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최지은 하나의 물방울이 집중하고 있다 환한 여름을 배경에 두고 여름빛이 그곳에 머물렀다 애들은 젖은 체육복을 입고 두 손 가득 물을 담아 입을 헹군다 한 아이가 살 것 같다, 말하자 한 명씩 수도꼭지를 잠갔다 애들은 다시 걸었다 달궈진 운동장으로 물방울의 마지막 자세를 생각한다 물방울은 목매달 수 없겠구나 물방울은 물방울끼리 놀러 다니겠지 수도꼭지에 입술을 갖다 대었다 몸 안으로 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여름이다. 폭염 속을 걸어가면서 ‘여름이니까’라고 견디고 싶지만 어느 순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열기가 내 몸에서 폭발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그때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건 시원한 물을 내 몸 가득 채워 넣고 싶은 욕망뿐이다. 이 시에서처럼 땀에 전 애들이 수돗가에서 목을 축이고 나서 ‘살 것 같다’라고 말하는 그 짧은 순간보다 더 원하는 건 없다. 달궈진 운동장으로 떠난 애들 뒤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는 수돗물이, 목 매달 수도 없는 물방울들이, 끼리끼리 모여 어딘가로 떠나고 내가 다시 그 수돗가에서 수돗물을 마시는 순간은 온전한 여름이 내 몸으로 가득 흘러들어가는 것이며 그래서 여름은 폭염이…
…
“아베의 도발이 경제독립의 기회”라는 이재명 도지사의 발언에 주목한다. 이 지사는 일본이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결정한 2일 이같이 선언했다. 또 “경기도는 장단기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와 함께 치밀하게 대응하겠다”고 ‘정부 공조론’을 강조했다. 이를위해 ▲긴급경영특별자금 지원 및 상환유예 확대 ▲산업피해 조사 ▲대체 물량 확보 및 국산화 등 지원 ▲경기도형 소재부품 분야 연구개발(R&D)과 생산 인프라 조성 등 장·단기 대책을 발표했다. 첨단산업의 중심지인 경기도가 일본의 경제도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조기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또 아베의 도발에 이은 청와대의 대응책 발표 직후 대책을 발표, 이미 이번 도발에 대비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는 경기도가 이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예상되는 도내 기업의 피해 규모와 대비책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는 점에서 짐작된다. 도는 지난달 초 이화순 행정2부지사를 단장으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 TF’를 구성,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을 방문해 현황을 파악했고 ‘관련 기관·단체·기업·전문가 합동 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도발 이후’를 준비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더해져 국가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휴가철을 맞아 여전히 공항과 항구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반일감정으로 인해 일본행 탑승수속 카운터만 한산할 뿐 외국행 여행자들은 줄을 잇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출국자 수는 매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월까지 해외출국자 수는 1천500만7천849명을 기록했다. 앞으로 여행 성수기인 7~8월, 11월~12월이 남아 있기 때문에 올해 해외출국자 수는 3천만 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국내 관광 활성화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더 많은 국민들이 국내에서 휴가를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대통령은 “성장 동력에서 수출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길은 국내 소비와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한 해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 여행객 수는 3천만 명에 가까웠던 반면, 방한 여행객 수는 그 절반 수준으로 관광수지 적자가 132억 달러나 됐다고 설명했다. 문대통령의 말처럼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여행지가 많다. 그러나 국내 여행지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언론매체들을 통해 ‘글로벌화’라는 말이 익숙해져 가고 있다. “K팝의 글로벌화가 기대되며~”, “국내 증시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며~” 등등 다양한 분야와 현상을 설명하고 서술하는데 글로벌화라는 말이 사용된다. 사실 이러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무엇이 글로벌화 된다는 것인지 주체가 다양하면서도 불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기업 또는 제품이 글로벌화 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다른 경우에는 경제 또는 시장이 글로벌화 된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에 글로벌화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글로벌화(Globalization)’는 세계화(世界化)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가 하나가 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전 세계에 있는 사람, 기업, 정부들이 통합되는 과정이다. 즉, 다양한 나라들과 사회에 존재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시스템이 통합되는 과정인 것이다. 간단히 말해, 글로벌화는 국가 간에 커뮤니케이션, 교역, 여행이 증가하고, 국가나 민족 사이의 경계를 넘어 문화가 확산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렇게 글로벌화는 운송 및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급성장 할 수 있었다.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 수단의 발
날마다 푸른 산 능선의 이마를 마주한다. 바라산과 백운산이 멀리 보인다. 왼쪽엔 모락산이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엔 겨울날 흰 눈 쌓인 저 앞산을 생각한다. 지난겨울 아침 창밖은 간밤에 내려 쌓인 설산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가까이서 설봉을 바라보는 일도 참 신비롭고 기쁜 일이다. 요즘 새벽에는 백운산 아래 백운사까지 걷는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온갖 풍경들은 날마다 다른 모습이다. 나무와 풀과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참 신선한 기쁨이고 고마운 일이다. 백운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 따라 산책길이 계속 이어져 있다. 산 위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에 청둥오리 한 쌍이 노닐고, 금계국이 들녘에 지천으로 피어 손을 흔든다. 숲길엔 산딸기가 익자마자 누군가 다 따먹었는지 빈 가지마저 정답다. 숲속에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뻐꾸기가 울면 꿩도 울고 꾀꼬리도 맑은 울음을 자랑한다. 이곳에는 물까치 떼가 서식하며 한꺼번에 모여 날아다닌다. 나무를 쪼는 오색딱따구리도 있다. 그 깃털의 화려한 색깔을 한없이 바라보게 된다. 이처럼 아름다운 오색딱따구리를 만나는 날은 온종일 기쁜 날이다. 어느 날은 온몸이 녹청
대학시절 5층 강의실까지도 오르락내리락 걷는데 불편함이 없이 날아다녔다. 엘리베이터도 없던 시절이다. 목발을 짚으면서도 가방을 들고 뛰어다니고 날아다녔다.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강의가 끝나고 다음 강의가 시작되는 10분의 휴식시간 동안 강의실을 찾아가면서도 한 번도 늦지 않았다. 목발을 짚고 뛰다시피 했던 그 모습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지는 않았지만 그때 내 친구들은 나를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들 때문에 내가 장애인 인권을 보호받지 못했다고 우스개로 이야기 한다. 대학 4학년 때였다. 일주일에 두 번만 학교에 가면 되었다. 대학시절 내내 자취를 한 나는 스스로 밥해 먹는 것이 싫어서 안산에서 대전을 통학하는 강행군을 선택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수원 역에서 7시 기차를 타야만 9시 첫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남들은 그 무슨 고생이냐 1년만 더 대전에서 자취를 하지.. 하지만 나는 혼자 사는게 싫었다. 그렇게 통학을 하면서 나는 행복했다. 세상사람과 소통하며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가는 희열을 느꼈다. 그런 극성맞은 성격탓에 나도 모르게 팔방미인이 되어 있었다. 무슨 소리냐구요. 지역사회와 호…
일제강점기를 벗어나자 우리에게 더 큰 비극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소 냉전체제의 최전방에 내몰려 분단과 6·25로 이어진 것이다. 그 후유증이 바로 색깔론이다. 논리가 결여된 이 편가르기는 전쟁 때나 있을 법한 사고방식이다. 불행히도 이 유치한 사고는 계속 확대재생산됐다. 북한에 동조하면 빨갱이로 몰려 목숨이 위태로웠다. 북한은 무조건 틀렸다는 말인데 어떻게 100% 틀릴 수 있을까. 현 정부와 지난 우파 정부 때의 ‘단계적 평화통일’과 김일성의 ‘고려연방제 통일’에는 공통점이 많다. 북진통일을 주장하던 이승만 정부시절 진보당 사건(1957)에서의 기소이유는, 강령이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통일을 담고 있어서였다. 강령부분은 무죄였지만 빨갱이로 몰린 당수 조봉암은 처형됐다. 박정희 정부시절 수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포장되어 처벌됐고, 이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색깔론의 피해자였다. 이런 색깔론은 현 정부 들어 신색깔론으로 진화했다. 대북정책을 비판하면 곧바로 ‘시대착오적 색깔론’이라고 공격하는 식이다. 결국 색깔론도, 색깔론이라는 공격도 모두 색깔론식이다. 흰색과 빨…
어찌하오리 저 꽃을 /최재경 자고나면 너는 나처럼 누추한 행색으로 변두리를 떠돌다 시들어 바람으로 사라지고 나는 또 상심으로 밤을 맞으니 어이하랴 피려다 잠 든 영혼 가만히 만져본다 다시 피어날 수 있다면 함께 떠날 수 있다면 어찌하오리 저 꽃을. - 최재경 시집 ‘깨금발로 보는 풍경’ / 詩와 에세이·2018 어느 때 꽃이 아니었던 인생이 있으랴만 어느 목숨인들 질 때의 행색은 초라함을 피할 수 없으리라. 막상 곁에 두었던 꽃이거나 사람이거나 혹은 그 영혼이 곁을 떠나는 아픔의 풍경은 어찌하랴만, 시인의 마음처럼 가만히 만져본다면 부추하거나 변두리거나 시들어 바람으로 사라질지라도 늙고 낡고 마치 때를 다한 꽃처럼 사라질지라도 그와 함께 떠날 수 없어서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는 우리의 심성, 심정을 시인이 대신 울어주고 있는 듯하다. 이 시를 가만히 노래내어 읽다보면 아, 시인은 아름다운은 언어의 기교에 집착하지 않고 세월 듦의 쓸쓸한 공감을 가만히 만져주고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김윤환 시인…
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 및 소득 증대 등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주 목적이다.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상호협력과 사회연대를 바탕으로 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부의 경제적 돌봄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부분을 해소하는 성격이 짙다. 하지만 당초 목표가 자체 수익성보단 공익에 가깝다보니 현상 유지조차 못한 채 사라지기도 한다. 협동조합교육네트워크사회적협동조합은 바로 이같은 사회적경제 협동조합의 자립을 뒷받침하기 위해 출범한 곳이다. 협동조합교육네트워크사회적협동조합(협교사협)은 지난 2015년 설립됐다. 교육을 통해 사회적경제 협동조합의 자립성을 강화시키는 게 이들의 목표다. 뜻을 같이하는 교육과 관련된 조합 16곳이 모여 협교사협을 이뤄냈다. 최희신 대표는 “남양주, 의정부, 구리, 가평, 양주, 포천, 파주, 고양, 김포, 수원, 안양, 군포, 평택, 성남, 화성 등 경기도 일대에 있는 작은 협동조합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보자는 뜻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협교사협은 사회적경제가 주가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