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버스(Incubus). ‘악몽’, ’큰 걱정거리’라는 뜻 그리고 ‘신화에서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잠든 이의 정기를 뺏어가는 악령’을 말한다. 신화에 관심 있거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여성의 모습을 한 서큐버스와 더불어 악령의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겠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이름을 가진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밴드가 우선될 것이다. 2004년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린 인큐버스 단독 공연에 다녀왔을 때였다. 공연이 끝나고 여태껏 내한한 밴드 중 가장 완성도 있는 사운드를 들은 것 같다며 일행과 입을 모아 칭찬했던 기억이 있다. 무대 위의 밴드에 미안할 정도로 관객은 적었지만, 공연 내용은 탄탄했고, 꽉 찬 사운드와 연주가 주는 매력으로 인하여 다시 한번 그들의 팬이 되어버렸다. 이후로도 그들은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사운드 스펙트럼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록밴드가 되었다. 이들의 발표작 중, 오랜 공백기 끝에 2011년에 발표된 'If Not Now, When?'이라는 타이틀의 앨범이 있다. 당시 줄타기를 하는 사람의 사진을 커버로 한 이 앨범을 받아든 나는, 도전적인 앨범 타이틀만큼이나 그간의 공격적인 사운드의 연장선을 기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되가져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취임 이후 몇 차례 협의 끝에 지난해 다시 작전통제권 반환을 몇 년 뒤로 미루는 결정을 하고 말았다. 작전통제권 반환이 현재로선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그 부속문서인 SOFA(주한미군지위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s)이다. 방위조약은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미국에 모든 군사주권을 통째로 넘긴, 지상에서 가장 해괴하고 굴욕적인 주권포기행위였다. 자기 군대를 스스로 지휘 통제하지 못하는 국가, 이게 과연 나라인가? 군사주권을 잃어 청일, 노일 전쟁이 이 땅에서 벌어지는 바람에 우리 민족이 최악의 참화를 당해야 했던 구한말 상황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조약 4조는 “...미합중국의 육, 해, 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수락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 미국이 자신의 군사력을 한반도와 그 주변에 배치할 ‘무한 권리’를 명문화하고 있다. 더 극악한 독소조항은 SOFA로 더 심각한 불평등…
임진년 새해가 밝아 인구 5천만‧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의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안개 속이다. 선대위를 전면 해체한 제1 야당은 국가리스크를 위협할 상황이다. 내분의 궁극적인 책임은 오롯이 후보의 몫이고 리더십 문제로 귀결된다. 새해 첫날 미국의 빅테크 기업 애플은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했다. 국내총생산(GDP 2020년)이 세계 5위인 영국(2조 7642억 달러)을 앞질렀고 4위인 독일(3조 846억 달러)에 접근하는 경이로운 수치다. 한국GDP(1조 6379억)의 2배 수준에 이르고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시총보다도 큰 규모다. 2018년 8월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선 애플은 2년 뒤 2조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불과 1년 4개월여만에 3조 달러 고지에 올랐다. 애플의 시총은 삼성전자의 7배를 넘는다. 삼성의 스마트폰은 판매량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이 20%로 애플(14%)에 앞서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 기준으로는 지난해 삼성이 19.6%로, 애플(41.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판매량의 외형에 비해 실속이 적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분야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들과 힘겨운 싸
모든 사람은 저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고, 저마다 결점을 가지고 있다. 남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대화하고 돕지 않으면 안 된다. (성현의 사상) 이 세상은 천 사람이 함께 일하면 같은 천 사람이 따로따로 일할 때보다 훨씬 많은 것을 생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고 구백구십구명의 사람이 한 사람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남의 괴로움에 냉담한 자는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 (사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은 인류 전체의 생활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영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모든 피조물은 조화와 합일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계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정신계에 있어서도 모든 생명 현상은 서로 긴밀한 관계로 맺어져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천지창조 이후의 인류 역사는 인류의 합일을 향한 끊임없는 전진의 역사이다. 이 합일은 수많은 다양한 방법으로 달성되는 것이며, 그 합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것에 저항하는 사람들까지 거기에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항거할 줄 알면 사람이요, 억눌려도 반항할 줄 모르면 사람 아니다. 그리고 혼자서…
한국 바둑이 변두리 취급받던 1989년, 조훈현은 제1기 응씨배에 단기필마로 출전해 우승한 뒤,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할 만큼 했다. 뒷일은 창호가 알아서 해주겠지.” 새해 벽두부터 이 말이 떠오른 것은 올해 내 큰아이가 결혼 예정이라서다. 한참 푸릇하던 나이엔 이런저런 희망과 포부가 없지 않았지만, 이제 나이 예순에 남은 바람이라곤, 그저 탈 없이 가장 노릇을 잘 마치는 것뿐이다. 둘째는 아직 학업 중이지만, 큰애 결혼 날짜를 잡고 나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 십수 년 전에 돌아가신 선친께도 얼마간 빚을 갚았다 싶고. 김규항은 최근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 본질은 자본의 무분별한 확장이며, 노동이 차지하던 최소한의 몫조차 자본이 빼앗고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직업을 갖고 집을 사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우리 잘못으로 젊은이들이 절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시 김규항의 말을 빌리자면, 케인스주의와 같은 수정자본주의조차 삼켜버리고 자본의 탐욕스러운 확장만 남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다. 내가 큰아이 결혼 날짜를 잡고 나서 안도했듯, 내 아이도 자식을 낳아 키우고, 그 아이가 다시 아비에게 결혼식 날짜를 알릴 때 안도하길 바란
기대 속에 출발했던 문재인 정부도 이제 4달 후면 그 임기를 마치게 된다. 문재인 정부 기간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으나 분명한 것 한 가지,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는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반성, 평가를 해야 문제해결을 넘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갈등, 북한의 침묵 그리고 대선정국의 현 상황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숙고해 주었으면 하는 일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미·중갈등의 본질은 미국 패권의 영향력 감소와 중국의 정치, 경제력 상승에 따른 위상과 자신감 증대가 가져온 필연의 결과이다. 미중 무역마찰이나 중국대만의 양안관계에서의 대만지지, 남중국해 갈등 속의 미국 관여 등 그 이면에는 모두 미중 패권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쿼드 가입 희망 등 확실한 줄서기를 원하는 현 상황에서 중국을 고려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매우 힘든 상황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2016년 사드사태를 통해 한미동맹만을 강조하여 미국측에 경도된 선택이 어떤 후과를 얻게 되는지를 통렬하게 경험했다. 한중 무역액이 한미 한일 무역액을 합한 금액을 초과하고 무역흑자의 대부분을 대중국 무역에서 얻고 있는 현실
새해가 밝았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2022년을 즐겁게 상상해 본다. 올해는 당연히 코로나가 없어질 것이다. 지긋지긋한 마스크를 벗고 2년 전의 일상으로 회복되어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어떤 장소에든지 대화하게 될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과거와 같은 밝은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더는 집, 일자리, 해고 걱정이 없는 살맛 나는 해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코로나가 준 반성의 기회를 잘 활용해 다시는 자연환경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우를 반복하지는 않는 첫해가 2022년이다. 아울러 금년은 지난해 노골적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부분들이 시정되는 해가 될 것이다, 특히 공공의료 체계의 증대에 반대하는 의사들도 없을 것이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의대 증원을 찬성하고 협조할 것이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 간호진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크게 바뀔 것이다. 또한 내내 회자하였던 판검사들의 폭거도 사라질 것이다. 그들은 지금까지의 엘리트 의식과 우월감에서 벗어나 더 이상 특권층이 아닌 국민 앞에 겸허하고 인권수호의 최전방에 있는 일꾼임을 자임할 것이다. 당연히 올해부터는 출신과 학벌 등으로 구별 짓는 것들도 사라질 것이다. 이로써 2
그리 중요하지 않은 평범한 것을 많이 알기보다는 참으로 좋고 필요한 것을 조금 아는 것이 더 낫다. 작은 서재에 굉장한 보배가 존재할 수 있다. 수천 년에 걸쳐 세계의 모든 문명국에서 추려낸 가장 지혜롭고 고귀한 인물들의 세계, 즉 그들의 연구와 지혜의 소산이 그 책들 속에 고스란히 살아 숨쉼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가까이하기 어려운 존재인 그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고독을 깨뜨리거나 자신들의 작업을 방해하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이고, 또는 사회적 조건들이 그들과의 교류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 속에는 그들의 최상의 벗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사상이, 세기를 건너뛰어 누구인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명료한 언어로 펼쳐져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큰 정신적 은혜를 책 속에서 얻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반추동물(反芻動物)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저 많은 책을 머리에 채워 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삼킨 것을 잘 새김질하여 소화시키지 않는다면 책은 우리에게 아무런 힘과 자양도 주지 않을 것이다. (로크) 무엇보다 먼저 좋은 책부터 읽어라. 그렇지 않으면 결국 평생 그 책을 읽을 기회를 놓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