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 맑음동두천 24.7℃
  • 맑음강릉 31.4℃
  • 맑음서울 25.8℃
  • 맑음대전 26.6℃
  • 맑음대구 28.5℃
  • 맑음울산 27.7℃
  • 맑음광주 27.4℃
  • 맑음부산 23.1℃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23.9℃
  • 맑음강화 22.7℃
  • 맑음보은 25.5℃
  • 맑음금산 26.7℃
  • 맑음강진군 25.1℃
  • 맑음경주시 29.7℃
  • 맑음거제 24.5℃
기상청 제공

[안휘의 시시비비] ‘참새’와 ‘메뚜기’

  • 안휘
  • 등록 2021.02.03 06:00:00
  • 13면

 

 

지난 1958년부터 3년간 중국에서는 무려 3천여만 명이 굶어 죽는 희대의 참극이 일어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어마어마한 메뚜기 떼들이 논밭의 곡식들을 모두 먹어치웠기 때문입니다. 자연재해였을까요? 아닙니다. ‘인재(人災)’였습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펼친 ‘제사해(除四害) 운동’의 여파였죠. 이 운동은 들쥐, 파리, 모기, 참새 등 네 가지 해충을 제거하는 국민운동을 말합니다.

 

마오쩌둥은 쓰촨성(四川省)을 방문했을 적에 “참새가 먹는 곡식이 엄청나다”는 보고를 듣습니다. 마오는 즉각 참새를 없애라고 지시했고, 정부 주도로 참새 소탕 작전이 벌어집니다. 관료들은 참새 100만 마리를 잡으면 6만 명분 곡식이 절약된다는 계산까지 내놓습니다. 그래서 ‘인민의 적’ 참새가 박멸 대상 1호가 됩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천적 참새가 사라진 들판은 메뚜기 떼가 장악했습니다. 곡식이란 곡식은 메뚜기가 다 먹어치우니 수확할 게 없었습니다. 결국 이 ‘참새 박멸’ 정책은 3천만여 명의 아사(餓死)라는 사상 유례없는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소련에서 급히 참새 20만 마리를 수입했지만 속수무책이었지요.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무시했던 마오쩌둥의 무지가 빚어낸 참극이었던 겁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를 설명하는 다른 일화로는 ‘코브라 효과(cobra effect)’도 있지요. 인도에서 코브라를 제거하기 위해 보상금을 지급했더니 뱀 사육농장이 성행했고, 보상금 제도를 폐지했더니 키우던 뱀들을 야산에 버려서 다시 코브라가 폭증했다지요.

 

코로나19의 재앙에 놀란 세계 각국은 ‘헬리콥터 머니’를 넘어 ‘폭격기 머니’ 개념으로 재정지원에 나섰습니다. 미국은 2조2천억 달러(2천684조 원)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고, 독일 상원은 1조 유로(1천344조 원)의 부양책을 통과시켰지요.

 

우리 위정자들도 과감한 해법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차단하고, 그 피해를 보상하는 비상조치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전폭적으로 동의합니다. 지금은 국민을 위해 나라 곳간을 활짝 열 때입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 누군가는 ‘풍선효과’를 차분하게 걱정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코로나19 쓰나미에 일단 묻혀버렸지만, 문재인 정권이 주도해온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같은 정책들이 떠오릅니다. 그런 것들이 혹여 ‘참새 박멸’ 같은 하지하책(下之下策)은 아니었는지는 언젠가 되짚어봐야 할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아, 참. ‘부동산 문제’는 이미 비슷한 이유로 혼쭐이 나고 있군요.

 

지금의 우리 모습이 당황하여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틀기를 거듭하는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 꼴이 아니길 바랍니다. ‘메뚜기’를 생각하지 못하고 ‘참새’만 때려잡는 어리석음만큼은 정말 없어야 할 텐데요.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