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선거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만들지 않는 다는 말이 있다. 거기엔 승자가 다 가질 수 없고, 패자가 다 잃지 않는 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당장의 승리가 영원할 수 없고 승자라 하더라도 다음 선거를 대비해야 하는 ‘게임 룰’ 때문이다. 패자 또한 마찬가지다. ‘게임 룰’ 속에는 언제든 역전이 가능한 기회가 주어져서다. 선거의 공정함으로 본다면 결과에 따른 ‘깨끗한 승복’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정치판에서 이러한 승복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특히 대선에서의 승복연설은 1860년 에이브러햄 링컨에게 패한 스티븐 더글러스가 행한 이래 미국이 자랑하는 전통중 하나일 정도다. 국민들은 이들을 ‘위대한 패배자’로 부르며 미국을 초일류로 만든 ‘리더의 품격’이라 평한다. 국가지도자 뿐만이 아니다. 상·하의원들을 비롯 선출직 정치인들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해서 선거 과정 속에 두쪽난 여론과 심각한 사회분열의 치유를 위해 빠른 승복을 택한다는 그들의 정치문화를 많은 나라가 부러워하기도 한다. 승복의 사전적 의미는 ‘납득하여 좇는다’다. 패자의 언어지만, 굴복·복종과 다른 것은 자의적 선택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승복하기 싫더
꽃비가 쏟아진다. 한 몫에 쏟아진 꽃잎이 거리를 질주한다. 바람의 향방을 따라 거리곳곳을 누비는 벚꽃 잎들, 꽃비 구르는 거리를 타박타박 걷는 나는 이 계절의 이방인 같다. 사람이 꽃을 맞이하지 못하니 이젠 꽃이 사람의 거리로 내려와 함께 하고 있다. 봄꽃들이 피었다 지는 동안 우리는 문을 걸어 잠그기에 바빴다. 꽃을 갈아엎기도 하고 꽃들의 입구에 빗장을 치면서 출입을 막았다. 바이러스처럼 번지는 꽃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는 저마다 바리케이트를 치고 봄을 보내고 있다. 마음은 답답하지만 들녘에 나서보면 활기차다. 못자리를 만들고 논을 갈아엎고 밭에 비닐을 깔아 밭작물을 심는 등 농경이 시작된 들녘은 생기가 돈다. 배꽃이 활짝 핀 과수원은 꽃의 초례청을 차려주느라 왁자하고 주말농장 또한 서툰 손길들이 모여 정성을 심느라 하루해가 짧다. 우리도 사과나무 세 그루를 심었다. 산에 심었는데 관리가 어렵다보니 칡넝쿨이며 풀에 뒤덮여 식재한지 5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자라지 못해 밭으로 옮겨왔다. 가지는 약한데 뿌리는 제법 실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버텨내느라 뿌리에 힘을 썼나 보다. 구덩이를 깊게 파고 물을 듬뿍 준 후 식재했다. 올해는 어렵겠
세계는 아직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모든 나라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상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조금 먼저 안정기를 맞고 있는 우리는 코로나19가 만들어 놓은 그 이후의 세상에 대하여 조금 먼저 상상하고 준비하고 적응해야 한다. BC, AC 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기원전 기원후의 BC, AD가 아니다. ‘before corona, after corona’의 준말로 ‘코로나 이전, 코로나 이후’가 되겠다. 코로나 이후를 단적으로 표현하면 ‘비대면 비접촉 문화’다. ‘물리적 거리두기’에 따라 서로 대면하거나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대폭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물리적으로만 멀어졌지 확진자 수와 동선을 파악하기 위하여 방송이나 인터넷에 더 많이 접속하다 보니 ‘정보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확진자가 많았던 대구나 미국의 상황에 관심을 두면서 먼 지방, 외국까지도 ‘마음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사회적 거리는 더 가까워지되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방역당국의 역할과 책임에 대하여 관심을 갖다 보니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아무튼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에 큰 변화
운문사, 봄날에 /김요아킴 담은 야트막하다 아침햇살로 기와를 얹은 성과 속의 경계는 한없이 낮다 수백 년 중생들의 고통을 처진 그리메로 대신한 소나무가 절집 마당으로 환하다 투박하게 합장한 마음은 솔바람 어슬렁거리는 산길을 쫓아와 엷은 풍경소리로 닿는 매화빛 화두, 댓돌 위 가지런히 놓인 비구니의 고무신들은, 벌써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겨우내 소리죽여 터뜨리지 못한 분심憤心들이, 일제히 꽃을 피운다 근엄하지 못한 불전의 대웅이 빙긋 웃고만 계신다 여전히 담장은 낮기만 하다 ■ 김요아킴 1969년 경남 마산 출생. 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해, 2003년 계간 《시의나라》와 2010년 계간 《문학청춘》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가야산 호랑이』 『어느 시낭송』 『왼손잡이 투수』 『행복한 목욕탕』 『그녀의 시모노세끼항』과 산문집 『야구, 21개의 생을 말하다』, 서평집 『푸른 책 푸른 꿈』(공저) 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와 한국시인협회 회원이며, 청소년 문예지 《푸른글터》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현재 부산 경원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활용가치 큰 한탄강 국가지질공원 코로나19 여파로 4월 초 예정되어 있던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인증 발표도 연기됐다. 2019년 10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위원회 총회에서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은 같은 해 7월 시행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위원의 현장실사 보고서를 토대로 ‘인증 권고’ 결정이 내려져 올해 집행이사회에서 인증이 유력시 되었었다. 특히 연천군은 지난해 세계지질공원 위원들의 현장 실사에서 세계적인 학술적 가치가 높은 지질유산을 보유한 점과 지속가능한 지질공원 교육 및 경제 발전분야에 지역주민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연천군 전체가 연천군의 아름다운 생태환경은 물론 생물다양성과 지역주민들의 보존 노력이 인정받아 ‘연천임진강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로써 연천군은 역사·문화·고고학·생태적 보존가치 및 활용가치를 국제적으로 크게 인정받게 됐다. 지질공원 교육의 중심, 한탄강 지질공원 한탄강과 임진강 일원은 선캠브리아기부터 고생대, 중생대 그리고 신생대까지 모든 지질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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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4·15 총선 투표일이다. 사실 지난 선거운동 기간은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거대 양당의 비례의석 전담 위성정당 반칙과 공천 역주행에 덧칠된 역대급 막말 대잔치는 정당정치의 퇴보와 선거민주주의의 퇴행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씁쓸한 경험도 제공했다. 더불어 살아갈 건설적 방법을 모색하는 선의의 경쟁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편 아닌 나머지 모두는 적이라는 패거리 사고와 논리가 횡행했다. 이런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3년과 20대 국회 의정 4년을 평가하는 데 일차적 의미가 있다.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을 주도한 이른바 ‘탄핵국회’의 재정렬 선거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그 점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정부 능력, 사회 정의, 격차 완화 등 ‘탄핵 촛불’이 밝힌 시대적 과제 대응과 관련해 정부와 의회가 보인 공과 심판이 표심으로 구현될 게 분명하다. 여야의 강력한 지지세 동원에 민심이 두 쪽 난 가운데 누군가에겐 정부 뒷심론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누군가에겐 정부 견제론이 한층 그럴듯하게 들릴 것이다. 이 양론은, 돌발 변수로 나타났지만 상수가 되어 선거국면을 지배한 코로나19 대응 난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세 달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으로 최근 확진자수 증가세가 확연히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지금 코로나19는 모든 분야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물론, 농업인, 일용직 노동자, 프리랜서에 이르기까지 대다수의 국민들이 고통을 호소한다. 국민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모든 공연과 행사는 취소됐다. 앞으로의 일정도 불확실하다. 공연이나 축제 외에도 주민센터나 방과후학교, 각 기업이나 사회단체 등의 강좌도 취소됐다. 이런 강좌의 강사들은 대부분 지역 문화예술인들로 구성돼 있고 이 수입으로 생활해왔던 이들이 적지 않아 생계가 막막한 실정이다. 강사료 수입이 끊어지면서 아르바이트자리라도 알아보려고 하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한다. 이처럼 위기에 처한 예술인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에 경기도가 문화예술과 관광 분야 종사자들을 위해 ‘경기도형 문화뉴딜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도 관계자의 말처럼 작년 아프리카돼지열병부터 코로나19까지…
최근 몇몇 정치인의 가벼운 언어들이 그들의 사회적 무게는 물론 우리의 영혼까지 가볍게 하고 있다. 지난주 부천의 방송사 선거토론회에서 이상희 후보와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사고 관련 논쟁은 양 후보와 정당, 유권자 모두에게 무익한 일이었다. 특히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의 씨앗을 만들고 대부분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처만 더 키운 결과만 낳아 더욱 안타깝다. 관악구의 김대호 후보가 30~40대 국민의 정서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전체가 그런 것처럼 일반화해 발언했다. 김후보가 이 세대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만났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한 세대에 대한 편향적 의식은 공정해야 할 공직자가 절대 품어서는 안 되며,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확신했어도 우선 그들의 사고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통찰하고 어떻게 포용해야 할지 고민했어야 했다. 코로나 19 확산의 원인을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에게 돌리고 대한감염학회가 중국인 입국금지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 박능후 장관은 철저한 아마추어 공직자다. 세계적 펜데믹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국가에 있는데, 도대체 어느 나라의 최고위 보건당국자가 공개석상에서 거짓을 말하면서 자국민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사례가 있는가. “
코로나19의 창궐로 각급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두 차례 연기 끝에 더 이상 개학을 미룰 수 없었던 교육부는 4월 9일 부터 중3, 고3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발표했다. 유 부총리는 “온라인 개학은 교육이 미래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며, “처음 가는 길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과정과 경험 역시 우리의 자산과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개학은 초유의 사태인 만큼 새로운 학습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학생, 교사, 학부모로서는 적지 아니 당황스러울 것이다. 특히 교육당국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아무 준비 없이 생소한 업무를 떠맡아야 하는 교사들은 난처하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 교수학습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나 학생 모두 적응하기가 힘들 것이다. 처음 가는 길을 어찌 익숙하게 갈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낮선 길을 가는 것은 변화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다. 위대한 도전은 역사 발전의 지렛대다. 에디슨의 발명에 대한 도전, 하늘을 날고자 한 라이트 형제의 도전 등은 인류를 한 단계 발전시켰지 않은가. 이 위대한 도전이야말로 가상의 세계를 현실의 세계로 불러왔고 인류의 위대한 능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