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탑 /김경윤 날마다 아들이 묻힌 소나무 아래 찾아가 한종일 한글아 내 한글아 그리운 이름 부르다 지친 아내는 저물 무렵 빈 등에 돌을 메고 돌아왔다 아내가 방 안에 부려 놓은 돌들은 날이 갈수록 쌓이고 쌓여 이제는 침묵의 탑이 되었다 바늘 뭉치 같은 시간들이 흐르는 밤마다 나는 그 탑 아래서 묵언 정진 중이다. 나무 관세음보살… 정(情)은 인간이기를 말하고자 하는 최후의 보루다. 사랑하는 아들 한글이를 가족여행을 끝으로 참화 속에 별리를 했다. 얼마나 뜨거웠을까? 애상한 곡조의 서러움들이 뼈 속을 파고든다. 시인의 내자는 깊은 슬픔에 잠을 자고 깨어나면 어눌한 문밖을 보다 문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소리를 듣는다. 사랑하는 것들이 남긴 몇 가지의 추억들을 눈물로 새겨 보낸다. 나무 밑에서 깊은 숙면으로 잠이 들어 깨어나 희망으로 일어설 것이다. 어디서 시인과 어머니를 보고 있는 것일까 아프고, 애절한 그리움이 끊어진 것일까 가을은 강물이 되고 낙엽으로 물들어가는 만산홍엽인데 가을날 하늘을 보고 누워있던 아들이 그립다. 땅 끝에서 부는 바람은 해남사람만 안다. 황토 길을 걷고, 밤고구마를 먹고, 비포장 도로 길을, 산비탈 가난한 마을사람들의…
수원 숙지고등학교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에 자리한 숙지고등학교는 1997년 3월 5일 개교해 올해까지 제20회 졸업식을 거치면서 9천27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현재 36학급 928명(1학년 316명, 2학년 283명, 3학년 329명)이 105명의 교직원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숙지고 교명인 ‘숙지’는 오래 전부터 마음에 품어 온 뜻이란 의미다. 교표는 알파벳 S와 J를 형상화해 평화와 봉사정신을 표현하며 넓고 깊은 사고를 나타내고 있다. 교화는 존경, 순결, 열정의 장미로 선정했으며, 애향과 끈기, 인내, 번향을 뜻하는 주목나무를 교목으로 지정하며 학생들이 가져야 할 성품을 제시하고 있다. 교조는 높은 곳으로 비상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까치로 지정했다. 숙지고는 창의적 교육과정을 통한 집단지성인을 육성하기 위해 교육목표로 배움을 즐거움으로 느끼는 창조인, 소통을 통해 서로 배려하는 도덕인, 능동적이고 행동하고 책임지는 자율인, 건전한 정신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건강인으로 삼고 있다. 또한 1학년은 다양성, 2학년은 적성탐구, 3학년은 선택과 집중 등으로 지정, 각 학년마다 특성에 맞는 교육테마를 앞세우고 있다. 숙지고의 교육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경남 사천 남해 하동)이 지난 7일 법사위 서울고등검찰청 국감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웃기고 앉았네. XX 같은 게”라고 욕설을 했다. 믿어지지 않는다. 시정잡배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이자 법조인 출신인 국회의원이 할 말이 아니다. 이에 여 의원을 향한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주당은 여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여 의원은 법사위원장 자격이 없다.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올 것을 요구한다”면서 여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 역사에 기록함으로써 후손들에게 불명예로 남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국정감사장에서도 같은 당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이종구 의원(서울 강남구갑)이 욕설을 했다. 참고인 신분으로 국감에 출석한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이 이마트의 골목상권 불공정 행위에 대해 성토하는 발언을 하다가 “유통산업발전법 문제로 (이마트를)고발했는데 검찰이 조사조차 하지 않아 지방 권력과 결탁한 부분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욕설을 했다. 이에 이 의원은 “검찰개혁까지 나왔어. XX. XXX같은…
조선시대 정조대왕은 세종대왕과 더불어 성군이다. 이견(異見)은 없다. 사적 제478호로 정조 13년인 1789년 수원 신읍 건설 후 팔달산 동쪽 기슭에 마련한 행궁(行宮)은 정조의 아바타다. 행궁은 왕의 임시 거처이거나 전란(戰亂), 휴양, 능원(陵園) 참배 등의 임시 거처로 쓰였다. 비상시 위기 극복을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곳 등 다양한 용도로 마련되기도 했다. 또 일반적으로 왕이 지방의 능원(陵園)에 참배할 때 머물던 임시 거처였다. 수원화성행궁은 비슷하면서도 새롭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현륭원으로 이장하면서 수원 신도시를 건설하고 성곽을 축조했기 때문이다. 1790~1795년 서울에서 수원에 이르는 중요 경유지에 과천~안양~사근참~시흥~안산~화성행궁 등을 만들었다. 그 중에 제일은 화성행궁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성곽의 요소는 모두 갖췄지만 단 한번도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정조를 비롯한 체재공과 정약용의 내공이 적들의 침탈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성곽을 축조했다. 그러나 전쟁은 없었다. 정조는 1789년 10월 현륭원 천봉 이후 이듬해 2월부터 1800년까지 11년간 13차에 걸친 능행(陵幸)을 찾았다. 아비인 사도세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작동 흥분 이론’으로 어느 정도 근거가 밝혀진 말이다. 우리 뇌는 몸이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멈추는 것 또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면에 일을 자꾸 미루며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 ‘미루는 병’이다. 마치 질병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썼는데, 사실 이것은 질병이 맞다. 미루는 것은 병과 같다. 왜냐하면 습관처럼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을 미루는 사람들은 세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항상 시작이 어렵다. 둘째, 마무리를 짓지 못한다. 셋째, 시작도 마무리도 제대로 짓지 못하고 헤맨다는 점이다. 최근 사회 이슈 중 검찰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법무부에서는 검찰개혁 추진지원단 발족과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지검과 지청을 찾아 평검사 및 검찰직원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으며, 법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과 익명의 검찰 관계자들에게 개혁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어 ‘국민과 검찰이 함께하는 검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 하면서 법령까지 개정하는 추진일정을 공개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필자는 일하는 방법을 다시 한 번…
과학기술에 대한 영향력은 커지는 데, 한국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순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5년 PISA 결과, 읽기소양 4∼9위, 수학소양 6∼9위, 과학소양 9∼14위로 나타났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이 최하위로 나타나 즐겁고 재미있는 과학 공부, 과학적 소양 증진, 어른이 돼서도 즐기고 참여하는 과학문화 조성이 요구된다. 4차산업혁명으로 첨단과학기술은 인간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데, 우리의 과학·발명교육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 과학교육은 과학자만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 소양을 갖춘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인 사람을 위한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교육이 돼야 한다. 지난 8월 초 과학교육대토론회에서 과학교육표준연구에 대한 발표를 들으며, 정부차원의 지원이 절심함을 느꼈다. 미국의 경우, 100명의 연구진이 4∼5년간 지속적인 연구를 하는 데 우리는 10여명이 1년에 걸쳐 연구물을 내 놓는 형편이다. 미국 조지아 주 교육부를 방문했을 때, 한 관계자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이미 행복합니다. 이 행복이 지속가능하려면 열심히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학생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
동두천농협 정 진 호 조합장 올 3월 치러진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4선에 성공한 동두천농업협동조합의 정진호(72) 조합장은 2005년 5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70.7%)로 당선된 이후 15년째 동두천농협의 발전과 조합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 조합장은 “동두천농협의 발전을 위해, 농가소득 증대와 농업인 조합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선거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당선된 지금은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발 더 뛴다는 각오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 조합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동두천농협의 방향 및 나아갈 길 등에 대해 들어봤다. 기억나는 성과는 본점 금융사업장, 고객 눈높이 맞춰 선진화 KT와 손잡고 농촌어르신 돌봄시스템 개발 동두천 호접란 경기도 최초 미국 수출 쾌거 장학금사업 늘려 15년간 1200여명 14억 지급 앞으로 나아갈 길은 후계농이 있는 농가 비율 10%도 못미쳐 젊은 농업인 양성 통해 ‘청춘농촌’ 조성 필요 미래 혁신농업 ‘스마트팜’ 보급면적 확산해야 동두천농협과의 인연은. 1990년 안흥1리 영농회 대의원을 시작으로 동두천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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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 몇가지가 있습니다./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 했는지에 대하여 물을 것 입니다./그때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하기 위해/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 해야 겠습니다./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냐고 물을 것 입니다./그때 나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야 겠습니다./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냐고 물을 것입니다./그때 얼른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겠습니다./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냐고 물을 것 입니다./나는 그때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꿔가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놓은/ 좋은 말과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 가겠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
순덕이는 나의 고향 친구이다. 그런 순덕이를 서울에서 우연히 만났다. 우린 그때부터 부부가 함께 어울렸다. 어언 우리 나이도 오십 중반에 들어섰다. 그런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친구가 암으로 입원했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친구는 나를 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난 곧 죽을 거야. 죽기 전에 내 소원이 뭔 줄 아니? 결혼기념일도 내 생일도 모르는 저 멍텅구리 남편한테서 장미꽃 한 다발을 받고 싶어” 친구는 목을 돌리고 꺼억꺼억 울었다. 그날 저녁 나는 친구의 소박한 꿈을 그의 남편한테 넌지시 말했다. 그 며칠 뒤였다. 병원에 들렀더니 병실 벽에 꽃 그림이 그려진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우리 서방님이 날 보라고 장미꽃을 그려 붙였어” 친구는 희미하게 웃었다. “저게 네 눈엔 장미같이 보이니?” 나도 웃었다. 내가 보기에도 그건 장미꽃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서툰 그림 솜씨로 아주 정성스레 그린 꽃 그림이었다. 나는 그림 밑에 쓰인 친구 남편의 글씨들에 눈이 갔다. 사인펜으로 정성 들여 또박또박 쓴 글이었다. 여보, 나, 가진 거 없어/ 땅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