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유채꽃이 피고 있다. 노오란 유채꽃의 물결. 바다의 색깔과 대비를 이루면서 환상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이 눈부신 4월의 초입에 제주는 도저히 씻어낼 수 없는 아픔의 흔적이 있다. 바로 1948년(무자년) 4월 3일의 기억이다. 그 중에도 4월의 유채밭과 관련된 일은 다랑쉬동굴이다. 다랑쉬동굴은 다랑쉬오름 자락 밑 밭 두둑 사이에 있는 동굴이라고 볼 수 없는 평지의 돌밭에 난 굴이다. 1948년, 이 마을 부녀자와 아이들 11명이 이 동굴에 숨어들었다가 진압군이 피운 맞불 연기에 질식해 모두 죽은 참화의 현장이다. 이 현장은 아이러니하게도 1992년 4월 유채꽃이 피는 봄날 발굴되어 당시의 처절했던 비극을 일깨우며 보는 이의 가슴을 무너져 내리게 했다. 제주 4 3을 외부에 알리고 끊임없이 증언해온 제주 토박이 오승철 시인은 이 현장을 <다랑쉬오름> 작품을 통해 “무자년 솥과 사발, 녹 먹은 탄피 몇 개/ 한 마을 이장해가듯, 고총같은 동굴이여.”라며 정직한 어조로 밝힌다. <바람 난장> 행사에 초청 받았다가 알게된 “무등이 왓”마을도 이로 인한 비극의 현장이었다. 제주의 <바람 난장>은/시와 그림과 음악과 춤이 어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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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국자의 ‘코로나19’ 감염사례가 늘고 있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해외 입국자들에게 자가용을 이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다수의 타인과 접촉이 불가피하고 이는 확산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자가용을 운행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경기도가 지난 달 28일부터 미국·유럽발 무증상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공항버스를 지원해왔는데 1일부터는 전체 해외 입국 무증상 도민들까지 이용대상을 확대했다. 그런데 경기도 보다 수원시가 이 서비스를 먼저 시행했다. 수원시는 지난 달 26일부터 ‘안심 귀가’라는 서비스를 실시, 해외 입국자들을 개별 수송했다. 수원시민이 사전 신청하면 공항에서 임시생활시설까지 단독 수송해주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시민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생활동을 무증상 해외 입국자의 임시생활시설로 지정, 진단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1~2일간 대기시키고 있다. 이는 공항검역소에서 무증상으로 판단해 입국장을 통과 귀가했지만 나중에 확진 판정을 받는 입국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거연수원에서의 진단 결과 여
1893년 봄, 충청도 보은군 장안골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당시 장안골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 아이들이 “서울 장안이 장안인가 보은 장안이 장안이지”라는 노래를 불렀다. 보은 장안골 곳곳에 ‘보국안민(輔國安民)’과 ‘척왜양창의(斥倭洋倡義)’를 새긴 깃발이 휘날렸다. 집회를 소집한 해월 최시형(1827~1898)은 도인들에게 공중위생을 지키고, 음식을 조심하고, 청소를 철저히 할 것 같은 기본 수칙을 알려주고 잘 지키도록 했다. 수만 명이 모였으나 장안골에는 대소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땅을 파고 일을 본 뒤에 깨끗이 파묻었기 때문이다. 떡장수와 엿장수도 몰려들었다. 점심때가 되면 순식간에 광주리와 엿판이 비워졌다. 놀랍게도 광주리와 엿판에 놓고 간 돈을 계산하면 한 푼도 틀리지 않았다. 장사꾼들은 이후부터 떡 광주리와 엿판을 내려놓고 광주리가 비기를 기다리다가 돈만 거두어 갔다. 보은에 수만의 동학도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고종(1852~1919)은 호조판서 어윤중(1848~1896)을 양호선무사로 임명했다.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 보은에서 성장한 어윤중은 보은 일대의…
카프카의 변신처럼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존재하는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고 그 공포와 닥쳐올 위험에 대한 대비로 바쁘다. 처참하고 우울한 변신이다. 코로나19사태가 진정이 되어도 경제활동, 라이프스타일, 인간관계, 사회망 모두 커다란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할 것이다. 즉 코로나19 전과 후는 우리 삶의 대 변혁을 예고한다. 이른바 ‘언택트(untact)문화’는 빠르게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았던 기성세대도 코로나19 사태 이후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어졌다. 대학도 어김없이 변화해야 했다. 문 닫힌 각 대학들은 의도치 않게 사이버대학으로 변신을 했다. 한 번도 시도 해보지 않았던 낯선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느라 교수들은 진땀을 흘리고 강의부실을 호소하는 학생도 학교도 적응하는 과정에 모두 혼란스럽다. 필자는 사이버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사이버대학은 코로나19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학사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등록률도 높아졌다. 지금 여러 대학에서 터져 나오는 학생들의 수업 질에 대한 볼멘소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에 한번쯤 빠져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세계 공통이다. 그래서 미국의 컬럼니스트 짐 피빅은 만인에게 사랑받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이렇게 표현 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이 콘에서 떨어질 때의 실망감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런 아이스크림의 원조(元祖)를 자처하는 나라는 여럿 있다. 이탈리아도 그 중 하나다. “로마시대 네로 황제가 시칠리아섬 에트나산 정상에서 가져온 만년설에 과일 등을 섞어 먹은 것이 최초의 아이스크림 기원”이라 주장하고 있어서다. 그리스 사람들은 기원전 5세기에 눈가루에 꿀을 섞어서 먹었다며 원조를 자처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 나라의 아이스크림은 ‘셔벗’의 원조에 가깝다며 2세기경 우유와 쌀을 얼려서 혼합해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은 자신들이 원조라 주장한다. 아이스크림을 얼음이라는 의미의 ‘글라세’라고 부르는 프랑스도 원조를 자처하는 나라다. 아이스크림이 대중화 된 것은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만국박람회에서다. 우연히 와플 장수와 아이스크림 장수가 공동으로 와풀에 아이스크림을 담은 콘을 선보였고 곧바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시원 달콤함’의 대명사가 됐다. 우리나라엔 좀 늦게 상륙했다.…
얼음꽃 /권순자 바람결에 맴돌다가 당신이라는 매끄러운 표면에 얼어붙은 나의 운명 당신에게 하얗게 엉겨 꽃이 되었네 죽도록 붙어서 짧은 인연 애달파라 녹아내리며 매달려 애달픈 사랑 기다려줘 작은 알갱이로 잠깐만 빛날게 빛이 당신과 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네 야멸찬 빛 당신은 나를 주워 담을 수 없어서 우네 빛이 나를 데리고 가네 미끄러운 절벽을 견디는 비밀은 빛이 뒤돌아보는 순간 내가 투명하게 생을 멈춘다는 것 당신은 햇살에서 나의 냄새를 맡는다는 것. 아, 나는 녹지 않는 사랑이 되고 싶었네. ■ 권순자 1958년 경주 출생. 1986년 《포항문학》에 「사루비아」외 2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심상》으로 신인상, 동서커피문학상, 시흥문학상, 아르코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우목횟집』, 『검은 늪』,『낭만적인 악수』, 『붉은 꽃에 대한 명상』, 『순례자』, 『천개의 눈물』 3권, 『청춘 고래』 등이 있고, 시선집 『애인이 기다리는 저녁』, 『Mother's Dawn』(『검은 늪』영역시집)을 출판했다. 최근에는 수필집 『사랑해요 고등어 씨』를 출간했으며, 한국시인협회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중원을 통일한 진시황은 몽염(蒙恬)에게 명하여 흉노에게 잃어버린 북쪽 땅을 회복한 후(BC 215년) 이미 있던 성(城)들을 연결하도록 했는데, 그것이 만리장성이다. 당시에는 흙으로 만든 토성이었고, 현재의 것은 명나라 때 작품이다. 그런데 그 때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만리장성이 북방민족을 제대로 막아낸 적은 없다. 수천 킬로미터의 장성에 군대를 다 주둔시키기 어려웠고, 한 군데만 뚫리면 전체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장성축조에 동원된 수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대놓고 반대하기 어려웠던 것은 외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대의명분 때문이었다. 실상은 아직 망국의 한을 풀려고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을 장성축조에 동원하여 힘을 빼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나라를 정벌한다는 명분 아래 임진왜란을 일으킨 것과 같다. 명분에 가려 세심한 내용을 따져보지 못한 채 결국 후회하는 일들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대표적 사례는 국회의원 선거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이다. 꼼수에 꼼수만 양산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수만 계산하던 정당투표를 전체의석수를 결정하는…
겨울 문턱은 삭막하다. 겨울엔 모든 것들이 동면에 들어간다. 나무는 가지를 벗고 맨몸으로 칼바람을 맞이할 태세를 갖춘다. 어찌 나무뿐이랴. 어린 시절 가난한 내 이웃들도 겨울 문턱엔 저마다 허둥거렸다. 겨울은 두려웠고 겨울은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행여 먹을거리가 모자라지 많을까. 행여 추위에 떨 내 새끼들에게 무엇을 입힐까? 사람들은 허름한 장롱문을 열고 겨울 준비를 서둘렀다. 이미 바람결이 선뜻해진 겨울 문턱에서 너나없이 들판에 나서 한 톨이라도 더 거두기 위해 가을 추수에 땀 흘렸다. 어린 나는 그런 겨울을 기다렸다. 겨울에는 눈이 오기 때문이다. 얼음 위에서 뒹굴고 놀기 좋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내 첫눈이 오기를 기다렸다. 삭막한 겨울 아침 집 뒤란의 대숲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와 참새 소리도 기다려졌다. 그러나 나에게 겨울은 춥고 배고팠다. 그런데도 나의 겨울은 이상하게 설렘을 안겨주었다. 나에게 겨울은 기다림의 계절이었다. 추위 속에서도 얼음이 풀리고 봄이 온다는 희망의 계절이었다. 겨울이 있기에 봄이 오기 마련이니까…. 우리의 생인들 무엇이 다를까? 나의 어린 시절은 차가운 빙점이었다. 춘궁기가 있던 내가 자란 합천 골짝은 겨울이 너무나 가혹
가평군농업기술센터 중점사업 농업의 혁신을 선도하는 곳이 있다. 바로 가평군농업기술센터다. 1소 11팀 4개 상담소로 운영되고 있는 가평군 농업기술센터는 장동규(58) 소장을 비롯, 이원산 기술기획과장 등 75명의 직원들이 농업기술 보급과 선도 농업인 육성을 위해 다양한 농촌지도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장동규 소장은 2018년 8월 취임한 후 전국의 농촌지도기관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농산가공팀, 경관농업TF팀, 농기계팀 등 3개의 팀을 신설하고 23명을 증원하는 등 전국 최우수 농업기술센터로 발돋움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가평군농업기술센터의 올해 중점사업은 무엇이고 추진사업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경관농업을 활용한 자라섬 남도 꽃 테마공원 올해에는 기존의 사업들과 함께 경관농업을 활용한 자라섬 남도 꽃 테마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자라섬 남도 꽃 테마공원은 가평군 최초의 꽃 테마공원으로, 약 11만5천188㎡ 규모다. 2019년 농업기술센터에서 처음 추진한 이 사업은 경관농업 육성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봄에는 꽃양귀비와 수레국화·유채꽃, 가을에는 백일홍·코스모스 등 계절별·테마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