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80년을 전후하여 3년간을 경기도의 한 기초자치단체의 면사무소에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담당하는 팀의 일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린벨트는 2평짜리 돼지 축사 하나 마음대로 못 지을 정도로 강력한 규제였다. 축사 신축은 아예 허가가 불가능하다보니 무허가로 축사를 지은 주민에게 철거를 최고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는 팀원 모두가 현장에 나가 강제 철거를 했다. 돼지나 오리 두세 마리 있는 축사를 해머나 빠루(긴 장도리)로 철거를 하노라면 죄를 짓는 심정이었다. 그냥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철거하는 것을 보고만 있는 주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욕설을 하며 거세게 항의하거나 막대기 등으로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현장에 있었던 공무원들이 맞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린벨트 지역에 불법행위가 이루어진 것을 몰랐거나 그린벨트에 신축이 허용되지 않는 것을 모르고 허가하여 해당 공무원들이 징계처분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또 뇌물을 받고 그린벨트의 대장을 위변조하여 건축이나 개발행위를 탈법적으로 허용했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급기야 정부는 그린벨트 건축물대장 변조와 위조를 차단하기 위해 항공촬영으로 건물과 지형물 지도를 작성·관리했다. 정부가 그
천정부지로 오르는 서울 및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한 방안이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7·10 부동산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와 단기거래 부동산에 대한 세제 강화가 추진되었고, 8·4 주택공급대책을 통해, 태릉골프장, 과천청사, 용산 캠프킴 등 국공유지를 개발하여 총 13만2천 가구의 주택을 건설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공급이 많이 늘어도 다주택자가 투자 목적으로 집을 소유한다면 집값은 떨어지지 않으며, 또 세금정책은 항상 바뀔 수도 있다고 보아 일단 버티고 보자는 국민이 많은 상황이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공급확대 정책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자본이 부동산에 쏠리는 현상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OECD도 최근 2020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은 자본의 부동산집중 등의 금융안정 리스크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의 집값이 너무 올라 있어 주택을 사려는 사람, 특히 신혼부부 및 최초 구입자 들에게는 너무나 문턱이 높다. 젊은 2030세대들의 경우 서울아파트를 사려면 한푼도 안쓰고 모아도 15년 이상 소요되며 불가피한 소비만 하고 저축을 하더라도 서울은 25년, 수도권은 20년 걸린다. 평생 일해서 그전 세대에 소득을…
청보리가 일렁이는 1970년 5월, 목포에서 출발한 여객선을 타고 네 시간 만에 보길도에 내렸다. 안개비를 맞으며 첫 부임지인 보길초등학교에 도착했을 때, 옅은 막걸리 냄새가 섞인 교장 선생님의 환영사에 정을 느꼈다. 완도군에서 가장 빼어난 자연환경의 학교라며 축하해주던 곳이 멀고 깊은 섬이라니. 고산 윤선도가 제주도로 은신하러 가는 중에 풍랑을 만나 들렸다가 13년을 지낸 보길도는 그분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첫발을 디딘 곳을 ‘등문’이라 하고, 잠시 고향에 가기 위해 배를 탄 곳을 ‘청별’이라 한 지명이 어찌 그리 예쁘던가. 고산이 머문 집터의 주춧돌이나, 이집 저집 안방에 붙어 있는 먹물 묻은 벽지에 숨어 있는 이야기는 값진 보물이었다. 고산이 정성을 쏟아 조성하고 아낀 운동장 옆의 새연정은 아이들의 미술실이고, 냇물을 타고 온 수달이 밤에 비단잉어를 사냥하고 머리만 남겨 놓은 새연지 안의 바위는 생태계의 학습장이 아니던가. 밤새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과 돛대 끝에서 떨고 있는 칼바람 하며, 제비와 동박새가 멱살잡이로 차지하려는 둥지와, 허기진 주민의 삶도 가공하지 않은 글 소재였다. 어느 교수가 고산 연구차 왔을 때 고산 집이 있던 부용동의 주민
우리의 언덕은 김 상 경 우리의 언덕은 당신의 시로 푸르러 질 것 당신의 미소로 진달래동산이 되어야 할 것 밖에 된 바람 불어도 우리 두가슴 방은 구들 화로같이 은은히 따뜻해질 것 눈보라 뒷창을 때리면 어때 가슴엔 매화 겨울 향기 지피울 것 1954년 전북 고창 출생. 서울 양천문인협회 7대회장 역임, 한국 경찰문학회 수석부회장, 국제PEN 회원,한국문협,현대시협 회원
다섯 번째로 여행할 서원은 소수서원이다. 영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선비의 고장’이다. ‘선비’라는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영주의 ‘선비’는 어떤 선비들일까? 소수서원 여행을 통해 생각해보자. 소수서원은 영주시 순흥면에 위치해 있다. 순흥면은 한 때 ‘역모의 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같은 역사는 세조의 아우이자, 세종대왕의 여섯 번째 아들이었던 금성대군이 순흥면으로 유배되어 오면서 시작된다. 세조가 계유정난을 일으키자 이를 지지할 수 없었던 금성대군은 단종의 편에서 모반을 꾀하다 유배당하는 신세가 된다. 유배지를 전전하다 순흥면으로 오게 된 것은 세조 2년(1456)으로 사육신의 단종 복위 운동이 실패하면서였다. 순흥면에 위리안치 된 금성대군은 1457년 당시 순흥부 부사였던 이보흠과 다시 한 번 단종복위 운동을 꾀하지만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간다. 이로 인해 금성대군은 사약을 받게 되었고, 복위운동에 가담했던 많은 선비들과 지역 백성들도 함께 희생되었다. 이 때 목숨을 잃었던 사람들의 피가 죽계천을 타고 4km를 흘러 동촌1리까지 와서야 멈추었다. 그래서 동촌1리는 지금도 피끝마을이라 불린다. 순흥도호부였을만큼 컸던 순흥은 단종 복위운
문재인 대통령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수회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최근 청와대가 제안한 문 대통령과의 회동 의제로 ‘코로나19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청와대가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허심탄회하게 협의에 바로 착수했으면 한다”고 밝힌 만큼 성사될 가망이 높아 보인다. 회동 뒤에 서로 딴소리가 나오거나, 기념사진 말고 남은 게 없는 만남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양보’와 ‘배려’가 절실하다. 영수회담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시끄러웠다. 청와대가 먼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회동을 거절하고 있다고 공격해 논란이 폭발했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강기정 전 정무수석이 실무적으로 협의했고, 제가 13일 김종인 위원장을 예방해 재차 대통령의 초청 의사를 밝혔지만 통합당이 지난 16일 불가 입장을 전했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공식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불쾌감을 거칠게 드러냈다. 야당과의 소통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생각한다면 최재성 수석의 언동은 매우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초청 의사를 다시 전하고 조율해 회동을 성사시킬 사명이 있는 청와대 정무수석이 야당을 비난해 정치공방으
‘예배에 참여하면 성령의 불이 떨어지기 때문에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 큰소리치던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사랑제일교회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로 인한 추가 전파가 일어난 곳은 콜센터, 직장, 사회복지시설, 의료기관, 어린이집과 유치원, 군부대 등 다양하다. 심지어는 사랑제일교회 인근의 한 체육대학 입시 전문학원 학생 십 수 명이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교회 측이 제출한 교인 명단에는 교회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 포함되거나 누락시킨 교인도 다수 있다. 방역을 방해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다. 그런데 분노에 불을 지르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됐다. 전광훈 목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구급차에 탄 상태에서 마스크를 내린 채 웃는 모습이다. 앞좌석의 구급대원들은 무더위에 전신을 감싼 방역복을 입고 긴장하고 있는데 그는 이른바 ‘턱스크’ 상태로 전화를 하며 여유 있게 웃고 있었다. 전 목사 뿐 만 아니다. 방역당국이 그토록 강조하는 마스크 착용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월1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도 마스크를 쓰
막이 내렸다. 일행만 아니었으면 객석에 혼자 남아 조명 꺼진 무대를 보며 꿈같이 지난 한 시간 반을 음미하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런데 왜 연극 제목이 돈데 보이래?’ 지난 16일을 마지막으로 서울 왕십리의 소월 아트홀에서 닷새간 올린 연극 ‘돈데 보이(Donde Voy)’이야기다. 젊은층에게는 낯설겠지만 ‘돈데 보이’는 20년 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배반의 장미’ 삽입곡으로 소개돼 당시 불황에도 10만장 넘는 음반이 팔려 화제가 된 노래다. 스페인어를 모르니 잔잔한 기타 선율에 맞춘 애절한 목소리가 딱 ‘님아 나를 버리고 떠나지 마오’의 느낌이라 지레 사랑타령으로 생각했고 노래의 히트로 양산된 경박한 유머들에 웃기도 했다. 남자친구에게 밥값 뒤집어씌울 때 쓴다는 ‘돈 대! 보이’. 뭐 이런 식이다. 뒷날 노래의 유래와 뜻을 알게 된 뒤 그 전과(?)에 화끈거렸다. 돈데 보이를 부른 미국가수 티시 이노호사(Tish Hinojosa)는 이름과 외모에서 짐작되듯 멕시코 이주민의 딸이다. 돈데 보이는 우리 말로 ‘어디로 가야 할까요’ 정도의 뜻이고 가사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 국경 넘는 멕시코인들의 공포와 밀입국자로서 살아가
웃음을 잃어버린 사회가 되었다. 마음에 평안함이 없고 불안하다 못해 한숨짓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19로 그랬고 장맛비는 물 폭탄이 되어 온 국토가 처참한 재난지역으로 변하게 했다. 가난한 농민과 산촌 사람들과 가축들이 희생을 당한 채 넋을 잃고 하늘만 쳐다보게 하였다. 어떤 마음으로 기도해야 하며 무슨 공부를 하여 생활인으로서 건강한 삶을 되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때일수록 신뢰감 넘치고 듬직한 국가적 지도자가 그립다. 거기에 더 보탠다면 유머 감각도 있고 낭만적이라면 비단옷에 금무늬가 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 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의 처칠 수상의 현직 시절 이야기다. 그가 몇 개국 수뇌들과 회담 중 살짝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는데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들어와 갑자기 두 사람이 대면하게 되었다. 그 순간 처칠은 루스벨트를 향해 ‘대통령 각하 우리 대영제국은 모든 것을 숨김없이 각하에게 보여드리고 말았습니다’라고 말하여 두 정상은 크게 웃었다고 한다. 유머는 재치요 순발력이요 센스다. 인문학적 소양의 꽃이요 우리만의 풍류이다. 이럴 때일수록 “못생겨서 미안하다”는 코미디언 고 이주일 씨나 “요즘 왜 안 웃기느냐?”고 물어오는 국회의원
‘내가 하늘에 올라갈지라도 거기 계시며, 음부에 자리를 펼지라도 거기 계시나이다. 내가 새벽 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 거할지라도 곧 거기서도 주의 손이 나를 인도하시며, 주의 오른손이 나를 붙드시리이다.’ 시편 139편 7~10절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와중에도 우리나라는 ‘K방역’이라는 브랜드가 생길만큼 세계적으로 방역에 성공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고 이에 대한 전 세계적 찬사가 끊이질 않았다. 그만큼 빠르고 선제적인 대처가 세계적 귀감이 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를 입증해 주듯이 얼마 전 발표한 한국 경제 성장률을 보면 전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OECD국가 중 대한민국이 1위라는 것은 전 세계의 코로나로 인한 성장률 저하는 세계적 차원의 위기라 할지라도, 그만큼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의 대처 및 극복에 있어서도 정부의 역할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방역에 성공했다고 전 세계로부터 칭송받는 우리나라에도 두 차례나 방역의 심각한 위기가 있었고,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다 종교계와 관련이 있었다. 필자도 기독교인이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니만큼 종파나 이단임을 이야기 하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