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얀색으로 변신했다. 뽀드득 뽀드득하는 소리에 어릴적 세배 가는길 추억도 생각난다. 시베리아 한파로 기온은 곤두박질 치며, 땅바닥은 얼었지만 수북히 쌓인 눈은 어찌보면 따뜻하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아내의 걱정어린 당부도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걸음을 도덕산 정상으로 옮긴다. 가는길에 어린아이와 눈싸움을 하는 젊은 아빠가 보이고, 조금 떨어진 곳 엄마는 눈사람을 만드는 듯 눈을 크게 뭉쳐 굴린다. 누구는 눈덮인 산을 보러가고, 누구는 눈으로 놀이삼아 웃으며, 엄동설한 한파 속 즐거움 가득담은 추억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가는길 마다 소복히 쌓여있는 함박눈은 하얀 선녀의 고운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온 천지를 깨끗함과 정갈함으로 새하얗게 물들여 놓은 눈은 필자의 마음을 정화시키며 도덕산으로 발길을 이끄는 마력의 원천이다. 나뭇잎 떨어진 앙상한 가지위에 눈옷을 입은 나무와 겨울 풍경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어느덧 강렬한 추위는 상념 밖에 있다. 도덕산에서 ‘도덕(道德)’은 사회를 구성하면서 인식한 것이 모습으로 드러난다. 사람 서로 간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람이 지켜야하는 준칙을 정해 같이사는 공존의 삶 속에 사람의…
◇인도에서 일고 있는 한국 열풍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를 방문하기 전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양국 교류의 역사는 2000년에 이른다”며 “한반도 고대 왕국인 가야국의 김수로왕과 결혼해 허황후가 된 아유타국 공주에서 시작된 인연은 60여년 전 한국전에 참전한 인도 의료부대까지 이어졌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문대통령을 크게 환대했고, 문대통령이 인도 거주 교포 초청 간담회를 할 때 인도 전통의 ‘카탁’ 무용단을 보내 수로왕과 허황후를 주제로 한 공연을 하도록 했다. 인도 아유타국에서 왔다는 허황후가 2천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15억 인도인과 5천만 한국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인도에서는 한국인 여행자들을 사돈나라에서 왔다고 크게 환대한다는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과거 역사가 후세 세대에 어떤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말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국내 강단 사학계에 오면 아주 달라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방문 1년 전인 2017년 6월 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정과제에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지시했고, 그 일환으로 2019년 12월 3일부터 국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와 실질적인 행정수요, 국가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시·군·구에 행정·재정 운영 및 국가의 지도 감독에 대한 특례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수원시와, 용인시, 고양시, 그리고 경남 창원시 등 인구 100만 명 이상 기초 4개 대도시는 2022년부터 ‘특례시’가 된다. 특례시란 기존 광역지방정부(시·도)와 기초지방정부(시·군·구)의 중간 단계 지방정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해당 도시들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국회통과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100만 명 이상 4개 대도시의 맏형격인 수원시 염태영 시장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기초지방정부의 지위와 권한과 지위를 제도화하는 초석이 될 것” “100만 인구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고 행정수요·국가균형발전·지방소멸위기 등을 고려한 시·군·구 특례조항을 넣어 각자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다양한 행정을 펼칠 수 있게 된 점도 큰 진전”이라며 기뻐했다. 그동안 이들 기초 지방정부들은 매우 불합리한 차별을 받아왔다. 지난 2002년에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고 2020년 말 기준 123만 명을…
지난해 12월 23일에는 중·러 공군기 20여대가 합동 훈련을 하면서 우리방공식별구역 카디즈(KADIZ)와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여러 차례 침범하여 우리 공군이 긴급 출동해야 했다. 또한 일본은 이를 빌미로 독도 영공이 일본 영토라 주장을 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防衛省)은 2021년도 방위예산으로 5조 4,898억 엔을 편성하였다. 이번 일본의 방위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데, 다차원 종합방위력 구축이라는 목표하에 예산이 포함되어 동북아 안보의 위협이 함께한다.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 신행정부는 안보팀 주요 인선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귀환(America is back)을 선언하고, 동맹을 거부하지 않고 적들을 대면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을 강화하여 중국을 견제하고, 국제제도에 복귀하여 다시금 중국이 아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 형성을 위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대외정책 기조를 볼 때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당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전통적 미국의 역할로 회귀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대외정책은 첫
죽음의 순간에 전 생애를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 지구 반대편 나라의 가수, 칠레의 빅토르 하라(1932- 1973) 이야기를 하려한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월드뮤직을 접하기 전 먼 바람을 타고 전설처럼 흘러 내 귀를 스쳐갔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 청춘을 보냈는데, 우리처럼 군부독재탄압에 신음하던 칠레에 민중가수 김민기같은 존재가 있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20여년 전 체 게바라 열풍이 불어 거리에 그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젊은이들이 넘치던 때, 어느 술자리에서인가 ‘칠레에도 체 게바라같은 대단한 존재가 있는데.....’는 말이 오갔던 기억이 있다. 월드뮤직에 빠지면서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접했고 노래를 찾아 듣던 중 유독 가슴에 꽂히는 곡을 만났다. ‘Manifesto’(선언). 감미로운 기타 전주 후에 나오는 미성의 달콤한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저변을 흐르는 슬픔. 회환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내가 노래하는 것은 목소리가 좋아서, 노래하기 좋아서가 아니지/내 기타도 이성과 감정이 있기 때문이야/내 기차는 대지의 심장과 비둘기의 날개를 갖고 있어/마치 성수와 같이 기쁨과 슬픔을 축복하지(중략)내 기타는 돈 많은 자들의 기타가 아니야/내
빨간 방울토마토는 꼭지가 꽃이다 꼭지가 별이다 바구니를 들고 별들에게서 동그란 위성 똑똑 딴다 별은 원래 방향이 없다 동그란 것들은 방향이 없어 굴러가는 쪽을 방향으로 제멋대로 굴러가면 된다 어디까지 가 볼까 동쪽으로 멀어질까 서쪽으로 다가갈까 엉뚱한 방향으로 부딪치다 튕겨져 나간다 빨간 위성을 가르면 별의 씨앗이란 너무 부드럽다 빨간 방울토마토를 먹는 동안에는 내 입속에 아무런 방향도 없다 이때 말들을 저장해 놓으면 좋겠다 방울토마토가 멈췄다 한순간 아슬한 난간 위 떨어질까 말까 한 마음이 한 마음을 붙들고 있다 저자 약력 대전일보 신춘문예당선, 시집 [시간이 머무른 곳], [덤불설계도] 외 유심신인상, 천강문학상, 한올문학상 국전 우수상(서양화 비구상) 현재 : 삼정문학관 관장, 한국미술협회이사
어떤 주인이 모든 걸 다 준비해주고 누군가에게 일을 맡겼다. 그런데 정작 상대는 딴 맘을 먹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애초에는 신뢰할 만하니 그랬을 텐데 말이다. 과연 그 끝은 어찌 될까? 예수가 들려준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포도농사를 위해 직접 울타리도 세우고 즙 짜는 틀도 만들어놓고 망대까지 세웠다. 이렇게 일일이 다 챙겨 주는 주인은 없었다. 그는 마을의 어떤 이들에게 세를 받기로 하고 여행길을 떠났다. 이제는 수확철이겠거니 하고 세를 거두려 자기 수하를 보냈다. 주인없다고 어느새 주인 행세를 하던 자들이 주인이 보낸 이를 실컷 때리고 빈손으로 보내버렸다.” 뭔가 잘못 알아보고 그랬지, 하고 주인은 다른 자기 하인을 이곳으로 보냈더니 머리를 거의 박살내다시피 하고 능욕까지 했다. 상황이 좀 이상하긴 했으나 그래도 혹시, 하고 또 사람을 보냈단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예 죽여버리기까지 했다. “내 아들을 보내면 다르게 대하겠지.” 오산이었다. 상대가 얼마나 악한 지 미처 알지 못했던 거다. 아들이 오자 “이 자는 상속자다. 해치우면 이 포도원은 모두 우리 차지가 된다.” 그리고는 그 시신(屍身)을 밖에 버렸다. 너무나 무서운 사태가 벌어졌다. 어느…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20일 출범한다. 의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바이든 대통령이지만 시작 전부터 숱한 도전을 받으며 앞길은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두달이 넘도록 계속돼온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불복이 급기야 의사당 난입 사태로 비화되며 미국 민주주의 역사가 송두리째 휘청거리고 있다. 트럼프는 하원에서 두 차례나 탄핵을 받은 최초의 대통령이 됐고, 취임식을 앞둔 워싱턴은 제2의 폭력사태에 대비한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자인 46대 대통령 바이든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 이후 152년 만이라고 한다. 미국은 후임 대통령과 퇴임하는 대통령이 평화적 정권 이양의 상징으로 취임식을 위해 함께 의사당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그 전통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의 취임식 불참은 미국의 현주소를 압축하고 있다. 미국은 신대륙에서 나라를 세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모든 문화·인종이 용광로(melting pot)에 녹여져 하나가 된 힘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 중심의 평화적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