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결례? 누가 미안해야 하는가? 외교관계에서 역사를 언급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데 이걸 상대를 곤란하게 한다고 “결례”라고 하는 자들이 있다. 최근 이재명 후보의 “태프트-가쓰라 밀약” 발언에 대한 어느 언론의 공격은 “아는 체한다”였다. 실체도 없는 걸 가지고 이른바 “운동권적 궤변”을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자들과 세력은 정치적 공격을 위해 엄연한 역사적 진실조차도 왜곡하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도 그렇고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더더욱 역사논쟁을 벌이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맹렬하게 비난한다. 그간 우리에게 베풀어준 은덕(恩德)을 모르는 망덕(亡德)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는 “역사 지식의 틈새”가 존재한다. 그런데 그건 “틈새” 정도가 아니라 “거대한 황무지”다. 우리의 교육체계에서 역사과목은 날로 위축되고 있는 중이다. 사유의 깊이를 만들어낼 국민적 상식이 되어야 할 바가 단순 암기과목으로 처리되고 국영수에 밀려 변두리로 쫓겨나고 있은 지 이미 오래다. 그래서 이런 역사왜곡 전문가들의 기만이 통하기도 한다. 역사교육을 쥐고 있는 쪽이 그 사회의 정신과 영혼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중대한 영역을 이 나라 국가교육 체계는 철저하
글 쓰다 막힐 때는 시집들이 꽂혀있는 책장 앞으로 간다. 그 앞의 흔들의자에 앉아 아무 시집이나 꺼내 들어 아무 곳이나 펼쳐 든다. 날카롭게 벼린 시어 하나가 툭 튀어나와 막힌 생각을 뚫어줬으면 하는, 주술에 기대는 듯한 마음으로 뒤적인다. 오늘 손에 잡힌 시집은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좍 펼쳐지는 부분은 닳도록 읽은 시 ‘그대가 늙었을 때(When You are Old)’가 담긴 쪽이다. 예이츠가 평생 사랑했던 운명의 여인 모드 곤(Maud Gonne)에게 바친 시인데, 내가 아는 사랑의 시 중 이 이상의 절창이 있을까 싶다. 이탈리아의 가수이자 작곡가인 안젤로 브란두아르디(Angelo Branduardi)도 이 시에 반해 노래로 만들었다. 기타 전주는 사랑 고백을 앞두고 떨리는 사내의 심장 소리 같고 노래는 오랫동안 삭힌 그리움, 두려움을 들킨 순정한 사내의 마음이 느껴진다. 노랫말은 예이츠 시를 거의 그대로 썼다. ‘그대 늙어 머리 희고 졸음이 많아져 /난로 앞에서 고개를 꾸벅일 때/ 이 책을 가져가요/ 그리고 천천히 읽으며/ 그대 눈이 한때 지녔던 부드러운 눈빛, 깊은 그림자를 꿈꿔봐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대의 기품을 사
축하한다. 수원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단 kt위즈가 정규리그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 감격의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kt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8-4로 승리해 4연승을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이 되는 확정되는 순간 선수단은 모두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오며 환호했고,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관중석의 kt 팬들도 감동해 울었다. 그럴 만도 하다. 올해 프로야구가 개막될 때까지만 해도 kt가 정규리그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해 통합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5강안에 들어 ‘가을 야구’나 볼 수 있으면 다행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리그 1위를 달렸다. 후반에 힘이 달려 삼성라이온즈와 1위 순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까지 해야 했지만 결과는 리그 우승이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끈기와 뚝심의 팀 두산 베어스와의 승부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한국 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kt 이강철 감독은 “초반 승기 잡으면 시리즈 4-0도 생각하고 있다”
“단순히 말하고 쓴다고 모두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 진실을 공정하고 이성에 맞게 정확하게 (전하고), 강자와 지배자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과 공공의 현명한 판단 자료가 되는 양질의 정보를 책임감 있고 불편부당한 자세로 제공해야 비로소 (언론이라 할 수 있다.)... 언론은 수없이 숭고한 생명과 정신이 피 흘려 싸운 결과로 얻어진 고귀한 이름이다.” (리영희 선집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 2020, 452~453쪽, 괄호 안은 필자가 넣음) 요즘 언론인들은 공공연히 ‘기레기’로 불린다. 이는 시민들이, 품격마저 잃고 불평등 구조의 개혁과 사회적 진보에 맞서는 기득권 세력과 한 패가 된 언론 현실을 풍자하며 붙여준 명예롭지 못한 별명이다. 필자 또한 언론인으로서 가없이 부끄럽다. 언론행태에 대한 비판은 검찰개혁 이슈에 이르러 극에 달했다. 부패와 독선으로 점철된 검찰 비리에 대한 개혁 목소리에도 언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사실상 ‘살아 있는 권력’으로 꼽히는 검찰, 극우 정치세력과 손을 맞잡고 시민들의 정당한 개혁 요구를 왜곡보도로 맞받아쳤다. 조중동의 보도에서는 이제 민주정부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되찾아 오기 위해…
선은, 받는 자에게 필요한 정도나 베푸는 자의 희생의 정도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주는 자와 받는 자 사이에 성립되는 신과의 합일의 정도에 의해서만 헤아릴 수 있다. 삶은 반드시 선하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좋은 삶만이 선하고 행복하다. (세네카) 사람들이 자신이 받은 선보다 자신이 입을 피해를 더 많이 생각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그러므로 선은 금방 잊혀지지만, 모욕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세네카) 우리가 대가를 기대하면서 의무를 행할 때, 그것은 선이 아니라 기만에 찬 선의 모형, 선의 유사품이다. (키케로) 비난과 불명예가 거꾸로 너를 덮치지 않도록 남을 비방하지 말라. 악령은 앞에서 덤벼들지만 비방은 언제나 뒤에서 몰래 덮친다. 분노에 몸을 맡기지 말라 분노에 몸을 맡긴 사람은 자신이 할 일을 잊고 자신의 선행을 놓치기 마련이다. 근면하고 과묵하며, 자신의 노동으로 살고, 자기가 생산한 것 중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저축하라. 그러한 습관은 네 행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어리석은 자와는 시비를 따지지 말라. 악인한테는 돈을 빌리지 말라. 비방하기 좋아하는 자와는 함께 일하지 말라. (동양 금언) 하나의 선행을…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는 문제를 두고, 김종인 전 위원장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는 호남 출신 정치인은 아니지만, 새천년민주당의 김대중 총재 비서실장을 역임할 정도로 동교동계의 핵심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평생 동안 정치를 함께했던 동교동계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함께 한국 민주화의 상징이다. 민주화의 상징이라는 것은 이들 동교동계 정치인들의 이념 성향이,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중도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박주선 전의원과 김동철 전의원 그리고 김한길 전 대표가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한다는 것은, 호남과 중도층으로의 지지층 확대를 꾀한다는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김종인 전 위원장도 중도와 호남에서의 지지층 확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김종인 전 위원장이 할 일과, 김한길 전 대표를 비롯한 동교동계 정치인들의 역할이 일부 중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에서 일각에서는, 김종인 전 위원장과 윤석열 후보 사이에 힘겨루기가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즉, 윤석열 후보 측
작년 6월, 많은 이들의 속을 태운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 강동구에서 한 택시운전사가 환자를 이송 중이던 구급차에 고의적인 접촉사고를 내고 10여 분간 긴급 이송을 막아섰다. 이후 환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5시간 만에 숨졌다. 이러한 사례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결여된 시민의식이 사회와 국민의 안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동시에 선진 시민의식의 확산과 정착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렇다면 선진 시민의식의 어떻게 정착되는가?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법적인 제도의 마련, 문화 확산 등의 꾸준한 계몽, 지속적인 교육 3박자가 적절하게 맞물렸을 때 배양된다. 시민의식과 안전문화의 선진국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면, 현장으로 출동 중인 경찰·소방·구급차 등을 가로막을 경우 2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추가 가중 처벌도 전반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도로에는 ‘레퉁스가세’(Rettungsgasse, 긴급차로를 뜻하는 독일어)가 쓰여 있는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어 긴급자동차의 통행을 우선시하는 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교통안전과 관련된 안전교육 40시간 이상을 이수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등 다양한 체계를 마련해 안전문화 정착을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다. 시민들은 그 축제를 통해 자신들의 희망을 투영시키고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축제 중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단연 으뜸이다. 한 국가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끊임 없이 시민들과 호흡하는 과정이다. 유세 현장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환호로 함성이 들리고, 언론에서는 연일 그 모습을 다룬다. 호흡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현재의 어려운 삶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선거를 바라본다. 민주화를 이룩하고자 했던 열망은 박정희에 이은 전두환 군사독재를 끝내고 DJ·노무현 정부를 탄생시켰고, 탐욕에 이은 문고리 정치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은 촛불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국민들의 바람이었다. 그런데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선 그런 축제의 모습은 커녕 이곳저곳에서 의혹과 한탄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온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대, MZ세대의 '지지 후보 없음' 여론 조사 결과는 대한민국의 미래 중추들이 느끼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과감없이 보여준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진행된 대장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