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신문들이 있어 풀뿌리 민주주의를 떠받친다. 영국에는 1000개 가까운 지역신문이 있는데, 케임브리지를 예로 들면 최대부수 신문은 전국지인 가디언과 더타임스가 아니라 케임브리지뉴스다. 유럽과 미국의 일류 신문들도 지역신문으로 출발한 데가 많다.세계 진보신문을 대표하는 가디언의 제호는 원래 ‘맨체스터 가디언’이었다. 산업혁명의 진원지 중 하나인 맨체스터의 수호자라는창간 의지가 들어있다. 가디언은 지역신문으로 출발했지만 런던의 주류 보수신문에 맞서 진보의제들을 힘있게 밀고 나갔고 런던에도 진출해 세계적 권위지가 됐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도 도시의 지역지로 출발해 권위지가 됐다. 여전히 지역밀착형 기사도 많이 내보내는데, 워싱턴포스트의 경우워싱턴DC는 물론, 인근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주의 뉴스를 모두 별도로 편집해 보도한다. 자치 선거 등 지역정치에서, 행사나 동호인회 소식, 슈퍼마켓 할인판매나 일자리 정보, 경조사까지 뉴스로 다루니 안 보면 손해다. 세계 일류 신문의 역사와 오늘날 위상을 살펴보면 지역지가 영향력을 키우는 방법이 드러나지만 우리 지역신문들은 딴 길을 걸었다. 서울에 있는 중앙지는 지역기사를 구색용으로 내보내는
그 옛날 부처께서 길을 가다가 어느 곳을 가리켜 절을 짓고 싶다 하니 거기에 풀 한 포기 꽂으며 절을 다 지어놓았다고 응수한 이도 있었다는데 하기야 절이 어디 따로 있는 것인가 마음 안에 절이 있으면 수시로 그 절을 드나들며 불공을 드릴 수 있는 것이요 마음 밖에서는 절뿐만이 아니라 어떤 화려한 집도 집이 아닌 것이니 <약력> 서울 출생.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시와 시학]을 통해 시인 등단. 시집 『오두막집에 램프를 켜고』 『그대 아직 사랑할 수 있으리』 『바다로 간 진흙소』 『저 너머』, 평론집 『몽상 속의 산책을 위한 시학』 『무명화를 위한 변명』 등이 있음. 현 재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새해 들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뜨거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이슈가 있다. 바로 환경 문제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야생동물 생태계 파괴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받더니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한 쓰레기 재활용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기존 계획보다 5년 앞선 2030년부터 모든 내연기관 차량의 신규 판매를 금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친환경, 공정경쟁,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강조하는 ESG(Environment, Society, Governance)가 새해 기업들의 주요 경영 화두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새롭게 들어선 바이든 정부는 취임 일성으로 파리기후협정 복귀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2050년까지 탄소 배출과 제거의 총량이 ‘제로’에 수렴하는 이른바, ‘탄소 중립 사회’를 목표로 하는 ‘그린뉴딜기본법’을 발의한 바 있다. 문제는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다. 기후변화는 아픈 병을 고치거나 고장 난 시계를 수리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는 물론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도 해결이 어려운 복잡한 문제다. 지금까지 글로벌 차원의 수많은 논의와 약속들이…
문재인정부는 언론에 대해 말을 아낀다. 말만 아끼는 것이 아니라 실제 별다른 언론 정책 없이 집권 5년 차를 맞고 있다.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이 마무리되고 있어 이어 언론개혁 논의도 본격화될 거라는 기대가 많다. 지금 상황에서 시급한 일은 MB정권 이후 망가진 우리 언론시장을 정상화하는 일이다. MB정권은 2008년 광우병 사태를 겪으며 한국언론 전반에 수구DNA를 확실하게 심었다. 방송은 장악하고, 보수 신문에는 선물을 안기고 소셜미디어로 진화하던 인터넷에는 재갈을 물렸다. 먼저 MBC, KBS라는 공영방송을 무력화시킨다. 진보적 노조원을 길거리로 내몰고 낙하산 사장 투입을 통해서였다. 국세청에서 검찰까지 모든 국가기관을 동원했던 KBS 정연주 사장해임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어 신뢰성과 영향력 저하로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있던 조중동매(조선 중앙 동아 매경)에는 ‘불법적인’ 방송법개정을 통해 종합편성채널을 선물했다.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하며 대안미디어로 진화한 인터넷도 ‘접수’한다. 세무조사와 ‘미네르바 구속’ 등 겁박을 통해 포털사이트와 다음 아고라를 사실상 봉쇄했다. 인터넷 공론장이 무력화하자 이후 소위 일베류와 극우 ‘개소리 채널’이 독버
최근 ‘한국 다음세대 살리기 운동본부’라는 IM선교회가 선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하는 비인가 IEM국제학교에서 171명(26일 0시)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과 국민들의 노력으로 진정국면에 접어드는 듯 했던 3차 대유행이 다시 집단으로 확산될까봐 우려된다. 얼마 전 광주광역시의 한 교회에서도 신도 1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인터콥 BTJ 열방센터 발 확진자는 전국적으로 8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수천명이 모이는 집회를 열었다. 이로 인해 코로나 19 확진자는 전국으로 번졌다. 이 단체 관계자는 ‘백신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백신을 맞으면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열방센터 방문자들이 여전히 코로나 19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 발 코로나19 확산에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모 씨가 이끄는 서울 사랑제일교회 발 코로나19 확진자는 수도권은 물론 전국으로 확산됐지만 교회 측은 “우한 바이러스를 핑계로 정권에 저항하는 국민들을 병원에 수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경기지역에서도 교회 발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수원시 모 교회에서 수십 명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미국은 전세계 패권을 장악한 초강대국이 되었다. 전쟁 당시 연합국이었던 옛 소련과 군사적 대결의 길로 들어선 미국은 한국전쟁을 통해서는 전세계적 수준의 냉전체제를 구축했다. 일제에 빌붙어 사리사욕을 채우던 반민족세력은 이제는 재빨리 미국에 충성을 다하면서 다시 민족의 압제자로 돌아왔다. 이런 사정은 남미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긴 세월 스페인 침략자들과 싸운 남미인들은 20세기 들어 미국 침략에 대한 투쟁으로 피를 흘렸다. 애국 전사들은 ‘라틴 아메리카 해방의 아버지’ 시몬 볼리바르의 뜻을 이어받아 반제 반봉건 혁명을 쉼없이 전개했다. 그들의 희생과 헌신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 형제가 주도한 쿠바혁명을 비롯해 남미 곳곳의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쿠바 혁명이 남미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한 미국은 군사독재 정권 수립에 직접 개입하게 된다. 군사쿠데타를 주도한 장교들이 대부분 미국의 군사학교(the School of the Americas) 출신임이 그 증거이다. 1960년대 군사독재 정권이 수만 명의 민주인사들을 상대로 불법체포와 구금, 고문과 학살을 자행한 행위를 역사는 ‘더러운 전쟁’이라 부른다. 칠레의 세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지난해 11월 취중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축소·은폐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경찰 수사관이 핵심 물증인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덮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민심이 갈수록 험악해지는 양상이다. 취중에 일어난 일순간의 실수이고, 쌍방 합의 사건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경찰의 처리는 관행상 무리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경찰이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본질적 문제를 파생시키는 양상이다. 경찰은 처음부터 “객관적 증거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택시기사의 증언에 의존해 내사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택시기사가 “목적지에 도착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진술했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단순 폭행 사건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특히 폭행 사건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차관 측 역시 기사에게 정중하게 사과했고 적절한 합의금을 전달하면서 원만하게 매듭지어진 사안이라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검찰이 고발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피해 택시기사가 폭행 사건 다음날 블랙박스 업체에서 영상을 복원했고, 복원한 영상을 수사관에게도 보여줬다는 새로운 진술도
항간에 한 금고털이가 살았다. 그 아비도 금고털이였다. 그 아버지에 그 자식이라, 그는 오직 아비를 따라다니며 금고 터는 방법만 배웠다. 그러다가 그의 아버지가 덜미를 잡혔다. 아버지는 감옥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그만 죽어 버렸다. 고아가 된 그는 늘 한탕 하는 것이 꿈이었다. 배운 기술이라고는 금고를 터는 일뿐이라 그는 시내를 헤매며 털 금고만 살피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눈에 밤톨만 한 다이아몬드를 소장하고 있는 한 귀금속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금고 속의 그 다이아몬드를 훔치기로 결심했다. 먼저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웠다. 먼저 그 귀금속상 가까운 곳에 있는 허름한 집 한 채를 샀다. 그는 대문을 걸어 잠그고 집안의 마당에서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 귀금속상과는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파낸 흙은 남몰래 강가에 내다 버렸다. 그러기를 6개월 13일째 되던 한 겨울밤이었다. 그는 그날 밤 드디어 귀금속상의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금고문을 열었다. 꿈에도 그리던 밤톨만 한 다이아몬드가 그의 손으로 들어왔다. “아버지한테 배운 유일한 기술을 오늘에야 제대로 발휘했구나.” 마치 천하를 얻은 듯 그는 기뻤다. 그 크기만 봐도 고가의 상품 가치가 충분
2021년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공포의 년도였다. 인문계, 실업계, 재수생을 합친 고교졸업생 숫자가 4년제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어진 사상 첫 해였기 때문이다. 현실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초유의 입시 충격파가 대학을 덮쳤다. 수시모집부터 조짐이 있었지만, 본격적 쓰나미는 1월 중순에 끝난 정시모집에서 닥쳐왔다. 서울과 수도권도 하락 추세가 없지는 않았다. 문제는 지방대학이었다. 초토화에 가까운 경쟁률 추락이 나타난 것이다. 학령인구 급감 때문이다. 여성 한 사람이 평생 낳을 걸로 예측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합계출산율이다. 이 수치가 2018년에 처음으로 1.0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 하락 추세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올해 예상 합계출산율은 고작 0.78명이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조사한 198개국 가운데 이 수치가 0점대인 나라는 몇 년 째 대한민국뿐이다. 출산율 하락과 이에 뒤따른 인구감소는 생산과 소비 위축, 경제성장률 급감, 세수 축소, 농촌 공동체 몰락, 미래세대 부담 급증 등 만 가지 악(惡)의 출발점이다. 초등학교 교과서는 국가 구성의 3대 요소를 영토, 국민, 주권이라 가르친다. 이 세 가지 축 가운데 하나가 이렇듯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