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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예술가 역할

 

 

 

스튜디오 가득 쌓여 있는 미술재료들을 바라보며 이제는 정리하자고 마음먹는다.

언젠가 써야지 하며 모아온 수많은 재료들 속에서 온갖 개인적인 관심사가 다 녹아있다.

살아오면서 그 비싸다는 보석도 명품도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새롭게 눈에 들어온 미술재료는 완전히 익숙해 지기까지 연관된 재료들까지 사들여 만져보고 바라보며 생각을 다듬어 작품으로 이어가곤 했다. 특히 최근에는 비단과 모시 그리고 한국 전통보석으로 작업을 하다보니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아무리 바빠도 그 재료들을 쌓아 놓으면 잊어 버려 항상 주변에 펼쳐 놓고 지나가면서도 항상 마음으로 눈인사를 하며 아이디어로 다듬었다.

몇달전에는 2020년 한국국제 행사를 위해 한국적 아름다움을 지닌 통영누비로 작업하려고 비단으로 누비를 만들어 색색이 펼쳐 놓았다. 그리고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몇 개를 아트워크로 만들어 간단한 살롱쇼를 개최해 장단점을 비교해 놓은 상태이다.

수십년 동안 동대문에서 포목상을 하던 연로한 어르신이 건내주신 50년 넘은 비단들은 요즘도 만지작 거리며 작품으로 제작 하지 않았다. 지금은 생산되지 않을뿐더러 그속에 한국의 섬유산업의 발전사가 그대로 담아 있다. 특히 하늘하늘 비치는 옥사는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만의 특화된 섬유로, 많은 다른나라의 섬유예술가들이 부러워 하는 재료 이다. 정말인지 비교 하려고 뉴욕과 영국, 프랑스 섬유 마켓을 가보았는데 약간 비슷한 오간자는 있지만 정말 똑같은 것은 찾을 수가 없었다.

한국 조각보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다 보니 다른나라 작가들이 간혹 조각보 형식으로 작업하여 설치미술로 표현 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서양권의 인적 네트워크가 한국작가들 보다 좋으니 더많이 국제무대에서 보여지곤 한다.

이것이 한국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의 딜레마이다. 그리고 외국에서 전시를 하는 이유이다.

열심히 연구해 발표해 놓으니 열매는 다른 사람이 갖는다.

이제 새로운 문화 출현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해야만 한다는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코로나19 때문에 문화계도 대변동이 생길 것이고, 어떤 의미에서 한국에게도 유리한 상황으로 변해 갈 수 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코로나19를 대처하는 한국 사회는 더욱더 호감도를 높였다. 결국 한국의 성공적인 대응이 선진국 콤플렉스를 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하드 파워로 평가 되던 국가 간 경쟁이 소프트파워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자국 우선주의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 사이에서 우선 하던 세계화 보다 글로컬한 지역화가 강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소환한 언택트(비대면) 상황은 문화계에 새로운 문화적 전기가 만들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을 온라인으로 관람하고, 의견이 분분하던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국립무용단의 향연을 온라인으로 감상하며 나름대로의 문화적 견해를 내리는 기회를 가졌다.

온라인 공연예술은 기존의 무대와 관객의 거리를 없애고, 실시간 쌍방향 소통으로 문화콘텐츠 생산과 소비자들의 문화 소비 방식에 대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온라인 화면이 실재 작품과 차이가 많이 나는 시각예술에서는 아직은 관망 중이다. 하지만 많은 시각적 콘텐츠를 확보 하고 있어 단지 화상으로서의 역할뿐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시각적 미술 환경이 발표되리라 생각된다.

코로나19 때문에 의료진의 발표를 기다리던 상황들을 경험 해서 이제 더 이상 집단지성의 나름 전문가가 사라지고, 보다 전문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 이라고 한다.

그 사회의 정점을 항상 궁금해 하는 예술가는 변화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고뇌가 깊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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