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경제전문 통신사 블룸버그가 한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로 꼽았다. 블룸버그는 ‘2021 혁신지수(Bloomberg Innovation Index)’를 산정한 결과 한국이 지난해 2위였으나 한 계단 상승하여 1위를 탈환했고, 블룸버그 혁신지수가 발표된 9년 동안 우리나라는 7번 1위를 차지했었다 보도하며 대한민국의 혁신성을 극찬했다. 미래사회의 핵심 동력은 무엇일까? 당연히 혁신성과 창의성이라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 하지 않는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피터드러커(Peter Drucker) 교수는 혁신에 대해 “참신한 생각(bright idea)도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만 기대는 것은 잭팟을 노리며 슬롯머신에 머무는 도박꾼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혁신은 고되고 지속적인 노동에 가깝다.”라고 말하며 혁신을 위해 고되고 지속된 노력을 멈추지 말 것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물적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국가 경제성장을 견인한 원동력은 인적자원(human resources)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고급 인적자원의 개발에 대해 투자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적자
동네 주변에 광려천이란 아담한 자연하천이 있다. 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사시사철 흐르고, 천연기념물 수달과 따오기도 사는 하천으로 주민들에겐 귀한 쉼터이다. 도시 주변의 자연하천이 대개 그렇듯이 생활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버려진 쓰레기가 눈에 거슬려 4년 전부터 산책할 때마다 마대자루에 집게로 줍기 시작했다. 재미삼아 이 짓을 300회 가까이 하게 되니 환경에 관심있는 주민들이 하나둘 만났고.. 급기야 ‘줍다’와 ‘조깅’을 합해 ‘줍깅’을 같이 해보자며 ‘광려천을 걸으며 줍는 사람들’이란 모임까지 생겼다. 그러나 줍깅을 반복해도 쓰레기는 재생산 될 뿐 결코 없어지진 않았다. “어떻게 하면 광려천에서 쓰레기를 없앨 수 있을까?” 어디 환경문제 뿐이랴. 세상일도 비슷할 터. 촛불혁명을 디딤돌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에게 사람들이 원한 것은 ‘적폐청산!’, 대한민국의 묵은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것이었다. 재벌과 검찰, 사법부, 언론 등의 기득권집단들에 맞서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간절한 바램은 눈앞에서 검찰의 벽에 막히고, 사법부의 노골적인 비호에 꺾여 나갔다.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의 공사를 수주해 최악의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킨 박덕
“봤지?” “뭐?” “안 보여? 눈을 살짝 감고 다시 봐봐.” “아, 보여, 새싹이네.” “그래, 새싹이야. 눈부신 건 눈을 살짝 감고 봐야 잘 보여. 온다고 했잖아.”
순이는 우리나라 남쪽 해안가 끝 마을 어디쯤에서 20세기 끝 무렵 태어났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가리봉동 염색공장에 다녔다. 순이는 하루 16시간을 일했다. 염색약 냄새가 코를 헐게 했다. 걸핏하면 코피가 터졌고 졸음을 쫓기 위해 타이밍 약을 먹었다. 그래도 순이는 행복했다. 월급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월급의 반은 고향에 부치고, 방세내고 나면 남는 돈은 쥐꼬리만 했다. 그 돈으로 영화도 한번보고 푼돈이라도 야금야금 모으기 시작했다. 설날이 다가왔다. 순이는 가리봉시장에 가서 엄마의 외투를 사고, 남동생이 좋아할 운동화와 운동복도 사고, 어린 여동생을 위해 카세트도 샀다. 아버지에게 드릴 용돈은 천 원짜리 새 돈으로 바꿔 놓았다. 설날 하루 전 순이는 공장 정문 앞에서 봉고차를 타고 귀향길에 올랐다. 귀향 차표를 구할 수 없어 봉고차를 타고 가기로 한 것이었다. 고향으로 가는 고속도로는 너무나 막혔다. 순이는 화장실이 급해졌다. 어느 덧 봉고차가 천안을 지나고 있었다. 휴게소에 차가 멈췄고 순이는 급히 차에서 내렸다. 다른 사람들도 어지간히 화장실이 급했던 모양이다. 모두 후다닥 차에서 내렸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돌아와 보니 봉고차가 보이지…
현행 정치자금법제 아래서 경제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18세 이상 유권자는 아예 세제지원혜택에서 배제된다. 청소년, 대학생, 전업주부, 노인, 실업자 등 1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저소득층 유권자의 경우 10만원까지는 전액세액공제를 받아 정치후원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후원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소득하위 50%는 정치후원금의 2%를 냈을 뿐이다. 거의 1000만 명이 이 범주에 해당한다. 4400만 유권자 중 2500만 이상을 정치후원의 세계에서 배제해온 작금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건 심각한 차별행위이자 중대한 위헌사태다. 1인1표 유권자들이 국고지원 정치후원법제를 통해서도 동일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요체는 다음과 같다. 첫째, 4400만 유권자 모두에게 국고지원을 받아 정치후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 이래야만 지금까지 원천 배제됐던 저소득층, 전업주부, 청소년, 노인, 실업자 등이 제몫의 목소리와 영향력을 찾을 수 있다. 둘째, 유권자 1인당 정치후원액수는 대폭 줄여야 한다. 지금의 연간 10만원을 연간 1만원(선거가 있는 해에는 2만원)으로 줄이면 된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가 다가왔다. 상가와 거리가 북적이고 고향가는 마음으로 들떠야 하지만 올해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마음은 무겁고 지갑은 얇다. 코로나가 힘든 것은 맞지만 진짜 국민을 더 우울하게 하는 것은 ‘딴 세상’에 사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다. 오는 4월7일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많은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누가 적임자인지, 비전이나 공약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검증할 길도 시간도 별로 없다. 진보·보수 진영에서 각각 단일 후보를 내면 그것으로 투표하라고 한다. 성 추행 등 도덕성이 문제가 돼, 693억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선거에서 당만 보고 찍으라고 한다. 도덕성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는 어떤가. 대법원장은 거짓말 파동에 휩싸였고, 사법농단에 연루돼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현직 부장 판사는 대법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녹취해 폭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치권과 검찰에 사법부까지 어떻게 이 지경이 됐나. 자영업자들은 영업 제한 때문에 피눈물을 흘린지 오래다. 코로나로 인해 일감이 줄어들면서 관급공사에 목을 매야 하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에게 공무원의 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는
대한민국의 헌법은 만인의 평등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누구도 특권을 누리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특권이 있다. 헌법이 명시한 평등의 원칙과 모순된 특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그 특권이 한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과 국제적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에서 주어진 법률적 특권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되어서 안 된다. 하물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법률에 주어지지도 않은 특권을 누리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특권을 누리는 여러 ‘특권층’이 있다. 법조계는 법률에 명시된 특권과 명시되지 않은 특권을 모두 누리는 대표적인 특권층의 하나다.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의해 법률적 대리행위를 할 수 있는 배타적 특권을 누리고, 검사는 죄를 물을지 말지를 판단하는 독점적 기소권리를 지니며, 판사는 죄의 유무와 경중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 사회적 존경과 경제적 보상을 누리고 정년이 없는 자격증도 주어진다. 이런 이중의 특권은 그들이 진실과 정의라는 공익을 위해서 공평무사하게 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최근 들어 우리 국민은 검찰과
“우리 삶을 구성하고 단연코 나를 반짝이게 만드는, 영원히 반짝일 모래알들, 시간이 흘러도 우리는 사람들과 살아가고 또 사랑을 할 것이다. 언제 힘들었냐는 듯이.” 10년 전에 타계한 박완서 작가가 남긴 글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1년 내내 뭔가 모를 상실감과 불안감에 시달리며 살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생활패턴이 바꿨다. 변화된 일상에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해졌다. 바깥 외출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답답함, 몸에 미세한 변화에도 혹시나 코로나가 아닐까하는 마음이 날 무기력하게 만든다. 누굴 만나는 것도 서로가 꺼린다. 이런 감정을 ‘코로나 블루’라고 하는가 보다. 코로나 우울이다. 친구들도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우울증이 오는 듯 걱정한다. 생존에 대한 위험신호다. 그렇다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세상에 미아(迷兒)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나의 존재를 잃을순 없어 “언제 힘들었냐.”고 털털 털고 일어서는 날이 빨리 오길 기다린다. 백신을 기다리는 이유다. 이스라엘은 60대 이상 노인층 80%가 백신접종을 이미 마쳤다는 외신이다. 부럽다. 감정을 많은 이들은 색(色)이나 소리, 언어로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코로나로 인한 정신적 증세를 우울감을 뜻하는…
우리 집 냉장고 문짝에 그런 문구가 붙어 있다. ‘탁월해 질 때까지 끝없이 연습하세요.’ 이 문구를 가져다 붙인 사람은 지금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이다.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가을 무렵이었다. 학교 과제 표어로 여러 장을 만든 것인데 다른 표어들은 소리없이 사라졌고 이 표어만 살아남아 냉장고에 붙어 있다. 이 고리타분한 말이 우리 집 냉장고에 붙은 뒤로 변화가 생겼다. 아들의 꿈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도 막연하게 축구선수 되겠다고 해서 축구클럽에 다녔다. 일주일에 두 번이나 세 번 정도. 그랬는데 저 탁월한 격문이 우리 집 냉장고에 붙은 뒤로 아들의 행동이 달라졌다. 일주일에 두 차례나 세 차례 가던 훈련을 매일 가는 걸로 바꾸었다. 나나 아내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그리하겠다 해서 그리 하라고 했다. 다른 학원을 일체 다니지 않는 데다가 몸 쓰는 일이라 오히려 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초등학교 시절 동네 아이들과 뭘 하고 놀지, 맛있는 걸 뭘 먹을 지에만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딱히 정한 꿈도 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산과 들, 강으로 놀러 다녔고 주머니에 용돈이 생기면 만화방에 가는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