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휘휘 돌아칠 때마다 살짝 얼었다 다시 녹아내리기를 반복하며 단내 폴폴 만들어내다 보면 기어이 하얀 분을 뒤집어쓰고 먹음직스럽게 제 모양 뽐내곤 하는 곶감이 있다. 처마 밑에 정갈하게 매달린 채 이제 막 하얀 분 뒤집어쓰기 시작하는 곶감. 밤늦게 학교숙제 하다말고 마루건너 잠 쫓으러 나갔다가 한 알 빼먹고, 마당에서 문득 올려다 본 그 달빛에 취해 또 하나 빼먹고, 아무도 없는 집이 심심해서 또 하나 빼먹다가 기어이 두 알 남은 곶감걸이를 보고 “오늘은 내 기어이 이 곶감귀신을 잡아야겠지?” 라며 찡긋 윙크를 날리시던 아버지가 생각나게 하는 그 곶감. 곶감이 가지런히 담겨져 있다. 설날 선물이라며 전해온 박스 안에 마치, 추억처럼 한 알 한 알 말갛게 웃는 있는 그 곶감들의 미소로 인하여 환하게 피어오르는 지난 이야기들. 한입 베어 물면 입안이 텁텁해지도록 떫고 불편한 맛의 땡감나무만 있었던 어린 날의 우리 집. 간식이 따로 없었던 그 시절, 왜 우리 집엔 단감나무가 없냐고 불만을 털어놓을 때마다 특단의 조치로 엄마는 삭힌 감을 만들어주셨다. 떫은 땡감을 따서 소금물로 하루정도 삭히고 나면 아삭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그 어떤 단감보다도 맛있는 삭힌 감이
생명은 살아있다는 것이고, 살아있다는 것은 고통을 느끼며, 주변과의 열린 관계를 통해 자신을 유지하고 또한 쉬임없이 진화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고통에 대한 감수성과 더불어 자기만의 가치에 닫혀 진화하지 않는 개체나 단체, 사회는 생명을 다한 것이며, 이는 사상과 이념, 가치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현실에서 크고 작은 개선을 통해 기존 체제를 강화하고 안정시킴으로써 사회 발전을 꾀하는 보수와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지향점을 향해 기존 체제의 해체도 마다하지 않으며 진화해가는 진보라는 두 날개는 살아있는 사회를 위해 모두 필요하다. 촛불의 무혈 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와 지난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에 기대했던 진보 인사들은 노동 문제를 포함해 빠른 사회 개혁이 진행되지 않다 보니 실망을 표시한다. 이들은 민주당 주류를 이루고 있는 70-80년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이제 기득권이 되어 사회 개혁보다는 정치 권력 놀음이라는 구태 정치를 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일제 점령 이후 100여년에 걸쳐 형성된 친일 기득권 세력이 만든 사회 구조는 물론, 그런 조직 문화에 길들여진
한국 주요 일간지의 발행부수는 극비였다. ‘어쩌다’ 조선일보 등의 신문발행부수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 주요 일간지들은 지난 수십 년 간 유료부수 조작이라는 ‘사기행각’을 지속해왔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권력과 유착을 넘어 권력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문의 발행부수는 단순한 사세 과시 수단만은 아니다. 이번에 부수 조작사실은 발행부수 인증기관인 ABC협회에 근무하는 직원의 ‘양심선언’으로 드러났다. 문화부의 유가부수 실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ABC협회는 ‘1등 신문’ ‘조선일보’의 유가 부수를 116만 2953부라고 공개했는데, 표본 실사 결과 그 절반 수준인 58만 부에 불과했다. 73만 3254부라고 공개한 '동아'와 19만 2853부라고 공개한 ‘한겨레’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발행부수는 광고단가 산정을 포함한 모든 평가의 선행지표가 되기 때문에 부수 조작은 중대한 범죄행위다. 조중동은 정부광고의 최대 수혜자였다. 최근 3년 간(2017년 5월~2020년 8월) 동아일보가 305억 1200만원, 조선일보가 265억 4700만원, 중앙일보가 173억 7700만원의 정부광고 수입을 올렸다. 일반 기업도 발행부수에 근거하여 광고
1. "어차피 한 두 달이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 일파만파로 충격이 확산되고 있는 LH 땅투기 사건에 대해서, 해당 회사의 직원이 올렸다는 글이다. 이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이 조직의 구성원이 오랜 역사를 통해 체화(體化)시킨 일종의 확신이다. 해방 되기 4년 전인 1941년 ‘조선주택영단’에서 출발했다. 이후 ‘대한주택영단’으로 개명했다가 ‘대한주택공사’, ‘토지금고’, ‘한국토지개발공사’, ‘한국토지공사’ 그리고 2009년부터 현재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하지만 그러한 80여년이 흐르는 동안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이 조직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민간 토지를 수용하고 그것을 건설업체에 불하하거나 직접 주택을 지어 공급하면서, 배후권력인 국토교통부의 힘을 빌린 한국 토건세력의 성층권으로 군림했다. 거래 업체에게는 상상을 초월한 갑질로 유명했다. 선의의 토지 수용자들에게는 일방적 전횡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내·외부 개혁을 실행한 적이 없다. 위법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저 회사 사람들이 이번 사태도 '늘 그래왔듯' 찻잔
안전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방구석1열 모니터엔 드론이 공유해주는 낯설고 설레이는 영상들이 끊임없이 흩어졌다 모아진다 들떠, 끼니도 거른 채 내 무릎 뼈는 상기된 듯 파르르 책상 의자가 마치 이코노믹 좌석처럼 불편하지만 와인 잔에 쏟아 붓던 다양한 불안들을 마신다 허기진 천 리 길, 시큰한 발목으로 찍어놓은 나라 밖 스탬프 남아있는 빈칸들이 긴 탄식을 한다 낯선 곳의 새벽녘 공기를 여닫던 문들이 신기루처럼 떠오르고 영상들은 세계의 아름다운 곳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유혹을 한다 일상의 바람이 벼랑 아래로 매번 고꾸라지고 모국어를 남발하는 불법 체류자처럼 수시로 넘보고 있는 이국의 땅 집 밖은 우한의 바람이 미친 듯 불고 손톱 아래 요거트가 끈적거린다 소비하지 못한 화장품을 치덕치덕 바르고 유리 발판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며 찝찝한 휴일을 보내고 있다 약력 ▶1961년 경북 의성 출생. ▶[월간문학](2017)으로 등단. ▶현 [계간 미네르바] 편집위원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수원시가 군 공항 이전 계획을 포기할 때까지 반대 투쟁을 이어 가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범대위는 지난 5일 임시총회에서 결의문을 통해 “국방부 묵인 아래 수원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군 공항 이전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더는 화성시민을 군 공항 이전을 빙자한 수원 도시재생 사업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면서 수원시의 이전 계획포기와 군공항특별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본보 8일자 8면) 국방부는 2017년 2월 수원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했으나 화성지역 반발로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수원군공항이 수원시 최대 민원 중 하나로 부상하게 된 것은 1990년대 이후 도시팽창과 인구증가 때문이다. 수원시의 인구는 1980년 31만 명이었으나 1990년대 70만~80만 명으로 급증했고 현재 수원시 인구는 120만 명이 넘었다. 기초 지방정부 중에서는 가장 많다. 광역지방정부인 울산시보다 훨씬 많다. 주민들은 비행기 소음문제, 안전문제, 고도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가 크다며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왔다. 수원시는 2014년 3월 국방부에 수원 군공
하나의 왕국을 세우면 왕과 왕비가 있듯이 운동을 왕에 비유하면 영양은 왕비에 비유된다. 그만큼 운동과 영양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운동과 영양 섭취는 근육의 성장, 발달 및 회복과 면역의 향상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하다. 요즘 운동 인구의 저변 확대와 웰빙이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스포츠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엄청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사이클과 마라톤과 같은 장시간 운동으로 인해 근육에서 고갈된 탄수화물과 체내에서 빠져나간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주는 기능성 스포츠 음료와 보디빌더와 역도와 같은 저항성 운동 시 근육의 단백질 합성을 통한 근 비대를 촉진시켜주고 운동 후 손상된 근육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단백질 보충제에 대한 관심이 전문선수와 스포츠 동호인들 사이에서 무엇보다 크다. 즉 스포츠 식품의 섭취는 피로 없이 운동을 지속하거나 근력을 향상시키고 손상된 근육을 회복시키는 등 운동 수행을 전제로 운동 효과를 최대한 얻기 위함이다. 따라서 무엇을 많이 섭취해야 좋은가? 보다는 언제 무엇을 얼마의 양으로 섭취해야 하는가 ? 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단·장기간 고강도 운동 후 근육의 빠른 회복을 위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하여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들을 죽이거나 괴롭혀서 죽음에 이르게 하지 말라. 살아 있는 모든 것 속에 너 자신이 깃들어 살고 있음을 알라. (부처) 자연은 우리를 같은 재료로 같은 목적을 위해 이 세상에 내보냄으로써, 우리를 형제로 만들었다. 자연은 우리 속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불어넣고, 우리를 친구로 만들었다. 또한 자연은 우리에게 정의를 실천하도록 만들었다. 자연은 남을 돕기 위해 우리의 손은 내밀어져 있도록 만들었다. 우리의 하나됨은 수많은 돌로 지은 돔과 같은 것이다. 만약 돌들이 서로에게 기대지 않는다면 돔은 이내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세네카) 나는 인간과의 일체감을 똑똑히 의식하고 느낀다. 또 그러한 일체감은 비록 미약하기는 하지만 동물에게서도 느낀다. 곤춘이나 식물의 경우 그 일체감은 미약해지고, 미시적인 존재와 인간의 감각을 넘어선 초대형 존재에 이르러서는 그 일체감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나에게 그 일체감을 느끼는 감각기관이 없다고 해서, 그것이 일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과의 유대를 느끼는데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너 자신으로부터 제
지난 3월 4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결과에 많은 국민들이 놀랐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 보도가 나경원 후보의 무난한 승리를 반복 보도한 것과 달리, 오세훈 후보가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국민적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경선이 정해져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됐기 때문이었다. 유권자의 이런 선유관념은 누가가 심었을까? 여론조사기관 탓으로 돌려야할까? 아니다. 잘못된 선거 여론조사 보도 관행을 답습하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언론은 나경원 후보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앞섰고, 여성 프리미엄 10%까지 얻어 결과가 뻔할 것이란 확증편향에 매몰돼 있었다. 아집의 결과는 처참 했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언론은 이변이라는 이름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간다. 이변은 언론이 정확한 민심을 전하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이변은 흥미를 낳는다. 약자로 평가 받던 후보가 강자를 꺾은 결과를 흥미롭게만 바라만 볼 수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여론조사 보도가 언론의 신뢰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3월 9일자 일간지들은 윤석열 전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지지도 1위에 올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