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매년 2만5천명이 참가한다는 프랑스 유럽피안 패치워크 박람회 전시를 참가할 때 서양 작품은 퀼트 작품이 대다수였다. 퀼트란 천과천 사이에 솜을 넣어 원단을 만들어 이불등 다양한 제품으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한다. 현대는 아트 퀼트란 이름으로 예술적 표현을 하는 서양의 대표적 섬유예술 분야다. 그때 한국의 섬유문화를 보자기란 이름으로 처음 국제 섬유무대에 선보였다. 많은 관심을 받으며 성황리에 전시를 마치고 왔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우리에게도 솜으로 넣어 만든 누비라는 섬유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후 전시와 강연을 함께 하는 국제보자기포럼이 만들어 지면서 언제가 국제무대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다양한 작품을 연구했다. 오랫동안 마음먹은 통영누비를 찾아 통영으로 가는 길은 가슴이 설레였다. 통영누비는 이순신장군이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합친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어 임진왜란때 한산대첩을 승리로 이끌며, 왜군들을 물리칠때 수군들에게 입힌 방어용 군복이다. 무명천을 위아래로 두고 그사이에 목화솜을 넣어 0.3㎝ 간격의 잔누비로 한줄씩 한땀한땀 박음질을 하면 가위로 잘라도 올이 풀리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옷감이 된다. 그후 제6대 삼
아르케는 원질(原質), 즉 근원이 되는 물질이란 뜻이다. 우주 만물의 근원이 되는 물질이 무엇이냐는 거다. 고대 희랍의 자연철학자들이 추구했던 학문의 목표였다. 자연철학이 신화적 해석에서 탈피해 이성의 사유(思惟)로써 세상의 근원과 이치를 이해하려고 한 첫 시도였다. 최초의 자연철학자인 탈레스는 아르케를 물이라 했고, 헤라클레이토스는 불, 피타고라스는 수(數)라고 했다. 엠페도클레스는 물·불·흙·공기를 꼽았고, 아낙사고라스는 그보다 많은 원소(종자)들을 꼽았다. 그리고 데모크리토스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라는 의미의 물질로서 원자(原子)론을 제기했다.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에서 이 네 물질을 입체기하학의 도형으로 묘사했다. 가장 덜 움직이면서 가장 안정적인 흙(정6면체)을 입방체로 먼저 배정하고 나머지 도형들 중에서 가장 덜 움직이는 물(정20면체)과 가장 잘 움직이는 불(정4면체), 그 중간인 공기(정8면체)로 배정하는 식이었다. 이 네 물질 분자들은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상호작용을 하며 우주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주는 정12면체다. ‘티마이오스’는 우주론
나의 서재에 테크노 헤게모니란 제목의 책이 있다. 일본의 과학자 야쿠시지 타이조 박사가 쓰고 강박광 박사가 번역하여 겸지사에서 출판한 책이다. 내용의 핵심인즉 어느 시대에서 그 시대를 주도하는 국가가 있기 마련인데 그런 역할을 감당하는 국가는 기술이 가장 앞선 나라란 것이다. 기술, 즉 technology가 가장 앞선 나라가 세계사의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국가이다. 프랑스가 백년 헤게모니를 잡고 다음은 영국, 영국 다음은 독일, 그리고 소련 공산국가가 일어나 백년 못 미쳐 사라지고 지금은 미국이다. 그러나 20여 년 전에 미국이 일본의 발목을 잡아 당겨 20여 년 잠잠히 있다가 요즘 아베가 등장하면서 깨어나고 있다. 그런데 소련이 주저앉고 일본이 멈칫거리는 동안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기는 아직은 역부족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중국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셈이다. 중국이 미국에 앞서기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몇 가지 있다. 그래서 등소평은 중국의 장래에 대한 전략을 일러 주면서 앞으로 100년은 미국에 맞서지 말라 하였다. 바로 도광양회란 말 속에 등소평의 경륜이 담겨 있다. 도광양회란 빛을 감추고 실력을 길러 때를 기다리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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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UN이 규정하는 마약청정국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인 국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마약류 사범 수는 인구 10만 명당 25.2명꼴이므로 마약 청정국 기준을 초과했다. 이 말은 한국이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국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마약은 최근 여성과 직장인, 대학생, 청소년들에게 까지 확산되고 있다. 여성 마약사범 비율은 최근 20%를 넘어섰으며 20대의 경우 2012년에 8.3%였던 것이 2016년에는 13%로 껑충 뛰었다. 마약은 해상과 섬 지역에까지 파고들었다. 해양경찰청이 지난 4월 8일부터 7월 10일까지 마약류 범죄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121명을 검거했는데 이는 지난해 69명보다 75% 늘어난 숫자다. 이 가운데는 선원과 섬주민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섬 텃밭에서 마약 원료인 양귀비를 몰래 재배한 주민도 불구속 입건됐다. 상비약으로 쓰기 위한 것이라는데 가정 상비용으로 쓰기에는 물량이 지나치게 많다. 이들로부터 압수한 양귀비는 모두 6천106주나 됐다. 지난해 4천95주를 압수했음에도 오히려 68%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해경은 해상을 통한 마약류 유통을 막기
해도 너무했다. 공사가 진행중인데 준공처리 했다니, 게다가 용역업체 선정과정도 내부 자문회의만 거쳐 특정업체를 밀어줬다니, 어처구니없다. 경기문화재단 이야기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꼭 그 꼴이다. 그런데 꼴뚜기는 경기문화재단 하나만이 아니었다. 경기평택항만공사와 경기도청소년수련원, 경기콘텐츠진흥원, 경기대진테크노파크 등도 ‘그 밥에 그 나물’, 그 자체였다. 경기도가 지난 5월 16~24일까지 실시한 상반기 종합 감사 결과다. 도는 5개 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감사에서 모두 65건의 부적정 행위를 적발, 행정조치하고 5천970만 원을 환수했다고 7일 발표했다. 또 부당한 방법으로 대가를 지급받은 1개 업체를 검찰에 고발하도록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이 기관들의 부적정한 행위는 들여다 볼수록 가관이다. 경기문화재단은 화성시에서 위탁받은 문화재생사업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추후 공사하는 것으로 말로만 협의한 후 준공처리 했다. 또 용역 업체선정 과정에서 외부위원 평가를 하지 않은 채 내부 자문회의만 거쳐 특정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게다가 이 업체가 해당 용역을 다른
퇴직자들은 후배들에게 자신의 교육 실천 사례를 즐겁고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전에 했던 얘기를 보충하고 싶어서 또 얘기하고 이미 써먹은 버전이라는 걸 잊고 또 얘기한다. 그 선배에겐 불가사의한 일이겠지만 후배들은 그걸 민망해하고 싫어한다. 참고 견딘다. 들은 얘기를 또 들었고, 또 듣기로 예약돼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지긋지긋하다. 오죽하면 버트런드 러셀은 “세상에서 제일 지겨운 사람들의 유형을 연구하고 있다”며 변명을 일삼는 사람, 늘 근심에 싸인 사람, 입만 열면 스포츠 얘기인 사람, 현학적인 사람, 허풍을 떠는 사람, 근거 없이 활기찬 여성에 더해 자신의 일화 소개로 일관하는 사람을 들었겠는가. 그는 우스개삼아 이 연구로 일곱 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할까 싶다고 했는데, 가령 일화로 지겹게 하는 사람은 추억으로 살아가는 나이 지긋한 신사들로서 이렇게 시작한다고 했다. “자네가 그 이야기를 하니 이런 일이 생각나는구먼.” 이런 얘기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우선 그 선배 자신도 오랫동안 후배로 지내면서 충분히 겪어봤는데도 결국 그 전철을 밟는다. 자신은 결코 남을 지겹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자처하고 자신의 얘
일본은 우리에게는 역사의 고비마다 이어져 온 침탈과 지배, 약탈의 나라다. 민족의 비극, 분단의 아픔도 그 근원은 국권의 강탈에서부터 유래한다. 지금 이 순간도 독도를 일본 땅이라 주장하며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은 커녕, 경제적 무기로 한국의 경제주권에 심대한 침해를 가하고 있다. 물론 일본 아베정권이 섬나라, 기지국가의 콤플렉스와 패전 전범국가의 트라우마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국내정치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한반도와 긴장을 조성하는 저급한 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이번 수출규제사태를 통해 한국정부와 국민의 의지를 확인하고 이웃으로서 동북아 평화를 위해 일조하는 진정한 일류국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전쟁 당시 일본주재 미국 대사였던 윌리엄 J. 시볼드의 기록한 ‘미국 CIA 한국전쟁관련 보고서’에서 시볼드는 “일본의 경제가 한국전쟁으로 횡재(windfall)를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미군과 유엔군은 전쟁물자와 각종 서비스를 조달하기 위해 일본을 병참기지로 활용했다. 미군은 전투 중에 파괴된 차량과 무기 등 군수물자의 80% 이상을 일본에서 수리 제조했다. 한국전쟁 첫해…
“까꿍” 하고 들어서자 어머니 환하게 웃으신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부서진 웃음이 병실 안을 빙빙 도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아, 꿈이었구나.’ 며칠 전 쓰러지신 어머니 만나러 일하다말고 병원 가는 길, 깜빡 졸았나 보다. 하루에 두 번뿐인 면회시간을 놓치면 어머니를 못 뵙는다. 매일 전화만 하면 시끌벅적하게 받아주시던 어머니께서 이제는 아무 말 없이 누워계신다. 전신을 기계에 맡기고 의식을 놓은 채 그림처럼 누워계시는 여러 사람들 속에 섞여서 말이다. 아기가 된 것이다. 어쩌면 세월의 흐름에 밀려 아기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긴 세월 부모 노릇하는데도 지치실 때도 되었을 테니 말이다. “야야, 어른 노릇 하기가 얼매나 힘든 줄 아나?” 입버릇처럼 말씀 하시며 항상 공평하게 육남매에게 넘치는 사랑을 나눠 주시더니 이젠 응석을 부리신다. 시골 헛간에 박스마다 말갛게 감자 캐어 놓으시고 고추밭에 고추가 벌겋게 익어 가는데도 이제는 못 따신다. 흩어져 사는 자식들 입에 넣어줄 생각에 종종걸음으로 때맞춰 참기름 짜랴 콩 심으시랴 김장배추 모종하시랴 그렇게도 바쁘게 움직이시더니. 지…
아들이 인터넷 주문을 통해 철봉을 사와 거실에 설치해 놓았다. 지금 아들은 직장 때문에 방을 얻어 나갔으니 철봉의 최대 수혜자는 내가 됐다. 그런데 처음에는 철봉을 잡고 턱걸이를 하려고 시도했으나 단 한 번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원래 팔굽혀펴기는 잘하는 편이다. 군대에서 팔굽혀펴기 기합을 받을 때도 내게는 그것이 기합이 아니었다. 그만큼 나는 팔굽혀펴기를 잘한다. 그런데 턱걸이를 하나도 못하다니. 몇 개쯤은 할 수 있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턱걸이와 팔굽혀펴기는 쓰는 근육이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아들이 함께 주문한 고무 밴드가 철봉에 장착됐다. 철봉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에겐 턱걸이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판매처에서는 밴드까지 준비해 놓는 모양이다. 밴드를 발에 걸고 하면 턱걸이가 훨씬 쉬워진다. 밴드 없이 용을 쓰다 아예 한 번도 못할 바에는 밴드를 이용해 연습하는 것이 좋다. 아침저녁으로 오르락내리락 그렇게 하다 보면 나중에는 밴드 없이도 턱걸이를 할 수 있게 된다. 밴드를 이용한 턱걸이로 안 쓰던 근육이 차츰 단련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밴드 없이 턱걸이 10번을 거뜬히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 혹은 멘탈도 마찬가지다. 몸 근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