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회는 교육부의 권한 중 교육의 중장기 비전 및 국가교육과정 수립권한을 국가교육위로 이관한 국가교육위법을 통과시켰다. 국가교육위는 준비기간 1년을 거쳐 내년 7월 공식 출범한다. 국가교육위의 으뜸 역할은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협의를 활성화해서 중장기 교육비전과 정책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을 높이는 데 있다. 신설될 국가교육위가 과연 약속만큼 독립성과 전문성, 실효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입법 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가교육위 구성에서 정부여당 몫이 과반수다. 위원 임기가 대통령 임기보다 짧은 3년에 지나지 않고 연임까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국가교육위가 과연 초정권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위원장 외에 상임위원은 2인에 지나지 않는다. 무려 18명의 비상임위원을 포함해서 총 21명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가 과연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1인당 5분씩만 발언해도 2시간이 후딱 지나기 때문이다. 셋째, 통상적인 방식에 따라 사무처가 구성될 경우 업무수행에 필요한 고도의 전문성과 책무성이 제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승진을 노리는 일반직 공무원이 전국
현재 우리나라는 도시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자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행정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주민들이 불이익을 겪고 있다. 특히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인 수원·용인·고양·창원시 등 4개 특례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최근 이들 4개 특례시 시장들은 기본재산액을 ‘대도시’ 기준으로 상향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백군기 용인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허성무 창원시장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면담하고, 사회복지 수혜에 역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례시의 기본재산액을 ‘대도시’ 기준으로 상향 적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4개 도시 시장들은 이런 내용이 담긴 ‘불합리한 복지대상자 선정 기준 개선을 위한 기본재산액 고시 개정 건의서’도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간사, 창원 성산) 의원과 정춘숙(용인을) 의원도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보편적 복지 서비스인 국민기초, 기초연금 등이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불합리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2010년 민선 5기 시장으로 취임했을 때부터 복지대상자 선
조선일보가 큰 잘못을 했다. 이 신문이 자체조사를 통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회부 대구취재본부 이승규 기자는 지난 6월 20일 오후 3시 54분쯤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턴 3인조》 제하의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는 다음날인 21일자 조선일보 A12면에 실렸다. 또 조선닷컴 홈페이지엔 같은 날 오전 5시에 올라갔다. 온라인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일러스트(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삽화)를 덧붙였다. 그림 속 인물은 조국 전 법무장관과 딸 조민씨를 의미했다. 부녀가 성매매와 관련자인 것처럼 묘사했다. 파장은 컸다. 이 문제가 불거진 후 조선닷컴은 이 기자가 과거에 쓴 기사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지난해 2건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연상시킬 수 있는 일러스트를 사용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조국 전 장관과 딸 조민씨는 조선일보와 해당기사를 작성한 기자, 편집책임자를 상대로 각각 5억원씩, 합계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LA조선일보 건은 미국법원에 제소하기 위해 법리검토에 들어갔다. 조선일보의 해명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조국 전 장관에게 보여온 적대적인 보도가 빚은 대형 참사로 보는 독자들
밥 말리 하니 카오산 로드가 떠오른다. 90년대 초반, 배낭여행하던 중에 경유지였던 태국 방콕 공항에서 일부러 빠져나가 찾았던 거리. 300미터 남짓 되는, 길 양쪽에 음식점과 숙소, 기념품점, 술집 등이 어지러운 간판과 함께 즐비한데 그 사이를 오가는 이들은 모두가 여행자다. 생경한 풍경이었다. 공기도 달랐다. 술 없이도 달뜨고 취하게 했다. 뜬금없이 노래가 주술을 걸었나 생각했다. 생각하니 지금도 귀가 뜨겁다. 상점 곳곳에서 나오던 노래. 밥 말리의 노래를, 그것도 같은 노래를, 그것도 하루 종일 틀어대는 곳이 많았다. 노 우먼 노 크라이(No Woman, No Cry). 사랑 노래라고 생각했다. 여름이었고 청춘이었고 여행자였으니까. 한참 후에 알게 됐다. ‘노 우먼 노 크라이’는 밥 말리가 인생의 겨울을 사는 이들을 위로하는 노래였다. 서른여섯에 요절한 밥 말리는 짧은 생애, 노래하는 전사로 살았다. 인권과 자유, 평등을 위해 싸웠다. 그가 살았던 시대, 그를 낳은 환경이 그를 투사로 만들었다. 밥 말리의 고국 자메이카. 북미 카리브해 쿠바 밑에 위치한 이 섬나라는 1494년 콜럼버스의 발길이 닿은 후 쑥대밭이 되었다. 스페인 통치에서 영국 통치로 넘어
예술이란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것이 드러나고, 어렴풋했던 것이 선명해지며, 복잡했던 것이 단순해지고, 우연이었던 것이 필연이 되는 것과 같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작용을 말한다. 진정한 예술가는 언제나 모든 것을 단순화한다. (아미엘) 보통 사람은 생각을 사물에 맞추지만, 예술가는 사물을 자신의 생각에 맞춘다. 보통 사람은 자연을 불변하는 것, 고정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예술가는 자연을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그 위에 자신의 존재를 새긴다. 예술가에 대해서는, 불복종의 세계도 지극히 순종적이 되어 그의 뜻에 따른다. 그는 흙덩이나 돌멩이에 인간성의 옷을 입히고 그것을 이성의 표현으로 탈바꿈시킨다. (에머슨) 경쟁심으로는 어떤 아름다운 것도 만들 수 없고 오만한 마음으로는 어떤 고귀한 것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 (존 러스킨) 진정한 학문과 진정한 예술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내면적인 것으로, 학문과 예술의 봉사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희생으로써 자신의 사명을 수행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외면적인 것으로, 그의 학문과 예술이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학문과 예술은 폐와 심장처럼 서로…
이번 주는 대선과 관련한 슈퍼위크임은 분명하다. 월요일에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직(職)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하더니, 화요일에는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목요일에는 이재명 경기 지사가 출마 선언을 했다. 이런 행사들이 단기간에 줄을 잇고 있어서, 비교적 손쉽게 대선 주자들 간의 특성과 전략을 비교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문과 이재명 지사의 출마 선언문을 비교하자면 이렇다. 먼저 이재명 지사의 출마 선언문에는 경제가 강조됐다. 이 지사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국가 재정력을 확충해 보편복지국가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하면서, 규제 합리화와 미래형 첨단 육성시스템으로 기초·첨단 과학기술 육성을 주장했다. 그런데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단 1번만 언급됐을 뿐이다. 외교 부분에서도 이 지사는 “국익 중심 균형 외교를 통해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새 길을 열겠다”고 말했는데, 이런 발언들을 보면, 2017년 이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대선 때 등장했던 사드 배치 철회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같은 주장을 이번 출마 선언문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기본
‘유소작위’(有所作爲:할 수 있는 일을 나서서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성과를 취득하고 그에 걸맞게 밖으로 영향력을 드러낸다). 지난달 7일 중국의 대입 수능인 가오카오(高考)에서 출제된 논술 제목이다. 2012년 취임한 시진핑 국가 주석의 팽창적 대외전략을 상징하는 단어다. 중국은 1일 공산당(중공) 창당 100주년을 맞았다. 1921년 창당,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중국은 현재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창당 100주년을 전후해 공산당의 업적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전방위에 걸쳐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沒有共産黨, 就沒有新中國)”는 문구는 중국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내년 당 대회에서 3연임을 노리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창당 100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 “외부 세력이 괴롭히면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피가 날 것”“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세계 최강을 향한 ‘중국몽(中國夢)’을 천명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에 놀란 중국 지도부는 우리의 MZ에 해당하는 2030 세대를 상대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애국적 민족주의와 결합시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격화되고 있
- 1898년, 미국 제국의 길로 들어서다 1898년은 우리에게 동학농민전쟁과 청일전쟁 3년 뒤인데 이때 태평양 가로질러 미국은 매우 중요한 전환기를 겪는다. “제국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대단히 중요한 시기가 되는 것이다. 이 당시 쿠바와 필리핀은 스페인 제국의 식민지였다. 1898년은 미국과 스페인 사이의 전쟁이 일어났고 이로써 쿠바와 필리핀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독립? 그런데 그건 말뿐이었고 종주국(宗主國)이 스페인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1898년 2월 15일, 미국의 전함(戰艦) 메인(Maine)호가 쿠바의 하바나 항구에서 의문의 폭발사고를 겪는다. 이는 스페인의 공격이라고 즉각 선언되고 미국의 침공으로 스페인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필리핀 마닐라 항구에서도 미국의 함포사격이 시작되고 스페인은 쿠바, 필리핀 이 두 전선에서 모두 패한다. 이로써 스페인은 몰락하는 제국이 되었다. 메인호 사건은 세월이 한참 흘러 1964년 북 베트남 해안에서 미국의 매독스(Maddox)호가 공격받았다며 베트남 전쟁 개입을 공식화하는 것의 원형이 된다. 허위로 만들어진 사건이 선전포고의 근거가 된 사례였다. 메인호 폭파 조작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