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이 최근 잇따라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30일 금융당국 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위험요인 제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력히 주문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국내외에 걸쳐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자산시장에 거품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미국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개시를 시사하는 한편 기준금리 인상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건설회사이자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위기는 세계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뿐 아니다. 석탄, 천연가스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다. 코로나 발생 원인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호주에 대해 중국이 석탄 등의 수입 제재에 나서면서 석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겨울을 맞게 되는 중국에서는 발전을 위한 석탄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며 역대급 전력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전력 위기는 철강 등 각종 산업생산의 원가를 끌어올리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
이제 2021년이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2021년을 보내는 지금 머릿속이 편안한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대장동 신도시 사건이 던져준 충격과 상실감은 우리가 아는 어떠한 형용사로도 표현한다 해도 부족할 정도였다. 50억 원의 퇴직금을 두고 “주식과 코인을 하지 않고 성실히 번 돈”이라는 당당함은 많은 소시민의 성실함을 한순간 무능력으로 만들어 버렸다. 차라리 “엄마 빽도 능력”이라던 정유라의 당당함은 솔직하기라도 했다. 연말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기대라는 시기다. 우울함이 지배하는 연말만은 피하고자 2021년 희망의 순간을 찾아보았다. 지난 7월 5일 국회 본청에 있는 국회부의장실에 아기 울음소리가 울렸다. 기본소득당 용해인 의원이 59일 전 출산한 아이 박단과 함께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찾은 것이었다. 용의원의 출산은 현역의원으로 임기 중 출산한 세 번째 사례지만 임기 중 출산한 여성 의원이 아이와 함께 여성 국회부의장을 예방한 것은 최초였다. 국회부의장이 여성이었기에 가능한 모습이었다. 지난 2020년 김상희 의원은 대한민국 최초 여성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되었다. 행정부에서는 여성 대통령과 여성 총리가 배출된 바 있고, 사법부에서
1980년 가을로 기억한다. 목포 유달산 자락에 자리 잡은 ‘반야사’라는 절에 해 질 무렵부터 꽤나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절 정문에는 제법 그럴싸하게 “반야의 밤”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한 학생이 불량기 있게 보이는 옆 친구에게 나직이 물었다. “야, 오늘 목포에서 한 가닥 한다는 것들 이리 다 모이는갑다.” 친구는 짝다리를 건들거리며 침을 찍 내뱉었다. 한눈에 봐도 불교학생회 다닐 것 같지 않은 불량한 학생들이 절에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부회장 여학생은 못내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사실 부회장은 “반야의 밤” 행사에 밴드 부르는 것을 반대했다. ‘아니 절에서 하는 학생들 행사에 웬 밴드란 말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키만 멀쩡하게 큰 회장은 고등학생 밴드 ‘윙스’를 행사에 초청했다. 드디어 ‘반야의 밤’ 행사가 시작됐다. 반야사 대웅전이 활짝 열렸고 무대는 대웅전 마루였다. 대웅전과 대웅전 앞마당에 학생들이 그득했다. 찬불가도 부르고 반야심경도 외우고 승무도 추고 타령도 했다. 아주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종교행사였다. 그러다 저녁이 깊어지고 드디어 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컬기타, 베이스기타, 건반, 드럼이…
여러 가지 나쁜 일, 즉 우리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나쁜 일을 하기는 매우 쉽다. 우리에게 선이자 행복인 일을 하려면 크게 수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다) 지혜에 이르는 길은 결코 백합꽃이 피어 있는 잔디밭을 지나가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항상 초목이 자라지 않는 낭떠러지를 기어 올라가야 한다. (존 러스킨) 진리의 탐구에는 항상 동요와 불안이 뒤따른다. 그렇더라도 진리는 탐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진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랑하지 않으면 너는 멸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진리 쪽에서 먼저 나타나면 된다고 너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진리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네가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진리를 찾아라, 진리가 그것을 원하고 있다. (파스칼)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서 그리로 가는 사람이 많지만,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이 험해서 그리로 찾아드는 사람이 적다. (예수) 끊임없이 선량한 삶에 마음을 쏟는 사람만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 통증은 일을 할 때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비명이 나올 정도로 심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자신의 내면적 세계를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화천대유(火天大有), ‘패거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천화동인(天火同人). 때 아니게 《주역》 64괘 중 두 괘(14괘, 13괘)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주식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는 2015년에 설립된 성남시 대장동 개발 관련 기업이고 천화동인은 그 자회사로 ‘대장동복마전’의 주역들이다. ‘대유평 솔바람에 기세 좋게 날리는...’ 수성고등학교 교가 시작 부분이다. 고교시절 뜻도 잘 모르면서 열심히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유평은 수원시 정자동 지역으로서 지금의 화서역 건너편 수성고와 상공회의소, 연초제조창 일대의 넓은 뜰을 가리킨다. 본래 황무지였으나 정조가 수원 화성을 축조하면서 개발한 국영농장(屯田)이다. 정조에게 화성이 노론이라는 수구기득권 세력을 타파하기 위한 혁명 기지였다면 만석거(萬石渠)와 축만제(서호), 대유평 둔전과 서둔(西屯)은 그 보급기지였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부동산 투기전문 ‘도적떼’가 화천대유 운운하지만 ‘정조의 꿈’은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화천대유의 돈줄과 투기를 위해 줄을 섰던 자들의 정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권시절 잘 나가던 법관과 검찰, 언론인과 정치인이 대부분이다. 궁지에 몰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곧바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22일 오후 10만 명이 동의했다. 29일 오전 10시 현재 동의한 사람은 14만 명애 가깝다.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영면에 들어 있는 능이다. 사적 202호로써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런데 이 앞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건축되고 있는 아파트가 경관을 해치므로 철거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포 장릉은 파주 장릉과 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조경이 특징인데, 이 아파트는 김포 장릉과 계양산 가운데 위치해 조경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이다. “김포 장릉의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는 데다 심의 없이 위법하게 지어졌으니 철거돼야 하는 게 맞다. 이를 그대로 놔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위와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청원인의 글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본보(26일 자 8면)에 따르면 장릉을 찾은 관람객들 역시 “우리가 지켜야 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장릉이 신축 아파트에
지난 27일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외벽을 청소하던 29세의 일용직 노동자가 추락했다. 49층 꼭대기에서 내려가며 청소를 시작해 15층 높이에서 줄이 끊어졌다고 한다. 그에게 외벽청소는 그날이 첫 출근일이었다. 처음 외벽을 타는 노동자가 외줄에 의지한 채 49층 꼭대기에서 허공으로 몸을 밀어낼 때 어떤 마음일까?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이 그를 지배했을 것이다. 두려움을 밀쳐내고 첫발을 내딛기까지 그의 어깨 위에는 여러 이유가 켜켜이 쌓여져 있었을 것이다. 매달리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삶의 절박한 요구들이.. 신산한 일용직노동자의 삶에 선택지는 그다지 많지 않다. 보통사람은 내려다보기조차 살 떨리는 높이에서 그는 그렇게 매달렸고 짧았던 젊음을 마감했다. 우리는 한해 산재로 882명이 죽는 나라, 그중에 37%인 332명이 이처럼 작업 중 떨어져 세상을 떠나는 나라다(2020년 기준). 비슷한 또래의 90년생 청년 한 사람도 산재(?)를 당했다고 한다. 업무상 과부하로 어지럼증을 앓았다는데 회사는 6년 근무한 그에게 퇴직금(위로금?)으로 50억을 지불했다. 모두가 다 아는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의 이야기다. 그는 열심히 일했고, 그 대가를 받았을…
‘몸 상해 일한 대가, 50억!’.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아들의 이 발언은 조롱과 비아냥의 대상이 되어버렸지만 한편으로는 기가 막힌 일이기도 하다. 어떻게 일해야 퇴직금을 50억이나 받을 수 있는지, 몸이 얼마나 상해야 50억이라는 위로금을 받는지, 우리는 매우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곽 의원은 문준용 씨에 대해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근거로 대통령에 대해 저격을 일삼았다. 이제 와서 보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결국에 문준용 씨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음이 밝혀졌지만 검사출신 국회의원으로서의 경험과 지위를 이용한 곽 의원의 행동은 다른 곳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알려지지 않은 일이지만 필자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도 곽 의원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다. 곽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요구하는 무지막지한 자료 요청에 직원들은 퇴근을 하지 못했고 이어지는 고소로 인해 업무 담당자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업무담당자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경찰 조사로 인해 두려움을 호소하였고 심한 두통과 두근거리는 심장 등 심신 이상도 발병하였다. 당연히 경찰 조사 결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무혐의가 결정되었지만 곽 의원의 집요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즈음 집단지성이란 말을 찾는 사람들이 드물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유행어였는데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국 사회의 큰 에너지로 작동한 집단지성이 왜 이렇게 쪼그라든 것일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집단지성은 SNS 환경에서 태어났다. 손에 쥔 개별화한 디지털 기기로 세상에 참여해 타자와 소통한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가 아닐 수 없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말한 마셜 매클루언에 따르면 모바일이라는 새 미디어는 개인의 발견이다. 객체가 아닌 주체, 수동이 아닌 능동. 주체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걸러지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 집단지성은 사회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특히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통해 간선이라는 과두 체제에 일대 회오리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오죽했으면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집단지성을 대놓고 비난했을까? 송 대표가 언급한 속칭 '대깨문'은 어쨌거나 SNS에 기반한 집단지성의 한 흐름이다. 그만큼 정치권에 있어 집단지성은 눈엣가시라는 반증일 것이다. 그런데 이와 무관하게 집단지성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정치 논의가 활발해지기 마련인 대선 정국에서 새로운, 응집된 논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