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짐을 분류하여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많이도 버렸다. 그런데도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몇 박스가 되었다. 리모델링이 끝난 이후 그곳에서 살려고 했던 나의 계획과는 달리 나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친구가 임대한 비닐하우스에 임시보관하였던 짐은 예상외로 오래 그곳에 머무르게 되었다. 사람이 계획을 하여도 뜻대로 안되는 일이 많아서 곧 가져와야지 하는 마음과는 달리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다. 그러다 몇 주 전 비닐하우스의 주인이 그 땅을 매매하게 되어 짐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동안 강렬한 햇빛과 비와 바람에 견디지 못한 짐들은 상하여 엉망이 되었다. 친구는 그 짐들을 모두 정리해주었는데 건진 것이 별로 없다고 했다. 짐들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삶을 정리하며 살아왔는지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순간 나는 나 대신 짐을 정리해주는 친구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빈 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늘려간다. 삶을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여름날 ‘부채!’ 하면 담양 소쇄원 댓바람 소리가 생각난다. 대나무 숲 사이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대나무의 바람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부채로써 합죽선의 멋과 신바람은 뭐니 뭐니 해도 남원의 판소리 춘향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옥에 갇힌 춘향이를 만나러 가서 “암행어사 출도야!” 하고 외치면서 소리꾼이 쥐고 있던 합죽선을 쫙 펼칠 때의 후련함과 통쾌한 감격! 그리고 당시의 민주화 즉 신분 차별 없이 남녀평등사상이 깃들어 있는 외침이었기 매문이다. 그런가 하면 한여름 마을 앞 정자나무 그늘 아래서 모시옷을 곱게 차려입은 노인들이 모여 앉아 부채 바람을 일으키면서 흰 수염을 날리던 할아버지들의 풍류적인 삶의 모습이 떠오른다. 선비들 영혼의 바람결을 존중하며 속되지 않고 운치 있는 품격의 멋을 살아내는 그 정신이 그립기에. 지구의 온난화에 북극곰은 어디로 가야 하나? 또는 여름이 5개월일 것이라는 등 더운 시절이라서 말도 많다. 나는 소화기가 부실해 찬 음식과 냉방은 궁합이 안 맞았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이면 어머니의 말씀 따라 웃옷을 벗고 샘가에서 팔을 펼쳐 짚고 궁둥이를 높이 쳐들고 있으면
11세기 교황은 이슬람이 지배하고 있던 기독교의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하여 유럽 가국의 영주들에게 전쟁의 필요성을 호소하였고 이렇게 시작된 십자군 전쟁은 약 200년 동안 이어지게 됩니다. 당시 영국의 많은 영주들 역시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고, 당시 이들이 관리하던 토지를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 양도하고 토지를 양도받은 친구는 이를 관리하여 전쟁에 나간 영주의 자녀와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도록 하던 것이 현대 신탁제도의 연원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신탁제도는 영미권 국가에서는 보편적인 재산관리 방식의 하나로 자리잡았고,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노인들의 경우 유언을 대신하여서 신탁이 이용되기도 하고,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경우 부모 사후의 자녀의 경제적 자립을 위하여 신탁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신탁은 위탁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거나 사후에도 위탁자의 의사에 따라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관리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현재 후견인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생면부지의 노인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가치관이나 선호를 가지고 있었는지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이유로 필자와 같은…
체감온도 35도가 넘는 폭염에 한반도가 펄펄 끓는 요즘이다. 덕분에 주말동안 에어컨에 의지해 집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 ‘하(夏)면’에 들어갔다. 계획한 일은 전혀 하지 못하고 내내 유튜브와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요즘 주로 유튜브에서 시청하는 영상의 주제는 ‘여행’과 3040세대의 ‘이른 퇴직’ 혹은 회사의 눈총과 최저시급도 감내하며 버텨내는 50대 이상의 ‘직장생활 분투기’다. 관련 영상을 보며 알게 됐다. 현대인에게 직장생활과 퇴직, 여행은 겉보기엔 다르지만 하나로 이어진 ‘이음동의어’라는 사실을. 조기은퇴를 꿈꾸던, 장기근속을 원하던,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지속하고 싶어 한다. 단지 그것을 직장을 통해 실현할지, 직장을 벗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유지할지는 선택의 문제다. 직장생활이 자신에게 해답이 아님을 깨달았으나 무엇을 해야할지 답을 찾지 못한 사람은 돌연 사직서를 내고 자아를 찾기 위해 여행길에 나서기도 한다. 아니면 정년을 채워 퇴직에 성공한 이들은 일에 매진하며 살아온 지난날 자신에게 보상을 주듯 한가로이 여행하며 노후를 보낸다. 유튜브에서 인기있는 주제인 <여행>, <이른 퇴직>, <늦은 나이의…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1958년 '능력주의의 등장'을 발간한 이후 능력주의가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는 어떠한가? 능력주의는 자신의 능력과 재능에 따라 보상받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가문과 혈통에 의한 세습주의를 부정하고 인종, 성별 등에 의한 차별은 금지된다. 무상으로 의무교육이 이루어지고 교육을 통해 능력이 키워진다. 경쟁으로 사회성취가 이루어지므로 능력주의는 공정의 가치가 되었다. 부와 명예는 개인의 능력과 근면의 결과이고 가난은 무능과 게으름의 결과로 이해됐다. 산업화 시기에 능력주의는 고도 경제성장의 초석이 되었다. 조선시대 과거제도를 통해 관리를 등용하던 전통으로 능력주의는 고시제도 등 각종 시험제도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었다. 공개경쟁으로 능력에 따른 사회이동(social mobility)이 가능해졌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실재가 되었다. 그러나 경제의 발전이 부의 편재를 초래하고 경제적 격차가 심해지면서 ‘금수저 흑수저’ 논쟁이 회자 되었다. 1994년부터 시행되어 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입학 선발제도에 초점을 둘 뿐이다. 능력주의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학생들의 성적을 서열화하여 어느
필자는 야구를 좋아해서 특정 팀을 오랜 기간 응원했다. 방학을 맞이하여 집에서 차로 4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홈구장에 경기를 구경하러 갔다. 저녁 경기임에도 점심쯤에 도착해서 사고 싶었던 유니폼을 1시간 동안 줄 서서 구입했다. 지치지 않고 또 다른 이벤트를 위해 기꺼이 줄을 섰다. 이날 대략 2시간 30분 정도를 기다렸다. 평소였다면 바로 포기했을 텐데 멀리까지 왔으니 계획했던 일들을 다 해치울 심산이었다. 7월 마지막 날 여름 날씨는 그늘에 앉아 있어도 곧 땀이 흐를 정도였다. 야구단 직원이 연신 돌아다니며 몸에 이상 증세가 있으면 바로 알려 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공놀이가 뭐라고 땡볕에 서 있는 내 모습이 웃겼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대단하고 저 사람들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푹푹 찌고 습한 날씨에도 경기가 시작할 무렵이 되자 금세 관중석이 들어찼다. 오늘 경기는 매진이라는 문구가 전광판에 뜨고, 투수가 공을 던지기 시작하자 설레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기분 좋은 설렘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날은 응원하는 팀이 KBO 최다 실점 신기록을 낸 날이었다. 무려 30실점을 했다. 경기 초부터 대량 실점하는 등 조짐이 좋지 않아서
우연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마법 시계를 발견한다면 어떤 일을 하시겠습니까? 몇 년 전 한 한 여대생이 아버지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마법 시계를 사용해 과거로 되돌아간 뒤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고 자신은 노인이 되어버린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의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한 할머니였습니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장애를 가진 자식을 혼자 키우며 고되고 힘든 삶을 살았던 할머니는 치매에 걸리고 점차 잃어가는 기억 속에서도 가장 행복했던 과거 한순간의 기억 속으로 되돌아가 다시 살아갔던 것이었고 작가는 이것을 마법 시계라는 소재로 표현하였던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치매’를 가족들 또는 자식들의 입장에서 더 많이 바라본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치매 노인을 모시는 가족들의 고초나 어려움은 설명할 필요 없이 모두가 공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치매를 겪게 되는 노인의 입장에서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 그들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과연 얼마나 생각을 해보았을까요? 최근에는 치매 노인과 같이 인지능력의 문제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이들의 ‘자기결정권’을 옹호하기 위한 임의후견제도, 사
현재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국가들에서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구절벽이나 인구소멸이니 하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 후진국에서는 아이를 많이 낳으면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만, 선진국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으면 경제발전의 동력이 멈출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였던 중국을 보자. 중국은 과거 먹여 살려야 하는 인구가 너무 많아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개혁이 시작되면서 산아제한은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당시 ‘수돗물 한방울(1인당 생산성) × 13억 인구 = 저수지’라는 신화사의 그림은 인구의 중요성을 잘 말해주었다. 경제발전이 인구 숫자에 달려 있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요즘 들어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의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고 오히려 인도가 중국의 인구를 넘어섰다. 중국 경제가 성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불평등이 아주 심해지고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까 아이를 낳을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결국, 중국 정부도 출산을 장려하기 시작하였다. 유럽 국가들도 출산율이 인구 변동 없는 수준인 2.1명에 미치지 못해 이를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 과정을 겪어왔고 똑같은
사그락 사그락. 쌀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가 참 듣기 좋다. 전통주 갤러리에 있으면 전통주를 홍보하거나 대외적으로 나서는 일이 참 많다. 예전에는 때때로 그런 일들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사명감을 가지고 즐기며 해나가고 있다. 우리의 전통주를 한 분에게라도 더 알리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나는 술을 빚는 일을 사랑한다. 그런 본질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고, 내가 해내는 모든 일들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송홧가루는 봄철에 사람들에게 골칫거리 취급을 받는 것 중 하나다. 하지만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술의 재료가 된다. 송홧가루는 예로부터 식용으로 사용했지만 귀한 재료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접하기는 어렵다. 송홧가루는 채취하기도 참 까다롭다. 나는 할머니의 어깨너머로 송홧가루를 얻는 법을 배웠는데, 그 방법을 살펴보면 옛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먼저 송화가 반쯤 피었을 때 채취하여 3~4일 숙성시킨 후 물에 담근다. 그러면 불순물들이 밑으로 가라앉고 노란 송홧가루가 물 위에 떠오르게 된다. 그 위를 한지로 덮어놓으면 노란가루와 물이 한지에 달라붙는다. 그대로 한지를 걷어서 말리면 노란 가루들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1789년~1797년),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그의 어린 시절 “정직함”에 대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그의 정직함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여 교과서에도 실렸다는 것인데, 짧게 요약하면: 그가 여섯 살 때 손도끼를 잘 다룰 줄 알게 되어 장난 삼아 이것 저것 자르고 베곤 하였고 마침 마당에 있던 벚나무를 잘랐다. 조지 워싱턴의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와 벚나무가 잘린 것을 봤다. 그 벚나무는 그의 아버지가 아주 아끼는 나무였다. 아버지가 누가 그 나무를 잘랐는지 물었을 때, 조지 워싱턴은 “정직하게” 자신이 그랬다고 고백했고, 아버지는 그의 정직함을 보고 용서해 주었다는 이야기다. “정직함”에 대한 교훈을 아이들에게 전하기에 대단히 효과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이야기를 비틀어서 그의 아버지가 조지 워싱턴을 용서한 이유가 그가 정직해서가 아니라 그가 아직도 손도끼를 손에 들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어찌됐든 정직함에 대한 이 미담에서 한 발자국 더 들어가 보면, 정직함의 진정한 덕목은 무엇일까? 단순히 아버지의 용서를 받기 위함일까? 사실 “정직함의 덕목”은 그보다 더 깊고 어쩌면 우리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