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는 마당에 있는 사람이 방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내부에 있는 사람과 소통이 가능하고, 내부 있는 사람 역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마루에 걸터앉아 주변 자연을 감상하거나 마당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명륜당에서 공부를 하던 유생들이 자주 명륜당 마루에 앉아 시원한 바람과 숲에서 풍겨오는 싱그러운 냄새를 맡으며 머리를 식히기도 했을 것이며, 자연을 벗 삼아 책 속에 빠져 들기도 했을 공간이다. 또한 사방으로 마루가 연결되어 있으니 이동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동선이다. 틀 안에 가두지 않고 사방으로 확장될 수 있는, 서원의 어느 공간과도 소통이 원활한 곳이 이 명륜당이다. 이 연결성을 중심으로 명륜당을 본다면 정문에서 접근하는 축으로서는 남쪽이 정면이 되고, 사당을 연결하는 정신적인 측면으로는 서쪽이 정면이 된다. 또한 유생들의 연결성, 즉 기능적인 부분으로 접근했을 때는 북쪽을 정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명륜당으로 오르는 계단이 없는 서쪽을 건물의 후면으로 봤을 때 공간적 측면에서는 동쪽이 정면이 된다. 1543년,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에 지어진 이 명륜당은 보물 1403호로 지정되어 있다. 명륜당 북쪽…
“쥐의 배는 공포로 헐떡거렸다. 비거가 한발짝 다가가자 쥐는 새까만 구슬 같은 눈을 반짝이며 작은 앞발로 허공을 초조하게 할퀴어댔다. 그리고 대들 듯이 길고 가는 소리를 냈다. 버거는 프라이팬을 던졌다.” 매우 큰 놈이었다. 조그만 생쥐를 일컫는 마우스가 아니라 랫(rat)이다. 쓰레기든 뭐든 닥치는 대로 먹고 몸집이 커졌단다. 이 흉물을 잡은 비거(Bigger)는 이름대로 덩치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면 뭘 하나? 그의 집은 그런 쥐가 살기 딱 좋게 쓰레기통이나 다름없다. 프라이팬에 으깨진 쥐의 운명은 비거의 운명과 닮았다는 걸 아직은 모른다. 조만간 그도 그렇게 때려잡힐 운명이 된다. 리차드 라이트의 소설 ‘미국의 아들(Native Son)’의 첫 장에 나오는 장면이다. 인종주의와 결합된 흑인 빈민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쓴 리차드 라이트는 이 작품의 서두에, 이해할 수 없는 고난에 처한 성서의 인물 욥 이야기를 담은 ‘욥기’의 한 대목을 옮겨 놓는다. “오늘 또 이 억울한 마음 털어놓지 않을 수 없고 육중한 손에 눌려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겠구나” 누구도 들어주지 않은 고난. 그래서 쏟아내는 통곡이다. 마틴 루터 킹이 “나에게 꿈이 있다”고 외쳤을 때 말
경기도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인 ‘경기도 2차 재난기본소득’이 오늘(1일)부터 모든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지급되기 시작했다. 설 명절 전에 지급해야 한다는 상인 등 도민들의 요구에 따라 도민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는 것이다. 지난 11일 경기도의회는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이에 화답해 이재명 지사도 20일 전 도민에게 10만원 씩 지급하는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침을 확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한 일각에서 방역상황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해 지급시기를 미뤘다. 이지사가 ‘설 전 지급’으로 마음을 굳힌 것은 아무래도 경기도 상인연합회 회원들의 절절한 호소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지난 27일 경기도상인연합회가 경기도의회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충환 경기도상인연합회장을 비롯해 도내 31개 시·군 각 상인회장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 회장은 “눈물로 직원들을 보내고 버티기 위해 대출을 받아 가며 견디고 있는 우리 상인들을 살려 달라”며 “설 대목에 회생하지 못하면 생업을 끊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절박하다”고 호소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졌던 지난해 도내 자영업자는 4만5천여 명이나 줄
벤치에 그늘이 앉아 있다 나는 그 그늘에 앉는다 특별한 그늘, 그러나 시한부 그늘, 창대했던 그 그늘 속에서 그리운 거 하나 없었는데, 그늘은 점점 햇빛을 제 몸에 들이고 있다 그늘과 햇빛이 만드는 저, 무지개. ▶ 서울 출생. 숙명여대 졸업. 1993년 등단. ▶ 시집 [안단테 자동차] 외 6권. 산문집 [잠시 또는 영원의 생각] ▶ 한국시문학상, 천상병시상, 숙명문학상 등 ▶ 숙명여대 문학인회 회장 역임. 한국기독교문인협회 부회장.
한의원에서 화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다 보니 많은 인생역정을 만난다. 그 많은 만남 중에 수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분이 있다. 내원당시 77세였던 그녀는 10년전에 이혼을 했다. 사연인즉 평생 열심히 돈을 벌었고 꼬마빌딩도 사고 제법 재산을 모았는데 평생 일 안하고 속썩이던 남편이 어느 순간 잘해주고 해서 잘 지내게 되었다 한다. 그 즈음 남편이 건물을 자기명의로 해달라고 해서 그래도 아이들 아버지인데 하는 생각에 그녀는 그렇게 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편이 이혼하자고 했고 알고보니 그가 건물도 팔고 재산을 많이 빼돌려 놓아 이혼하고 나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한다. 남편을 바보같이 믿었다고 자책하며 많이 아팠는데 설상가상으로 뇌경색이 왔다. 15년전 이미 요통으로 수술을 3번 한 그녀는 3년전에는 자다가 넘어져서 어깨가 골절되어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하였고 그 즈음부터 양쪽 4번째 발가락이 아프기 시작 했다. 치료로 아픈 발가락을 긁어내는 수술을 했는데도 여전하였고 약물치료를 시작하였는데 1년동안 복용 후 아픈통증이 크게 변화가 없자 그 병원에서 추천한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 후 또 1년 가량 약을 복용하였는데 신장기능이 11퍼센트밖에 남지
◇아유타국은 일연의 창작인가? 허왕후의 고국이 어디인지는 지금껏 숱한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허왕후의 출자국(出自國)이라는 아유타국(阿踰陁國)이 과연 인도인가 하는 점이다. 북한 학자 김석형은 《초기조일관계사연구》에서 허왕후가 아유타국에서 왔다는 것은 승려들이 윤색한 것이고 실제는 큐슈에 있던 가야의 분국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삼국유사》를 편찬한 인물이 승려인 일연인 것은 사실이다. 또한 《삼국유사》에 불교 관련 내용이 많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삼국유사》 〈가락국기〉를 승려들이 윤색했다고 주장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일연은 《삼국유사》의 모든 기록을 출전 근거를 가지고 서술했다. 순도(順道)가 고구려에 불법을 전한 내용을 기록한 《삼국유사》 〈흥법(興法)〉 ‘순도조려(順道肇麗)’에서 “순도 다음에 법심(法深)·의연(義淵)·담엄(曇嚴) 등이 서로 뒤를 이어 고구려에 불교를 일으켰다”고 쓰고서는 “그러나 고전(古傳)에는 기록이 없으므로 감히 여기에 순서에 넣어 편찬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 전진(前秦) 국왕 부견(符堅)이 순도를 보내 고구려에 불교를 전한 후에도 법심·의
‘중도입국청소년’이란 용어가 우리사회에서 회자되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용어에 대해 시민들은 익숙하지 않으며 누구를 지칭하는 말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의 기준에 의하면 부모의 국적에 따라 부·모 중 한명이 외국인일 경우 중도입국자녀, 부모 모두 외국인일 경우 외국인가정 자녀로 분류된다. 그러나 ‘중도입국’ 대한 광의의 개념으로 적용해 볼 때, 국내 출생이 아닌 자녀가 본국에서 생활하다가 '학령기 중도'에 한국으로 입국한 경우에 중도입국청소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중도입국청소년은 국제결혼 이후 본국의 자녀를 한국으로 초청해온 중도입국청소년이 가장 많으며, 조선족 고려인과 같은 재외동포의 국내 이주로 인해 동반하거나 시간차 입국하는 청소년도 증가하고 있고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난민의 자녀들 역시 이에 해당된다. 중도입국청소년들은 입국연령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한국에서 출생한 다문화가정청소년과는 달리 한국어 소통이 어렵고 문화적 정체성이 매우 상이하기 때문에 한국사회로의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577명의 중도입국청소년을 대상(재학 404명, 비재학 173명)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가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었다. 첫 여성 부통령도 나왔다. 이번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식은 지난 2백년 동안 지속된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오바마의 말이었다. 이어 부시가 입을 열었다. “우리 세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한 자리에 서서 평화적 정권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자체가 바로 그런 전통의 제도화가 존재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자 클린턴이 조금 길게 마무리한다. “정말 이례적인 사태였다.(트럼프 추종자들의 의회점령사건을 의미.) 우리 모두는 미국이 ‘정상’(normalcy)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도대체가 전적으로 비정상적인 도전이었다. 정상회복이 된 것은 이걸 잘 다룬 결과가 아니겠는가? 정말 짜릿할 정도로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전직 대통령들의 합창, 평화적 정권교체 오바마, 부시 그리고 클린턴 세 전직 대통령이 취임식 다음날인 지난 1월 21일 저녁 워싱턴 국립묘지 앞에 함께 서서 바이든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의 한 대목이었다. 트럼프 시기에 경험한 미국의 분열을 넘어 건국 이래 오랫동안 유지했던 민주주의의 전통이 미국의 정상상태를 지켜준다는 논조였다. 바이든이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