문일까, 침이 차오르고 입술이 바싹 마른다. 디스크가 의심되어 시행한 경추 MRI 촬영. 목 옆으로 끼워 넣은 쿠션 때문에 한 치도 움직일 수 없고 어깨와 목은 점점 더 뻣뻣해진다. 온통 하얀 공간에서 귀마개 밖으로 들리는 드릴 소리와 망치 소리에 스멀스멀 공포감이 차오른다. 괜찮다. 다 지나간다. 조금만 참으면 돼. 오롯이 홀로인 공간에서 자신을 다독이며 여행을 시작한다. 오로지 나를 위한 상상여행을. 코로나 시대 2년 차, 비일상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여행은 새로운 옷을 입었다. 하얀 막 안에서 자신이 내뱉은 숨을 들이마시던 사람들은 스스로를 벽 안에 가두고 타인을 걸어 다니는 병균으로 여기며 점차 예민해졌다. 꼼짝할 수 없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코로나블루가 심각해졌고 온라인으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추억여행과 랜선여행으로 자신을 달래던 사람들은 전 세계를 장악한 바이러스의 기세가 약해질 때마다 소도시로, 소수의 사람들과, 소확행 여행을 떠났다. 어떤 여행이든
어릴 때 나는 아침마다 밥 먹기가 힘들었다. 어머니는 그런 나에게 정성껏 차린 건강음식을 강력하게 압박해 먹이셨다. 아침식사 끝에는 노란콩을 갓 삶아 식혀서 믹서에 갈아주시는 두유, 생토마토를 금방 간 토마토 주스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인스턴트, 화학첨가물이든 재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으셨다. 뇌와 장건강에 좋은 천연재료의 한식으로 가득 채워 밥상을 차려주셨다. 그 영양 가득한 음식들이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을 든든하게 지탱해 준 것을 그때의 나는 전혀 몰랐다. 맛있는 라면이나 화려한 기름진 빵과 과자들이 장바구니에 없다고 서운해하며 입이 쑥 나왔을 따름이었다. 거의 그 후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진료실에서 그때의 나와 같은 이들을 만난다. 그 아이는 빵을 좋아하기도 하고 멋진 빵을 곧잘 만든다. 라면을 좋아하는 불닭볶음면 마니아기도 하다. 식사는 코로나 19가 시작되고는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다. 과일과 야채는 거의 안 먹는다. 아이는 몇 년 전에 친한 친구가 함부로 대해서 속상한 것을 혼자서 견디다가 힘들어 죽고 싶어졌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학교를 그만두었고 양약치료와 상담치료를 시작하였다, 많이 호전되어 최근 복학했는데 친구들과…
죽음과 고통이라는 악이 인간에게 나타나는 것은, 그가 자기 육신만을 위한 동물적 존재로 떨어졌을 때이다. 이 경우 죽음과 고통은 허깨비처럼 사방에서 그를 에워싸 그를 사람의 길, 곧 사랑이라는 신의 법칙을 실천하도록 내어몰아간다. 신의 법칙에 따라 사람에게는 죽음도 고통도 존재하지 않는다. 건강, 희열, 애착의 대상, 생생한 감정, 기억력, 일에 대한 능력,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저버리고, 태양마저 차갑게 식어 인생이 그 모든 매력을 잃어버렸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자신의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걸고 돌처럼 차갑게 살아갈 것인가? 대답은 단 하나이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를 신의 의지에 합류시키는 일이다. 마음이 평화롭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편안함을 느낀다면 무엇이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랴! 너는 마땅히 그러해야 할 모습의 너이면 된다. 나머지는 모두 신의 몫이다. 만약 신의 사랑이라는 것이 없고 있는 것은 오로지 만유의 법칙뿐이라 해도, 역시 인간으로서의 의무야 말로 모든 비밀을 푸는 열쇠이다. (아미엘) 우리는 신의 법칙을 예부터 있어 온 여러 종교의 가르침에서 배울
건조하고 찬 바람이 부는 겨울, 기온이 영하권으로 들어서며 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겨울의 특성상 사람들의 실내 활동 시간 및 난방용품의 사용 빈도가 증가하게 된다. 난방용품 사용 부주의는 겨울철 화재의 주된 유형 중 하나인 만큼, 난방용품을 많이 사용하는 겨울은 주택화재 발생 우려가 높은 계절이기도 하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16년~20년) 전체화재 208,597건 중 주택화재는 3만 9062건(18.7%)인 한편, 전체화재 사망자 1667명 중 주택화재 사망자는 710명(42.5%)이었다. 그리고 2021년 경기북부 기준 전체화재 2374건 중 주택화재는 573건(24.1%)인 한편, 전체화재 사망자 19명 중 주택화재 사망자는 13명(68.4%)으로 전체화재에 비해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화재 발생 시 인명 피해 저감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초기진화이다. 화재 발생 후 화재가 최성기에 도달하는 시간은 약 5~10분이다. 따라서 화재 발생 직후 5분이 가장 중요하고 5분이내 초기진화에 성공한다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초기진화에 가장 효과적인 주택용 소방시설에 대해 알아보자. 주택용
한 달도 남지 않은 20대 대선이 후보단일화 문제로 요동치고 있다. 오는 13~14일 이틀간 후보등록 이후 1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그런데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어느 후보도 홀로서기 승리를 자신하지 못하면서 막판 후보 간 연대가 다시 대선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이재명 후보의 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 후보의 국민의힘은 연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향한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후보단일화가 결국 대선판을 좌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대선의 길목에서 단골메뉴가 된 단일화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착잡하다. 무엇보다 정책과 자질론은 후순위로 밀리고 정치공학의 산술적 덧셈이 선택을 강요하는 참담함이다. 둘째 그 과정에서 나눠먹기 논란, 셋째 그렇게 해서 집권한 역대 정부의 초라한 성적표를 목도한 경험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 후보는 국민의당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서로 신뢰하고 정권교체라는 방향이 맞으면 단 10분 안에도 끝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도 이재명 후보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공동정부 구성과 개헌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안 후보를 견인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안 후보 측 관계자도 언급했지만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