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은 세계가 놀라운 이변이었다. 연일 전파의 시선을 떼어놓을 수 없는 경이로운 시간이었다. 싱가포르의 카페리 호텔에서 북미 정상 회담이 열리던 날,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리도 갈망하던 남북 화해의 빛이 68년 만에 비치는 첫걸음을 내딛는 날이었기에 가슴을 졸였다. 얼마나 갈망하던 회담이던가. 우리는 그동안 한민족끼리 적대시로 고통스러웠다. 노태우 정부 때 남북 고위급 회담이 처음 열려 남북한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군사적 침략을 하지 않으며, 상호 교류를 통해 민족의 공동 발전과 단계적 통일을 실현하자고 공식적으로 서명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여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6·15 남북 공동 선언을 채택하면서 이 합의서의 이행이 다시 추진되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열려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하였다. 그러다가 획기적으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었다. 북미 관계는 상호 적대 감정이 격화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은 부엉이를 마법의 세계에서 영험한 동물로 묘사한 작가로 유명하다. 주인공 해리에게 마법학교의 입학 통지서를 전한 것도 부엉이였으며, 해그리드가 해리에게 사 준 동물도 눈처럼 하얀 부엉이였다. 이처럼 롤링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부엉이를 새로운 일이 시작될 조짐을 알려 주고 중요한 소식을 전해 주는 전령으로 묘사해 독자들에게 신비감을 갖게 했다. 로마신화에서 전쟁과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는 이런 부엉이를 항상 데리고 다녔다. 역시 세상을 살피고 세상에 신의 말을 전하는 전령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서 였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부엉이가 “황혼이 되어서야 날아 오른다”고 저서 ‘법철학’ 서문에 썼다. 대낮에는 세상을 보지 못하는 부엉이가 황혼 무렵이 되면 날아오르듯 세상사는 복잡한 변화가 가라앉은 시점이 돼서야 그 세계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생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엉이가 원래부터 좋은 인상을 가진 새는 아니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마녀, 어둡고 외지고 부정한 곳의 거주자, 어리석지만 무서운 유령을 상징해서다. 사람이 활동하는 낮에는 오히려 무기력하고, 두려움이 엄습하는 밤에는 신기의 능력을 발휘해서 더욱 그랬다. 이와…
요즈음은 운전하기가 겁이 난다. 언젠가 아내가 운전을 하고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여자라고 얕잡아 보았는지 규정 속도를 유지하고 가는데도 뒤에서 빵빵거리고 속도를 재촉했다. 그래도 규정 속도를 지키고 달리자 아내의 차 바로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차선변경을 했다. 아내는 브레이크를 밟아 겨우 충돌을 면했다. 그러자 바로 뒤차가 또 빵빵 대더니 차선을 옆으로 바꾸었다. 그러고 나서 조수석의 사내와 함께 아내를 향하여 주먹질을 해댔다. 그들은 요금소를 나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차를 세우더니 시비를 걸어왔다. 우리는 험악한 그들의 인상에 짓눌려 무조건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를 했다. 차가 밀리는 상황서도 빵빵대는 사람 차선병경이나 속도문제, 그리고 주정차 문제로 주먹질이 오가고 심지어는 칼을 들고 위협을 하거나 망치를 들고 나와 상대 차의 유리창을 깨트리면서 행패를 부리는 운전자도 간혹 있다. 또 앞에서 빨리 안 갔다고 창문을 열고 욕설을 해대는 운전자가 있는가 하면 우회전의 경우 끝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 때문에 들어갈 상황이 아니거나 차가 밀리는 경우에도 뒤에서 빵빵대고 빨리 나가라는 사람들도 많다. 초행길에서 부득이 한 사정
7월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전국의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은 이날부터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주 52시간제는 일주일에 기본 40시간, 연장·휴일근로 12시간만큼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본 시간은 통상임금만큼, 연장·휴일근로는 통상임금의 1.5배만큼 임금을 받는다. 다만 평일 야간근로나 휴일 8시간이 넘는 근로(초과 시간만큼)는 통상임금 2배가 법이 정한 임금이다. 정부 조사를 보면 현재 월 고정급여 근로자 총 1천500만명 가운데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근로자는 103만명(특례업종 제외)이다. 주 52시간 근로 단축이 시행되는 업체는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3천627개다. 대기업·중견기업과 일부 중소기업을 합친 숫자다. 국내 전체 사업장 354만여곳 중 0.1% 남짓하다. 대부분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인력 채용을 늘리고 근로체계를 개편할 여력이 있다. 그러나 근무와 휴무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근무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산량이나 업무량을 유지할 묘안이 없어 사업장마다 혼란을 겪고 있다. 어디까지를 근무로 볼 것인가에
0.2초 /김선향 고인 침을 모아 알약 한 개를 삼키는 시간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딸을 버리고 엄마가 사라지는 시간 파도가 집 한 채를 잡아먹는 시간 잠복한 형사에게 불법체류자의 꼬리가 밟히는 시간 골프채를 휘둘러 창문을 깨부수고 도주하는 시간 범퍼에 부딪힌 고라니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떨어지는 시간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넘어가는 시간 - 시집 ‘여자의 정면 불교에서는 시간의 단위를 청정(淸淨)으로부터 무량대수(無量大數)까지 수십 단계로 나눈다. 그 중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차용해 쓰는 용어가 순식(瞬息), 찰나(刹那), 수유(須臾) 정도 아닐까 한다. 모두 짧은 시간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순식간이라는 말의 순(瞬)은 눈 한번 깜박거리는 시간, 식(息)은 숨 한번 내쉬는 시간이라니 시인의 ‘0.2초’와 가장 잘 근접한 개념일 것이다. 시인은 이 짧은 시간이 일상적인 틀마저도 깨부술 수 있는 엄숙한 순간일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 같다. 모녀의 정을 끊을 수도, 집 한 채가 파도에 휩쓸리기도, 불법체류자가 수갑을 차게 될 수도, 고라니가 로드 킬로 숨질 수도 있는, 어쩌면 생의 모든 순간이 그렇게 지극히 고귀하고 소중
어렵게 준비한 공무원 시험을 치렀는데 자신의 답안지가 분실됐다고 연락받은 수험생의 심정은 어떨까. 게다가 내가 제출한 답안지는 채점도 되지 않은 채 합격자가 발표됐다면 또 어떨까. 이같은 기가 막힌 일이 인천시 지방공무원시험에서 벌어진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5월24일 인천시는 ‘2018년도 제1회 인천시 지방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을 진행했다. 인천시와 각 기초자치단체에서 일할 8~9급 공무원 611명을 뽑는 시험이었다. 인천시가 채점을 위해 답안지 수거 상자를 개봉하는 과정에서 17명의 수험생 답안지를 분실한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부원여중 14시험실에서 시험을 본 17명 수험생 답안지를 폐기대상인 문제지 상자에 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답안지 분실 후 한달동안 쉬쉬한데다 해괴망측한 수습책을 내놓은 점이다. 인천시는 답안지가 사라진 17명의 수험생에게 연락했다. 8월11일 재시험에 응하면 점수 5점의 가산점을 더 주고, 이들 17명 중 1명은 반드시 합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방침은 인천시 고문 변호사 3명에게 법률 자문을 의뢰한 결과이며 응시생 17명도 이 방안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현재 수원시 인구는 124만480명(2017년 말 기준, 외국인 포함)이다. 경기도 내에서는 수원시와 더불어 용인시와 고양시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경남 창원시도 100만 명이 넘는다. 성남시도 조만간 100만 도시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 도시는 지금도 50만 도시 취급을 받고 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인구 50만 이상 도시의 사무 특례가 규정돼 있다. 그러나 100만 명이 넘은 대도시와는 맞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재정적 능력, 산업구조의 특성, 인구 규모에 따른 특성 등을 실질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최대 규모의 기초자치단체인 수원시의 예를 들어보자. 전기한 것처럼 수원시의 인구는 지난 연말 기준 124만480명이다. 공무원이 2천987명이니까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는 415.2명이나 된다. 2018년도 예산은 2조7천293억 원이다. 그런데 울산시의 인구는 118만5천645명이다. 하지만 공무원은 6천66명,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는 195.4명밖에 되지 않는다. 2018년도 예산은 5조8천618억 원이나 된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게 우리나라의 중앙행정이다. 수원시가 울산시보다 인구가 더 많은데
최근 사회지도층 인사의 지나친 요구와 권리 주장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 대한 고찰과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오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유래와 그 의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귀족의 역사가 깊은 유럽에서 생겨났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신분이 높은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적인 책임이나 의무를 뜻하는 프랑스 말이다. Noblesse는 중세 프랑스어 단어인 Noblece가 근대를 거치면서 변화한 것이다. 그 어원은 라틴어에서 고귀함 또는 집정관을 배출한 적이 있는 고귀한 혈통을 지닌 가문을 뜻하는 Nobilis에서 찾을 수 있다. Oblige는 중세 프랑스어 단어 obligier에서 비롯되었다. 그 어원은 라틴어에서 속박이나 의무를 나타내는 Obligare에서 찾을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정확한 표기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노블레스 오블리제’ 표기를 많이 사용했으나, 2002년 4월 ‘정부&mid…
국회의원들의 연간 급여를 ‘세비(歲費’)라 한다. 원래는 ‘국가기관이 한 해 동안 사용하는 경비’란 의미였다. 그러던 것이 1949년부터 ‘나랏일을 하는 선량들의 보수’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당시에 의원들의 보수는 연액과 회의 참석일수에 따라 지급 받는 직무수당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1973년 정액보수제로 바꿨다. 일하는 날짜와 상관없이 지급받는 월급형태의 연봉개념으로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회의원의 세비는 얼마나 될까. 연봉은 약 1억3천800만원으로 월평균 1천149만 원이다. 여기에 가족수당, 자녀학비, 통신비와 보좌관과 인턴 9명 봉급등을 합하면 1인당 연간 6억 원이 ‘포괄적 개념’의 세비로 지출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국회회기중 받는 특별 활동비가 따로 있고, 정근수당, 명절수당 등 각종 수당이 더해져서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연봉은 정확히 공개돼 있지 않다. 이런 국회의원 세비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은 매우 높다. 일하는 수준은 고사하고 사실상 일하지 않고도 거액을 받아 챙기는 모순 때문이다. 국민 눈을 의식, 그동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세비 삭감’ ‘무노동·무임금’을 담은 국회의원 수당 개정안을 10여 건 제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30년 전 신문사에 입사했다. ‘기자의 별’이라는 편집국장께서 기사는 뭘로 쓰느냐고 질문했다. 당시 8명의 수습기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컴퓨터도 없던 때 13행짜리 원고지에 기사를 쓰던 시절이어서 우리들은 ‘연필로 쓰나? 만년필로 쓰나? 아니면 볼펜으로 쓰나…’ 하며 걱정스런 눈초리로 묵묵부답할 수밖에 없었다. 편집국장께서는 “기사는 발로 쓰는 거야!” 하시는 말씀에 그때서야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건현장이나 취재현장에 가보지 않고서는 독자들에게 생동감을 보여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였다. 현대의 창업주 아산 정주영의 “임자, 해보기는 해봤어? 가보기는 가봤어?”라는 말이 아직까지도 회자된다. 납기를 도저히 맞출 수 없다는 실무자의 보고에 선주를 앉혀놓은 자리에서 “해보기는 해봤어?”라며 과감하게 싸인을 하더라는 것이다. 1984년에는 ‘정주영 유조선공법’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충남 서산간척지구 매립공사는 6.4㎞를 연결해야 했다. 이곳은 조석간만의 차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