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람차 /김태경 지지 않는 해바라기 하늘 가득 피었어요 뭇사람들 표정 담아 꽃잎 끝에 매달아 두고 서두를 필요는 없죠 제자리로 돌아오니까 꼭대기에 올라가서 지는 석양을 보았어요 석양을 가로지르는 뜨거운 새 한 마리 모든 게 제자리는 아니죠 마른 생이 지폈으니 매일 오는 12시여도 어제와는 다르죠 밤에는 멈춰 서서 남몰래 깊어지나요? 꽃잎은 꽃눈을 빚고 새날을 마중하네요 ■ 김태경 1980년 서울출생으로 2014년 《열린시학》 평론에 등단해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동행(同行)의 사전적 의미는 ‘둘 또는 여러 사람이 같이 길을 감, 같이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진정한 동행의 의미는 같은 ‘방향’으로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함께 가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갈 길이 아무리 멀다 해도 갈 수 있고, 바람이 휘몰아치는 들판도 걸을 수 있으며, 위험한 강도 건널 수 있고, 높은 산도 넘을 수 있다.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라면 물에 빠진다 해도 손 내밀어 건져주고, 위험한 상황에서 몸으로 막아주며,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사랑하면 나의 길 끝까지 잘 갈 수 있다. 이 세상은 홀로 살기에는 너무 힘든 곳이기에 단 한 사람이라도 믿고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동행에는 기쁨이 있고 마음의 위로가 있다. 우리의 험난한 인생길, 누군가와 손잡고 걸어 가야하고 험난한 날들도 서로 손잡고 걸어가야 한다. 왜냐하면 손을 잡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동행, 급난지붕(急難之朋)이란 어렵고 급할 때 함께할 친구, 동행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부부가 노년에 금실 좋게 함께 동행, 화락(和樂)하게 해로(偕老)할 수 있다면 세상 어느 누구를 부러워하랴! 동행(同行)이…
합천 땅에 내린 건 해질녘이었다. 노모가 계신 집은 합천읍에서도 한 시간 남짓 걸어가야 하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모처럼 지는 해를 보며 남정강을 건너 걸어가기로 했다. 읍내를 벗어나자 보리밭이 보였다. 해거름 밭둑 길을 쉼 없이 걸었다. 보리밭을 보니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있다. 어릴 적 나는 이렇게 보리밭 길을 따라서 시골 초등학교를 다녔다. 간혹 친구들을 만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늘 섬뜩한 두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들리는 늑대 울음소리였다. 우는 아이 소리 같기도 한, 밤하늘을 흔드는 늑대 울음소리가 어디선가 들렸다. 늑대를 두고 소문도 흉흉하였다. 어느 동네에선 늑대가 갓난아기를 물고 갔다는 둥, 자고 나면 늑대가 돼지우리를 덮쳐 새끼돼지를 물고 갔다는 소리도 들렸다. 그 소리가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밤이면 혼자 삽짝 밖을 나서지 못했다. 어쩌다 이웃 동네 친구를 만날 일이 생기면 동네 아이들을 불러내어 무리를 지어 보리밭 고랑을 지나다녔다. 푸른 달빛 아래 보리밭 밭둑을 걷는 기분이라니…. 달빛 속의 밭고랑에서 불쑥 늑대가 나타날 것만 같은 공포에 우리는 절로 오금이 저렸다. 그런 늑대가 언제부터인가 사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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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월부터 3개월간 무제한 유동성 공급에 나선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보유한 우량 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을 원하는 만큼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사용하지 않았던 전례 없는 고강도 조치다. 코로나19로 유발된 실물·금융 분야의 경제적 충격이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판단에서 나온 한국형 양적 완화로 볼 수 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은 가중되고 있다. 관광, 호텔, 외식, 항공업은 물론 수출 제조업까지 매출 급감으로 현금 유동성이 말라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38조원 규모의 우량·비우량 회사채펀드 가동을 서두르길 바란다. 별문제가 없던 기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영난에 빠져 일시적 자금경색을 겪고 있다면 정부가 나서 도와줘야 한다. 생산과 투자, 고용의 주체인 기업의 위기는 곧 민생의 위기다. 하지만 정부가 부실 민간기업에 무작정 국민 혈세를 퍼부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경쟁력과 생존 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채권단이 지원 조건으로 제시한 것처럼 총수 일가, 법인 대주주 등 이해당사자들의 고통…
4월 6일로 예정된 개학 문제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다. 개학하자니 코로나19 확산이 두렵고, 연기하거나 개학한 뒤 온라인 수업을 하자니 이것 또한 문제점이 많다. SBS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4월 6일 개학에 대한 찬반 여부, 반대한다면 적절한 개학 시점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같은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일수록 4월 6일 개학에 부정적인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개학 반대 의견을 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한 차례 연기하자’,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무기한 연기’, ‘온라인 개학’ 의견이 비슷했다는 것이다. 4월 6일 등교 개학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교원들도 같았다.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이 26~27일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4천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3%가 등교 개학을 ‘4월 6일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4월 6일 개학을 전제로 개학방식을 묻자 응답자 59%가 ‘온라인 개학을 먼저 해야 한다’고 답했다. 교육부가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이 4월 6일 개학이 ‘부적절’하다는 응답을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육부
여성이라면 한 달에 한 번 주기로 생리를 한다. 생리 중에 발생하는 생리통은 20~40대 가임기 여성의 약 50~60%에서 호소하는 흔한 부인과 증상이다. 그런데 유난히 생리통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여성들이 있다. 진통제를 복용해도 심한 생리통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자궁이나 난소, 나팔관에 병변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생리통이 심하면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난소종양 등을 의심해볼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특히 자궁내막증이 극심한 생리통, 만성적 골반 통증, 성관계 시 통증의 가장 큰 원인 질환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8만4천583명이던 자궁내막증 환자가 2017년 11만1천214명으로 5년 사이 31%나 증가했을 만큼 그 증가추세도 가파르다. 무엇보다 자궁내막증 환자 중 20~40대 여성이 90%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가임기 여성이 심한 생리통과 난임을 겪고 있다면 자궁내막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이 아닌 나팔관, 복막 등의 부위에 생기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생리혈은 질을 통해 배출되지만, 일부는 난관을 통해 역류하여 복강 내로 들어가는데 이때 복강 내에서…
뻐꾸기는 탁란 (托卵)을 하는 새다. 붉은 오목눈이나 휘파람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데 뻐꾸기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둥지의 다른 알들을 본능적으로 밀어내 떨어뜨린다. 뻐꾸기의 본능 안에는 다른 알들보다 먼저 부화해야 하는 다급함이 있다. 선두주자는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서든 후발주자의 경쟁력은 선두주자보다 남달라야 한다. 경쟁을 넘어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전략경영에서는 후발주자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리포지셔닝 (Repositioning)이나 재정의 (Redefinition)를 설명하고 있다. 리포지셔닝은 후발주자가 경쟁우위 요소를 확보하여 선두주자와의 차이점을 부각시켜 새롭게 위상을 정립시키는 전략이다. 재정의는 후발주자가 경쟁영역을 재정의하여 선두주자를 압박하는 전략이다. 둘 다 후발주자의 진출을 방해하는 선두주자의 기득권을 견뎌내야 한다. 진입장벽도 넘어야 하고, 다양한 제품과 경쟁해야 하고 다양한 가격정책 또한 이겨내야 한다. 물론 이것은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 기업이 아닌 개인의 경쟁력을 이야기 해보자. 세상에는 나 빼고 모두 똑똑하고 잘나 보인다. 다들 나보다 앞서 가고 나만 늘 뒤쳐지는 것 같
후보자의 이름이 인쇄된 투표용지는 1850년대 호주에서 처음 사용됐다. 하지만 투표용지는 나라마다 다르게 발전해 왔다. 문맹률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도에서는 정당을 상징하는 다양한 그림들이 투표용지에 등장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연꽃, 자전거, 손바닥, 자명종, 낫, 코코넛 등등. 1960년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맹률이 높다 보니 출마 후보의 기호를 1·2·3 같은 아라비아 숫자 대신 막대 개수로 표시 했기 때문이다. 당시 치러진 참의원 선거엔 후보가 28명이나 출마해 막대를 28개나 그려 넣었다니 후보의 기호를 찾아 정확히 찍는 것도 쉽지 않았을 듯 싶다. 후보자 간 헷갈리는 것을 막고, 정보를 더 많이 주기 위해 후보자 얼굴을 인쇄하는 나라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 유권자들이 후보자 이름이 인쇄된 투표용지에 기표하지 않고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지역구 의원)이나 정당명(비례대표)을 적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세계 유일 자서식(自書式) 투표용지다. 투표이후 개표방법은 세계가 거의 공통이다. 수(手)개표 혹은 전자개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48년 첫 선거이후 수작업으로…
눈 내릴 때의 기도 /전근표 눈이 온다 눈이 온다 검은 떼 덮어주고 찌든 떼 씻겨 주려나 보다 소리 없이 사푼사푼 하늘하늘 춤을 추며 온 천지가 하얗게 소복소복 너와 내가 좋아 하고 멍멍이도 좋아라 꼬리치는 눈이 오고 있다 하얀 세상 만들려나 보다 세상은 온통 잡동상이 부익부 빈익빈 비리부정 아직도 노약자 실업자 천지다 눈이라도 많이 쌓여라 가난한자들의 아픔과 슬픔 매만질 수 있다면 그래도 포근한 하얀 세상이 오겠지 우리 모두 하얀 세상위해 두 손 모아 기도를 하자 기도를… ■ 전근표 1949년 전북 진안출생. 육군중령 예편, 진안문인협회 제6대 회장을 역임했고, 한국시문학대상, 진안군 애향장, 고도금마 문화의장, 진안예술상, 전북문협 공로상을 수상했다. 표현문학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우리말 가꾸기 위원회, 진안문인협회 고문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