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 돌출이 촉발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확산일로다. 자고 나면 잇달아 터져 나오는 투기 행각 적발이 민심을 한없이 뒤흔들고 있다. 때마침 4월 7일로 임박한 서울·부산 시장을 비롯한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LH 사태가 최대변수로 떠올라 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지난 9년간 미적대오던 ‘이해충돌방지법’의 입법을 서두르는 중이다.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은 정치권이 입법 요란만 떨다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일은 안 하고 흐지부지 넘어갈 궁리를 탐닉하는 일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권력 핵심에 가까울수록 정보에 접근하기에 유리한 구조로 인해 부동산 투기 부조리 개연성이 높은 편일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긴 세월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에 한통속으로 우물쭈물해온 정치권의 행태가 주목된다. 사태의 심각성 때문에도 이번엔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은 어떻게든 달성될 것 같다. 그러나 좀 더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금 시점에서는 강력한 부동산 투기 감시기구 설치도 입법활동에 못지않게 시급하다. 이미 지능화 단계가 엄청나게 진화해버린 부동산 투기를 제대로 차단해내기 위해서는 최고의 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상은 격변하여 인류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미지의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국제관계와 국제질서는 ‘국가’를 전제로 하여 상호 대결적인 배타적 개념의 틀 안에서 전개되어 왔다. ‘국가안보’는 물리적 국방력을 가장 중시하는 ‘군사안보’ 위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인류가 공멸하게 될 수도 있을 유례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안보 문제는 국가주의적 개념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류의 존립과 평화를 위한 개념으로 새롭게 정의 정립되어야 할 시대가 되었다. ‘국가안보’라는 개념이 자국의 이익 보호 및 확대만을 위한 이기적 테두리를 벗어나 인류 안보, 지구촌 안보라는 ‘신흥안보’로 대안적인 개념으로 전환돼야 할 때가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창발로 인해서 변환을 겪고 있는 세상의 복합적인 양상을 염두에 둘 때, 아직 한창 벌어지고 있는 현상 임에도, 코로나19의 세상을 보는 이론적 분석을 보면, 코로나19는 ‘신흥안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신흥안보’로 보는 코로나19사태는 ‘지정학의 임계점’을 넘어서 창발하는 복잡계의 위험이다. 미시적 차원에서 보면 단순한 개인건강의 문제이겠지만, 이것이 양적으로 늘어나서 일정한 임계점
‘비판언론’이라는 신화가 있다. 정치권력 비판이라는 언론의 본분에 충실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주로 조선일보가 이런 주장을 해왔는데, 요즘에는 진보언론의 젊은 기자들까지 물이 들은 것 같다. 언론학자들도 언론의 자유를 절대적 권리로 신봉하는 편협함으로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비판언론이라는 신화는 허구다. 저널리즘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최근까지 저널리즘은 신문이 주도해왔다. 포털과 종편에서 그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주류신문의 정체성은 비판언론이 아니라 정파신문이다. 지독한 정파성을 은폐하기 위해 비판언론이라는 신화를 앞세워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본분은 맹목적인 비판이 아니라 시시비비의 정신으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서양에서 근대의 언론은 봉건체제의 말기에 상업적 목적으로 대두되었다. 토지가 재산이요 권력이던 봉건사회에서 화폐가 재산이요 권력인 사회로 이행한 후 화폐는 자본이 되었다. 자본의 세력이 극대화되었을 때 혁명이 수반되었고, 신문이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신문의 비판 대상은 봉건지배세력이었다. 신문은 자산가들에게 비판의 무기였다. 자본주의 사회가 정착되어가면서 신문은 상품이 되었다. 그리고 상업주의 저널리즘으로서의 성격을 형성해왔
수상한 이메일이 날아왔다. 수신인은 ‘소혹성 B612에 사는 어린왕자’였고, 발신인은 ‘지구별을 여행하는 늙은 왕’이었다. 어떻게 이 수상한 메일이 ‘소혹성 B612에 사는 어린왕자’에게 가지 않고, 내 메일함으로 날아들었는지 알 길이 없다. 스팸메일로 신고를 하였지만, 어느 곳에서도 사건접수를 해주지 않아 신문을 통해 수상한 이메일의 원문을 공개한다. - 지구별 여행 108일째.(흐림, 미세먼지 때문이라는데 그게 뭔지 모름) 어린왕자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려줬다는 인간(비행기 조종사)은 오늘도 찾지 못했다. 네가 그려준 얼굴 그림이 있지만, 마스크란 것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살아서 인간의 얼굴은 구별하기가 힘들구나. 도움이 될까 싶어 텔레비전이라는 것을 보다가 지구별에 사는 무서운 동물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름을 대자면, 호랑이, 사자, 곰, 악어, 뱀, 상어 같은 것들이다. 그 동물들이 사는 곳에서 해마다 몇 명의 인간이 목숨을 잃는지 숫자를 알려주며, 그 지역을 여행할 때는 각별히 주의하라는 말도 하더구나. 어린왕자야. 혹시 너에게 그림을 그려준 인간도 동물들에게 잡아먹히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돼서 서둘러 찾아 나섰단다. 못된 동물들을 벌주기…
현대과학의 가장 큰 해악은, 어차피 ‘모든 것’을 연구하지는 못하고 종교의 도움 없이는 ‘무엇을 연구해야 할지’도 모르는 채 올바르지 않은 생활을 보내고 있는 과학자가, 자신에게 ‘좋고 필요한 것’만 연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공허한 지식욕의 만족이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에게 유리한 현재의 체제이다.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예지는 아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예지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것이 가장 필요한 지식이고 어떠한 것이 덜 중요한 지식임을 아는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지식은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는가, 즉 어떻게 해야 악을 적게 행하고 선을 많이 행하며 살 수 있는가에 관한 지식이다. 현대인들은 필요 없는 온갖 학문은 연구하면서, 정작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무엇이 가장 큰 불손일까? 우리 인간이 모르는 것은 신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깔뱅) 지식이 적은 사람은 말이 많다.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대개 침묵하고 있다. 그것은 흔히 지식이 적은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여 그것을 모든 사람들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쓰나미가 여의도로 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 3백명 전원에 대한 땅 투기 전수 조사를 주장하고 나섰고 정의당은 한발 더 나아가 모든 선출직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당의 ‘물타기’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LH직원 땅 투기 의혹으로 여권은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부동산 문제는 오래된 적폐일 수도 있지만 5년차 정부·여당으로서는 외통수에 걸린 셈이다. 당장 4월 서울·부산 시장 선거는 물론 내년 3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 투기 의혹의 물결은 국토부 등 공직사회를 넘어 국회로 넘실거리고 있다. 여당 의원들과 관련된 의혹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시민단체 기자회견에 이후 1주일여만에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등 골든타임도 놓쳤다. 차명 거래 등 난이도 높은 수사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당으로서는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일각의 분석이나 기대처럼 이대로 내버려두기만 해도 야당이 서울·부산시장, 나아가 차기 정권까지 다시 찾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야당의 이같은 반전 흐름이 국민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2013년부터
택시 안에서 오랜만에 가곡 ‘비목’을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처연한 가락, 시 같은 노랫말에 끌려 즐겼던(?) 노래인데 지어진 사연을 알고 쉽게 부를 수 없는 노래가 됐다. 1960년대, DMZ 주변을 수색하던 육군 소위가 무덤 하나를 발견한다. 돌무덤 앞, 나뭇가지로 세운 비(碑) 위에 녹슨 철모가 걸려있었다. 6.25 전쟁의 포화 속에 스러진 한 청춘이 첩첩산골 잡초 속, 이름도 없이 비목으로 남은 것을 보고 가슴 아팠던 소위. 훗날 방송국 음악 PD로 재직 중 그때의 심정을 떠올려 노랫말을 만든다. 비목 작사가 한명희(82) 전 국립국악원장 이야기다. 전쟁과 무명용사 애사(哀史)가 우리나라에만 있었겠는가. 비목을 떠올리게 하는 월드뮤직이 몇 곡 있는데 ‘백학’(Cranes)이 대표적이다.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하는 육성 섞인 전주를 들으면 중년 이상 세대 상당수 사람들은 이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백학을 주제곡으로 썼던 이십여년 전 드라마 ‘모래시계’를 떠올릴 것이다. 70년대, 80년대를 소환해 5.18광주, 삼청교육대, YH사건 등 엄혹했던 시대를 다룬 드라마의 장중함과 비극성을 살리는데 배경음악이 한몫 했다. 그런데 노래 부른 이오시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1980년 5월, 광주는 뜨거웠다. 군부쿠테타로 정권을 찬탈한 반민주 세력에 대항하여 광주는 투쟁을 멈추지 않았고, 시민들의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것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적 염원에도 불구하고 군부는 결국 자국민을 향한 무차별 발포를 진행했고, 이는 우리나라에 씻을 수 없는 비극의 역사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광주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상처가 곪고 터져 나가도록 명예를 회복해 달라는 외침을 아직도 우리는 정치적 논쟁거리로 만들며 그들의 상처를 보다듬어 주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피해자는 나왔으나 가해자는 나오지 않은 부끄러운 현실...법정기념일까지 지정되어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두 개의 정치적 시선...얼마의 시간이 더 흘러야 우리는 광주에 뿌려진 뜨거운 피를 닦아줄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라 말 하지마라. 멀지 않은 이웃의 나라에서도 이와 똑같은 일이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으니 바로 ‘미얀마 군부쿠
지난 40여 년간 일본의 최고액권 지폐인 일만엔권의 초상 인물은 후쿠자와 유키치였다. 일본의 봉건질서를 타파하고 서양문명의 도입을 선도한 후쿠자와 유키치를 일본인들은 지금도 근대화의 아버지로 숭앙한다. ‘하늘은 사람 위의 사람을 만들지 않았고, 사람 아래의 사람을 만들지 않았다’ 그의 저술 '학문의 권장'의 첫 문장이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1870년대에 발표한 이 책이 22만 부가 팔렸다고 주장했다. 인쇄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그 시대에 '학문의 권장'이 실제 그만큼 팔렸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일본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치며 할복자살도 마다하지 않는 사무라이 문화를 향해 통렬한 비판의 포문을 연 것도 그였다. 정부가 국민에게 베푸는 시혜는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책임이므로 국민이 고마워하며 복종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일격을 가한 것도 그였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조선을 평하자면 문자를 아는 야만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조선의 개혁 방법을 논하면서 일본의 선례를 표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무력을 보여주며 그들의 개화와 진보를 독촉했는데도 따르지 않으면 다음에는 채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