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여파로 학령아동들이 감소하면서 대학들도 비상이다. 수도권 대학은 그런대로 정원을 채우는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지방 사립대는 심각하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예를들어 입학 정원 10명 중 7명도 채우지 못한 ‘신입생 충원율 70% 미만’ 대학이 2016년 12곳에서 지난해 15곳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광주가톨릭대·대전신학대·서남대·수원가톨릭대·신경대·영산선학대·중앙승가대·한려대·한중대 등 9곳은 2년 연속 충원율 70% 미만이다. 대부분 지방에 있는 사립대학이다. 교수들과 교직원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그래서 매년 가을 입시철이 다가오면 수원시내 고교에는 지방대학 교수들이 학생들 모집에 나서는 광경이 자주 목격된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는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재정난에 시달리게 되고, 또 학교가 문을 닫게 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다. 지난 3월 열린 ‘대학 총장 긴급 좌담회’에서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현재 200개에 달하는 국내 4년제 대학 가운데 약 50개는 이미 망했다고 봐야…
요즘 수원시 행궁동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행궁동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 감싸고 있는 마을로 그 중심에는 화성행궁이 자리하고 있다. 역사와 문화가 깃든 수원의 역사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주민들의 삶은 결코 1번지에 걸 맞는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수원의 대표적 구도심 지역이자 문화재 보존구역으로써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낙후지역으로 슬럼가가 되기 직전이었다. 지난 30년간 인구는 최대 대비 59.8%가 감소했을 정도로 도시 쇠퇴가 심각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 지역이 거듭났다.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열린 ‘생태교통 수원 2013’이 계기가 됐다. 골목길과 옛길이 정비되고 전선은 지중화 됐으며 거리도 말끔하게 개선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에 시작된 ‘수원야행(夜行)’ 축제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SNS를 통해 소문이 났다. 수원의 야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장소로 행궁동을 주목한 것이다. 이후 행궁동을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급작스럽게 증가했다. 수원시가 생태교통 행사로 멍석을 깔았고 젊은이들이 SNS로 이 마을을 찾아내 홍보한 것이다. 이제 이 지역은 ‘행리단길’로 불린
올해 새롭게 맞게 될 6월 25일을 며칠 앞두고서 새삼 과거의 기억들 속에 한참을 맴돈다. 성장기인 70년대 초등교육과정에서부터 80년대 대학학부 과정에 이르기까지 투철한 반공교육 속에서 커왔고, 전쟁위협의 긴장과 불안감이 잠재의식 속에서 항상 자리잡고 있었다. 유년기에는 6·25기념일을 앞두고 해마다 반공포스터, 글짓기와 웅변대회 그리고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을 부르짖는 반공궐기대회에 익숙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군복과 같은 유니폼을 전교생이 입고서 다음날 지역 군사령관의 시찰과 평가를 대비해 학생회장인 연대장의 “받들어 총”을 시작으로 분열과 사열 연습이 제대로 맞추어질 때까지 퇴근시간을 잊은 당시 교련선생님의 열의에 찬 모습은 아직도 선명하다. 대학 학부시절에는 부를 수 없는 노래들과 읽어서 안 되는 책들이 참으로 많았다. 때문에 금지된 것에 대한 동경과 그것의 짜릿한 자극은 당시의 활활 불타오르는 젊은 혈기들이 빨아들였던 기름이 되었고, 최루탄 연기 속에서 어떤 학기에는 휴강이 더 많았던 기억만큼 사회에 반항과 저항이 격렬했던 시기가 있었다. 어느 날 불심검문에서는 책가방에서 나온…
어릴 적에 도서관에 갔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에 막 들어가서 동네 형을 따라갔다. 남산 시립도서관이다. 그곳에서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 빠졌고, 심훈의 ‘상록수’를 만났다. 그동안 위인전만 읽었는데, 새로운 삶을 만나는 경험이었다. 일요일이면 버스를 타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용료는 10원이었지만, 막상 들어가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공부하러 갔지만 오히려 책에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늦게 도착하는 날은 오전 내내 줄을 서는 것으로 다 보냈다. 그래도 남산에 사는 나무들을 보면서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움이 됐다. 그때는 주변에 도서관이 없었다. 정독도서관도 없던 때였다. 지금은 학교는 물론 10분만 걸으면 동네 도서관이 있다. 화려한 시설과 새 책 냄새가 넘쳐난다. 내가 사는 수원만 해도 무려 19개나 된다. 2010년 8개였는데 두 배 이상 늘었다. 주변에 이렇게 도서관이 많은데, 정작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2017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다. 일반 도서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인 독서율은 성인 59.9%라고 한다. 이는 1994년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87년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됐던 정당은 113개, 평균 존속기간은 44개월에 불과하다. 이 중 선거 때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은 40개밖에 안 된다.지금까지 살아남은 정당도 창당 당시의 당명을 갖고 있는 경우는 없다. 박근혜 정권을 창출했다며 정통 보수여당이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만 하더라도 그렇다. 뿌리를 살펴보면 지난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 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이뤄진 민주자유당이 모태다. 자유한국당은 2004년 한나라당 시절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당 지도부 전원이 천막당사로 들어갔다. 반성하고 자숙한다는 의미에서였다. 그 후 8년만인 2012년에는 2011년 10·26 재보선에서 패하자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박근혜 비대위를 출범, 약 15년간 써왔던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명칭뿐 아니라 당 상징색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꾸면서 체질을 완전히 개혁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였을까? 한동안 보수층을 대변하며 두 명의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그러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입지가 좁아지면서 새누리당은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변경, 반성과 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출발도 해보지 못하고…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끝나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끝 무렵에 우리나라 기자에게 마지막 질문할 기회를 주었다. 1시간 이상 외신기자들의 질문공세 속에서도 한국기자들이 그때까지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제서야 2명의 한국기자가 질문에 나섰다.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문제에 대해 한국기자들이 소극적 자세를 보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2010년 11월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 때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기자에게 질문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나서는 한국기자가 없어 결국 중국기자가 질문했던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가 질문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지 못한 것이고,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학자나 의사들도 훌륭한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회에서 발표해 놓고는 정작 질의응답은 피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질문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할까봐 걱정되어서란다. 국제사회에서 우리 주장을 통해 이익을 관철하고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극적 태도는 지양해야 하고, 특히 어릴 적 교육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배워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내용보다 제목이 주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우리는 옆집 아이 공부 잘하는 것이 샘나서 우리 애도 억지로 공부시켜 명문학교에 보내야 직성이 풀린다. 이를 악물고 일해서 나도 남들처럼 부자가 돼야 한다. “배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참을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시기와 질투는 우리나라를 세계 10위권의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우리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훨씬 빠르다고 한다. 남들이 바꾸면 나도 산다고 하는 유행에 민감한 성향은 우리 스마트폰을 비롯한 가전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여 주었다. 인구가 5천만 명밖에 안되지만 새로운 제품을 계속 시도할 수 있어서다. 강남일대가 화장품이나 핸드백 등 명품들의 세계적 시제품 시장이란 이야기도 있다. ‘유행공화국’이란 말이 어울린다. 그런데 이런 성향은 장점이자 곧 약점일 수 있다. 최근 세계적 추세가 대량생산 대량소비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개성시대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단순히 다른 기업을 따라가는 기업은 곧 도태되고 만다. 우리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창의적…
피안 /조유리 파지, 상한 달걀, 시든 파뿌리 고맙다 한 덩어리 노독을 얻어 삶이 아닌 것들 삶이 되게 구기고 깨뜨려 뒷모습 다 퍼내고 오늘 나는 먼 곳에 마음을 둔다 살아서는 지펴보지 못한 눈빛들, 저물녘 궁리포구에 널어둔다 썩은 냄새 풍기는 저것들 참 고맙다 - 조유리의 시집 ‘흰 그늘 속 검은 잠’ 중에서 막다른 포구에 다다는 것처럼 가던 길을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속수무책의 사태에 직면할 때가 있다. 노독(路毒)의 덩어리가 나를 가위처럼 짓눌러 꼼짝을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에는 비록 바라왔던 삶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 살아 있다.’에만, ‘살아 있기에’ 이런 가위눌림도 당할 수 있다고만 생각해보자. 그러면 나의 ‘삶’을 위해 죽어야만 했던, 지펴지지 못했던 것들이 떠오를 것이다. 파지나 상한 달걀이나 시든 파뿌리처럼 버려졌던 나의 뒷모습들, 나의 신념과 나의 의미와 나의 사랑들. 사실, ‘나’는 저것들을 딛고 간신히라도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썩은 냄새 풍기는 저것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저것들 속에서…
어제 본란 ‘민주당 일색, 道·市의회, 집행부 견제 제대로 하라’ 제하의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 일색으로 구성된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하면서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 왜냐하면 의회의 기능은 감시와 견제, 감시, 비판, 대안제시인데 의회가 사실상 민주당 독주체제로 운영되면 이게 어렵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 광역 지방의회는 참패한 야당이 교섭단체도 꾸릴 수 없는 형편이다. 물론 그동안의 실정에 대한 자성 대신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의 안정을 위한 남북정상 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정치쇼로 규정해 비난하고 현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온 자유한국당 등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는 점에서 선거 결과는 매우 당연한 것이다.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분명히 밝히자. 지방선거는 지역을 위해 일할 능력이 되는 일꾼을 뽑자는 것이다. 물론 지방선거 정당공천제가 좋은 점도 있긴 하다. 대통령과 정부, 정당, 지방정부가 소통하면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은 장점이다. 지방정부도 지방의회의 협조를 얻어
서옹성은 화서문 앞에서 성문을 보호하는 방어시설이며 화성 서북쪽 지역의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다. 이곳의 지리적 측면을 보면 다른 대문(大門)과 달리 산을 끼고 있어 방어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또 옹성의 동쪽으로 서북공심돈이라는 강력한 공격시설이 있어 방어력을 높이고 있다. 서옹성의 특징을 다른 옹성과 비교해가면서 살펴보자. 옹성제도는 동·서옹성이 같고 남·북옹성이 같다. 동·서옹성은 옹성문이 없고 옹성 내부의 재료가 벽돌이 아닌 돌로 되어 있는 점이 남·북옹성과 가장 다른 점이다. 동·서옹성의 제도는 같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부분이 많이 보인다. 창건 시기 건축설계도는 지금처럼 분화되어 있지 않고 한 장의 간가도(間架圖, 평면도)만 있어 감독관이 현장에서 결정해야 하는 항목이 많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외부에서 미관상으로 보면 현안(懸眼, 성곽 외벽에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 성벽 아래에 있는 적을 뜨거운 물이나 기름으로 공격하는 시설)과 타구(여장에서 타와 타 사이에 열린 부분)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곳 화성의 옹성을 제외한 다른 곳에는 현안이 없어 현안과 타구의 위치에 고심이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