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6월이 왔다. 보훈공무원으로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호국보훈의 달은 나에게 새삼스러운 의무감과 사명감을 갖게 한다. 왜 정부는 무려 한 달이라는 기간을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하여 국민들에게 국가유공자의 공헌과 보훈의 의미를 되새겨보도록 하였을까? ‘호국보훈의 달’은 현충일, 6·25전쟁, 연평해전이 일어난 6월을 추념하기 위해 국가에서 지정한 범정부적 기간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보훈기본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국가는 희생·공헌자의 공훈과 나라사랑정신을 선양하고 보훈문화를 창달하기 위하여 매년 6월을 ‘보훈의 달’로 지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법령을 통해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한 것은 보훈이 국가의 존속과 번영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호국보훈의 달은 단지 국가에서 명명한 아무런 의미 없는 기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라는 공동체는 멀리서는 순국선열과 참전국가유공자, 가깝게는 연평해전과 천안함 용사 등의 희생과 공헌
베개 /임지훈 베개에 얼굴을 묻고 사람을 떠올린다 긴 생각에 잠이 갈대처럼 텅 비어간다 그늘에 꽂혀 있는 벚나무 가지위에 위태롭게 걸린 초승달이 소리 없이 꽃잎을 자르고 있다 손톱보다 작은 봉오리 눈 감고 연못으로 내려앉는다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에게 들리지 않도록 울어야 하기에 봄밤은 길고 생은 가볍다 ‘가벼운 생’이 ‘가여운 생’으로 읽혀지는 건 왜일까? “베개에 얼굴을 묻”고 누군가의 생각에 긴 밤을 불면과 씨름하는 사람 “긴 생각에 잠이 갈대처럼 텅 비어”가는 純然한 사랑의 주인공이 ‘나’이기 때문이다. 홀로 울어야하는 봄밤은 길다. 그래서 더 슬프다. “위태롭게 걸린 초승달이/소리 없이 꽃잎을 자르고 있”는 슬픔, 이러한 슬픔의 중독 또는 운명적 인식은 근원적인 면에서 인간의 한 본질로서 고독과 절망에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져 관심을 환기한다. 슬픔이여 오라! 내 오늘 밤도 기꺼이 너를 안고 울어주겠다.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깊은 고독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이채민 시인
한스 셀리 박사는 내분비학을 전공한 학자로 하버드 대학의 교수였다. 그는 ‘스트레스 연구’로 1958년 노벨상까지 받은 그 분야의 세계 최고의 대가(大家)였다. 그가 하버드 대학에서 은퇴를 앞두고 고별 특강을 하던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고별 강연장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교수들도 참가하여 마지막 강의를 경청하였다. 그 강연장에 차고 넘칠 만큼 많은 청중이 참가하였던 것은 물론이다. 뜻깊은 강연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올 때이다. 한 학생이 노교수의 앞을 막고 물었다. “교수님 우리가 스트레스 홍수 시대를 살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는 길을 딱 한 가지만 일러 주십시오.” 그 학생의 질문에 한스 셀리 박사는 간결하게 한마디만 일러 주었다. ‘감사하십시오’가 노교수의 대답이었다. 스트레스 홍수 시대를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는 길이 감사하는 생활이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에 감사하기에 너무나 인색하다. 우리가 작은 일에도 감사드릴 때에 그에 준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감사드릴 때에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감사드릴 때에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엔도르핀도 세로토닌도 병을 낫게 하고 마음에
지난 2016년 7월 당시 나모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언론사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한동안 국민들 사이에서 ‘우리는 개·돼지’란 자조어가 퍼졌다. 당시 인사혁신처는 나 전 기획관의 파면을 결정했다.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나 전 기획관은 이에 불복, 소송을 냈고 1심, 2심 재판부는 “공무원 지위에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을 했다”면서도 발언 경위 등을 고려하면 파면이란 징계는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나 전 기획관에 대한 징계를 강등으로 결정, 5월2일 교육부에 통보했다. 그런데 이 ‘개·돼지’란 말이 또 튀어나왔다. 이번에 망언을 한 사람은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라고 한다. 정확한 진상조사가 실시돼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겠지만 이 학교 건축학부 재학생들이 내건 대자보에 따르면 교수가 전공수업 중에 “너희가 개냐 사람이냐. 자신이 개·돼지라고 말을 못하냐. 개라고 대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부모들의 이혼 사유를 알려달라고 하고 특정 종교 강요도 했다고 한다. 이에
마침내 역사적인 날이 밝았다. 한국전쟁의 당사국으로서 분단 이후 70년 가까이 오랜 세월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해왔던 미국과 북한의 두 정상이 만난다는 자체가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두 사람에게 찾아온 모처럼의 기회를 놓쳐서도 안 된다. 이틀 전 이미 싱가포르에 도착한 두 사람의 지도자에게 온 세계의 시선이 싱가포르에서 대좌할 두 지도자에게 온통 쏠려 있다. 북한 핵무기 개발이 중단되고 완전한 폐기를 이룸으로써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나아가서는 세계 평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만남이기 때문이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열린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마지막 ‘밀고 당기기’도 이미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사와 최 부상은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11일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11시55분까지 1시간55분 가량의 실무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 등 정상회담 합의문의 핵심 의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 북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할 합의문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그 대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사람을 판단할 때는 그 사람의 그릇의 크기를 가늠해보기도 한다. 우리 지역을 이끌어갈 사람은 어느 정도의 그릇을 가진 사람인지 잘 판단해야 할 시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최초로 토기가 등장했던 신석기 시대, 빗살무늬토기를 만나러 여행을 떠나보자. 1925년 서울 한강에 큰 홍수가 나면서 암사동에서 한 무더기의 빗살무늬토기가 발견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였던 당시에는 토기에 대한 관심은 도자기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암사동과 빗살무늬토기는 해방 후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우리의 관심 속으로 등장한다. 점과 선을 이용한 다양한 무늬장식을 한 빗살무늬토기. 오늘은 암사동 선사유적지 5호 집터에서 출토된 빗살무늬토기를 만나보자. 빗살무늬토기는 생김새가 아주 독특하다. 그릇의 바닥면이 평평하지 않고 뾰족한 모습이다. 이렇게 아래가 뾰족한 모습의 토기를 첨저형 토기라고 한다. 첨저형 토기는 워낙 독특한 모습이라 빗살무늬토기 하면 의례 첨저형 토기만 생각하지만 보통의 그릇처럼 평평한 모습의 빗살무늬토기도 있다. 그런데 빗살무늬토기는 왜 밑이 뾰족할까?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은 모래나 땅 속에 쉽게 파묻게 하기 위해서이다. 뾰족
여름 장마와 같은 봄비 속에서 초록빛 가득찰 대지를 기다리는 촌로(村老)의 순응하는 마음과 같이 ‘희망’을 마주하는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고 싶다. 무탈함을 기원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늘 새옹지마와 같음을 알지만, 경찰에 입직하여 30여 년간 근무하면서 전국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사건의 범인을 검거하고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공기와 같은 일상의 평온을 돌려주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근무하는 것이 경찰관의 존재 이유라 여기며 살아왔다. 2015년을 ‘피해자 보호의 원년’으로 선포한 후 작년에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였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기존의 범인검거를 통한 범죄억제라는 형사정책만으로는 국민에게 공감받는 경찰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였고 또한 범죄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을 때 쯤 현장에 배치되어 피해자와 함께하는 피해자 전담경찰관 제도를 직접 접하게 되었다. 즉, 범인 검거 및 처벌 등 고유의 경찰활동 이외에 범죄피해자의 조속한 일상 복귀를 도와줄 수 있는 피해자 전담경
요즘의 세상에는 어디를 가나 대장이 너무 많다. 대장이 너무 많으면 사회가 혼란스럽고 모든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람으로 치면 머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머리가 하나라야 손발이 잘 움직여 목적한 일을 처리하게 된다. 만약 머리가 많고 손발이 없으면 그 사람은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머리가 많은 세상에서 그 국가나 민족이 행복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예를 들면 강국 고구려가 망했던 것은 연개소문의 동생 연정토나 그 아들 남생 남건 등, 사람의 머리인 대장이 너무 많았던 이유였다. 세계사적으로 유명한 ‘파르살로스’ 해전도 마찬가지였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가게 돼 카이사르는 보병 2만 2천, 기병 1천기뿐인데 폼페이우스는 보병이 무려 4만 7천, 기병은 더욱 많아 7천기나 되었다. 카이사르 쪽은 대장이 카이사르 하나였으나 폼페이우스 측은 폼페이우스의 명령에 항의적인 말이 많은 대장이 수십 명이었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꼴이었다. 더구나 폼페이이수 측은 승리의 축하파티를 준비하면서 논공행상으로 다툼까지 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다 대장노릇을 하려고 한
이번 지방선거 사전 투표율은 20.1%였다. 지난 지방선거 사전 투표율이 13.31%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은 지난번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지난 대선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사전 투표율은 26.06%였다. 역대 가장 높은 사전 투표율이었다. 그런데 19대 대선 최종 투표율은 77.2%였다. 대통령 직선제가 다시 실시된 1987년 13대 대선 이후의 대선 평균 투표율이 76.94%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9대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거의 대선 평균 투표율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19대 대선을 놓고 본다면, 사전 투표율이 높다하더라도 최종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등식은 잘 성립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 이유가 무엇일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사전 투표라는 것은 유권자들의 투표 편의를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전 투표에 참여하는 이들은 일반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아주 높은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유권자들의 경우에는 사전투표제도가
노을에 들다 /조수일 대문을 열고 나오려다 멈칫, 숨을 죽인다 주차된 차 후미 귀퉁이를 잡고 바스러질 듯 서 있는, 옷깃이 보인다 비둘기색 양복 바짓단 헐렁거림이 보여 온다 비스듬히 차체에 기댄 주렁이 보이고 주렁 끝 손잡이 마냥 곡진하게 굽은 등이 보인다 노신사, 볼 일 보는 중이다 오줌발, 얼마나 곤궁스레 수척히 말랐는지 소리도 없다 뒷바퀴를 방울방울 새의 눈물, 그것처럼 타고 흘렀을 생의 끝자락이 보인다 비척비척 걸음을 뗀다 애가 타는지 얼굴 벌겋게 달아오른 해가 골목을 붉게 물들인다 잦은 잔바람에 이제는 노쇠해져 훌렁훌렁 넘어지는 집집마다의 노송 한 그루, 지금 노을 속으로 들고 있다 문 틈새 담벼락 타고 막 피어오르던 넝쿨장미의 먼 산 보던 눈 가, 벌개진다 이렇게 따뜻한 시선이 있을까, 이렇게 따뜻한 마음이 있을까. 양복을 입은 노인이 주차된 차 후미에서 오줌을 누는 것을 보면서 주책이라고 흉보기 바쁜 세상인데, 그것을 이렇게 그려 놓다니 도대체 어떤 눈을 가진 사람일까. 비스듬히 차에 기대서 누는 오줌발을 통해서 “얼마나 곤궁스레 수척히 말랐는지 소리도 없다”고 말하는 대목과, 자동차 “뒷바퀴를 방울방울 새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