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신호탄은 뭐니뭐니해도 개학이다. 새 교복을 입고 새 책가방을 든 신입생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학교 교실. 이보다 더 정겨운 봄 내음이 있을까. 하지만 이 풍경은 추억의 앨범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어느 날, 65번 버스를 타고 귀가 중이었다. 버스는 잠시 신호등에 멈춰 섰다. 눈길을 사로잡는 간판들이 보였다. “행복사진관, 행복스튜디오, 옥스퍼드학생복, 이태리학생복, 요리제빵 학원.” 여기가 어디지? 너무도 정 겨워 그만 버스에서 내렸다. 수원 팔달문 근처, 그 거리를 따라 걸었다. 교복을 입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던 학창시절의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팔남매의 다섯째인 내게 교복은 전천후 옷이었다. 친구를 만날 때도 친척 결혼식에 갈 때도 심지어 소풍을 갈 때도 교복을 입었다. 이런 교복은 가난을 철저히 포장해 줬다. 내 인생에서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 만큼 찬란한 적은 없다. 그래서일까. 교복이 사라지는 게 싫다. 하지만 교복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교복은 일제의 잔재라는 둥 학생들을 정형화 시킨다는 둥 의견이 분분하다.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 세상이니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필자는 찬성론자 입장에서 교복의 필요성
공무원·교원 단체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던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상당한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주장해 오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 ILO·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권고와 제18대 국회 이후 제21대 국회에 연이어 관련 법 개정안의 발의가 있었다. 주요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지 않는다. 4·19 의거 후 제2공화국 헌법은 이승만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주의의 실현 의지를 새롭게 규정하였다. 그 중에는 ‘정당의 국가 보호’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법률 보장’이 있었다. 정당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주요 구성체이며 대의제 민주주의의 요체이다. 그러나 1961년 포고령, 1972년 특별선언 및 비상조치, 1980년 헌법 부칙으로 국회 해산, 정당·정치활동 금지, 정당 해산 등의 시련을 겪었다.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기 언론인의 정당 가입이 금지되었다. 정당이 공공기관 설치법 등에서 배척당하고 있다. 제헌 헌법부터 “공무원은 주권을 가진 국민의 수임자이며(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는 규정이 있어 왔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법률 보장은 국가(지방)공
지난 2월 14일, 한국과 쿠바는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 간 외교 공한(公翰)의 교환을 통해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였다. 일각에서는 쿠바와의 수교를 ‘중남미지역 외교의 완성’으로 평가해왔다. 이로써 한국의 미수교국은 코소보, 시리아만 남게 되었다. 북한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틀 후 김정일 생일(2.16) 기념행사 보도에서 26개국 재외공관을 언급하며 이례적으로 ‘형제국’ 쿠바를 누락시켰다. 지난달 11일만 해도 평양 대동강외교단회관에서 열린 쿠바 혁명승리 65주년 경축 집회를 비중있게 알리던 북한이었다. 국내에서는 이번 수교를 기점으로 공공외교 차원에서 기존의 對쿠바 문화외교를 강화하고 내년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한국형 ‘보훈외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13,078km 떨어진 한 사회주의 국가와의 수교 뉴스를 접하며 문득 궁금해졌다. 뉴스 1면을 장식해온 한국형 공공외교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제대로 조명받고 있는가? 이번 수교 이전, 2017년과 2023년 당시 부산시 경제사절단과 쿠바상공회의소 회장이 양국을 오가며 경제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던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글로벌중추국가를 바라는 현 정부의 국정기조 하에서…
얼마 전 지인과 통화를 했는데, 그는 꽤 길게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친구들도 만나기 어렵다는 그는 오랜만에 대화상대를 만난 듯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아, 그렇군요.’, ‘맞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등의 맞장구를 치며, 그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그에게 위로와 힘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카톨릭주교이면서 종교상담센터의 전문 카운슬러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 셜리반은 자신의 책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 경청’에서 ‘경청은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며, 자존감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경청자는 인간 영혼을 치유하는 위대한 치료자가 된다’라고 하였다. 경청은 상대방과의 대화를 잘 이해할 수 있고, 서로에게 위안과 격려가 되는 가장 좋은 소통방법이다. 우리는 경청(傾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청은 마치 산수의 구구단처럼 소통방법의 기본처럼 생각되지만 곱씹어보면 가장 어려운 소통방법이기도 하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의 말을 자르고 불쑥 나의 말을 시작하기도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잘못 이해해서 소통의 오류가 나기도 한다. 공자
우리재단에서는 지난해부터 학생들의 해외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대학생만 싱가포르에 다녀왔는데 올해에는 고등학생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2024년에만 모두 세 차례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로 두 번 연수를 떠나는 대상은 모두 고등학생이고 8월에는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함께 유럽으로 연수를 떠나게 된다. 연수대상자를 선발하기 위한 조건은 화성시 거주 기간, 경제적 상황, 정책 제안 평가 등이다. 2월 18일 출국해 같은 달 22일에 귀국한 1차 연수단이 아무 일 없이 귀국해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선발하고 교육해서 해외로 연수를 보내는 일은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그중에서도 제일 걱정거리는 학생들의 안전이다. 물론 재단에서 인솔자 여러 명이 동행하지만 그래도 걱정은 쉽사리 놓아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출국한 시간부터 무사히 동탄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 하루도 편안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사진과 현장소식은 모든 걱정거리를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서울대가 최고라고 생각했던 학생들에게 다른 훌륭한 대학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했으며, 일반인은 접근도 어려운 ASM(반도
대학원에 가도 될지 묻는 후배들에게는 “대학원 오지 말라”고 하는 게 낫다. 당장의 수입도 미래의 기약도 없는 생활이 초래할 고통의 무시무시함을 충분히 알려주는 게 낫다. 겁을 주어도 어차피 입학할 사람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입학할 것이므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종국에 연구자로서 만나게 되므로. 연구자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해답을 찾는 자다. 짧게는 수 십 년, 길게는 수 천 년의 앞선 대화를 복기하고 향후 이어질 수 천 년의 대화를 기대하는 사람이다. 작게는 스스로를, 크게는 공동체를 더 낫게 만들기를 소망하며 자신이 깨달은 바를 밝히는 것이 그의 소명이다. 본인만 어여뻐할 어떤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견디지 못해 수 년을 쏟는다. 막스 베버는 이 마음을 “문외한인 모든 사람들로부터는 조롱당하는 기이한 도취”라고 했다. 과학 강국을 표방하면서 R&D 예산은 대폭 삭감하는 정부의 모순 앞에서 청년 연구자의 삶은 더욱 불안정하다. 장비 구매는 고사하고, 있던 장비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졌다. 젊은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문은 여느 때보다 좁다.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는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다시 확대하겠다
기립성 저혈압과 함께 발생하는 목 뒤의 두통을 치료하러 내원한 그는 사업을 한다. 혼자서 해외거래처를 담당하다보니까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거래처와 소통을 한다. 밤낮이 없다.직원을 고용해서 자신의 일을 나누면 해결될 일인데. 자신만큼 혹은 자신과 비슷하게 할수 있는 사람을 뽑기가 어렵다. 국제적인 의사소통, 물건의 발주 등은 자신이 다 해야하기에 수년간 쫓기는 마음으로 일을 해야 했고 쉴틈이 거의 없었다. 그런생활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피로감이나 건강의 이상신호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그러다가 1년여전 혈압이 200/120까지 올라가면서 두근거림, 목뒤의 두통 , 어지럼증의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혈압약을 먹어서 극도로 높아지는 혈압은 조금 조정이 되었다. 1년이 지나도록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진단받고 병원과 한의원을 다녔는데 일상생활이 어려운 증상이 계속 재발했다. 다른 방법을 찾고자 내원했다. 처음 마주한 그와 대화해보니 바쁜생활때문인지 자신의 몸에 왜 이런 증상이 있는지 몰랐다. 치료와 함께 자율신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자율신경계는 내분비계와 더불어 심혈관, 호흡, 소화, 비뇨기 및 생식기관, 체온조절계, 동공조절 등의 기능
제임스본드가 여왕을 모시고 헬기로 스타디움에 도착한다. 해리포터의 저자 J.K.롤링이 피터팬의 서문을 읽고 운동장엔 치티치티뱅뱅의 악당과 해리포터의 볼드모트가 아이들을 쫒는다. 메리포핀스가 등장하여 아이들을 지켜준다. 롤링스톤즈와 비틀즈의 노래가 이어진다. 폴 메카트니가 관객들과 Hey Jude를 열창하며 행사는 마무리된다. 런던올림픽의 개막식이다. 역대급이라 평가받는 이 개막식엔 영국의 문화가 녹아있다. 모두다 영국이 자랑하는 IP다. 007은 아마존이 인수한 MGM에서 만들었지만 원작은 영국인 이안 플레밍의 소설이다. IP(Intellectual Property : 지적재산권)는 인간이 만든 창조적 활동의 결과물로서 재산적 가치가 실현될수 있는 것을 말하며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다. 문화적 콘텐츠의 원천이며 스타워즈, 마블시리즈 등 디즈니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권호영에 의하면 슈퍼IP는 누구나 아는 IP로 성장하여 어떤 형태로 변형되어도 큰 성과를 가져오는 IP다. 슈퍼 IP중 1위는 포켓몬, 2위는 헬로키티, 3위는 곰돌이 푸와 미키마우스, 5위 스타워즈, 8위 마블시리즈, 9위 마리오, 10위 해리포터 시리즈 등이다. 배트맨 드래곤볼 등이 더
정치에서 참여는 미덕이다. 권력구조 변동, 민생 파탄의 지속 여부가 판가름 날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우리 사회가 분주하다. 양대 정당은 저마다 공천 발표로 어수선하다. 게다가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발표는 여권의 불순한 정치적 동기, 의사들의 생존권, 환자의 진료권 보장 등으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켰다. 한국의 이익집단 사회는, 정신이 없다. 공론장이 시끄럽고 복잡하다보니 지역사회의 사건사고 전반이 정치이슈에 파묻히는 경향도 없지 않다. 지난달 6일, 일산서부경찰서는 이모씨를 강도살인혐의로 체포했다. 경기도 고양시와 양주시에서 60대 다방업주 2명을 잇따라 살해한 혐의다. “교도소 생활을 오래하며 스스로 약하다고 느꼈다.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어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범행”했단다.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 그것은 국민의 안녕과 행복에 있다. 정권 획득 투쟁의 격화로 인해 연쇄살인 사건은 여론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교도소에서 바로 출소한 이들의 재범 사건. 방지책은 없는 것일까? 범죄 예방, 교화,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부처 간 협력은 정책의 청사진으로만 언급되는 단어인 것처럼 보이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법무가 아닌, 복지의 시
요즘 항간에 시대정신(Zeitgeist)이 화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운동권 청산’, ‘정권 심판’, ‘3지대 통합’ 등 정치세력 교체가 이슈라면. 영화계는 ‘서울의 봄’, ‘길 위에 김대중’, ‘건국전쟁’ 등 역사인물 재조명이 이슈다. 며칠 후면 우리는 또다시 3·1절을 맞이한다. 1919년 3·1운동은 항일의병운동과 애국계몽·국권회복운동을 계승·발전시킨 대각성 운동이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과 해외독립운동의 확산, 8·15 해방과 새 나라 건설도 3·1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경기를 비롯한 13도 전역을 휩쓸었던 3·1운동은 중국·러시아·미주지역 동포들까지 한목소리를 내게 했고, 중국 5·4운동이나 인도 독립운동과 함께 약소민족 해방운동의 금자탑(金字塔)이 되었다. 특히 지난날 ‘은둔의 왕국’, ‘조용한 아침의 나라’, ‘야만과 미개의 사회’ 정도로 알려졌던 조선(朝鮮)의 이미지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였다. 3·1운동은 어떤 시대정신을 갖고 있었기에 이러한 변화·혁신을 가능케 했을까. 기미(己未) 독립선언서에 그 해답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05년 전, 세계만방에 전파된 선언서에는 “자유 발전, 인류 공동생존권, 동양평화, 인도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