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으로 익숙해진 요즘에 새벽에 일어나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행복이 있다. 어제 보낸 원고가 신문사 인터넷에는 어떤 모습으로 자리했을까 기대에 찬 마음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것도 현대인에게만 허락된 새벽 삶의 방식이다. 동시에 가스 불에 올린 맑은 물이 소르르 끓어오를 즈음에 볶은 보리 주머니와 통 옥수수 알갱이를 텀벙 넣은 후 사르르르 끓어올라 재료의 색상이 물에 퍼지는 모습을 보면서 동시에 그 향을 느껴본다. 새벽에나 가능한 색과 향의 만남이다. 인간에게는 오감이 있으니 시각, 촉각, 후각, 미각, 청각이라 하는데 술을 마실 때 청각이 알지 못해 술잔을 맞대어 짱하고 알려주기로 했단다. 5각 중에 후각이 가장 예민하지만 제일 먼저 마취가 된다고 들었다. 그래서인가 볶은 보리와 옥수수의 향은 주전자에 넣었을 때 잠시 동안만 강하게 올라오는 것 같다. 건배사에 주향천리, 인향만리라 크게 말한다. 이 술의 향기가 천리를 간다면 우리의 아름다운 마음은 10배 더 먼 만리를 간다는 말이다. 술에 마음을 담아 더 멋진 미래를 만들어 내자는 다짐이다. 볶아낸 옥수수와 보리 알갱이의 부드러운 향도 주향처럼, 인향처럼 멀리 퍼진다. 곡물의 향을 느끼
11월 27일은 이소룡 탄생 80주년이다. 이소룡 사후에 있었던 신드롬 현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에도 그를 기리는 행사가 여기저기에서 있었고 그의 탄생 기념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를 기리는 ‘브루스 리 데이(Bruce Lee Day)’ 행사가 있어 왔다. 그동안 그를 모방하는 배우나 그의 영화를 패러디한 영화들이 수없이 양산되었고 할리우드에서도 <드래곤/Dragon> 등의 영화들이 제작되었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에 CCTV는 <이소룡전기> 50부작을 방송한 바 있다. 그간 <브루스 리, 마이 브라더/Bruce Lee my Brother>나 그를 등장시킨 <엽문> 시리즈가 제작되었다. 이러한 영화 제작은 비단 과거의 일로 그치질 않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신간서적이 출간되었다. 일본에서는 그의 화보집이 지금도 계속해서 출판되고 있다. 그와 관련된 책은 인류 사상 가장 많은 종류이며 판매량이다. 그의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도 인기를 끌었다. 중국에는 이소룡낙원(Bruce Lee Paradise)이 지어지고 그의 동상은 여러 곳에 건립되었다. 그중에서도 보스니아 내전 종식과 평화
찬바람 휘휘 돌아치는 겨울이 오면 문득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따뜻해지는 단어가 있다. 따끈따끈한 온기에 언 손 살살 녹아내리는 그 순간의 포근함 같은 ‘아랫목’이라는 단어. 요즘은 보다 발달한 다양한 형태의 난방으로 딱히 아랫목 윗목을 구분하진 않지만 그 옛날 온돌방의 ‘아랫목’이란 아궁이 가까운 쪽의 방바닥을 이르는 말이다. 연탄을 때는 아궁이든 군불 때는 재래식 아궁이든 아궁이 가까운 쪽의 방바닥이 가장 먼저 따뜻해지고 오래도록 식지 않아 추운 겨울이면 가족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겨울이면 더더욱 비중이 높아지는 아랫목의 역할은 참으로 다양했던 것 같다. 밤늦게 귀가하시는 아버지 고봉밥을 담요에 돌돌 말아 이불 밑에 묻어 둔다거나, 감기로 콜록대는 막내 동생 담요 깔아 눕히고 병간호할 때는 특급 병실로 쓰인다거나, 명절 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식혜를 만들기 위해 고두밥에 엿기름 섞어 몇 시간이고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묻어 발효시키는 공간으로도 활용되는 등등. 그 밖에도 수많은 아랫목의 역할 중에 가장 큰 역할은 가족들의 사랑을 거듭 확인하는 ‘사랑의 공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이들이 많았던 우리 집은 겨울이면 특히 한 방에서 옹기종기 잠을 잘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최근 유행하는 노래가사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삶의 질이 언제쯤 좋아질지 인류의 큰 스승에게 묻고 싶은 공감 가는 가사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의 속도감 있는 방역대응은 국제모범사례로 회자되어 K-방역으로 불리며, 국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 성공 배경에는 국민 신뢰와 협력, 의료진의 희생과 더불어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가 크게 뒷받침 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이다. 정부와 공단은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취약계층의 의료비는 대폭 낮추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2017년 8월)하고 2018년부터 MRI ·초음파 및 상급병실 급여화, 선택진료비 폐지 등으로 암 등 중증환자 의료비 부담을 크게 경감했으며, 본인부담 상한제 개선,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등으로 가계파탄 방지 및 노인·아동 등 의료취약계층의 본인 부담률 인하로 환자 본인부담 진료비를 경감하는 등 보장성 강화 정책을 높여나가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환자의 검사비·치료비를 100% 지원(건강보험 80%, 국고 20%)해 경제적 부담 없이…
김유신 비문의 수수께끼 김수로왕은 수수께끼의 인물인데, 그 조상이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기사가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에 있다. “신라인들은 스스로 소호 김천씨(少昊金天氏)의 후손이므로 성을 김씨라고 했다. 김유신의 비문에도 또한 ‘헌원(軒轅)의 후예요, 소호(少昊)의 후손이다’라고 했으니 즉 남가야 시조 수로는 신라와 더불어 같은 성이다(『삼국사기』 「김유신 열전」)” 이 기사에는 김수로왕의 조상이라는 두 임금이 등장한다. 헌원과 소호이다. 헌원은 황제(黃帝) 헌원씨를 뜻하고, 소호는 소호 김천씨를 뜻한다. 황제 헌원씨와 소호 김천씨는 모두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등장하는 고대 군주들이다. 그것도 사마천의 《사기》 첫 대목인 〈오제본기(五帝本紀)〉에 등장하는 군주들이다. 사마천은 중국사의 시작을 다섯 명의 제왕을 뜻하는 오제(五帝)로 설정했는데, 첫 제왕이 황제(黃帝) 헌원씨다. 《사기》의 첫 구절은 “황제는 소전(少典)의 아들이고 성은 공손(公孫)인데 이름은 헌원(軒轅)이다”라는 것이다. 사마천은 중국사가 황제 헌원씨부터 시작한다고 말한 것인데, 〈김유신 비문〉은 김수로왕이 황제 헌원의 후예라는 것이다. 소호 김천씨는 황제의 맏아들이다. 황제는 서릉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가 정가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적극적으로 제안한 이 문제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화답을 하고, 정의당도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신중한 반응이다. 이 문제를 놓고 각 정당 정파들이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오직 위기에 몰린 국민만 바라보면서 숙고하고 논의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이재명 지사는 진작부터 제3차 재난지원금의 지급을 주장하고 나선 상태다. 이 지사는 특히 1차와 2차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비교하며 “3차 재난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사는 선별적으로 현금지원이 이뤄진 2차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이 이뤄진 2분기보다 선별 지원이 이뤄진 3분기 분배지표는 더 악화했으며 소비 진작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3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경제 말단부가 다 썩을 것”이라면서 “소위 골목 경제, 지역경제가 다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
최근 ‘아파트가 어때서’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다. ‘문명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다’라는 부제의 양동신 님의 신간이다. 나는 작가에 대해서도 모르고 그의 책을 읽지는 못했으나 그 제목과 책을 읽은 리뷰 글을 보고 어떤 관점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의 관점에 동의한다. 그동안 통상적으로 선진국 특히 유럽의 주거 문화와 비교하여 한국 아파트의 고층화에 대한 비문명성과 비인간화에 대한 비평 글들이 많아 왔다. 천민자본주의의 욕망의 상징이며 성냥곽 감방이라는 아파트를 빌런화하는 표현들에 익숙하다. 경제성장이 그렇게 초고속으로 진행되지 않았으면 서울은 녹색 공간이 많고 주택은 유럽처럼 단독이나 저층으로 ‘우아한’ 랜드스케이프를 이루었을지도 모른다고 독재 개발 역사에 아쉬워하는 문명인(?)들도 있다. 한강변을 보면 유럽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운치라곤 하나도 없다. 참으로 그러하다. 그러나, 이 아파트들은 한국의 초고속 성장의 결과이기도 하나 동력이 된 측면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다. 적은 공간에 많은 우수(?) 인력의 집단 거주를 가능하게 한 건축 양식이며, 무엇보다도 빠른 시간에 시공가능하고 이웃 간 이동도 초스피드로 이루어지게 한다. 무엇보다도 에너지 소비
“백신을 찾을 때까지는 이 혼돈에 맞설 최고의 백신은 식량이다” 올해 노벨평화상 주인공인 유엔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 WFP)의 구호다. 식량은 생존의 필수품이며,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에 건강을 지탱해주는 원초적인 안전판이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기아 팬데믹’에 대한 경고음이 들린다. 국제 곡물 시장에서 밀과 콩, 옥수수 등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 차질에다 코로나 여파로 물류난까지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6개월 사이에 콩.밀.옥수수 등이 20~40% 가까이 올랐고,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집계하는 유엔곡물가격지수도 2년여만에 최고치를 보였다고 한다. 올해는 지구촌 곳곳에서 초대형산불을 비롯해 가뭄.폭우.태풍.한파 등 유례없는 재앙들이 속출했다. 세계 식량 수입 2위인 중국 같은 경우는 양쯔강 유역의 홍수로 농경지가 초토화했다. 이같은 생산 차질에다, 인구가 집중돼 있는 북반부가 추운 계절로 접어들면서 더욱 위세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로 모든 일상이 멈춰질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 위협으로 식량을 생산할 노동자를 구하기 어렵고, 그나마 있는 곡물을 이송하려해도 국가간.지역간 봉쇄 조치 등으
코로나 이후 세대는 새로운 여건에서 새로운 사고를 하며 살 것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변화가 있다. 사회적 경제조직이 해야 할 새로운 역할들 역시 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뿐 아니라 기후변화 같은 전지구적 위기는 여러 사회경제적 기회를 낳는다. 새롭게 오는 시대를 새로운 눈으로 봐야 한다. 코로나로 사회안전망이 뻥 뚤렸으니 세계의 시민들은 세금의 사용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보장이 약한 나라의 시민들은 나라가 돕지 않으면 전쟁터에서 죽듯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내가 낸 세금으로 기본소득을 달라는 인식이 커져간다. 만일 기본수당을 받아야 할 취약인구가 많아진다면 그만큼 사회적 경제조직이나 시민단체, 비영리기구와 공익조직들이 할 일은 많아진다. 정부는 시민이 낸 세금을 그곳에 투여해야 할 것이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공공시장은 그만큼 많아진다. 모든 일을 공무원들이 다 할 수 없으니, 행정은 민간의 봉사, 용역을 하는 파트너를 늘일 수밖에 없다. 세금으로 일 없는 시민이 공익적인 근로를 할 수 있도록 고용도 해야 하고, 세금으로 다 할 수 없으니 민간에게 노동을 나눠 맡기고 생계를 사회적인 차원에서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