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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 혜경궁 홍씨의 천청색(天靑色) 적의

 

 

 

초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수원 화성행궁과 수원시립미술관이 있는 행궁 광장은 눈부시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내 나니 여자라,’ 전시가 2021년 1월 10일까지 연장 되어 일정도 자연스럽게 미술관과 연결 되어 있다. 또한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읽으며 마음에 두었던 천청색 재현에 심혈을 기울인다.

 

최근에는 한국 청색 프로젝트 작업을 하는 중이라 무엇보다도 고서에 의거하여 모시와 비단에 물들인 많은 청색들 중 천정색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정조는 왕이 되자 1789년에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수원으로 옮겨 와 ‘현륭원’이라 부르고 매년 찾아와 참배를 했다. 수원을 화성으로 승격하고 성 축조작업에 들어가 1795년 사도세자와 혜경궁이 회갑을 같은 해였기에 화성행궁에서 회갑잔치인 진찬연을 열기로 했다.

 

그때 문제가 된 것이 혜경궁 홍씨의 복색 이다.

 

조선시대 복식은 신분을 드러내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궁중 여인들에게 복색은 위계질서를 상징하는 것이다. 잔치에는 꿩 무늬가 있는 적의(翟衣)를 입어야 하는데 대비를 상징하는 색은 자적색이다. 왕비의 색은 대홍색이며, 세자빈의 색은 아청색이다.

 

정조가 혜경궁이란 칭호를 내려 대비와 왕비 사이로 지위를 높여 놓았지만 그 복색을 정하지 못했다. 정조는 천청색으로 적의를 만들어 착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하교를 내린다. 혜경궁께서 입으실 적의의 복색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응용할 사례가 없었다.

 

정조가 고민한 것은 단순히 복색이 아니다. 천청색을 선택한 것은 청색이 원래 동조(東朝)의 색이었기 때문이다. 동조는 왕대비를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에서도 황태후를 의미 한다. 자식으로서 어머니의 위상을 복색으로 회복하고자 했던 정조의 마음의 표현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임원십육지 중 경제지 청색계 염색법 중 천청색은 쪽물에 옅게 염색하고 소목 달인 물로 진하게 입힌다고 나와 있다. 천공개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늘과 같은 청색으로 천청색은 당시 조선 궁궐에선 흔치 않은 색이었다.

 

천청색은 구름낀 저녁 하늘빛 즉 밤하늘의 색으로 한국복식문화사전 전통염색편에서도 추측 한다.

만약 그렇다면 소목은 적색을 만드는 재료인데 짙게 다리면 붉은빛 나는 검정색이 된다. 적색을 물들일때도 아홉 번 염색해서 강색을 만든다.

 

천정색은 옅은 쪽빛에 강색보다 짙은 검은 적색을 입힌 것이라고 볼 수있다.

 

축척된 표본을 볼 수없는 한국전통염색을 현대미술로 표현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하지만 언제가 누군가가 해야 한다면 지금의 고민도 헛되지 않게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생각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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