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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의 소통풍경탐구] HL의 의미를 아십니까

 

 

“뚜 뚜 뚜우, 오후 1시입니다. HLKA 방송입니다.”

 

라디오 방송을 듣다 보면 아나운서는 수시로 현재 시각과 방송국의 무선호출부호를 알려준다. 어린 시절 이같은 시보(時報)와 함께 알려주는 HLKA와 같은 방송국의 알파벳은 무심히 들었던 것이지만 이게 무슨 의미인지 오랫동안 궁금증을 더하였다.

 

HL은 방송국이 사용하는 무선국의 국가 식별부호이다. 그렇지만 나라마다 사용하는 무선국의 식별부호라고 해서 각국 정부가 마음대로 정해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이라는 국제기구가 전파를 사용하는 각 국가에 국가식별부호를 부여하여 국가별로 구분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7년 미국에서 열린 ITU회의에서 HL을 부여받았다. 당시 미군정이 신청하여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으며, 각 방송국은 HL이라는 접두어에 방송국마다 부여된 알파벳을 사용하게 된다. HLKA, HL은 한국의 무선국을 의미하고 KA는 KBS의 제1라디오라는 뜻이어서 언제든 다른 방송국과 식별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 일종의 고유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HL은 한국의 미디어 역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디오방송이 1947년 처음 시작된 해라는 것일까. 한반도에서 라디오방송 전파가 최초로 발사된 것은 1927년이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경성방송국이 사용한 전파로서 JODK라는 호출부호를 사용하였다. JO는 일본의 식별부호로 도쿄(JOAK), 오사카(JOBK), 나고야(JOCK)에 이어 개국한 조선총독부 관할의 방송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의 국가무선식별부호로 방송을 시작하지 못한 것은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상황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방이 되고 광복이 되면서 미군정이 HL을 국제기구로부터 부여받고 대한민국이 전해 받아 사용하게 된 역사적 배경이 있는 것이다. JO라는 일본의 국가식별부호를 사용하여 방송되었던 일제강점기의 라디오방송은 막을 내리게 되고, HL이라는 한국의 국가식별부호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전파 영역에서도 주권 국가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는 미디어 역사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1950년대 등장했던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의 이름은 HLKZ-TV였다. 방송국의 무선호출부호를 방송국명으로 그대로 사용하여 선보였던 예이다. 아쉽게도 이 방송국은 전쟁 직후인 1950년대의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다가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방송은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방송은 1961년 개국하는 KBS에 채널 9번을 넘기고 폐국하게 된다. 이후에 개국하는 방송국들은 이러한 무선호출부호를 채널명이나 방송국명으로 사용하기 보다 KBS라든지 MBC라는 영문자를 사용하는 경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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