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 달 17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실 보좌관들이 재정정보원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십만 건을 불법 유출했다며 검찰에 고발하였다. 이에 심의원은 무고 혐의로 맞고소를 하였다. 검찰은 21일 심의원실을 압수수색하였고, 심의원은 현 정부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였다. “오후 11시 이후 비정상시간대에 사용한 건수는 총 231건 4천132만8천690원,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에 사용한 건수는 총 1천611건 2억461만8천390원”이라고 폭로하였다. 또 지난 2일 국회에서 추가로, 세월호 미수습자의 발인식이나,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등 민감한 시기에 업무추진비가 술집에서 부적절하게 쓰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김동연 장관은 비인가자료를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려받아 공개한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였고, 심의원을 검찰에 고발하였다. 청와대는 아무 문제없다고 해명하였다. 국민의 시각에서 ‘청와대 업무추진비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업무추진비가 정상적으로 쓰였는지, 아니면 위법·부당하게 집행되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또 다른 쟁점은 심의원이 불…
문신 /조정인 고양이와 할머니가 살았다 고양이를 먼저 보내고 할머니는 5년을 더 살았다 나무식탁 다리 하나에 고양이는 셀 수 없는 발톱자국을 두고 갔다 발톱이 그린 무늬의 중심부는 거칠게 패었다 말해질 수 없는 비문으로 할머니는 그 자리를 오래,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는 했다 하느님은 묵묵히 할머니의 남은 5년을 위해 그곳에 당신의 형상을 새겼던 거다 고독의 다른 이름은 하느님이기에 고양이를 보내고 할머니는 하느님과 살았던 거다 독거, 아니었다 식탁은 제 몸에 새겨진 문신을 늘 고마워했다 식탁은 침묵의 다른 이름이었다 고양이는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먼저 죽고 할머니는 5년을 더 살았다. 고양이는 할머니를 위해 “나무식탁 다리 하나”에 “셀 수 없는 발톱자국”을 남겨 놓았다. 할머니는 그 자국을 쓰다듬으며 살았다. 할머니와 고양이 사이에 남겨진 발톱자국. 작고 사소한 흔적이라도 그렇게 남기고 그렇게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흔적을 하느님의 형상으로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 몸에 새겨진 문신을 늘 고마워했던 식탁’처럼 그 흔적이 나에게 남게 된 것을 기꺼이 받아들 수 있다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 20명 중 1명은 지난 한 달간 한 번도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만 지냈다. 이유는 외출하려고 해도 ‘몸이 불편해서’(72.7%), ‘외출 도우미가 없어서’(12.0%) 등이다. 중증 장애인만 본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또 장애인 절반 정도는 집 밖 활동에도 불편을 느꼈다. 외출 자체가 어려우니 다른 활동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1년간 영화관람을 했다는 장애인은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사회, 문화, 여가활동 여건이 열악한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권리도 행사하기 어려웠다. 특히 투표하고 싶어도 투표장에 가는 것 자체가 어렵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투표를 해야 하는지 정보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인 복지를 향상한다고 하면 장애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용 시설을 확대하고 수당을 늘리는 것을 생각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의미에서 장애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집이나 시설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동권 보장이 절실하다. 규모가 큰 건물은 물론이고, 음식점, 약국, 편의점…
골목상권이 최근 3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대형마트와 복합 쇼핑몰의 확산과 인터넷 쇼핑 등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목상권은 자영업자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 상황을 방치하면 우리나라 경제의 숨통을 죄는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영세한 자본으로 시작한 자영업자들이 한번 무너지면 재기할 방법이 없는데다 최근 고용상황도 좋지 않아 취업할 곳도 마땅치 않다. 자영업과 골목상권, 전통시장이 보호돼야 하는 이유다. 이에 지난해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발의됐다. 계류 중이던 이 법안이 최근 다시 관심을 끈다. 지난달 11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개정안에 대한 재논의가 진행되면서 부터다. 유통법안은 복합쇼핑몰의 의무 휴무와 신규 출점 규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의 취지는 복합쇼핑몰의 신규 출점 규제와 강제 휴무를 통해 고객들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으로 유입시켜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들이 강제휴무를 해야 한다.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은 대형마트처럼 1년 24회, 연중 1개월 가량 강제로 쉬게 된다. 이렇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 공장장은 방송에서 “지난 과거 70년 동안의 냉전체제 덕분에 주인 노릇을 했던 자칭 보수 진영은 익숙했던 과거를 끝까지 잡으려고 옛날 프레임, 즉 재활용 프레임을 반복하면서 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 예로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한 사실을 두고 핵을 이미 개발했기 때문에 비핵화의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북한이 핵 개발을 위해 시간을 끈다는 주장이 그렇다. 이런 시각은 국회의 대정부질문에서 ‘퍼주기’ 논란으로도 이어지기도 했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발언한 이후 남북 경제협력의 편익을 부각하는 보도들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과 발맞추어 지난 2014년~2015년 ‘통일은 미래다’ 기획시리즈를 보도하며 대대적으로 캠페인을 벌였다. 특히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4년에 “남북 철도 연결의 장점을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를 연계한 21세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 건설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으면서도 이날 국회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
지인의 혼사가 있어 서울에 다녀왔다. 전철을 이용해 내려오는데 새 신발이라 그런지 발을 몹시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머리를 굴린다. 청평역에서 내리면 십 분 정도는 걸어야 하고 대성리에서 내려 버스로 환승하면 시간이 좀 더 걸려도 덜 걸으니 발은 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 어느 것이 나을까 생각을 한다. 버스는 바로 올까 염려가 되기는 하나 조금만 기다려서 온다면 괜찮은데 하는 생각 끝에 대성리역에서 내렸다. 전철에서 내려 뛰듯 역을 빠져나와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가 자주 있기는 하나 어떤 때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에 혹시라도 놓치면 한참을 기다리게 될지 몰라 서둘러 나왔는데 버스가 방금 떠났는지 정류장에는 사람이 없다. 예감이 좋지 않아 버스가 어디에 오는지를 알려주는 전광판을 보니 절망감이 찾아온다. 이런 일이 있을까 봐 고심을 해서 내린 결론인데 염려대로 되어 버렸다. 머릿속에서는 아이고 바보야 오늘이 토요일이잖아 토요일은 길이 막혀서 버스가 제시간을 지켜서 오는 게 아니라 와야 오는 것인데 이삼십 분이면 오는 버스들이 80분 90분 기다려야 도착한다는 전광판 실시간 안내는 잔인한 고문으로 다가왔다. 20분 후쯤 도착하는 전철…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욕, 말하는 동시에 가장 먼저 듣고 쓰는 동시에 가장 먼저 보며, 스스로 자신의 뇌에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정보의 발견’의 자료에 따르면, 욕을 하는 이유로 습관적으로(25,7%), 남들도 하니까(18.2%),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17%), 남들이 만만하게 볼까봐(8.2%),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비웃기 위해(4.6%)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초4~고3) 학생들의 ‘학교폭력 경험 및 인식’에서 피해유형별로 학생 천 명당 피해응답 건수는 언어폭력(8.7건), 집단따돌림(4.3건), 스토킹(3.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유형별 비율은 언어폭력(34.7%), 집단따돌림(17.2%), 스토킹(11.8%) 등의 순이며, 학교급별 공통으로 언어폭력, 집단따돌림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언어폭력이 34.7%로 가장 높은 피해유형으로 파악되었으며, 언어폭력이 학교폭력과 연계되어 발생하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어서 대책마련이…
압록 애인 /박완호 너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압록강가 저만치 백양나무 줄기 같은 다리를 가지런히 오그리고 앉아 너는 무슨 노래를 부르는 중이었나. 물살이 몸을 뒤척일 적마다 네 귀에만 가닿았으면 하고 남 몰래 띄워 보낸 나의 뜨거운 속말들. 너의 등 뒤로 가지런히 늘어선 백양나무들 그림자 하얗게 흔들어가며 날더러 또 뭐라 손짓을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너는 나를 부르지 못하고 나는 너를 부를 수 없는 지금, 압록의 물낯만 저리게 반짝이는데 홀로라도 나는 그 순간의 너를 애타게 찾으며 또 하나의 그리움을 운명으로 끌어안으려 한다. 압록 강가에서 마주친 나의 눈부신 사람아.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발원하여 유유히 황해로 흘러드는 압록강은 슬픈 역사의 뒤안길, 그 상징의 강이다. 남의 나라를 통해서야 그 강의 시린 물빛만을 가슴에 담아 와야 하는, 분단의 아픔이 서린 강줄기를 바라보며 시인은 얼마나 가슴 저렸을까. 팔 뻗으면 닿을 듯, 강 저쪽의 여인은 누구던가. 우리들의 누이이며 애인 아니던가. 마음이 먼저 달려간 곳에서 그 여인도 시인에게 무어라 속삭이고 있지 않은가. 강물을 사이에 두고 서로 애틋한 상사(想思)의 눈길만 주고받는 안타까
다이너마이트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 그가 55세 때인 1888년, 멀쩡히 살아있는 자신의 부고 기사를 봤다. 형의 이름과 혼동한 신문사의 실수였다. 하지만 그는 오보보다 기사내용에 충격을 더 받았다. “사람을 더 많이 죽이는 방법을 개발한 ‘죽음의 상인’이 사망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후 번뇌를 거듭하던 그는 유산으로 노벨상을 제정하라고 유언했다. 노벨상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1901년부터 지금까지 118회째 ‘인류 문명 발달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어지고 있다. 분야는 물리학, 화학, 생리학 또는 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등 6개. 상금은 900만 스웨덴크로나(약 100만달러·11억원) 안팎이다. 10월은 노벨상의 계절이다. 올해도 지난 1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2일 물리학상, 3일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했고, 오늘은 평화상, 내일은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그중 세인의 관심은 뜨겁지만 가장 정치적인 상이라 평가 받는 노벨평화상은 세계 평화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주어지는데, 가끔 수상 자격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어왔다. 노벨상은 전통도 있었다. 죽은자 에게는 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 관례는 1961년 10월 깨졌다. 발표 불과 20여일…
구멍 속의 방 /성향숙 여자가 구멍을 통해 밖을 들여다본다 거울 속처럼 눈부신 사물들이 둥둥 떠 있다 정지된 방 안의 시간을 이리저리 굴리며 여자는 밖의 풍경들을 재단한다 그늘 영역 넓히는 정자나무 아래 소란스런 몇 명의 아이들, 철조망 줄줄이 붉은 꽃들, 벌 떼처럼 가벼운 장미 꽃잎이 골목의 소음이 된다 마른 국숫발 햇살이 두꺼운 구름 뚫고 양철 판자 지붕 위로 떨어진다 노란 현기증이 대지에 가득 퍼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꿈틀거리는 풍경들 겹겹의 주름 속에서 붙었다간 흩어지고 흩어지다 다시 달라붙는, 여자의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는 깜깜하다 단칸방 창문에 격자 한 칸만큼 덧붙인 쪽유리, 안쪽에 눈동자가 매달려 있다 작은 유리 구멍 속에는 엉덩이로 걷는 여자가 산다 -시집 ‘엄마, 엄마들’ 저 쓸쓸한 독거의 아득함이라니! 구멍은 폐쇄된 공간에서의 칩거를 함의한다. 생과 사의 경계에 놓인 아슬아슬한 시간의 다른 이름이며 언젠가는 닫히고야 말 눈꺼풀처럼 허무한, 최소한의 소통공간이다. 그러나 유폐된 삶에서의 구멍은 전 우주에 다름 아닐 것, 엉덩이로 걷는 여자에게 구멍 밖의 세계를 본다는 것은 밖을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