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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부친 49재에 참석하기 위해 해남을 거쳐 청산도를 다녀왔다. 해남은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로 유배 문학의 산실이다. 이곳에 문학촌이 필요한 이유이다. 달마산 미황사에서 지낸 49재는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교의식이다. 남겨진 이들의 정성을 모으는 것은 결국 가족 간의 우애를 위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달마산 미황사는 1300년 된 고찰로 외진 곳에 위치해 잘 보존된 보기 드문 완벽한 형태의 고찰이다. 이곳에 와보면 누구나 잘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찰 뒤편에 병풍처럼 둘러처져 이어진 달마산 역시 금강산의 기상을 닮아 봉우리가 멋지다. 49재를 마치고 489m인 달마산을 올라갔다. 군부대용 찻길이 나있어 300m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 바다를 보며 자연스레이 청산도 이야기 나왔고 만장일치로 여수항으로 출발했다. 여수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청산도로 들어갔다. 소요시간은 50분이다. 민박은 행복마을의 한옥을 선택했다. 늦저녁 회 센터에서 광어와 문어, 소라 등을 사서 밤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아침 기상 후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둘레길을 걸었다. 청산도는 1993년에 제작된 임권택 감독의 명편 ‘서편제’의 촬영장소이다. 남도의 여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은 거친 폭우와 함께 맞이하게 되었다. 가정의 달 5월을 절반 이상 보낸 지금, 역사가 남긴 상처로 아직 아파하는 이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자 친척인 것이다. 김재홍의 2004년 작 <아버지: 장막 1>은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존재 그 자체를 그린 그림이다. 앙상하게 마른 아버지가 고통스러워하며 누워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계신지 갈비뼈는 한껏 하늘을 향해 있고 겨드랑이와 배는 쭈글쭈글하다. 아버지의 몸을 기다란 곡선으로 횡단하고 있는 상처가 안타깝다. 아직 아물지 않았는지 상처는 벌어져 있고 혈흔은 번져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은 단순히 상처가 아니다. 기다란 철조망 장벽인 것이다. 아버지의 몸은 바위산이고, 기다란 철조망은 바위산 위를 구불거리며 길게 드리어져 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서 2020년 기획 전시 <광장>을 통해 몇 년 만에 관객에게 선보였다. 아버지의 몸 위를 횡단하는 철조망은 단연 분단된 이 나라의 아픔을 뜻하는 바이겠지만, 그림을 보고 있으면 가장으로서 남모를 아픔을 겪고 있는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지난달 이천시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로 48명의 사상자와 약 8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가슴아픈 일이 있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장 용접·불티로 인한 화재로 인한 화재는 2천312건이 발생했고 191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공사장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화재가 일어나기 쉬운 조건이라는 점이다. 공사현장에는 스티로폼·우레탄폼 단열재 등 화재 시 다량의 유독가스를 유발하는 가연성 내장재가 많이 사용되고 있고, 용접 작업 등으로 인한 작은 불씨가 날아들어 쉽게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용접작업 때 발생하는 불티는 1600~3000℃ 정도로 작업 장소의 높이에 따라 수평방향으로 최대 11m까지 흩어질뿐 아니라, 불티가 단열재 등에 들어가게 되면 상당시간 경과 후에도 불티가 남아있다가 발화하는 경우도 있다. 공사장 용접화재의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화기취급 현장 감독 소홀, 무자격자 용접 작업 등 현장부주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같은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화재예방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첫째. 작업 전 화기작업 건축물 내 관계인, 건축물 안전관리자에게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사업주는 화재예방을 위해 화
퇴근길 /이철경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출근 거리보다 서너 배 길다 가도 가도 끝없는 황톳길 발가락이 썩어 들어가듯 발목 아래로 흘러내리는 삶의 무게가 자꾸만 자꾸만 땅속으로 끌어당긴다 전철이 덜컹거릴 때마다 울대에 고여 있는 울음이 울컥거린다 모두가 하나씩 꿈을 슬며시 놓고 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에 우울한 허밍을 듣는다 어찌하여 산다는 건 이리 힘들고 어쩌다가 자꾸만 오그라드는 가. 때로는 음악에 리듬을 타려 하지만 한없이 늘어지는 노래가 심연의 나락으로 끌어당긴다. 갑자기 억누른 꿈들이 팡팡 터진다 아! 내 것이 아닌 열망이여 고독한 삶이여 방랑자여 ■ 이철경 1966년 순창 출생. 2011년 『발견』 시, 2012 『포엠포엠』 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 『죽은 사회의 시인들』, e북 『더없이 투명한 블랙』이 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으며 『목포문학상』 평론 본상을 수상했다.
파주교육 이끄는 파주교육지원청 파주시는 판문점을 끼고 있는 대한민국 최북단 접적지역으로, 인구 45만명의 도농복합도시다. 그리고 이러한 파주시의 교육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 바로 파주교육지원청이다. 특히 파주교육지원청은 혁신교육과 평화통일교육 등을 통해 학생중심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파주교육지원청의 교육 목표는 무엇이고, 성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파주교육의 미래 방향을 탐색해봤다. 파주교육지원청의 2020 교육목표 파주교육지원청은 창의·꿈·평화·혁신교육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배움을 지향한다는 파주교육의 비전을 설정하고 7가지 약속(▲다양성을 인정하고 소통 공감하는 교육주체 되기 ▲모두의 존엄을 인정하는 평화로운 학교문화 만들기 ▲미래역량을 만들어가는 배움 실현하기 ▲건강하고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하기 ▲지역·학교간 교육격차 해소하기 ▲현장과 소통하고 맞춤형 지원행정 하기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혁신교육지구 만들기 등)을 정하여 실천해 나가고 있다. ‘창의교육’은 지역자원과 연계한 학교별 빛깔 있는 교육과정 운영으로 학생들의 창의력을 신장한다. ‘꿈 교육…
코로나19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국민들 가운데는 친환경재배농가와 납품업체도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개학이 연기되고 학교 급식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도가 경기도교육청, 경기도의회, 경기시장군수협의회, 경기시군의회의장협의회와 함께 친환경재배농가와 납품업체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학부모 부담을 덜기 위해 뜻을 모았다는 소식이다. 경기도내 초·중·고 등 모든 학생(169여만 명)가정에 1인당 10만원 상당의 식재료꾸러미·모바일상품권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원래대로라면 개학을 했어야 하는 지난 3월부터 5월 현재까지 사용하지 못한 학교급식경비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미사용 학교급식경비는 총 1천700억 원(도 교육청 879억, 도 235억, 시·군 586억)으로써 경기도내 초·중·고 등 모든 학생 169여만 명이 1인당 10만원씩 받을 수 있다. 다만 시·군별로 지원 규모가 약간씩 다를 수 있다. 긴급 돌봄 예산 등으로 학생들에게 이미 지원을 한곳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확보돼 있는 학교 급식 예산을 활용,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해 학생가정에 배달해주는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곳은 전라남도와 경기도다. 더불어민주당도 총선 전 농산물 꾸러미
정부가 매년 전국의 토지와 건물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공시가격이 ‘들쑥날쑥’ 엉터리라는 시중의 지적이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발표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운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가격 산정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재산세 등 각종 세제 부과 기준은 물론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사회복지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부실산정은 심각한 민심이반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전국 단독주택의 약 5.9%인 22만8천475호의 개별주택가격(토지+주택)이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보다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공시지가가 개별주택가격보다 2배 이상 높게 역전된 경우도 2천419호에 달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가격 역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자체 내의 토지와 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부서가 달라 동일 토지임에도 토지용도 등의 토지특성을 각각 다르게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용도지역 정보가 탑재된 국토부의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KRAS)이 지자체의 산정 시스템과 연계되지 않아 전국 토지(약 3천300만 필지) 중 12만1천616필지(0.36%), 개별주택(약 390만호) 중 6천698
계모 왕비가 마법의 거울에 묻는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지?” 그러자 마법의 거울은 “왕비님도 아름다우시지만, 백설공주가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분노한 왕비는 사냥꾼을 시켜 공주를 죽이고 증거물로 심장을 가져오도록 명령한다. …1937년 미국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만든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라는 애니메이션 도입부의 한 대목이다. ‘볼록거울’이 문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도 그렇고, 미래통합당(새누리당)의 잇따른 선거패배도 마찬가지다. 최근 민심을 들쑤시고 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논란의 파장에도 ‘볼록거울’의 저주가 스친다. 아이러니하게도, 세력을 장악했다고 생각하는 인사나 집단은 어김없이 오만방자(傲慢放恣)의 역병에 걸린다. 그들에게 되돌아오는 죗값 또한 반드시 가혹하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살던 예순 살의 한 남자가 막냇동생뻘 되는 입주민 남자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 억울하다며 목숨을 끊었다. ‘아파트 입주자’가 무슨 대단한 권력이라고 가해자는 힘없는 경비원에게 그런 고약한 슈퍼 갑질 행패를 저질렀을까. 고인이 남긴 육성 녹음 내용으로 유추하자면, 가해자는 최소한 방자한 가치관의 노예임이 분명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간의 기대수명이 100세까지로 연장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를 맞으면서 중년기 이후 삶을 더 풍부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한 직장에서, 흔히 말하는 월급쟁이인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골드칼라로 있다가 퇴직 이후 재취업이나 자영업자로 변신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필자가 케어하고 있는 사람들 중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평소 잘 알던 분야의 사업을 하거나 잘 모르던 분야라도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자영업이나 창업에 성공한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라스렛(Peter Laslett)은 ‘신선한 인생지도(A Fresh Map of Life)’라는 책에서 ‘생애주기 4단계론’을 주장하면서 ‘제 3기 인생론’의 중요성을 전파시켰다. 사람의 인생을 1기부터 4기까지로 구분하면서 퇴직 이후 건강하게 지내는 노년기(60~90세)를 ‘제3기 인생(the third age)’이라고 하였다. 이 시기는 퇴직하여 자기 적성이나 재능에 맞고 자기가 원하고 바라던 활동을 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며 삶을 살아가는 개인적 성취의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일상에 쫓기는 대다수 사람들은 눈앞에 닥친 은퇴에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