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환경을 비롯, 사회 전반에 거쳐 전환기를 맞고 있다. 아울러 구질서가 무너지거나 약화되는 과정에서 새 질서를 모색하고 수립하겠다는 의지가 사회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대두되며 새로운 시스템에 맞는 철학과 원칙을 정립하려다 보니 오랫동안 익숙한 것으로부터 갑작스런 변화에 대한 혼란과 더불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저변에서는 각양의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오래 진행되어온 잘못된 제도나, 납득하기 어렵지만 관행처럼 답습되어온 묵은 것들 그리고 폐단을 도려내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적폐라는 명목 하에 오래된 것이라고 모두 잘못되었고 폐단이라고 몰아붙여 바꾸려는 것은 신중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옛 가르침이 있다. 뿔을 고치려다 결국엔 소를 잡는다는 즉 사소한 것을 고치기 위해 큰 것을 잃는다는 교훈이다. 작금의 시대를 일컬어 디지털 시대라고 한다. 단편적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는 아날로그는 나름의 과정과 절차를 통해 일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반면 디지털은 과정이 생략되고 시작과 결과만 보여지는 것이다. 이 둘의 차…
구어 /송승언 그가 오늘 먹은 것이 내일 그의 얼굴이 되고 그가 오늘 걸어 다닌 골목이 내일 그의 요추가 되고 그가 오늘 뱉은 단어가 내일 그의 영혼이 되는 일 매일 아침 일어나 폐자원 센터로 간다 - ‘문학선’ 2017년 가을호 우리가 하는 행위란 얼마나 중요한가. 특히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나 마음 깊이 생각하여서 하는 말이나 그 어떠한 것이든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물론 모든 것이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효용성이 결정되기는 하지만, 때로 누군가 내게 던진 말 한마디가 나의 양식이 되기도 하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리하여 오늘 먹은 그 말이 말을 내뱉은 그의 얼굴이 되는 것과 동시에 나의 얼굴을 형성하고 나를 지탱해주는 허리뼈가 되며 심지어 영혼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시인은 매일 아침 일어나 폐자원 센터로 간다. 즉 버릴 것은 버리고 소화할 것은 소화하는 작업을 통해 하루를 좀 더 소중하게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어제를 되돌아본 우리의 되새김, 그것은 너와 나의 관계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일이다. 한 마디 한 마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여러 가지 사건 사고로 두려운 세상을 정화해…
25년만에 찾아온 가마솥 찜통더위에 온 국민이 시달리고 있다. 체온을 훨씬 넘어 40도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폭염을 견디다 못해 대형마트에 사람들이 몰리고 심지어 백화점과 은행까지 북적거린다. 가정에서는 주택용 전기요금에 적용하는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 틀기가 겁이 난다. 하루종일 에어컨을 가동해야 할 폭염인데도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 몇 시간씩만 틀 수밖에 없다.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를 높이는 제도로,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1974년 12월 3단계 누진제를 처음 실시됐다. 주택용 누진제는 2004년 이후 다시 6단계, 11.7배의 누진 구조로 시행됐다. 전기요금에 관한 들끓는 여론을 반영한 정부는 2016년 12월 주택용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즉, 100㎾h 단위로 세분돼 있던 6단계 누진구간을 필수사용 구간인 0∼200㎾h(1단계), 평균사용 구간인 201∼400㎾h(2단계), 다소비 구간인 401㎾h 이상 등 3단계로 줄였다. 구간별 요율은 1단계 ㎾h당 93.3원, 2단계 187.9원, 3단계 280.6원을 적용해 요금 단가 차이를 11.7배에서 3배로 축소하기는 했다
요 며칠 새 경복궁 갈 일이 많아졌다. 경복궁 끝자락에 위치한 건청궁을 드나들면서 문득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잠들어 있는 곳이 궁금해진다. 오늘은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그리고 그 가족이 함께 잠들어 있는 홍유릉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금곡릉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홍유릉은 고종과 순종, 두 황제의 능이다. 홍릉과 유릉은 왕릉이 아닌 황제릉에 해당한다. 따라서 다른 왕릉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구조가 다르다. 고종황제는 합일합방 후 1919년 6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종황제의 능을 현재 위치로 결정하게 되자, 터가 좋지 않다고 천장설이 끊이지 않았던 명성황후의 홍릉도 이곳으로 옮겨와 합장릉을 만들었다. 원래 홍릉은 명성황후의 능호이다. 한일합방이 되면서 조선을 이왕가로 격하시켜 버린 일본은 고종의 능호를 따로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고종이 능호를 쓴다는 것은 대한제국 황제의 신분을 인정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성황후와 합장하고 홍릉이라는 능호를 쓰게 되었다. 많은 사건을 겪어내고 끝내 나라가 망하는 것까지 봐야 했던 고종, 고종황제가 능호를 갖는 방법은 이미 정해진 황후의 능호를 함께 쓰는 방법 밖에는 다른 수가 없었던 것이
마피아는 시칠리아 말로 ‘자랑, 호언’ 또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8세기부터 시칠리아를 지배했던 사라센 말이 어원이다. 마피아의 유래는 19세기 부재 지주들의 사병조직설이 유력하다. 시칠리아 마피아들은 19~20세기 미국으로 건너가서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 범죄조직을 결성했다. 얼굴 흉터로 ‘스카페이스(scar-face)’라는 별명을 얻었던 알 카포네도 그중 하나다. 마피아는 1920년대 시행된 금주법을 계기로 미 전역으로 세를 확산시켰다. 1950년대에는 24개 조직이 활동했고 10년후엔 15만명의 조직원을 거느릴 정도로 세력을 키우며 위세를 떨쳤다. 최근엔 크게 위축됐다. 지속적인 소탕작전과 투명해진 사회 시스템으로 검은 돈을 챙길 기회가 줄어든 까닭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마약판매 매춘 등 전통적 갱 업종에서 손을 뗀 대신 제도권에서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탈리아 마피아는 아직도 건재하다. 시칠리아의 노사 코스트라와 나폴리의 카모라 등 4대 조직이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교회 출석과 기부 활동 등으로 지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마피아가 주도하는 범죄 산업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11%에 이른다고 한다
연일 찜통더위다. 더러는 시원한 곳을 찾아 때 이른 휴가를 떠나고 젊은이들은 바다에서 해수욕하며 더위를 즐기고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나무 그늘을 찾아 더위를 견디기도 한다. 마을입구에는 당산나무가 있곤 했다. 당산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마을에 큰 행사가 있을 때는 당산나무에 제를 올리기도 했다. 내 고향 청주에도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있었다. 전해내려 오는 말에 의하면 나무가 울면 마을에 재앙이 생겼다고 한다. 수백 년 수령의 그 나무는 몇 년에 한번 정도 울었는데 그때마다 마을 사람이 이유 없이 죽거나 뜻하지 않은 재앙이 생겼다고 한다. 지금은 개발에 밀려 나무도 없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몇 아름은 족히 될 만한 거대한 나무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길손들의 쉼터가 되곤 했다. 나무 밑 평상모여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을의 대소사를 논하기도 했으며 여름한철 피서지가 되곤 했다. 그 거대한 나무도 새가 날아들면 새의 무게만큼 흔들렸고 서로의 잎을 바스락대며 푸른빛을 더해가곤 했다. 어느 해는 잎이 듬성듬성했고 한해 그러고 나면 다음해는 무성하고 짙푸른 색으로 풍성한 그늘을 만들었다. 어른들은 나무가 해거리를 하는 것…
재료들 /최문자 어머니를 꽉 쥐면 주르르 눈물이 쏟아진다 주원료가 눈물이다 사랑을 꽉 쥐어짜면 쓰라리다 주원료가 꺼끌꺼끌한 이별이다 매일매일 적의를 품고 달려드는 삶을 쥐어짜면 비린내가 난다 주원료가 눈이 어두운 물고기다 CT로 가슴을 찍어보면 구멍 뚫린 흰 구름 벌판 주원료가 허공이다 구멍 난 가슴을 무심히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어머니’가 있고‘사랑’이 있고‘비린내 나는 삶’이 있다. 이것들이 시인의 삶을 견인하는 재료들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하나같이 ‘슬픔’이고 ‘아픔’이고 ‘비린내’가 난다. 삶의 바깥에는 분명 내일이 있고 흐림 뒤에 맑음도 있는데 시인의 삶에 들어 있는 아픈 진실 ‘CT로 가슴을 찍어보면/구멍 뚫린 흰 구름 벌판’의 예리한 시선이 타자의 마음에 들어와 칼금을 긋는다. 이 대목에서 나는 아니라고 손사래 치는 이 누가 있을까? 아픔을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슬픔을 슬프다고 말하지 않으며 안으로 삭히는 무심함에서 시인다운 고매함과 고요한 경지를 느낄 수 있다. 어떤 치장도 꾸밈도 없이 일상에서…
교복을 무상으로 주려던 경기도가 이런저런 갈등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지원대상, 지원방법, 지원시기에 있어 학부모의 의견이나 교복업체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경기도 학교교복 지원조례안’이 다시 보류된 것이다. 이 조례안은 중학교 신입생에게 학교장이 교복을 지원하고 교복을 구매할 때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으로 구매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교복업체를 선정하면 학생에게 현물을 지급한 뒤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교복업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등이 각각 반발하고 있다. 현물 지원은 일부 대형업체를 밀어주는 것이라며 영세업체들이 반발했고, 한국학생복산업협회 회원 1천여명이 최근 경기도의회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학사모 역시 지난 17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급방식에 대해 수혜자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을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이 조례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사업은 경기도가 21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31개 시·군으로부터 70억원을 지원받아 모두 280억원의 예산으로 내년도 중학교 신입생 12만5천명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짜로 교복을 주는 것도 만만치는 않은 모양이다. 그렇지
요즘 수원시 광교신도시(영통구 센트럴타운로22번길 25)에 있는 산의초등학교 학생들은 신바람이 났다. 지난 17일부터 ‘하하 호호! 즐거운 산의 물놀이 학습장’을 개장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 운동장 한쪽에는 사각 풀 2개와 작은 원형 풀 1개가 설치돼 있다. 대형 튜브에 공기를 채워 만드는 조립식 에어풀장이다. 본보(20일자 18면)에 따르면 이 풀은 이 학교 윤성철 교장이 학교운영비 200만 원으로 설치한 것이다. 윤교장은 인터넷 쇼핑몰에 가로 6m에 세로 4m짜리 사각 풀 1개와 지름 3m짜리 원형 풀 1개를 주문했다. 풀이 도착하자 윤 교장이 체육부장 교사와 둘이서 밤 9시까지 설치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스카우트 경기 남부가 사각풀을 하나 무료로 빌려줬다. 윤교장은 스카우트 경기 남부 훈육위원장이기도 하다. 윤 교장은 풀 주문부터 설치, 청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직접 팔을 걷어 붙였다. 풀을 청소하느라 매일 저녁 늦게 퇴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내 지자체들은 여름을 맞은 어린이와 학부모들을 위해 공원과 광장 등에 물놀이장을 만들었다. 수원시의 경우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샘내·일월공원(장안구), 권선·마중·매화공원(권선구), 고래등어린이·매여울·
인간은 왜 딸꾹질을 할까? 물리학을 전공한 생물학자 ‘막스 델브릭’의 명언 “모든 세포는 물리적인 현상보다는 역사적인 현상을 나타낸다”라는 말은 딸꾹질의 기원을 설명한다. 급한 숨을 쉬자마자 성문이 기도를 급하게 막고, 횡경막이 반복 수축하는 현상은 공기호흡과 아가미호흡을 동시에 하는 올챙이가 자주 하는 짓이다. 사람들 중에는 오랜기간 올챙이 적 기억을 깊이 간직한 이들이 있다.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딸꾹질을 멈출 수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진화에 대한 다른 깊이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반면 우리 DNA는 수정란이 된 이후 아빠와 엄마의 세포에 쌓인 온갖 역사적 사연을 지우는 DNA세탁을 한다. “임신 6개월 전에 담배를 끊으라”는 산부인과 의사의 권고가 있는 이유는 난자와 정자가 성인의 최근 삶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의 개성은 수정란의 가능성이 얼마나 망가져서 나오는가가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수정란의 재(再)프로그래밍은 주로 난자 속에 들어있는 염색체 이외의 것들이 하는데, 이는 발생반복설로 설명되는 의도적 원시화 과정이 DNA의 지속성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자보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