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이런 날들은 처음 이다.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다. 언제나 절망속에서도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말했던 것처럼. 2019년 12월 프랑스 개인전을 마치고 영국을 거쳐 한국에 돌아와서 터진 코로나19는 차라리 휴식 시간 같았다. 하지만 일년동안 나아질 기미 없이 계속 되는 일련의 상황들은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한 작가에게도 점점 마치 질주하던 기차가 멈춘 것 같이 답답한 상황이다. 미술계 또한 많은 국제 전시를 취소 하면서 다양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소통 방식을 강구 한다. 하지만 공간 안에서 입체적인 감상이 절대적 우의를 차지 할 수밖에 없는 미술 전시 특성상 고민은 더욱더 깊어 진다. 누군가가 말을 할 때 들어 보아도 정확한 제시는 없이 그럴 것이라는 추측만 들려 온다. 예측할 수 있는 경험의 시간들이 사라진 지금의 미술환경에서 모니터로 주고 받는 영상, VR 전시, 증강현실 접목등은 이 시간들을 새로운 미술 시스템을 마련하는 시간들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모두들 동의 한다. 하지만 인간의 깊은 내면을 시각적 표현으로 손이 익숙한 작가들에게는 참으로 황당한 말이다. 2020년 국내외 미술계도 코로나19의 거리두기로 전시장은 여닫음을 반복하고
초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수원 화성행궁과 수원시립미술관이 있는 행궁 광장은 눈부시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내 나니 여자라,’ 전시가 2021년 1월 10일까지 연장 되어 일정도 자연스럽게 미술관과 연결 되어 있다. 또한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읽으며 마음에 두었던 천청색 재현에 심혈을 기울인다. 최근에는 한국 청색 프로젝트 작업을 하는 중이라 무엇보다도 고서에 의거하여 모시와 비단에 물들인 많은 청색들 중 천정색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정조는 왕이 되자 1789년에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수원으로 옮겨 와 ‘현륭원’이라 부르고 매년 찾아와 참배를 했다. 수원을 화성으로 승격하고 성 축조작업에 들어가 1795년 사도세자와 혜경궁이 회갑을 같은 해였기에 화성행궁에서 회갑잔치인 진찬연을 열기로 했다. 그때 문제가 된 것이 혜경궁 홍씨의 복색 이다. 조선시대 복식은 신분을 드러내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궁중 여인들에게 복색은 위계질서를 상징하는 것이다. 잔치에는 꿩 무늬가 있는 적의(翟衣)를 입어야 하는데 대비를 상징하는 색은 자적색이다. 왕비의 색은 대홍색이며, 세자빈의 색은 아청색이다. 정조가 혜경궁이란 칭호를 내려 대비와 왕비 사이로
코로나19에 의한 세계적인 팬데믹 때문에 모든 국제적 전시가 취소되는 바람에 눈부신 가을날을 온전히 느끼며 화성행궁 근처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지금 전시를 하고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까지 왔다 갔다 한다. 전통을 상징 하는 수원 화성행궁옆에 현대미술관인 수원시립미술관을 세운건 신의 한수였다. 미국이나 프랑스등 세계각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미술 관계자들은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만으로도 한번쯤 수원에 오고 싶어 한다. 또한 한번 방문하면 또 오고 싶어 한다. 수원이 시골이라고 생각했던 미술 관계자들도 가을색으로 멋지게 빛나고 있는 수원 화성행궁과 현대미술관의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는 속으로 놀라는 표정이 역역하다. 옆에서 흔들리는 마음이 읽으며 혼자 즐거워 한다. 그래서 항상 전시 이야기 시작되면 먼저 화성행궁 근처에 있는 스튜디오를 보게 한다. 말하지 않아도 이미 그속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다 담겨 있다는 것을 눈밝은 이는 벌써 읽어 낸다. 수원시립미술관은 4개의 미술관을 가지고 있다. 특히 수원화성행궁 옆에서 개관 5주년 기념 전시 ‘내 나니 여자라’전를 하고 있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초대 전시는 모든 작가들의 꿈이다. 이번 전시만 해도 3번에 걸쳐
수원시립미술관은 개관 5주년 기념전 ‘내 나니 여자라,’를 9월 8일부터 11월 29일까지 개최한다. 조선 22대 임금인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비(妃)였던 혜경궁 홍씨(惠慶宮 洪氏, 1735~1815)의 자전적 회고록인 ‘한중록’을 매개로, 올해 미술관의 기관의제인 ‘여성’에 대한 동시대적이고 다양한 정서를 13명(팀)이 발표했다. 전시 제목 ‘내 나니 여자라,’는 ‘한중록’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고정된 여성성에 대하여 회화, 설치, 미디어 등의 총 48점의 작품은 여성이라는 존재와 정체성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현재 최전선에 있는 작가들인 만큼 여성에 대한 대서사시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전임 김찬동 미술관장이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신은영 큐레이터에게 현재 한국 최고의 여성작가로 구성하자고 제안하면서 수원작가로 ‘흑-Back project 2020’ 285점으로 전시에 참가 했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근 10년간 한국 섬유예술의 현대미술화를 마음 깊이 담고서 국제적 진출을 목표로 흑색만 가지고 380점을 그렸다. 작년 초겨울 프랑스 개인전 때 몇 개의 작품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을 때에도 ‘흑-Back project’가
2005년 8년만에 국내 개인전을 하면서 작가노트에 이렇게 썼다. “黑-black project는 35cm☓50cm의 비단에 신라시대 서수형 토기의 용의 모습을 인간으로 상징하는 의미를 부여해 실크 프린팅하여 그 형태가 사라질때까지 흑색 염색물감으로 수천번의 붓칠로 그렸다. 8년동안 일년에 한번 수원화성에 설치미술을 하는 것을 빼고는 거의 매일 그림을 그리며 살아온 세월이고 지역의 한계를 넘어 세계를 향한 꿈을 키워 온 세월이다. 깊이 있는 사고를 섬세한 감수성과 정확하고 세련된 언어로 그림을 풀고자 했던 그간의 노력들은 그리는 것이 주는 순수한 기쁨과 성취감을 얻었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일관된 인생관과 세계관을 갖추게 해주고, 이는 예술관으로 확립되었다. 타협하지 않은 나만의 그림언어로 획득한 자유는 어느 공간에 있든지 세상을 파악하고, 견디고, 인간과 삶을 사랑하게 만든 나의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작품이다.” 1998년 경기문화재단 설립 최초로 한국흑색 논문을 쓰는 것을 지원을 받아 일본 쿄토로 향했다. 1997년부터 한국전통 흑색을 염색물감을 혼합하여 그림을 그리면서 한국전통 흑색과 색명 발굴과 그 색을 고서에 의거 하여 재현
폭우가 온도시를 삼켜 홍수 천지다. 무엇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새로운 도시를 건설 했다고 그렇게 자만하고 기후에 대한 조심성 없는 결과다. 인간이 얼마나 쓰레기를 많이 만드는 지는 요즘 스스로 절감하고 있다. 사람들과 떨어져서 보내야 하는 코로나의 여름은 국내의 가까운 여행지 발견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과 만남이라는 귀한 선물을 주었다. 그리고 삶의 중심을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게 했다. 이는 문화적인 삶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며 예술을 통한 미학적 경험, 독서, 여행 그리고 자기활동의 취미 형성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인간의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보람이라는 단어를 사랑해야 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보람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약자를 위해 행동 했을 때 혹은 위험이나 곤란에 처한 사람을 작게라도 도왔을 때 나오는 뇌의 보상 중추 활동으로 경험 하는 고차원적인 감정이다. 동물에게는 없는 이 보상 중추 활동이 활발해야 장수하고 건강하다는 연구도 있다. 얼마 전 너무 답답한 도시에서 여유를 가지고자 송도에서 가까운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서 하는 전시를 갔다. 마치 원더랜드처럼
섬유예술도 현대미술에 큰 빚을 지고 있다. 35년전, 수원에서 섬유예술을 한다고 했을 때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섬유예술이 뭐에요?”이다. 젊고 열정적인 때라 1988년 1회 개인전때는 섬유, 한지, 구리동선 등 모든 재료를 써서 설치미술로 표현했다. 1992년 2회 개인전은 실크에 파라핀, 소금, 섬유물감을 이용해 페인팅을 하여 그 작품으로 스카프와 넥타이 수백점을 만들어 지역에 돌렸다. 또한 수원화성인 화성행궁, 장안공원, 화홍문등에 설치미술로 섬유예술의 확장성을 알렸다. 최근에는 미국, 프랑스등 국제미술계를 돌던 중 코로나19가 터졌다. 프랑스에서 국제섬유미술제에 초대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코로나19가 국내외 미술계의 가장 큰 행사인 비엔나레 개최를 연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베니스비엔나레에 참가할 독일은 자국의 전시관을 책임질 총감독을 결정지어 준비에 돌입했다. 모두들 설왕설래 하며 확신에 찬 어조가 아니라, 그럴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만 남기며 코로나19 이후를 말하는 와중에 정확하고 현실적인 미술적 맥락을 짚었다.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은 대략 1860년대 기점으로 예술의 형식과 철학의 변화를 의미한다. 현대미술은
자식이 6명인데도 엄마는 계절마다 꽃을 피워냈다. 단독주택 조그만 베란다에 알로에를 심어 여린 잎을 잘라 냉장고에 넣었다가, 여름철 학교 갔다 돌아오면 빨갛게 익은 얼굴에 문지르게 했다. 나중에 그게 미백효과가 있는 영양제가 될 수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후 10년이 지나서 알로에 화장품으로 나와서 알았다. 창가에 놓은 치자꽃이 짙은 향기를 품어낼때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조그만 화단 한쪽에서 퇴비를 만들어 모란꽃과 담장에 넝쿨장미가 순서대로 피어 날때는 학교 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하염없이 감상하였다. 화단 끝에는 대파와 조그만 채소를 심어 싱싱하게 겉절이로 요리해 식탁에 올리는 엄마는 요술쟁이 같았다. 옥상에는 온갖 화분과 통에 고추를 심어 김장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쩌다 가을철에 옥상에 펼쳐 놓은 붉은 고추를 보면 엄마의 부지런함에 말문이 막혔다. 허리 아프다고 그만하라고, 사먹는게 더 싸다고 말하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괜찮다고 웃던 엄마의 얼굴이 기억 난다. 그것이 엄마가 인생을 살아가는 위로라는 것을 이제 엄마 나이가 된 딸은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으면서 알게 되었다. 너무나 바빠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던 모든 것들이 이제
스튜디오 가득 쌓여 있는 미술재료들을 바라보며 이제는 정리하자고 마음먹는다. 언젠가 써야지 하며 모아온 수많은 재료들 속에서 온갖 개인적인 관심사가 다 녹아있다. 살아오면서 그 비싸다는 보석도 명품도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새롭게 눈에 들어온 미술재료는 완전히 익숙해 지기까지 연관된 재료들까지 사들여 만져보고 바라보며 생각을 다듬어 작품으로 이어가곤 했다. 특히 최근에는 비단과 모시 그리고 한국 전통보석으로 작업을 하다보니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아무리 바빠도 그 재료들을 쌓아 놓으면 잊어 버려 항상 주변에 펼쳐 놓고 지나가면서도 항상 마음으로 눈인사를 하며 아이디어로 다듬었다. 몇달전에는 2020년 한국국제 행사를 위해 한국적 아름다움을 지닌 통영누비로 작업하려고 비단으로 누비를 만들어 색색이 펼쳐 놓았다. 그리고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몇 개를 아트워크로 만들어 간단한 살롱쇼를 개최해 장단점을 비교해 놓은 상태이다. 수십년 동안 동대문에서 포목상을 하던 연로한 어르신이 건내주신 50년 넘은 비단들은 요즘도 만지작 거리며 작품으로 제작 하지 않았다. 지금은 생산되지 않을뿐더러 그속에 한국의 섬유산업의 발전사가 그대로 담아 있다. 특히 하늘하늘
얼마전 영국에서 메일이 하나 왔다. 몇 달 지나지 않았는데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2019년 11월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개인전에서 한국청색프로젝트2 작품 4개중 하나를 구입한 세계적인 지휘자 크리스티안 자카리아스로 부터였다.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영국집에 머물고 있는데 작품을 더 구입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클레르몽페랑에서도 전시중이던 작품을 미국으로 공연 가기 때문에 꼭 가져 가고 싶다는 호텔 사장의 간곡한 중간 부탁으로 서로 얼굴도 못 본채 작품을 건네 주었다. 심지어는 작품을 가방에 넣어 갈 수 있는 포장지까지 스스로 사와서 가져 갔다는 이야기를 전달 받았다. 영국으로 떠나야 하는 일정이 서로 겹쳐 나중에 받은 명함으로 그가 세계적인 음악가임을 알게 되었고 그의 음악 세계가 궁금해졌다. 한국의 맑고 푸른 하늘과 깊고 깊은 바다를 쪽색으로 다양하게 한국전통염색해 한땀 한땀 손작업한 그뜻을 그는 그 의미를 읽었을까. 한국의 전통청색의 다양한 깊이를 그는 느꼈을까. 독일 출신인 크리스티안 자카리아스는 현재 유럽에서 인기 있는 연주가겸 지휘자이면서 동시에 음악학자이다. 단아하고 절제된 느낌, 빼어난 관현악과의 조화는 자카리아스의 대표적 연주 표현으로 모차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