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빙 /하상만 달은 지구를 빙빙 돌고 싶어 한다 지구는 태양을 빙빙 돌고 싶어 한다 태양은 은하의 중심을 빙빙 돌고 싶어 한다 빙빙 돌 만한 것이 누군가에게나 필요하지 나도 당신을 빙빙 돌지 당신에게 바치고 싶은 생이 있어 달은 다른 지구를 낳지 않고 지구는 다른 태양을 낳지 않고 태양은 다른 은하를 낳지 않지 나도 빙빙 다른 당신을 낳지 않아 나는 빙빙 당신을 도네 당신이 구부려놓은 시간과 공간 속을 홈 사이에 잘 끼워 넣은 바퀴처럼 -시집 ‘오늘은 두 번의 내일보다 좋다’ 중력을 구심력으로 하여 일정한 궤도를 영구적으로 도는 자연 또는 인공위성은 어쩌면 숙명을 타고난 것 아닐까. 달은 지구를 떠날 수 없고 지구는 태양을 떠날 수 없고 태양은 은하를 떠날 수 없다. 이들 관계에 있어 그 당기는 힘을 밀칠 수 없는 운명에 묶인 천체들이 오늘도 거대한 운행체계로 돌고 또 도는 것이다. 어디 천체뿐이랴. 당신에게 바치고 싶은 생이 있어 당신을 빙빙 도는 나는 당신을 떠날 수 없는 영원한 위성이다. 당신의 인력 안에 내가 있다. 오로지 달은 지구를, 지구는 태양을, 태양은 은하를 섬긴다. 시인은 꼼짝할 수 없이 당신의 시간과 공간의 자장 속…
국군이 국민과 국가를 지키기 위한 군대라는 것은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도 다 안다. 그런데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는 국가와 국민을 보위하는 군대가 아니라 정권을 지켜주기 위한 조직 같다. 기무사의 전신은 국군보안사령부인데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후 유족 간 분열, 민심 왜곡을 위한 공작을 벌여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소고기 파동’ 땐 댓글 여론공작을 기획했고, ‘댓글부대’라는 것도 운영했다. 친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자 기무부대원 티에프(TF)를 조직, 유가족들을 사찰하기도 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중에 계엄령 선포까지 기획했다고 한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공개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수행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에 이런 내용이 들어있다. 이 문건은 기무사령관이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2017년 3월 초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것이다. 이 문건에 의하면 기무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될 경우 위수령 발령에 이어 계엄령 선포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투입 병력 규모도 명시했다.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천800명, 특수전사령부 병력 1
아너 소사이어트 모임이 있었다는 본보 기사가 눈길을 끈다. 경기공동모금회는 최근 경기 아너 소사이어티 정기모임을 개최했다. 모두 60여 명의 회원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나눔 문화에 참여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급회에 1억 원을 기부하거나 약정한 사람들이다. 1억이라는 돈은 서민들에게는 엄청난 금액이다. 기부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선뜻 기부하기가 쉽지 않은 금액이다. 자랑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정기모임에서 아름다운 나눔을 통해 사랑의 열매를 풍성히 맺을 방법들을 논의하고 또 실천 의지를 새롭게 다진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거나 주변을 살펴보는 일에는 점점 인색해져가는 요즘이다. 오히려 있는 자들은 지갑을 꽁꽁 닫아 없는 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높아간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 자와 없는 자 사이의 차이는 있다. 방세마저 못 낼 처지의 사람들이라고 해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처해진 여러가지 상황이 녹록지 않을 뿐이다. 절대적 빈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국가나 사회가 이들을 보듬어주지
지난 여행에 이어 이번 여행도 국립서울현충원으로 떠나보자. 국립서울현충원이 자리한 곳은 조선시대 창빈 안씨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즉 국립서울현충원의 원주인은 창빈 안씨인 셈이다. 창빈 안씨는 궁녀출신으로 중종임금의 후궁이 되었다. 슬하에 영양군과 덕흥대원군, 정신옹주 등 2남 1녀를 두었다. 창빈 안씨의 둘째 아들 덕흥대원군은 선조의 부친이시다. 즉 창빈 안씨는 선조의 할머니이며, 선조의 할머니 묘소가 국립서울현충원에 자리해 있는 것이다. 장중한 느낌의 창빈 안씨 신도비를 지나 창빈 안씨의 묘역에 오른다. 곡장으로 둘러싸인 묘역은 엄마의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한 느낌이다. 이곳은 천하의 명당으로 알려진 곳으로, 능침 앞으로 묘비와 장명등이, 좌우로는 망주석과 문무석인이 자리하고 있다. 창빈 안씨의 묘소 주변에 국가원수 묘가 자리하고 있다. 국립서울현충원에는 총 4분의 대통령 묘역이 조성되어 있는데, 초대 대통령이셨던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현충원의 가장 높고 깊숙한 곳에 자리한 묘역이 박정희 대통령의 묘역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묘역은 육영수 여사와 나란히 조성되어 있다. 장례식 때 사용되었
지난해 여름, 경주학술회의에 참가했다가 오후에 관광에 나섰다. 시내를 벗어나 감은사지와 대왕암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감은사지에서 천년의 세월을 당당하게 서 있는 삼층석탑 앞에 섰다가 대왕암으로 향했다. ‘주역’ 건괘에 나오는, ‘비룡재천(飛龍在天) 이견대인(利見大人)’에서 이름이 유래한 이견대에 올라 대왕암을 찾았다. 태풍의 영향으로 거센 파도가 연신 대왕암을 덮쳤으나 이름답게 대왕암은 의연했다. 그 감동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삼국사기’를 펼쳤다. 682년 여름, 신문왕이 바다에 떠다니는 산을 바라보다가 아버지 문무왕과 외삼촌 김유신 장군이 보낸 용을 만났다는 이야기에 눈길이 머문다. 감은사지는 문무왕과 신문왕 부자의 합작품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표지에 사용되어 더욱 친숙해진 삼층석탑이 서 있는 감은사는 삼국을 통일한 후 문무왕이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불심으로 건립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공사를 마치기 전에 문무왕이 서거하자 아들 신문왕이 불사를 완성했다. 신문왕은 동해 용왕이 된 아버지 문무왕이 편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금당 아래에 마련해 두었다. 감
1956년 국회에서 이른바 ‘대통령 방귀사건’을 폭로됐다. 이승만 대통령이 광나루에서 낚시를 하던 중 방귀를 뀌자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익흥 내무장관이 ‘각하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아부했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국민들은 ‘그런 사람이 대통령을 보필하고 장관 노릇을 하면 대한민국의 명의가 서겠는가’ 라며 분개했다. 권력자의 예쁨을 받으려는 ‘아부’의 대표적 유형이 아닌가 싶다. 기쁨조는 대부분 이런 ‘아부의 달인’들이 만들어내는 산물이다. 물론 권력자의 요구에 의해 생겨나기도 하지만 둘 다 조직에 속한 사람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다.그리고 오직 지시와 강요에 의해 운영 되는 것이 특징이다. 실체의 존재여부를 떠나 기쁨조 하면 북한을 먼저 떠 울린다. 일부 탈북자들과 ‘카더라’식 통신을 통해 과거 북한 최고 권력자에게 기쁨을 주기위해 18세부터 25세까지의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물론 진실성에 대해선 아직 확인된 것은 없지만 지금도 기쁨조 하면 많은 사람들이여성을 성 노리개로 삼은 ‘권력의 민낯’과 연관 지어 생각한다. 12년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지내다가 2001년 탈북 이후 저술가이자 강연자로 전업한 일본인 후
세상을 살다보면 솔직함이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 절대적 진실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솔직함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존재일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솔직함이라는 것도 ‘비교적’ 솔직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때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요새 미국과 북한이 하는 ‘말’ 때문이다. 북한이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솔직하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정 반대였다. 북한은 입만 열면 거짓을 늘어놓는 존재로 보였다.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한 북한의 궤변을 봐도 그렇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말했을 때도 그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북한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폼페이오의 북한 방문 이후 미국과 북한이 말하는 것을 보면, 미국보다 북한이 솔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회담 직후 폼페이오 장관은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이번 회담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이번 협상이 ‘생산적’이었으며 양측이 ‘선의로(in good faith)’ 대화에 임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힘 /서연우 은행나무 잎들의 사이가 멀어진다 열매는 햇살을 끄집어 당기고 초록 속에 숨어 있다 들킨 바람이 은행잎을 물고 번지점프 한다 은행나무 한쪽이 잠깐 빈다 나의 한쪽도 잠깐 빈다 내가 만든 시간이 아니라, 공전 중인 지구의 기울어진 시간 안에서 우리는 서로 내일의 밑받침 아무도 모르게 저를 키워 온 바닥을 뒹굴던 들통 속 말복 지난 습기가 가난해진다 다시 무언가 먹을 수 있다는 희망 알이 단단히 밴 감정으로 보송보송하다 가을이 소 눈처럼 맑다 - 서연우 시집 ‘라그랑주포인트’ 중에서 일상적으로 농작물을 비롯한 식물들은 빛의 양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빛의 세기에 따라 잎들은 상하운동을 하며 빛을 훔치는 습관이 있다. 즉 한 줌의 빛이라도 더 흡수해가며 생장과 열매의 결실을 유도하는 현상이다. 시인은 은행나무의 생장부터 결실과정까지 세밀하게 관찰하여 자연과 식물의 조화를 시로 승화 시켰다.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쬐려고 잎들의 사이를 넓히는 과정, 감광성에 의한 잎의 상하 운동을 위험을 내포한 번지 점프로 표현을 했다. 이는 어쩌면 은행나무가 아닌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어머니의 일대기다. 모진 풍파와 고…
최근 인천시의 일부 직위 내정발표와 공모를 놓고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달 29일 경제정무부시장에 허종식 민주당 남구갑위원장을, 대변인에는 김은경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각각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내정된 부시장과 대변인을 공개선발하기 위해 모집공고를 냈다는 것이다. 부시장은 이달 16∼18일 응시원서를 접수하고 이후 서류 심사와 면접시험을 거쳐 20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변인 공개모집의 경우 이달 16∼20일 사이 원서를 접수하고, 21∼26일 서류 전형과 면접시험을 거쳐 이달 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른 바 ‘선(先) 내정, 후(後) 공모’라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내정자 발표가 인수위원회의 실수였는지 의도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 수 없다. 혹시라도 의도가 있었다면 이미 내정자를 발표했으니 원서접수에 참고하라는 의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논란에 대한 시 관계자의 답변 또한 그럴 듯하다. “내정은 어디까지나 확정된 것이 아니다. 공개모집에서 더 훌륭한 지원자가 있다면 채용할 수 있기에 공모 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여성으로서 우리나라 최초 서양화 개인전을 연 화가 나혜석을 기리기 위한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붉은 꽃은 피고 지고 다시 피다’ 행사가 6일부터 8일까지 수원시 성안 마을인 행궁동 일대에서 열렸다. 이곳은 나혜석의 출생지다. 수원군 수원면 신풍리(新豊里) 291번지, 현재의 행궁동(신풍동) 화령전 옆이다. 이곳에서 수원삼일여학교(현 매향중)에 다녔고 게다가 1929년 9월 13~14일 수원포교당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그림에서 서호, 화령전 작약, 수원천 수문 등 수원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시집 ‘국경의 밤’을 펴낸 시인 김동환에게 보낸 엽서에 고향 수원은 가는 곳마다 그림을 그릴 만한 곳이라고 했다. 로마성과 비교하면서 화성이 보다 로맨틱하다고 썼을 정도다. 고향 수원과 화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음을 엿볼 수 있다. 김우영과 이혼하고 나서는 다시 수원으로 돌아와 태장면 지리 557번지(현 팔달구 지동 385번지, 못골시장 내)에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면서 글도 썼다. 예술가로, 독립운동가, 여성 선각자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나혜석이 수원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그동안 나혜석 관련 연구나 사업이 몇몇 예술가나 지식인, 여성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