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활짝 피던 작년 4월, 서울대공원으로 꽃구경을 갔다. 벚나무를 ‘소리나무’라고 했던 철학자의 말이 생각나 벌들이 있는지 관찰했지만,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춰있던 4월에 활짝 핀 벚꽃을 보다가 벌들의 모습을 관찰하게 되었다. 벌들이 수없이 날아와 날개 짓하며 윙윙 거리는 소리를 직접 들으니 왜 소리나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고, 지금도 윙윙거리는 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흔히 위기가 기회라고 한다. 위기는 늘 존재하고,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해는 자기의 진로와 삶의 방향에 대해 성찰하며 미래를 준비하여 모두가 기회를 얻길 바란다. 50년의 삶을 살았다면, 엄마 뱃속에서부터 첫돌까지 1년을 제외한 49년은 후회하는 삶이라고 하니 순간순간 현재를 소중히 하여 후회 없는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 1997년도 IMF사태 이후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대량부도로 인해 실직된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개별프로그램이 필요함에도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을 준비하지 못하고, 열린교육에만 매몰되어 놓친 부분이 많았다. 내일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세심한 교
생각처럼 쉬운 게 또 있을까. 자본이 주인인 세상에서 생각은 값을 쳐주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되는 것 가운데 하나다. 무엇을 생각하던 혹은 생각하지 않던 온전히 공짜다. 공짜일 수 있는 자유가 생각에 있어서인지, 세상에 쏟아지는 것들을 보면 공기처럼 가볍다. 대표적인 게 말과 글인데 말과 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소리로 그치지 일쑤다. 소리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간을 포함한 세상 모든 것들이 쏟아내는 것이 소리다. 비와 바람이 그렇고 짐승과 자동차 심지어 파리와 귀뚜라미도 소리를 뱉는다. 물론 그렇게 뱉어내는 소리 가운데는 인간의 입을 통해 쏟아지는 것들도 있다. 그렇게 쏟아내는 인간의 소리를 우리는 말이라고 부른다. 그렇다. 말은 소리의 일종이다. 그럼에도 말을 소리와 구분하는 까닭은 뜻을 지녔기 때문이다. 말과 글을 처음 만들어낸 인간들도 의사소통을 위해 생각이 필요했다. 무엇이라고 부를까. 부르기 위한 것들은 자연현상에도 많았고, 사물이나 느낌에도 적지 않았다. 생각 끝에 인간들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부터 한 글자씩 차례로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몸, 물, 불, 숲, 산, 길, 집, 밥, 땅, 일, 힘, 땀, 꽃, 별, 달, 해, 손,
어느 날 혼자 사는 자취방에 계란 2판이 있었다. 업무차 출장을 갔다가 동네 양계장에서 계란이 싸다고 해서 사온 것인데 혼자서 먹기에는 많은 양이다. 그래서 큰 솥에 물을 올려서 삶았다. 삶은 계란 2판을 들고 출근하여 5층 의회사무과장 책상에 보자기째 올려놓았다. 출처를 알리기 위해 명함을 붙였다. 오전 10시쯤 의원님께서 삶은 계란을 맛있게 드셨다며 전화를 주셨다. 의회사무과 과장님이 의원님실에도 전했던 것. 삶은 계란을 먹었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4층, 3층 순으로 본청내 각 부서에 삶은 계란을 전했고 용기있는 동사무소 공무원이 SNS를 통해 ‘우리 동에는 언제 오는가?’ 질문을 한다. 그래서 10판 300개를 사서 구내식당 가마솥에 삶았다. 식당 담당자의 협조와 인근부서 2명의 지원을 받았다. 승용차 트렁크와 뒷좌석에 계란을 싣고 각 동을 한 바퀴 순회했다. 이후에는 환경사업소, 보건소, 차량등록사업소를 돌았다. 계란을 받은 동료 공무원들이 SNS를 보내오고 지금 먹고있다며 단체사진을 올리고 셰프사진을 편집하여 보내주었다. 지금도 그 사진을 SNS계정의 사진으로 쓰고 있다. 어린시절 1965년 경 아이들에게 있어 계란은 부의
뭉툭 /김선아 한쪽 귀가 떨어진 밥그릇이 다시 나왔다 수직으로 하강하는 설거지물 아래에서 서툰 열 손가락 안에서 용케 맨살을 비켜 간다 어찌하여 그 손은 멈칫하지 않는가 생채기 난 적 있었지 아무도 모르게 육신에 갇힌 적 있었지 바닷가를 거닐며 어깨를 덮은 숄이 파도에 휩쓸려 갈 때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수평선으로 흘러가는 하나둘 별을 보았지 모서리도 닳아서 둥글어진다 다 먹은 밥도 알아서 살 속에 괸다 깨지지 않도록 주의하셔요 귀를 깨트린 그녀가 귀를 곤두세우고 있다. ■ 김선아 부산 출생. 2007년 월간 『문학공간』 시로 등단해 시집 『가고 오는 것에 대하여』 외 2권이 있다. 부산여성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부산여성문학인협회 이사장이자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한국시인협회 회원이다. 계간 『여기』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요즘 흔히들 차를 탔을때의 안락한 승차감보다 내릴때 주위의 부러움섞인 시선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하차감을 더 중시하는 시대라고 한다. ‘차보다 집’이 ‘인생 1순위’였던 기성세대들 입장에선 이들의 비현실적이고 실속없는 경제행태가 그야말로 치기어린 시행착오 혹은 무모함으로 치부되겠지만 하차감 못지않게 ‘신분상승의 발로(發露)’로 집에 집착하는 요즘 기성세대들 역시 ‘속물’(?)이라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면서 경제적 수준에 따라 사람을 차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예전의 ‘집없는 설움’보다 오늘날 강남아파트에 살지못하는 무능함과 비애감에 더 절망하면서 자조섞인 탄식을 쏟아내고 있는게 요즘 풍속도다. 삶의 공간인 집이 본연의 존재 이유를 벗어나 가장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고, 나아가 인생성공의 척도로까지 자리매김하는 등 ‘가치 왜곡’이 당연시되는 시대를 결코 제대로 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최근 문재인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6·17 부동산대책을 놓고 세간에선 설왕설래와 일희일비가 계속 엇갈리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관리 방안’을 들여다보면 서울집값 상승에 따른 풍선
경기도가 취업을 미끼로 외제차량, 화물차량 등을 판매한 사기성 거래업체들을 적발했다. 의정부시 P업체와 군포시 D업체는 월 수익 500~800만원을 올릴 수 있다는 광고를 취업·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올린 뒤 고가의 차량을 판매하거나 금품을 요구했다. P업체는 의전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한 초기 투자비용으로 5천만 원 이상의 외제차량을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의전서비스 일감은 거의 없었다. D업체의 경우, 구체적인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채 병원에 얼음을 납품하기 위한 냉동 화물차를 판매했으며 청소·방역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1천만 원 상당의 교육비·등록비 등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SNS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했고 이지사는 즉시 관계부서에 위법행위 여부를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조사 결과 차량판매나 등록비·교육비 요구가 ‘방문판매법상 사업 권유 거래’에 해당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는 취업사이트,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대상으로 ‘구직자 위장 암행조사’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취업 미끼 사기를 근절한다는 계획이다. 사기판매 현장을 적발하면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밝혔다. 당연한 일이다. 코로나19
한동안 온 겨레를 기대에 부풀게 했던 한반도 평화 시계가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기점으로 거꾸로 돌고 있다. 일부 탈북인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던 북한이 이번에는 1천200만 장의 대남전단을 살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북한의 ‘삐라’ 전쟁 선언의 배경에 대내적 목적이 더 짙다는 사실이 허탈감을 부른다. 시대착오적이고도 무의미한 남북의 전단 살포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이런 유치한 소모전은 그저 미래를 망칠 따름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1면에 ‘분노의 격류, 전체 인민의 대적 보복 열기’ 제목으로 “중앙의 각급 출판인쇄기관들에서 1천200만 장의 각종 삐라를 인쇄했다”며 “22일 현재 3천여 개의 각이한 풍선을 비롯해 남조선 깊은 종심(중심)까지 살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살포기재·수단이 준비됐다”고 보도했다. 통일부는 며칠 전 북한이 대대적인 대남 전단살포계획을 밝히자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부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 열정은 국제 인권단체들도 호응하고 있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탈북민 단체가 제작하여 보내는 전단의 내용
이제는 당황스럽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파장이 어디까지 일지? 이미 경계의 선을 넘은 지는 오래다. 전 세계의 모든 국가와 산업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끝을 예상할 수 없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 종식을 선언하는 국가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는 재유행을 걱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뿐만 아니라 중국의 베이징도 최근 징후에 민감한 이유이다. 재유행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있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미래준비를 위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고 있다. 관광 또한 코로나로 인한 트렌드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이달 16일 의미 있는 분석자료를 발표했다. 비대면(Untact) 시대의 국내 관광행동 변화이다. 지난 1월 20일부터 5월 30일까지 21주간 통신사의 빅데이터로 국내 관광객의 이동패턴과 행동변화를 분석했다. 근거리(Short distance), 야외활동(Activity) 가족 단위(Family), 자연 친화(Eco-area), 인기 관광지(Tourist site) 관광 수요회복 조짐은 아직(Yet)이란 키워드를 뽑아내 SAFETY(안전)란 말로 정리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영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관광도…
코로나바이러스19의 전지구적 전파 이후 시민의 일상은 어찌 변할까. 세 가지 증후군을 골라 본다. 먼저 사회의 풍토 변화다. 교육의 부재 상황에서 대중은 전통적인 학교가 무용해지는 것을 간파했다. 대학의 기능상실이 뒤따를 것이다. 개인들이 지식을 공유하는 열린 시민대학이 는다. 자주적인 개인학습, 직접 현장에 참여하는 실습, 학습공동체와 지식동아리, 동호회가 자조적으로 꾸려가는 습작, 문제의식을 느낀 당사자들의 직간접 체험, 일하면서 배우는 노작, 교수 없는 터득 방법, 조사와 토론으로 직능인이 되는 습득가정 같은 창의적 성장 기술이 자리잡아간다. 다음은 개인의 행동 변화다. 자기계발의 풍습이 극단적으로 바뀌는데, 나는 ‘방목(放牧)’의 증후군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학교의 틀에 갇히지 않고 이것저것 내키는 대로 배우고, 몸소 익히고, 스스로 얻고, 알아서 깨닫는다. 취미와 특기, 전공에 있어 유기된 상태에 놓인 사람들 중 적극적인 개인들은 가장 유목적인 존재, 유희적인 존재로 거듭난다. 분산적이면서 전인적인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속출하고, 몇 가지 분화된 영역에서 전문적이면서도 여러 분야에 지식을 걸친 융합적 인재들이 드러난다. 이들은 교육현장, 학계와 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