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근무하던 어린이집이 원아 감소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나는 직장을 잃고 생활하던 중 우연히 ‘경기도 생활기술학교’를 알게 됐다. 마치 뿌연 구름 사이로 빛줄기가 보이는 듯 했고, 생활기술학교 면접을 본 후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는 길에서 다이아몬드를 주운 것처럼 너무 기뻤다. 첫 수업을 받으러 가던 날, ‘미용 문외한인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갖고 헤어미용과정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교육이 시작되면서 나는 바쁜 수업 일정을 소화해야 했고, 그러면서 나의 재능을 탓하거나, 나이를 탓하기도 하며 포기하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힘들 때마다 “할 수 있습니다”라고 용기를 주며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선생님들의 응원과 배움의 길을 함께 걸었던 29명의 학우의 존재가 큰 힘이 되어 포기하기 않고 도전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현장실습을 진행하며, “지금 시작하면 너무 늦지 않을까?”라는 의문점을 버리고 “배움의 기회가 없었을 뿐, 배우면 우리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심감을 얻게 됐고, 해냈다는 성취감을…
지난 6월 내가 속한 이천시립어린이도서관은 무척 바쁜 날들을 보냈다. 어린이도서관의 열 번째 생일을 맞아 여러 가지 개관기념 프로그램들이 한 달 내내 진행됐기 때문이다. 시장님을 동화구연가로 깜짝 변신시킨 ‘시장님 책 읽어 주세요’, ‘슈퍼거북’을 쓴 유설화 동화작가와의 만남, 환경문제 제기와 더불어 어린이의 성장 감수성을 자극한 북(BOOK)극곰 예술여행 공연, 전문 아나운서와 함께 한 아나운서 체험교실 등이 펼쳐졌다. 매 주말 쉬지 않고 진행된 개관 10주년 프로그램은 어찌보면 도서관 홍보에 좀 더 고민해 보라는 숙제를 준 것 같다. 선착순 접수로 진행된 특정 프로그램에서 신청자가 예상 밖으로 너무 적었던 것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 전화가 많았고 내부회의에서도 큰 호응이 예상 됐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그런데, 막상 참여한 어린이들은 “벌써 끝났어요? 더하고 싶어요”라고 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아서 더욱 아쉬웠다. 그 프로그램 외에 다른 프로그램은 신청자가 너무 많아 추가 프로그램 개설요청도 있었고, 100명 모집의 공연프로그램은 182명이 참여해 어린이도서관 개관 이래 최대 인원수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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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3개 물질에 대한 대한국 수출통제에 이어, 8월 2일 각의 의결로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해 군사적 전용 가능성 있는 품목에 대해 개별심사가 진행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일본의 조치에 대항해 우리나라가 부품·소재 국산화, 과감한 규제혁신을 이룬다면 장기적으로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수출과 경제에 아프게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갑작스런 조치의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에 경제력이 밀리는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였을까? 미국과 함께 중국·러시아의 태평양 진출 견제를 위해 힘을 모아야하는 동맹국에 대한 일본의 조치는 경제적 이유로만 이해되기는 어렵다. 한국과 관련해 일본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비핵화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두 차례에 걸쳐 큰 원폭 피해를 겪은 일본이다. 만일 북미회담이 잘못돼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선에서 마무리 된다면 한국 다음으로 큰 피해를 보게 되는 나라가 일본이다. 북한의 핵 보유를 걱정하는 일본은 1995년 영변 핵발전소 폐쇄 대가로 공급하기로 한 경수로 30억달러 비용도 30% 부담키로 했었다. 한&mi
요새 우리나라 외교를 보면 서글프기까지 하다. 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나서 “맞을 짓 하지 마라”는 말을 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에게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동의하지 말라면서 “총알받이 되지 말라”고 한다. 거기다가 일본은 온갖 거짓을 들이대며, 우리에게 보복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런 한일 간의 갈등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외교,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일본경제가 우리 경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경제 규모와 내수 시장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맨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정말 어리둥절했다. 일본을 따라잡는 방법이 내수의 확대에 있다는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내수의 확대와 남북경협을 연결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상식은, 시장이란 구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과연 그런 구매력이 있는 시장인가를 생각해 보면,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북한을 구매력 있
구름집에서 /박정호 선혈인 양 쏟아놓은 백일홍 그늘아래 놓인 앞길 디딘 뒷길 밟히는 그 꽃잎을 벗어둔 그림자 하나 외면하며 무심한 때. 가고 오고, 오고 가고, 그려 그려, 천 리 만 리 눈물도 회한도 없이 피고 지고 지고 피고 손길이 닿지 않아도 그려 그려 그런 것을. 꽃 피어 꽃 지는 일이 일도 없이 버거워라 파랑 일어 적시는 생각 없는 심중에 세간의 나비 한 마리 청산에 갇혔네. 시인의 서사의 느슨한 줄기가 결코 가볍지 않다. 감각의 덧칠이 더해지면서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을 적시는 깊은 경지의 시의 맛을 일으킨다. 백석 시인은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 등으로 인간의 오감들을 널리 사용하는 감각의 소리가 많았다. 시 역시 색감과 소리로 내는 감각의 내면들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사람들에게 욕망이 없었다면 가치와 사물의 변이 달관도 없었을 것이다. 되풀이되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지혜의 샘이 있다면 그 지혜의 샘에서 회한의 정도 깊을 것이다. 시인의 노래와 리듬으로 던진 이 시에는 깊이 있는 시름의 다름 아닌 인간사 정신세계로 심중에 말 한마디 내놓은 외로움 같은 회상으로 돌아간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2019 세계무예챌린지대회’ 뜨거운 현장 경기신문이 주최하고 제1회세계무예챌린지대회 조직위원회가 주관한 2019 세계무예챌린지대회가 지난 10일 아산시 선문대학교 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외국인선수들은 물론 전국에서 모인 합기도인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치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우의와 화합을 다졌다. 세계무예인들의 축제의 장을 화보로 꾸몄다.<편집자주> /사진=노경신기자 mono316@…
남한강의 ‘보’ 해체를 통한 자연성 회복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 중심에 최근 출범한 매머드급 연대조직인 ‘우리 강, 남한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경기도민회의’가 있다. 이들은 이달 초 출범식을 갖고 “남한강 자연성 회복은 ‘보’ 해체와 재자연화에 있다”고 선언했다. 인위적으로 설치된 보를 풀어 남한강을 자연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다. 도민회의는 오는 12월로 예정된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의 남한강 3개보와 낙동강 8개보에 대한 처리 방안 발표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또 남한강은 다행히 보로부터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강의 숨길과 물길을 어지럽히고 있는 이포·여주·강천보는 자연성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2월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 방안 발표이후 일부 정치권과 언론들의 왜곡 현상이 남한강까지 오염시키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도 했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도 코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을 의식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모습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보 역시 표’로만 해석하는 여·야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풀이된다. 도민회의는 지난 7월 준비위원회와 기획팀 회의, 제안서 회람 및 참여단
오는 15일은 8·15 광복 74주년이 되는 날이다. 일제 강점기가 끝난 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많다. 지금도 일본은 반성을 하지 않는다.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시키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 징용문제에 대해 강하게 부정한다.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지, 오히려 경제보복까지 하고 있다. 다행히 슬기로운 우리국민들이 나서 ‘제2의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제품 사지 않기, 일본여행 가지 않기 등 단합된 모습을 보이며 일본을 당황시키고 있다.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또 있다. 일제잔재 청산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일상생활 속에 일본잔재가 남아 있다. 독립투사들의 후손들은 곤궁하게 생활하고 있는데 비해 나라와 민족을 팔아먹은 친일 매국노의 후손들은 각 부분에서 주류로 살아가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독립투쟁을 한 애국자들에 대한 포상·서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손을 찾을 수 없거나 관련 자료가 보관돼 있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이 포상을 바라고 독립운동에 온몸을 바친 것은 아니겠지만, 더 늦기 전에 공적을 발굴, 널리 알리고 후세에 전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이 일을 가장
성벽은 적군의 진격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성벽 위의 아군은 적에게 쉽게 노출되어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성벽 위에 다시 낮은 담을 쌓아 아군의 노출을 줄이고 공격하기 위한 장치를 만드는데 이것이 여장이다. 일반 성곽시설에는 내부 여장을 설치하지 않으나 장안문 누각(樓閣)인 장군지휘소 같은 중요한 특수시설에는 성곽 내부에도 별도의 여장을 설치한다. 조선 전기(1451년) 지방 읍성(邑城)의 여장은 높이가 2치(60㎝)와 3치(90㎝)가 주류를 이루고 1치(30㎝)의 낮은 여장도 보인다. 아마 이전 시기에는 높이가 더 낮고 여장이 없는 성곽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임란과 호란을 겪으면서 여장의 중요성이 대두됐지만, 중국의 견제와 경제적 이유로 성곽 자체를 축조하지 못하다가 수원화성이 건설되면서 비로소 여장은 높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다. 수원화성에서 여장의 종류를 살펴보면 타구(타와 타 사이의 구멍)가 없는 평여장(화성성역의궤 용어)과 타구가 있는 타구여장으로 나눌 수 있다. 평여장에는 화서문의 서옹성 외여장처럼 총안이 있는 것도 있으나 마치 담장같이 총안 없는 여장도 있다. 총안이 없는 여장으로는 서옹성의 내여장과 사대문 육축(陸築)의 측면과 내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