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과거에 한 커뮤니티의 모임에서 50대 초반 가량의 신사와 인사를 하고 명함을 교환한 적이 있었다. 그는 작은 글씨로 빼곡히 찬 명함을 눈에서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고 읽어 보더니 문득 한마디를 했다. “예전엔 작은 글씨도 가까이서 봤는데, 언젠가부터 이렇게 점점 멀찌감치 놓고 봐야 글자가 겨우 보이더군요. 신문을 볼 때도 그렇고요. 돋보기를 가지고 다닐 날도 머지않은 것 같네요. 이런 나를 볼 땐 정말이지 우울해집니다.” 사오십 대가 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자신의 모습에 망연자실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요즘의 시대는 갖가지 환경오염과 공해를 떠나서도 직장업무, 사회적 대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게 우리를 괴롭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평소에 서로의 힘든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지냈던 선배 한 명을 얼마 전에 만났다. 몇 년 전에 봤을 때보다 선배의 얼굴은 많이 상해 있었다. 요즘 통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며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심하게 답답해지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갑자기 혈압이 확 오르는 듯이 얼굴이 화끈거리기까지 해서 큰 맘 먹고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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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2020년 시정 새해 설계 광주시는 지난 2018년 신동헌 시장 취임 이후 문화·관광 콘텐츠의 산업화와 체계적인 도시정비, 지역경제 발전 도모 등의 의제를 설정하고 시정 역량을 집중해 왔다. 그 결과 2019년에는 해공 신익희 기념사업 등 굵직한 문화·관광 콘텐츠의 틀을 완성시켰으며, 구도심 재생 사업을 비롯한 정비사업에 본격 착수했고 상생을 통한 지역경제 살리기 사업에서도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신동헌 시장은 “2019년은 오직 시민만을 생각하는 ‘오직 광주’라는 슬로건을 완성하기 위한 초석을 놓은 해였다”며 “2020년에는 이들 사업이 본 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광주시 예산편성에도 이 같은 신 시장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2020년 광주시 예산 총규모는 1조994억원으로 이 중 일반회계가 8천981억원 특별회계가 2천13억원이다. 이는 전년도 당초예산대비 763억원이 증가한 수치이다. 2020년도 예산편성의 기본방향은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생활밀착형 사업 예산의 최우선 배분이다. 신 시장은 “도시…
봄날의 천둥 /혼다 히사시 당신이 내려친 빛의 채찍을 맞고 땅에 묻혔던 말이 힘차게 운다 당신은 몸을 돌려 채찍으로 꽃을 내리친다 흩어지는 꽃잎이 임종의 순간을 비춘다 그 한순간의 밝은 빛 속에서 말은 풀을 뜯고 있다 꽃잎이 땅에 진다 말은 이제 없다 나는 불러본다 이름이 붙여지기도 전에 이미 모태에서 해체된 채 끌려 나와 땅에 묻힌 말을 그러자 등에* 울음소리보다도 작은 하늘로 사라져 가는 내 목소리에 응답이라도 하듯 다시 한 번 당신이 내려친 채찍을 맞고 말이 힘차게 운다 겨울이 땅에 묻어 침묵하게 만들었던 말, 그 말이 드디어 채찍을 맞아 힘차게 울며 봄 들판을 질주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 말은 언어言語일수도 말馬일수도 있을 것이다. 야생마 닮은 말 일수도 있다. 소통을 위해 태어난 말이 불통의 언어가 된지 이미 오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다. 이육사의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북방으로 휩쓸려 와’ 묻힌 말일 수도 있다. 봄날의 천둥은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를 깨워 온 세상을 뒤덮는 푸르른 희망의 천둥으로 말하게 한다. 모태에서 해체된 채 끌려나와 땅에 묻힌 불통
겨울만 되면 일기예보 서두에 단골로 등장했던 것이 ‘시베리아 고기압’ 이다. 한파를 표현할 때 특히 그랬다. 하지만 요샌 듣기가 쉽지 않다. ‘겨울다운 겨울’이 실종 돼서다. 대륙이 냉각돼 발생하는 한랭 건조한 기온이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친 시베리아 고기압. 넓은 유라시아대륙에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히말라야 남쪽의 난기류 유입도 저지하기 때문에 범위는 동서로 약 1만㎞ 남북으로 약 5천㎞에 달한다. 권역내 기온은 영하 40도 이하다. 속한 지역은 한랭 건조한 북서계절풍이 강하게 불고, 눈발이 자주 날린다. 대신 발달한 고기압이 쇠약할 때까지의 주기가 약 7일로, 기간의 비율이 3:4 정도다. 한반도 부근의 겨울철 날씨에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연유다. 그런가 하면 겨울이면 눈이 자주 내려 ‘설(雪) 주의보’도 많았다. 그런데 요즘엔 실종됐다. 폭설은 커녕 첫눈도 제대로 내리지 않는다. 기온마저 봄가을처럼 따뜻하다. 겨울철 난동(暖冬)은 우리뿐만 아니다. 환경 파괴에 따른 지구의 온실 효과 영향으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 히말라야·알프스 산맥의 만년설까지 녹여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있다. 금세기 내 전 세계 78개 해안지역이 바닷물에 잠기게 될
동서지간이란 동서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동서란 시아주버니나 시동생의 아내, 처형이나 처제의 남편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결혼으로 맺어진 관계에서 여성은 남편의 남자 동기(同氣) 배우자들, 남성은 아내의 여자 동기 배우자들을 부르는 친족관계의 호칭이다. 동서는 다른 성(姓)의 남남이면서도 배우자들의 형제자매 관계로 맺어진 사이이다. 무슨 일을 자기가 하고 싶어 하면서도 은근히 남에게 먼저 권하는 경우 ‘동서보고 춤추란다.’는 속담이 있다. 더러는 동서 간에 시새움이나 불화가 따르기도 한다. 동서지간인 사람들은 한 가족 안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동성(同姓)의 낮선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가족들에 대한 같은 이질감과 함께 서로에 대해 끈끈한 동질감을 가질 이유와 조건이 충분하다. 한 가족에 들어온 같은 외부인 으로서 그 가족의 일원으로 녹아져야 하는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뜻을 같이하고 생각을 함께하는 동지(同志)가 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사람들이다. 동서지간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서로의 처지에 대해 깊이 공감해 줄 수 있는 관계인 것이다. 그러나 가족의 일원인 혈족간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과 처지가 저절로 이해될 것 같음에도 동서간의 문제
노래만큼이나 우리 삶과 밀접한 장르도 없다. 노래는 심오한 인생의 철학을 음유하기도 하지만 당대 생활상을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노래 가사를 읽고 노래를 듣는 것은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절대적인 장르이다. 그동안 쭉 노랫말과 곡을 들어본 바 한국 노래는 굴곡진 우리에 근현대사를 읽는 필수 요소이다. 한국가요는 일제강점기에 시작되어 오늘에 이른다. 일본 엔카의 영향에 대한 반론이 고 박춘석 작곡가에 의해 제기되었고 지금도 그 유래와 영향에 대한 설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1960년대에는 서양 팝송의 영향으로 음악의 흐름이 곁가지로 퍼져나갔고 그것은 청년문화를 태동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과 상관없이 한국가요는 한국인의 심성과 아픔, 즐거움을 노래하며 대중의 환호를 받아왔다. 노래란 가수 이외에도 작곡가, 작사가의 몫이 크다. 한국가요는 가수들이 잘 부를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있다. 일제강점기는 물론이고 광복 후부터 한국전쟁, 그리고 휴전 후의 유행가를 통해 알 수 있다. 당시 노래를 들어보면 온통 한과 눈물의 노래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격동의 세월이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 어르신들은 1945년 광복을 맞고는 행복의 시작인 줄 알았지만 현실은…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및 복지대타협 특위가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동에 있는 전국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자문위원 연석회의에서 시·군·구 등 기초정부 중심의 자치분권과 재정분권을 추진하고, 지방분권개헌을 재추진하는 동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4월 총선 핵심의제로 선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염태영 대표회장(수원시장)은 올해 총선 후보자·정당 공약화를 강력추진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국민과 정치권,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학계, 시민사회 등의 공감을 얻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초의회나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문재인대통령도 정당공천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소극적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심재덕 전 국회의원의 경우 목숨을 건 단식까지 해가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외쳤지만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못들은 척 했다. 공천권을 움켜쥐고 있어야 지역구 조직관리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공천을 주는 ‘갑’ 위치 국회의
태봉(胎封)과 태실(胎室)은 낯설지만 중요하다. 조선왕실에서는 왕자와 공주, 옹주가 태어나면 전국에서 길지(吉地)를 골라 태(胎)를 보관하는 태실을 만들었다. 태의 주인이 왕위에 오르면 태봉으로 높여 내부와 외부의 장식을 호화롭게 가꿨다. 태실을 중심으로 사방 540m 안에서는 경지 개간도 금지했다. 위반하면 국법에 의해 엄벌했다. 왕의 태봉이 있는 고을은 승격시켰으며 공사가 끝나면 상을 내렸다. 임금을 국가와 동일하게 여겼던 나라였으니 중요함은 말할 나위 없다. 태(胎)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는 드물다. 자연스레 태문화는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일제(日帝) 강점기에 많은 수가 훼손됐다. 민족 정신 말살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해방이후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또 사라졌다. 중요하지만 관심밖에 있었던 태봉(실)을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보호하기로 했다. 그동안 학계나 중앙부처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보호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같은 행보는 지금처럼 방치하면 완전히 소멸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확인했을 때 25곳이었던 도내
경국대전(經國大典)은 조선의 기본 법전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우리 법전이다. 국가보물 1521호로 지정된 을사대전(乙巳大典)은 1485년에 반포되어 시행한 것으로 6권 4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앞서 조선건국 시에 정도전이 지은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이 있었고, 태조 6년에 제정하여 시행한 경제육전(經濟六典)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세조는 즉위하자마자 육전상정소(六典詳定所)를 설치하여 국가 통치의 기본틀을 법률로서 할 것을 천명하고 최항 등으로 하여금 당시 현존하던 고유법과 관습법을 성문화 하도록 하였다. 1460년 세조 6년에 1차로 호전(戶典)이 완성되고, 1466년에 편찬이 일단락되었으나 보완을 계속하고 착오를 점검하기 위하여 시행이 미루어 졌다. 이어 예종 때까지 수정을 계속하고 시행을 신중히 하고자 미루다가 성종 때까지 와서 수정을 더 거쳐 1474년 경국대전 호전이 완성되었다. 이듬해 처음으로 호전(戶典)이 시행되었고 연이어 형전(刑典)과 나머지 네 개 법전이 완성되어 시행해 오다가 1481년부터 감교청(勘校廳)을 설치하고 다시 보완작업에 들어가 1485년 1월부터 시행하게 된 것이 오늘날 전해지는 을사대전(乙巳大典)이다. 조선건국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