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한 지 얼마돼지 않았을 때다. 안양에서 응급 재난구조 종합훈련을 마치고 관련 기관단체장들이 상황실이 설치된 천막 안에 둘러앉았다. 이 지사 주재로 훈련 후 강평과 함께 관련 기관들이 차례로 긴급재난 시 역할을 이야기 했다. 그때 병원마크가 새겨진 헬멧을 쓰고 완벽한 복장을 갖추고 앉아있던 이국종 교수가 ‘닥터헬기 비상착륙 문제’를 제기했다. “오래 전부터 닥터헬기 이야기가 오갔지만 누구하나 속 시원한 답변이 없다”고 이야기 한 걸로 기억된다. 필자도 그 자리에 재난구호위원으로 참석해 이 교수의 단호한 어조(語調)로 도지사에게 건의하는 걸 들었다. 이국종 교수가 누구인가? 오만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피랍되어 심하게 부상당해 사경(死境)을 헤매는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목숨을 살린 중증 외상 치료분야 권위자가 아닌가. 그때 중증외상 치료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다. 중증외상센터는 국내 외상외과의 마지막 보루다. 국제표준에 맞는 중증외상 의료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은 중증외상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도 얼마나 버틸지 알
격렬鄙劣도 /정선 격렬비열도에 전염병이 돌고 있다 땡볕은 비닐봉지만도 못하게 뒹구는 시들을 모아 파묻고 있다 꽤액 꽤액 시들은 파묻히지 않으려고 악을 쓴다 겉보기엔 멀쩡한 저놈들이 소리 없는 살인병기다 내 안에서 몇 번이나 수장시킨! 격렬비열도, 서서히 그믐달 바깥으로 침몰한다 절벽 틈마다 야자를 심자는 최초의 발상은 한통속으로 싱싱하다 - 정선 시집 ‘안부를 묻는 밤이 있었다’ 어느 때 문득 ‘이건 본래의 내가 아니야’라고 느낄 때가 있다.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삶의 목표를 위한답시고 부지불식간에 ‘나’를 내동댕이쳤을 때, 그로 인해 나답지 못하게 鄙劣해져서 타인들로부터 또는 스스로에게 심한 모멸감을 느낄 때면 특히 그럴 수 있다. 시인들에게는 시가 살인병기가 될 수 있듯이, 정치가에게는 권력이, 경제인에게는 재력이, 사회인에게는 관계가 살인병기가 되어 그들을 침몰시킬 수 있다. ‘나’를 죽이는 나의 鄙劣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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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여주긴 싫었어, 손 흔드는 사람들 속에 그댈 남겨두긴 싫어~,그 곳의 생활들이 낯설고 힘들어~.”가수 김민우의 노래 ‘입영열차 안에서’ 가사 일부다. 가사는 군 입대를 앞둔 청년의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낮선 사람들, 낮선 환경에 가족·지인들과 떨어져지내야 하는 걱정스러움을 잘 표현했다.군 입대 초기 장병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드는 가사기도 하다.입대 장병 당사자 뿐 아니라 자녀를 군으로 떠나보내는부모도 걱정에 쌓이기는 매한가지다.요즘은 구타 등이 없어지고,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하다 해도자녀를 생면부지 타지로 보내는데 대한 걱정이 앞설수 밖에 없다.혹시 모를 사고도 부모가 안심할 수 없게 하는 부분중 하나다.하지만 경기도내에서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는이같은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길이 생겼다.바로 ‘군복무 경기청년 상해보험’ 덕이다.경기도는 자신을 희생해가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도내 거주 청년들에 도움을 주기 위해지난해 말부터 상해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별도 가입 절차 없이 군 복무 시작과 동시에 상해보험에 가입, 전역때까지 자동 연장돼 이용도 편리하다. 지난해 11월 도입한 청년대상 복지정책 경기도 거주자 군복무 중 불상사에 대비
민선 7기 출범 1주년 맞은 신 동 헌 광주시장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시장이라는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고 있다. 광주시를 책임진다기 보다 미래를 디자인하는 역할을 잘 해야 하는 위치라는 생각을 갖게 됐으며, 전 공직자들이 한 팀이 돼 함께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 방안을 강구해 시민들이 행복한 광주, 살기 좋은 광주를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1년간 광주시정을 이끌어 온 신동헌 광주시장의 소회다. 신 시장이 취임한 지 어느덧 1년이다. 이에 신동헌 광주시장으로부터 지난 1년간의 시정성과와 앞으로의 시정방향을 들어봤다. 지난 1년 동안 주요 성과들이 있다면. 우선 지난해 시 예산의 10%를 절감해 1천억원을 조성, 교육·교통 문제 등 긴급사업 추진에 투입했다. 절감재원은 행사나 축제, 전시성 사업폐지 등 경상경비에서 600억원, 투자사업 부진사유 원점재검토 및 우선순위 변경 등으로 300억원, 누진세원 발굴 등 세입증대를 통해 100억원이다. 이처럼 절감한 재원은 고용상황 악화 해소를 위한 일자리사업 확대에 210억원, 긴급한 도로사업 추진 및 도로사업의 토지보상에 750억원, 기업하기 좋은 도시환경…
■ 백남준아트센터 특별전 ‘생태감각’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새로운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종의 문화예술 공유지로서 미술관이 가능할 것인지, 그 질문의 연장선에서 나온 주제입니다.”(이채영 백남준아트센터 학예팀장) 백남준아트센터는 공생을 위해 필요한 인간의 새로운 감각을 제안하는 특별전 ‘생태감각’을 오는 9월 22일까지 개최한다. ‘생태감각’ 전은 생태학에 대한 백남준의 비전으로, 인간 행동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전시는 그 믿음을 바탕으로 이른바 ‘인류세’라 불리는 시대를 우리가 함께 통과해 나갈 수 있을지, 서로가 서로에게 응답해주어야 할 때임을 일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구 생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간의 권한에 의문을 제기하고, 후기 자연 혹은 인류세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의 심각함을 느끼면서도 인간 종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땅 아래 묻어 버리는 지구 사용법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전시는 백남준 작가의 작품과…
선글라스는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생필품이다.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것이 용도지만 패션 아이템, 또는 위·변장의 수단 등으로 활용 폭이 넓어 그렇다. 사용기원은 11세기 송나라 때부터라는 설이 있다. 중국의 판관들이 송사 때 피고에게 표정을 감추기 위해 사용한 연수정(煙水晶) 안경이 시초라고 알려져서다. 공정한 판결을 돕기 위한 도구였던 선글라스는 현대에 와서 기능이 변했다. 1937년 미 공군이 조종사들의 시력 보호를 위한 선글라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선글라스는 그 후에도 진화를 거듭, 본모습을 감추는 데 더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정치인들의 ‘소품’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1950년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함상의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최고사령관이다. 또 1961년 5월18일 육사 생도들의 5·16 지지 시위를 지켜보는 박정희전 대통령, 특히 그해 11월 미국을 방문해 케네디 대통령과 만날 때도 선글라스를 써 그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해서 시사만화 속에 단골로 등장하는 검정 선글라스는 독재와 기관원을 상징한다. 요인 경호원들과 판문점에 근무하는 헌병들도 상대에게 눈동자를 들키지 않기 위해 선글라스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 할 때 집 마련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괜찮은 직장에 취업해서 5년 이상 연봉을 꼬박 모으더라도 서울이나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전세 얻는 것마저도 힘에 겹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들 주택 마련을 지원해 주고 싶지만, 증여세가 걱정되고, 과세당국의 자금출처조사가 걱정되어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과세관청은 일정규모 이상 주택 등 자산을 취득하면 취득자금의 출처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게 된다. 최근에는 고액의 전세자금도 소명을 요구한다. 이를 해명하지 못하면 해당금액을 타인으로부터 증여 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 한다. 과세관청은 세무행정 상의 편의를 위해 일정 취득자금에 대해서는 증여로 추정하지 않고 있다. 주택을 취득 하는 경우 30세 미만이면 세대주 여부에 상관없이 5천만 원, 세대주인 경우 30세 이상이면 1억5천만 원, 40세 이상이면 3억원 까지, 비세대주인 경우는 30세 이상 7천만 원, 40세 이상 1척5천만 원까지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하는 기준을 두고 있다. 이를 초과하는 경우 자금출처를 입증해야 하나, 전액 다 소명할 필요는 없고, 취득 재산가액의 20%와 2억원 중 작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지난 3일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이 있기 직전, 미국이 유엔 회원국들에게 대북제재 결의 규정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기 때문이다. 판문점 회동에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불과 사흘 만에 바뀐 것이다. 이런 북한의 반응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생각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판문점 회동)을 통해 남북에 이어 북-미 간에도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정말로 지난 판문점 회동이 “일종의 종전 선언”이라고 생각했다면, 과연 그 근거가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또, 우리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바 있는 북한을 두고, “남북”간의 평화가 시작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종전 선언이나 평화를 말하기 위해서는 비핵화가 전제돼야 한다. 비핵화 없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핵이 있는 상태에서는 평화라는 단어 대신 “균형”이라…
해바라기 /김세홍 너를 향해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네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기우는 동안 너를 향한 내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한사람만 바라보고 한사람만 사랑하는데도 나의 하루해가 짧다 무엇을 바라겠는가 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데 - 2019 시집 ‘고래와 달’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은 둘이 될 수도 없고 하나의 이기심과 같은 존재와 희생이 따른다. 시적진술이 거칠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움이 있는 데는 진솔한 울림의 미학들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시인은 늘 낮은 자세로 응시하며 살았다. 그 낮은 마음으로 진실을 담아 다가오는데 거리를 둘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언어를 통해 사유하고 사색을 한다. 그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읽어낸다. 사랑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시인이여 삶의 모순과 현실의 모순을 아직 부딪친 오늘이 아닌데 내일의 연장선까지 걱정하지 마시길, 사랑하는 시간은 영원하고 가장 아름다운 날 사랑이 있었음을 더 주저 말고 용기를 내어 끝까지 동행해 보자. 시집 ‘고래와 달’ 출간을 축하드린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