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도교육청, 성남시와 용인시의 ‘무상교복’이나 성남시의 ‘현금배당’ 발표를 보면서 지방선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도와 도교육청은 올해 무상교복 예산으로 70억 원과 140억원을 각각 편성했다. 여기에 더해 도내 시·군으로부터 70억 원을 지원받아 모두 280억 원의 사업비로 중학교 신입생(12만5천명)에게 1인당 22만원 상당의 교복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현재 24개 시·군이 무상교복사업을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성남·용인·광명·과천·안성·오산시 등 6개 시는 이미 자체적으로 중학교 무상교복 예산을 편성했고 파주시는 시장이 공석이어서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 2016년부터 중학생 무상교복을 시행하고 있다. 전국 최초다. 이어 고등학교 신입생 교복도 무상으로 지원한다. 용인시도 올해부터 중·고교 신입생 교복 구입비(1인당 29만6천130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 사회보장위원회도 지난 9일 성남·용인시의 무상교복 사업을 허용했다. 광명·안성·오산, ·과천시도 올해 중학교 신입생 교복비 예산을 마련했다. 성남시는 여기에 더해 모든 시민에게 1인당 18만원씩 나눠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00번도 넘게 본 영화 ‘매트릭스’의 제작자 위쇼스키 형제는 남매로 바뀌었다. 이후 남동생은 형이 여성으로 변한 모습에서 내면과 외면이 일치된 편안함이 보였다고 말했다. 요즘 한국사회의 남녀관계는 성희롱 등으로 매우 불편하다. 노벨상 후보로 존경받아야 할 선배가 성희롱하는 늙은이가 되어버린 근저에는 남녀평등 지수가 낮다는 심리적 불안이 깔려있다. 여성의 접촉에 대한 불편한 표현을 여성적 내숭이나 예의로만 보고 넘기는 남자들이 많기는 하다. 반대로 친근함의 표현을 성희롱으로 보는 여성들도 보인다. 눈빛으로만 하는 성희롱에서 핵미사일 전쟁까지 모든 폭력의 시작은 자기 경험과 관점, 지식에 대한 믿음과 타인의 양심에 대한 의심일 것이다. 정도와 양상의 차이가 있지만 성평등 지수가 낮을수록 여성도 남성도 서로 폭력적이 된다. 지난 칼럼에서 경고한 ‘제2차 한국전’이란 폭력의 시작도 자기 확신과 타인 의심이다. 미국과 북한은 서로를 존중도 않고 믿음도 없는 것이다. 필자는 미북의 전쟁이 종교적 전쟁으로 보인다. 서로 사탄이라 부르는 면이 있다. 트럼프와 절친한 목사는 하나님이 트럼프를 쓰신다고 표현하면서 ‘100
오죽헌 배롱나무 /이복순 오죽헌 뜰 앞 육백 년을 머문 배롱나무 어미는 몸 낮추어 흙으로 돌아갔다 는데 생명 줄 하나 싹을 틔워 어미의 세월을 살고 있다 어머니의 어머니를 찾아서 떠나면 수미산을 몇 바퀴 쯤 돌아야 본래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까 오죽헌 밤하늘에 뜬 별 들 만큼이나 많았을 내 어머니의 시간들을 살고 있는 나 허상 하나 만들어 놓고 돌고 도는 구나 배롱나무 밑동에 뻗은 실가지 너인 듯 나인 듯 어미에 어미로 또 육백 년을 살겠구나. 시인의 어머니는 어떤 어머니였을까? 문단에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일들은 시인의 창작연수에서 만났던 터이다. 혼자서 쓸쓸하게 고향을 지키는 어머님이 계시지는 않지만 마음 속 어머님은 늘 크고 가슴 저리게 그리움이 된다. 어머니의 맑은 눈물 때문에 밤이 갔고, 콧등 시큰거리며 주름이 갔다. 못 잊을 한사람이 있다면 이 땅에 어머니가 아니겠는가? 눈물의 옷자락과 치마에 사라지고 마는 일상의 반복들이 생의 한 가운데에 서서 아득한 언저리가 되어 서 있고 싶어지는 아름다운 시다. 시인은 날렵하다. 씩씩한 용맹스러움은 어디서 오는지 시인의 통찰력과 혜안에 늘 놀랍다. 스스로 겸양의 미덕의 질서를 세우려는 시인의 사유는 귀감이다
관자는 관포지교(管鮑之交)로 널리 알려진 관중이라는 사람으로 중국 춘추시대 정치가이며 사상가였다. 관중은 친구인 포숙아의 추천으로 당시 중국 변방에 위치한 제나라를 군사, 경제 등 다방면에서 강국으로 만들었다. 나아가 당시 제나라 왕이었던 환공(桓公)을 중국 최초의 패왕(覇王)으로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관중은 제나라의 정치, 경제, 행정 등 내치(內治)와, 각 제후국들을 하나로 규합하여 이끌어나가는 등의 외치(外治)를 두루 성공시킨 뛰어난 인재였다. 춘추시대 강대국들 틈에 끼어 별 볼일 없던 제나라를 일약 최강의 나라로 만든 것은 순전히 그의 능력덕분이었다. 후세의 사가들은 그를 중국 역사상 최초의 명재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실 관중과 환공 사이는 깊은 원한이 얽혀있는 사이였다. 제나라 양공이라는 왕이 내부 반란군에 의해 피살되자, 왕의 빈자리를 두고 형인 공자 규와 동생인 공자 소백이 다투었다. 관중은 규의 편에 서서 소백을 죽이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이유로 뒷날 왕으로 등극한 소백, 즉, 제나라 환공은 관중을 죽이려 들었다. 그러나 관중의 친구인 포숙아의 강변으로 그를 살려줄 뿐만 아니라, 재상으로 등용하는 과감한 결단을 보여주었다. 이후 관
7년 전 미국의 인디애나주 교육부가 초등학교의 ‘글씨쓰기’ 교육을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으로 전환한다고 발표 했다.이메일과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일상화 된 세상에 글씨쓰기 교육은 시대에 뒤처지는 수업인데다 시간낭비라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대신 컴퓨터 키보드 타이핑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미국 교육계 내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셌다. ‘손 글씨’ 교육을 포기하는 것은 “인간정신이 디지털종속을 가속화 하는 것”이라며 자녀 등교 거부운동까지 벌였다. 이에 맞서 인디애나 교육부는 “이제 필기체 쓰기 교육은 축사농가에서 직접 손으로 버터를 만들던 기술과 같다”며 교육과정을 강행했다. 이 같은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손 글씨의 퇴화는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91년 전체 초등학생 중 단 10%만이 연필을 바로 잡았다는 통계가 논문에 소개된 적이 있을 정도다. 사실 글씨쓰기를 연습할수록 뇌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뇌의 두정엽에 있는 운동중추의 30%가 손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단적인 예로 젓가락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얼마전 “한국GM 경영정상화 협의에 신실하게 임하겠다”면서 “GM 본사가 내놓는 경영정상화 계획을 보고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또 한국GM 문제에 대해 관계 부처들이 실무협의를 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관계장관 회의도 열겠다고도 했다. 내부 논의를 하면서 GM의 정확한 의도부터 파악하려는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GM은 ‘이익을 못 내는 곳에서 손을 뗀다’는 글로벌 재편 전략에 따라 유럽과 호주,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철수했다. GM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완성차와 부품을 공급해온 한국GM에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GM의 판매 실적에서 85%가 수출이다. 최근 4년간 내수 판매까지 급감하면서 3조 원가량의 누적 적자를 냈다. GM은 한국GM을 상대로 ‘고리대금’ 장사를 하고 부품 등의 이전거래에서 과도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상황에서 정부의 태도는 적절치 않다. 특히 수조 원의 적자가 쌓이는데도 2011년 이후 이 회사 임금은 최저 2.7%에서 최고 5.4% 올랐다. 여기에다 매년1천만 원 안팎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그런데도 노사 양측은 상대방에 부실의 책임을 떠넘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거센 파도가 되어 문화예술계를 강타하고 있다. 시인 최영미가 황해문화에 발표한 ‘괴물’로 인해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원로시인 고은의 30여 년 전 행동이 지탄을 받았다. 이어 연극계의 상징적인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윤택의 성추행과 성폭행 고발이 잇따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배우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도 터졌다. 앞으로 연예계와 방송계에서의 ‘미투’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연예계에서는 일부이긴 하지만 배우나 연출가, 제작자, 소속사 관계자들의 성추행과 성폭행, 성접대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터여서 ‘미투’ 선언이 계속되리라고 전망된다. 지금은 문화예술계에 집중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전반에 성범죄는 만연하고 있다. 오죽하면 현직인 서지현 검사(통영지청)조차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을까. 서 검사는 지난달 29일 JTBC에 출연, “검찰 내에 성추행이나 성희롱 뿐만 아니라 성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 검사의 용기 있는 ‘미투’선언 이후 본격적으로 이 운동이 사회 각계에 퍼지고 있는데
고갱의 유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1897)’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 광활한 우주가 품고 있는 진리를 마주하는 듯한 경외감을 갖게 된다. 폭이 4m 가까이 되는 이 작품은 어마어마한 사이즈, 심상치 않은 제목과 더불어 관객들에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먼 나라의 원시적인 문화와 신화를 압도적으로 전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철썩같이 믿어왔던 상식과 종교의 중심을 살짝 기울게도 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위용을 지닌 지렛대와도 같이 느껴진다. 고갱은 한 지인에게 쓴 편지를 통해 이 작품이 혼신을 다해 완성한 유작임을 밝혔다. 생애 마지막으로 타히티 섬에 머물고 있었던 고갱은 몹시 외로웠고 병들었지만, 마지막 영혼을 불태우며 이 작품에 임했다. 그러니 그간 쌓아왔던 모든 테크닉과 열정, 섬에서 보낸 오랜 시간들이 이 작품에 모두 녹아들어갔을 것이다. 고갱이 작품에 담고자 한 그 신비가 무엇이었는지, 그가 탐구한 ‘원시’란 무엇이었는지는 그의 에세이 ‘노아 노아 (Noa Nos)’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이 책에는 그가 섬에 지내면서 주워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rs
몇년 전 교토아트센터라는 곳에서 깊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있어 배려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낀 경험이 있다. 이곳은 젊은 예술가의 육성을 위한 지원과 문화 예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교토 시민들과 예술가들에게 전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 그리고 국내외 예술가들의 교류, 시민과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교토아트센터가 위치한 곳은 1869년 설립된 옛 메이린(明倫) 초등학교 자리이다. 1996년 학생 수의 감소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검토 끝에 지역문화거점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교토아트센터를 설립하게 되었다. 학교 건물은 음악, 미술 등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건물을 유지하면서 예술가들의 예술활동에 편리하게 개보수하여 사용하고 있다. 각 교실은 제작실(12개)로 활용, 예술가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시설을 대여하여 국내외 예술가, 시민들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 예술정보 도서관은 4천여권의 책과 영상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이곳의 사서는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가을에 주최된 이곳의 공연, 전시 등 ‘실험예술제’ 기간 중 방문해 예술정보실
봄이 말을 걸다 /박경남 누렇게 색 바랜 들풀에게 말을 건네 본다. 네가 푸르름을 되찾을 날이 언제인지를 바람은 아직 칼을 품고 있고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황량한 벌판뿐 들려오는 소리는 봄이 가깝다고 하지만 그것은 먼 나라 이야기였던가? 옷깃을 끌어 올리며 성급한 마음 닫으며 돌아서는 걸음에 톡톡 작은 것들이 밟히는 느낌에 내려다보니 어느새 다가왔는지 가녀린 새싹이 인사를 한다. 벌써 네 발 끝에 와 있었는데 멀리만 보는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라고. 봄이 벌써 말을 걸어오는 立春大吉이 지났다. 바람과 시간의 공간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시인의 옷깃은 봄이고 여름을 염려하는 까닭이다. 자연과 세계 앞에서 그 경이와 신비에 겸허하게 마음을 열고 있는 화자의 원초적인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순항하는 질서를 보게 된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을 보는 것이다. 이 시는 잃어버린 놀라움의 순간을 순간순간 재생하려 하고 회복시켜서 지나온 봄의 기억을 찾으려 애쓰는 흔적이 보인다. 신비한 일들이 경이감과 외경감을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면 경험했던 일들도 망각에서 재생되지 않는다. 황량하고 어두운 시대를 걸어가더라도 봄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는 것이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