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날벼락을 맞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 대한 ‘손실 보상’ 문제를 놓고 여야 정치권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은 인류에게 발상의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과성 조치가 아닌, 효율적인 제도를 구축하는 일에 뜻을 모으는 게 온당할 것이다. 좀처럼 그칠 줄 모르는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절망에 빠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애간장이 녹는 “살려달라”는 애원이 한숨을 부른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을 하는 업체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216%에 달했다.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100%대 중반이었던 부채비율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지난해 2분기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는 중이라는 얘기다. 벼랑 끝에 몰린 영세 자영업자들은 문자 그대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응급환자’나 마찬가지다. 응급환자는 우선 살려놓고 보는 게 순서다. 당장 살려내지 않으면 우리 경제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도 있다. 세기적인 전염병 코로나19는 인류에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삼중수소가 관리 기준을 초과해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놓고 정치 공방이 한창이다. 라디오 아침 방송에서 특정 방송사가 ‘정치적 가짜뉴스’를 내보냈기 때문에 이런 사달이 났다는 발언이 나왔다. 지목을 받은 방송사는 당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어느 정치인의) 발언에 하나하나를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입니다”라며 국민 안전과 관련한 문제제기에 정치인이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냐며 응수했다. 한 쪽은 기준치를 초과한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원전 지하로 방사능 물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것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기에 경위를 무조건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 쪽은 고농도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위험성을 과장한 데다 검출은 일시적인 것으로 발견 즉시 회수해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외부 누출 근거는 없기 때문에 오히려 사실관계를 왜곡・과장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이 ‘멸치 1g’ 내외라는 전문가의 발언을 서로 다른 목적으로 인용하면서 ‘본질’을 운운한다. 일상에서도 삼중수소는 쉽게 검출된다는 언론은 이번 문제제기는 원전 수사에 쏠린 관심을 돌리기 위한 여론
정치와 종교의 잘못된 만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은 정확히 그 연장선에 자리한다. 미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뒤흔든 야만스러운 사건의 배후에서 트럼프는 늘 하던 대로 ‘편 가르기’ 정치를 되풀이했다. 범법자들을 향해 “위대한 애국자”라고 추켜세우며 사회 갈등을 부추겼다. 보다 못한 미국 하원이 제지에 나서 마침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의 이력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에서 두 번이나 탄핵당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가 따라붙게 됐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집권한 저신다 아던을 주목한다. 2017년 10월 서른일곱 살의 나이에 뉴질랜드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이자 최연소 총리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필리핀의 두테르테, 이런 ‘상남자형’ 지도자들이 즐비한 틈새에서 ‘젊은 여성’ 지도자는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울 판. 예상을 깨고 그녀가 국제사회에서 ‘트럼프 해독제’로 부상하게 된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2018년 12월, 20대 영국 여성이 뉴질랜드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던 총리는 즉각 그 여성의 가족에게 사과하는 기
강준만 교수가 경향신문에도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칼럼의 타이틀은 ‘화이부동’으로 화합하되 무리를 짓지 말라는 공자의 말씀이다. 사실 이런저런 연유로 ‘파’를 형성해 무리를 짓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다. 다만 무리를 짓더라도 다름을 인정하고 반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강준만은 문재인 대통령 열성지지자들이 못마땅하다. 자신이 보기에 극단이라고 판단하는 추상적 집단을 혐오하면서 그 자신은 다른 극단이 된 현실은 알고 있을까? 1월 6일자 경향신문 칼럼 《‘어용 언론’을 요구하는 문파들에게》 얘기다. 강준만은 문파들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 문재인 정부를 무조건 지지하는 어용 언론이 될 것을 요구한다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절독’을 위협하거나 ‘기레기’라고 욕하는 게 무슨 유행병처럼 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두 신문은 무조건 문 정권의 편을 드는 ‘어용 언론’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사실인가? 팩트체크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래서 전에는 ‘조선일보 공화국’을 욕했을까? 조선일보 공화국은 해체되었나? 어떤 신문을 구독하든지 절독하든지 그것은 개인의 자유
보통 회사에서는 1년의 마무리를 12월 즈음에 한다. 11월부터 연말 결산을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학교 회계도 2학기가 한창 진행 중인 11월에 마감 요청이 들어온다. 반면에 교사들은 종업식이 끝나야 한 해가 갔다고 느낀다. 종업식 전에 작성해야 할 서류들이 많고 학기가 끝날 때까진 학교 폭력이든 사건 사고든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학교 종업식이 1,2월 중에 있으니 교사의 연말은 1, 2월에 있다. 종업식이 다가오면 두 가지 마음이 든다. 내가 힘들어 하던 아이와 이별하고 새출발 할 수 있으니 좋은 마음 하나, 나와 주파수가 잘 맞던 아이들과 헤어지는 아쉬움 하나. 기쁨이 큰지 아쉬움이 큰지에 따라 1년이 어땠는지 가늠할 수 있다. 보통은 아쉬움이 크지만 가끔 너무 힘들었던 해에는 빠른 이별을 원할 때도 있다. 어찌됐든 시간이 흐르면 헤어질 수 있으니까 열심히 버틴다. 올해의 종업식은 기쁨도 아쉬움도 아닌 쓸쓸함이 가장 컸다. 여러 가지 감정은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서사가 쌓이고 친밀해져야 생기는데 이번엔 도무지 그럴 틈이 없었다. 서로 데면데면하게 지내다가 학년을 올려보내는 경우는 처음이다. 등교하면 내 자리 주변에서 기웃 기웃하면서 대화를 시도하는 아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들어 최대 화두로 등장한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두 전임 대통령이 수감된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면서도 “국민의 공감대가 없는 사면은 국민통합을 해치게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집권 여당의 이낙연 대표가 ‘국민통합’을 내세워 ‘사면 건의’를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상당한 비판이 일자 “당사자의 사과가 전제”라며 한발 물러서야 했고, 차기 대권에 시동을 걸어야 하는 이 대표의 구상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이 대표는 평소 통합의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의 사면론의 진정성을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해석하며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 시의적 적절성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사면의 고유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인한 초유의 탄핵 사태와 촛불혁명은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마음 구석구석에 아직도 치유할 수 없는 상흔이 깊이 패여 있다. 따라서 사면권자나 또는 여당 대표라고 하더라도 매우 신중한 접근이
역사는 일상 속에서 반복된다. 2011년 어느 초여름쯤 서울 한남동에서 술을 마시다가 술상을 엎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적이 있다. 10년이 된 얘기지만 40대 후반의 나이였을 때니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기억하기로는 그 자리에 꽤나 스노비시(snobbish)한 인간들이 모였었는데 건축가 변호사 방송인 패셔니스타 시인 등등이 있었을 것이다. 장소도 한남동 유엔빌리지 근처였다. 비교적 여유가 넘쳐나던 분위기였던 건 불문(不問)이 가지(可知)다. 자연스럽게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이, 무상급식을 놓고 벌인 정치 도박에 대한 얘기가 화제가 됐다. 그중 여자 시인의 말이 화근이 됐다. 그녀가 말했다. “왜 내가 낸 세금으로 강남 집 애들까지도 공짜로 밥을 먹여야 해? 미친 거 아냐?” 술에 취해 제 정신이 없었던 탓에 말을 더듬었고 그런 나 자신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걸 만회한다며 한 짓이 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뛰쳐 나오고 말았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랬어야 옳았다. 제 정신으로 차분하게. “그럼 한줌도 안되는 강남집 애들 공짜로 밥 먹이는 게 겁이 나서, 대다수 없는 애들, 가뜩이나 못먹는 애들까지 다 굶겨?! 꼭 그
하루 종일 산길을 걷다가 희망이 안 보여 나무 그늘에 주저앉았습니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자니 한 무리 새떼들이 내 시선을 끌며 날아갑니다 언감생심, 짐작이 갑니다 희망이 없는 자에게 날개는 하늘 같은 감동입니다 1982년 [한국문학] 시인상으로 등단. 시집 [시간의 사금파리] [적소謫所] [사춘思春] 등등. 최계락문학상, 창릉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6.25전쟁으로 고아가 되어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워싱턴주 시애틀 외곽의 세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아일랜드계 양부모는 미국으로 입양된 후 열병을 앓고 지적장애인이 된 여자아이를 정성껏 키웠고 후에 미혼모가 되어 나은 손자까지 사랑으로 정성껏 돌봤다고 한다. 그 손자인 리처드 용재오닐은 여러 인터뷰에서 그의 조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다.“ 할머니가 10년 간 기사 노릇을 해주셨다. 차로 30분이나 되는 거리, 배로 3시간 걸리는 곳, 나중에는 5시간 거리를 갔다. 80대 나이에도 왕복 200km를 다니며 제가 15살이 될 때까지 10년 간 운전기사 노릇을 하셨다.” 며 넉넉치 않은 가정환경에서도 조부모님은 용재오닐이 대학에 진학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고 사랑한다는 말을 뛰어넘는 행동들을 몸소 보여주셨다고 회고한다. 나는 작년 온라인으로 송년음악회 온라인 공연들을 통해서 그의 연주와 마음에 많은 감동을 받았었고 그 후 그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되면서 위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지만 그를 훌륭히 키워주신 조부모님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2019년 6월 10일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