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기 국정원과 경찰 등 국가 기관이 정치인과 자치단체장, 민간인, 언론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불법적으로 사찰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지난해 9월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불법 사찰을 폭로한 바 있다. 당시 국가기관이 공영방송과 선거에 개입하거나 야권 인사를 사찰하고 민간인 해킹을 일삼은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도 제시했다. 이 문건에는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사례’ 자료가 첨부돼 있다. 내용은 8개 광역시도지사와 23개 기초지자체 단체장들의 신상 정보를 자세히 조사한 것이다. 이에 같은 해 11월 말 염태영 수원시장과 김성제 의왕시장,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등 경인지역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11명이 불법 사찰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고발장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회의석상에서 담당부서에 야권 지자체장들의 국정 비협조 및 저해 실태를 수집하도록 요청했으며, 담당부서는 각 지역에서 보고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사찰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배포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
관광과 관련된 현업에 종사하다 보니 이런저런 회의에 자주 참석한다. 최근 회의에서 관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계기가 있었다. 특히 관광객의 정의에 대한 부분이다. 회의 중에 “수원영통에 사는 2명과 당진에서 온 친구 4명이 수원화성을 방문했다면 이 중 관광객은 몇 명일까?”, “수원은 경기남부 거점도시로서 인근 화성, 오산, 용인에서 직장 등 생활권으로 유동하는 인구들이 많다. 주말에 수원화성을 방문하였다면 이들을 관광객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들이 오갔다. 그 당시 웃고 넘어가긴 했지만 나름대로 정의가 꼭 필요한 부분이다. 명확한 정의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시장세분화(market segmentation)와 표적시장(target market)을 정확하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관광하는 사람이라고 전제한다면, 관광행위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김사헌은 그의 저서, 관광경제학에서 관광행위는 여덟 가지 속성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들 속성으로 구성된 이동행위를 관광 현상이라고 보았다. 먼저 공간적 이동(mobile) 행위다. 관광은 공간을 이동하는 행위로서 이동이라는 점에서는 여행,…
오후시간 학교 앞을 지나다 보면 교복 입은 소녀들의 초록잎처럼 싱그러운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이 밋밋한 도시를 깨우고 그 날렵한 걸음걸이가 시선을 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몸에 딱 붙는 타이트함에다 짧기가 그지 없는 치마길이에 말갛고 투명한 피부가 보여져야 할 얼굴은 하얀 분칠과 빨간 립그로스가 소녀의 얼굴에 얹혀있다. 외출준비를 할라치면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꾸미기를 하게 된다. 먼저 청결의 목적으로 샤워를 하고, 미용을 목적하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다. 더 나은 피부를 목적으로 로션을 바르고 스킨으로 정돈한 후 크림을 펴 바른다. 자외선을 차단시킬 목적의 지수가 높은 썬크림을 바른 후 파운데이션으로 피부톤을 좀 더 화사하게 톤 업 시켜본다. 이 다양한 목적들이 달성되었는가를 확인할 길은 없지만 나름 가진 화장술의 최고를 발휘했기에 이만하면 하고 눈썹을 그려본다. 늘 내눈썹이 맘에 들지 않다. 잘 그려지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적이 더 많은 듯하다. 좀 더 색다름을 목적하는 날엔 아이섀도우도 등장하지만 바쁘게 뛰어 나가야하는 핑계로 생략한다. 화장의 포인트는 입술에 있다. 다른 화장품은 한가지로 닳도록 쓰지만 립스틱은 열 개정도를 그 날의 기분에 따
미추홀(彌鄒忽)은 ‘물의 고을’이라는 뜻이다. 인천 최초의 지명을 의미 한다. 고려시대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에 실린 백제 건국 설화에 미추홀이란 지명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매우 역사가 깊다. 설화 내용은 대략 이렇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소서노 사이에 태어난 비류와 온조 형제는 이복형제 유리에게 후계자 자리를 빼앗기자 추종세력을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왔는데 비류는 미추홀에 도읍을 정했다. 미추홀은 물이 짜고 땅이 습해 살 만한 곳이 못돼 비류는 후회 끝에 죽고, 백성들은 위례성에 자리 잡은 온조에 합류했는데 그후 나라 이름을 백제라고 했다는 것이다. 비류가 도읍을 정한 미추홀은 초기 백제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읍지터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미추홀의 중심 유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곳은 문학산이다. 물론 정상에 있는 문학산성을 백제의 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여럿 있다. 일반적으로 백제의 성은 평지에 흙으로 조영하는 평지성이나, 문학산성은 산 정상에 봉우리를 둘러싸는 형태인 포곡식으로 쌓은 석성(石城)이어서다. 또 인천 지역에 비류가 정착하였다는 고고학적 근거도 빈약하다. 하지만 역사적 증거로서 가치가 있는 것은 많다. 특
발코니에 앉아 있는 여인의 인상은 당차고 자신만만하며 아름답다. 1874년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가 그린 <특별관람석>에는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여인이 등장한다. 여인의 얼굴과 가슴은 도자기처럼 새 하얗고 흰색과 까만색의 강렬한 스트라이프 드레스 무늬는 그녀의 피부를 더욱 빛나게 한다. 여인의 뒤로는 르누아르의 형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에드몽이 오페라 글래스를 들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가 입고 있는 하얀 셔츠와 검정색 수트가 여인의 드레스 무늬와 한데 뒤섞여 버린데다가 여인에게서 나는 광채가 워낙 강렬하다보니, 에드몽은 단지 배경으로밖에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 여인은 몽마르트 출신의 모델 ‘니니’로서, 이 작품을 계기로 창부라는 뜻의 ‘가오리입’이라는 별명을 지니게 된다. 이 그림은 1874년 파리에서 열린 첫 번째 인상주의 전시회에 선보였었는데, 인상주의에 대한 평론가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을 때니 이 작품 역시 적잖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을 테고 모델을 서준 여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보다 십년 전 쯤에 마네가 <올랭피아>라는…
플레어스커트 /김밝은 하늘의 중추를 돌리던 봄의 손사위가 지쳐갈 때쯤 기침소리만 받아내던 플레어스커트에 수국꽃빛깔로 물든 바다가 휘모리장단으로 흔들렸다 치맛자락 어디쯤에서 우화한 나비가 푸른 절벽 위에서 날아가 버린 날 북두칠성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외옹치外瓮峙의 바닷물 흘러들었던 것일까 펄럭이다가 휘날리다가, 애면글면한 상처들을 붙잡고 파도치는 치마 위에 얼굴을 묻으면 죽음 앞에서처럼 순해져야 하거나 온 몸을 바동거려야 할 때라고 내려놓아야 할 무엇 아프냐고, 낯익은 인기척 같은 저릿한 눈물이, 눈물을 짊어지고 북두칠성을 향해 부풀어 오르는 저녁 머뭇머뭇하던 꽃잎들이 팽팽해진 울음으로 출렁였다 바다의 눈동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플레어스커트라는 제목부터 눈에 들어온다.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 지식백과를 찾아보니 ‘아래로 내려갈수록 나팔꽃처럼 퍼진 주름이 있는 치마’라고 나온다. 그래서 ‘하늘의 중추를 돌리던 봄의 손사위가 지쳐갈 때쯤’이나 ‘수국꽃빛깔로 물든 바다가 휘모리장단으로 흔들렸다’는 표현이 플레어스커트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동시에 찾아본 또 하나의 시어는 외옹치였는데 속초에…
18년 째 시행하고 있는 안산시의 수돗물 불소화사업에 주민들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13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안산시 수돗물불소화 중단촉구 시민모임’은 지난 26일 오전 10시 안산시청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돗물 불소화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시민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대구시의 수돗물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보다 훨씬 높게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다.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대구 수돗물의 과불화화합물 농도는 78.1ng(나노그램)으로 한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서울 수돗물의 15ng과 비교해 봤을 때 5배 가량 높았다는 것이다. 과불화화합물은 지난달 29일 환경부가 라돈과 함께 수돗물 수질감시항목으로 새로 지정한 물질로서 주로 표면 보호제로 카펫, 조리기구, 종이, 소화용품, 마루 광택제 등에 쓰이며 방수효과가 있어 등산복 등에 쓰인다. 이 물질은 동물실험에서 체중감소,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혈액응고 시간 증가, 갑상선 호르몬 변화 등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환경부는 “우려 수준은 아니지만 선제 대응 차원에서 과불화화합물을 수돗물 수질감시항목으로 지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도 “과불화헥산술폰산이란 과불화화합
반려동물들이 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적 변화에다 개인주의적인 풍조가 만연함에 따라 그마나 이들이 정을 붙이고 살만한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1천952만 가구) 중 29.4%인 574만 가구가 총 874만 마리의 반려동물(개 632만 마리, 고양이 243만 마리)을 기른다고 한다. 아마도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숫자까지 합치면 1천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KREI는 반려동물 수가 오는 2027년 1천320만 마리가 될 것이며 연관 산업 규모가 2017년 2조3천322억 원에서 2027년 6조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반려동물이 늘어남에 따라 전용 레스토랑과 카페, 개 동반 호텔, 전용 피트니스, 첨단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장난감, 돌봄 중개 서비스, 장묘 서비스, 보험 등 예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연관 산업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여의도에 있는 복합쇼핑문화공간 IFC몰이 펫숍을 개장했다. 이곳에서는 반려견 미용과 아로마 목욕과 아로마 테라피, 스톤 마사지 등 전용 스파, 애견 놀이방, 용품 판매 등 원스톱 펫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
근자에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보고 즉각적으로 프랑스의 철학자 조르주 바타유의 소설 ‘눈 이야기’를 떠올렸다. 폭력과 배설의 이상성애로 그득한, 그리고 오직 그것을 묘사하는데만 경주하는 이 악명 높은 포르노그래피가 ‘버닝’과 포개진다니. 영화의 서사만을 떠올린다면 그 접촉면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계층이 서로 다른 세 명의 등장인물, 종수(유아인), 해미(전종서), 벤(스티븐 연)이 한 데 모여 생기는 질투, 박탈감, 의심이 영화서사의 골격인 반면, 소설 ‘눈 이야기’는 명문가의 자녀들이 함께 성에 탐닉하며 금기를 해체하는 내용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서사와 별개로 ‘버닝’의 이미지는 ‘눈 이야기’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서사와 이미지가 아무런 갈등 없이 결합하는 영화를 상찬한다. 그러나 서사가 삶의 표층을 견인할 때, 이미지는 삶의 표층과 심연의 불협화음을 왕왕 드러내니, 그 사이의 부정교합이야말로 의미심장한 것이다. 요는 ‘버닝’의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것
빨리 갔다 와야 한다. 사또에게 전화가 오면 낭패다. 평소에도 바쁘게 살고 있지만 잠시 짬에 움직이려면 보통 빠르게 움직여서는 어림도 없는 빡빡한 일정이다.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발에서 뭔가 헐렁하고 신발과 발이 일체감이 없이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많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잠시 멈추고 확인을 하니 여러 갈래 끈 중에 하나가 느슨해졌다. 오래 신어 봉제 부분이 낡아 본류에서 살짝 빠져나오고 있다.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니고 시간도 없어 그냥 지나간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신기하다. 나는 무슨 물건이든 하나를 구입할 때 결정에 신중함을 넘어 곤란을 겪는 편이다. 나 스스로 생각해도 결정 장애를 의심할 정도인데 대신 나중에 번복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 신발은 뜻하지 않게 구입하게 되었다. 단체로 어디를 가는 도중에 잠시 휴게소에 들렀다. 내가 제일 먼저 가서 커피를 들고 나오는데 갑자기 발이 누가 잡고 있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우선 커피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왜 그런 가 살펴보니 구두 굽이 깨진 보도블럭 틈에 끼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예쁘고 편해서 잘 신는 구두였는데 순간 당황하기도 했고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창피하기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