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에서 떼를 지어 거꾸로 매달려 있다가 한꺼번에 먹이를 공격하는 속성 때문에 음산하고 불길한 존재의 대명사로 통하는 ‘박쥐’. 그중 흡혈박쥐는 인간과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살아 ‘드라큘라 사촌’으로 불린다. 전체 120여종가운데 0.3% 밖에 안되지만 ‘이놈’ 때문에 모두가 흡혈귀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박쥐’하면 유령을 떠올리며 마녀의 화신이라고 혐오한다. 반면 동양에선 부귀와 장수를 상징한다. 박쥐의 한자 편복(??)의 복(?)이 복(福)과 같은 발음이어서 중국사람들은 장롱장신구, 베게, 기와, 식기 등에 즐겨 썼다. 중국식당에 붉은 글씨로 쓴 복자를 거꾸로 매달아 놓는 것도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있듯이 복이 주렁주렁 열리길 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막연함과 달리 ‘박쥐’는 사실 상당히 위험한 동물이다. 온갖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박쥐 몸에는 137종의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는 각종 전염병을 옮기는 ‘요주의 동물’ 중 하나로 지목 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전세계 37개국에서 8천여 명이 감염돼 774명이 목숨을 잃은 ‘사스’도 ‘박쥐’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하답(夏沓) /백석 짝새가 발뿌리에서 닐은 논드렁에서 아이들은 개구리의 뒷다리를 구어 먹었다 돌다리에 앉어 날버들치를 먹고 말리는 아이들은 물총새가 되었다. 시골아이들이 여름에 논가에서 천진스럽게 아이들이 자연과 놀고 있는 모습들이 잘그려진 백석의 시다. 유년시절 참새를 공기총으로 잡아서 동네 친구들과 구워먹은 생각이 난다. 시에서 아이들이 개구리 뒷다리를 구워먹는 모습이 있는데 먹어보지는 못했다. 장난감이나 시대의 변천에서 놀이할 만한 장난감이 없던 시절에 백석시인은 자연과 음식을 토대로 궁핍한 허기와 가족사의 정겨움과 눈물들을 포착해 노래했다. 문화적인 욕구를 작열하는 여름 농가에서 비치는 정취는 다시 물총새에 시원함을 은유화로 화자를 끌어주고 있다. 이 시는 여름철 아이들의 뛰노는 장면을 사실처럼 펼쳐 미각과 시각, 촉각이 다양한 시적인 언어로 시골풍경을 읽히게 한다. 그리움의 언덕에 추억은 재생되지만 그 추억은 희미해지고 인공지능시대에 호흡하기도 어려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씁쓸함 들이 일어난 까닭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우물쭈물 하다가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I knew if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nd happen)” 94세에 작고한 노벨문학상수상자인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새겨진 글이다. 삶을 어영비영 살지 말라는 재치가 담긴 뜻이다. 요즘 총선 80여일을 남겨두고 여전히 우물쭈물하는 보수대통합 논의를 보면서 짧은 버나드 쇼의 비문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충고해 주는 듯하다. 정치는 수(數)의 싸움이다. 최근 일련의 정치문제를 풀어가는 데 균형추가 무너져 한쪽으로 치워져 가는 듯해 우려된다. 진보와 보수가 긴장된 균형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절실한 이유다. 많은 국민들은 1차 책임은 보수에 있다고 여긴다. 문재인 정부가 실정(失政)을 하는데도 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다. 한국당은 정국을 주도할 지도력도, 여당을 능가할 정책대안도 생산하지 못했다. 내부에서 계파 간 싸우는 이외에 한 게 없다. 속된 말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얘기다. 긴장된 균형을 잘 다루어 나가면 사회는, 역사는 순리대로 풀려나가고 발전한다. 결국 정치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문제를 줄여 나가
노년은 사전적으로 정상적인 인간의 일생에서 마지막 단계이다. 과거에는 60세 이상이면 노인이었으나 현재는 65세 이상이 노인으로 분류된다. 노인이 되려고 희망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짧은 인생길에서 하염없이 불쑥 찾아오는 게 노인이라는 두 글자이다. 노인은 편히 쉬라고 공경 받으라고 만들어진 말일 텐데 전혀 그렇지 못하니 이러 부조리가 어디 있을까? 노인이 되었다고 편하게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는 부모는 과연 몇이나 될까? 요즘 어르신들에 대한 여러 복지 혜택이 늘었다. 하지만 정상적인 구직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원하는 노인과 생활 형편으로도 아직은 일해야 할 노인이 모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노년이 되면 돈이 더 필요하다. 혼사를 앞둔 자식들이 있을 수밖에 없고 돈 필요한 일은 사방에 산적해있다. 품위 유지비가 아니라 꼭 필요한 생활비용이 절대 필요한데 의료비 등 돌발비용까지 손수 마련해야 하는 처지이다. 이런 비용은 용돈으로 처리될 비용은 절대 아니다. 젊어서 비축해놓은 노후자금을 마려한 노인이 얼마나 될까? 내 주변을 둘러보면 살고 있는 집 한 채가 모두인 사람들 뿐이다. 그들은 연금 생활자인데 연금이 생활비가 안된다며 한숨들이다.…
첨단 자족도시 밑그림 그린 고양시 민선7기 고양시 주요 핵심사안인 자족기반시설 확충, 도시재생 사업 등이 최근 잇달아 해결되면서 경기북부 최대의 첨단 미래자족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는 자족기반 확충과 관련 지난 15일 기재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킨텍스 3전시장 건립이 가시화됐다. 여기에 지난해 말에는 일산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의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이 고시됐고, 경기도 3개 공공기관까지 고양시로 이전해오게 되자 함께 추진 중인 일산테크노밸리·방송영상밸리·킨텍스 제3전시장, CJ라이브시티 등의 일산지역 경제지도가 완성됐다. 특히 도시재생과 관련 성사동 원당환승주차장 일원 부지가 지난 2019년 12월 26일 국토부로부터 ‘성사 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로 지정됨에 따라 고양시는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도록 이곳을 청취다방·28청춘창업소·창릉3기신도시 내 청년창업센터 등과 연계해 또 다른 청년창업의 요람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으로 고양시에 1만 4천명의 고용창출과 3조 1천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둘 것이며 인근에 건설될 일산테크노…
중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인 ‘우한(武漢)폐렴’의 확산 속도가 무섭다. 중국과 인접한 한국과 일본, 대만, 태국,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우한 폐렴은 유럽, 호주까지 번졌다. 프랑스에서 감염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중국에서만 확진자가 2천 명 넘고 60여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폐렴의 원인균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력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는 낮지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는 높다고 발표했다. WHO가 제시한 우한폐렴의 ‘예비 R0 추정치’는 1.4~2.5였다. R0는 전염병의 사람 간 전파력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사스는 4였고, 메르스는 0.4~0.9였다. WHO는 우한폐렴을 엄중하게 인식, 긴급 위원회를 개최했다. 회의 결과, 전 세계적으로 우려해야 하는 ‘공중보건 긴급사태’로 간주하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위원들 의견은 50대50 정도로 팽팽했다고 한다. 비록 WHO가 ‘공중보건 긴급사태’로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중국과 지척에 있는데다가 확진 환자가 발생한 우리나라로서는 긴급사태로 여기고 철저하게
한반도 평화는 남북 모두에게 중요하고 준엄한 과제다. 그래서 접경지역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가 정부와 발맞춰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굳이 평화가 종식되면 도의 안전도 보장받기 힘들다는 지정학적 구조 때문만은 아니다. 2000년 이후부터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을 선도했고 앞으로도 그 역할이 커질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최근 경기연구원(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연구원은 동아시아 국제관계와 미래 남북관계 쟁점을 분석한 ‘2020 북한의 정책전환과 경기도의 대응 보고서’를 내놨다. 여기에는 ‘남북·북미 관계 경색국면을 고려한 도의 장·단기 남북교류협력 방향도 담겨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도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모색한 것이어서 시의적절하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도와 정부는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둘’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북측에 필요한 단기 실현 사업을 이렇게 밝혔다.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교류, 보건의료 협력 등 제재 국면에서도 시작할 수 있는 면제 사업 ▲관광과 에너지 자립, 농업 현대화, 인프라 개선 등 북측의 경제성장 정책과 맞물리면서도 현실적으
퇴계의 『매화시첩(梅花詩帖)』은 그가 남긴 100수가 넘는 매화시 가운데 62제(題) 91수(首)를 자신이 직접 선별하여 따로 묶은 역사상 유일한 매화 시집이다. 이 시첩에는 주로 퇴계가 중년 이후에 쓴 작품부터 타계하던 해인 70세 때까지 쓴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퇴계는 특히 매화에 관한 시를 많이 썼을 뿐만 아니라 매화를 각별하게 사랑했던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평소에 매화를 매선(梅仙)이라 부르고 또 매형(梅兄), 매군(梅君)으로 의인화하면서 인격체로 대접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매화 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만하다. 이렇게 끔찍이도 매화를 사랑한 데에는 물론 매화의 고고한 선비적 풍모를 경외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퇴계의 매화 사랑에는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가 바로 두향(杜香)과의 애절한 사연이다. 퇴계가 단양군수로 부임한 것은 마흔 여덟살 때인데, 첫 부인에 이어 둘째 부인과 사별하고 아들까지 잃은 슬픔 속에서 퇴계는 두향을 만났다. 두향은 비록 관기(官妓)였으나 거문고와 시서화에 능했고 매화를 좋아하고 분매(盆梅) 솜씨가 좋았다. 당시 두향은 18살이었고 퇴계와는 30년이라는 나이 차이가 있었으나 두 사람은 신분과 세대 차이를 뛰어넘
남계서원은 일두 정여창과 동계 정온, 개암 강익 선생을 모신 곳이다. 정여창은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세종대부터 연산군대까지 활동했던 인물로, ‘일두(一?, 하나의 좀벌레)’라는 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겸손한 학자였다. 정여창은 김종직의 제자로 들어가 김굉필과 함께 학문을 닦았다. 성종25년(1494)에 안음현감으로 부임했을 때는 조세로 인해 고통을 받는 백성들을 위해 ‘편의수십조’를 지어 시행함으로써 백성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편의수십조는 백성이 마땅히 편하게 살아야 할 열 가지 규칙을 말한다. 정여창은 백성들의 삶을 개선하는 진정한 현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김종직의 제자였던 정여창은 1498년 무오사화를 피해가지 못하고 함경도 종성으로 유배되었고 1504년 54세의 나이로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갑자사화 때는 부관참시를 당하였다. 하지만 중종반정으로 다시 복권되고, 선조1년에 문헌공이라는 시호가 내려졌으며 광해군 2년(1610), 정몽주, 김굉필, 이언적, 조광조와 함께 동방5현으로 문묘에 배향되었다. 정여창을 모신 서원은 나주의 경현서원, 합천의 이연서원, 종성의 종산서원 등 9여 곳에 이르며 그 중 가장 주된 곳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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