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과 코스모스 /이정임 철로 아래 막 터지는 코스모스 사이를 폴짝 폴짝 뛰어넘는 시간들이 와르르 자빠지고 있다 내부로 몇 발작 들어왔을까 코스모스 빨간 꽃 하나가 방주(方舟)만큼 커 보인다 내가 가득히 들어앉았다 이정임 시인이 바라보는 곳에는 항상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삶의 굴곡이자 문턱이었고, 고통과 불행, 그리고 어찌할 수 없는 울음들이다. 이 시도 마찬가지다. ‘바라봄’과 ‘깨달음’이 중의적으로 교차한다. 시인은 늦은 여름, 철로 아래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코스모스’를 바라본다. 그는 코스모스를 “폴짝 폴짝 뛰어넘는 시간들”로 비유하면서, 꽃잎 하나하나에 묻은 시간의 개별 흔적들을 살핀다. 먼지 하나에도 우주가 담겨 있다는 법어(法語)마저 연상된다. 이 시의 속뜻은, 빨간 코스모스 한 잎이 ‘방주(方舟)만큼 커 보인다’는 문장에서 시작하고, 그 방주 속에 시인 자신이 가득히 들어앉았다고 고백하는 문장에서 절정을 이룬다. 코스모스와 우주, 그리고 우주를 가득 유영하는 시인의 ‘바라봄’은 크고 맹렬하기만 하…
군포에 거주하는 김유길 애국지사가 태어난 해는 3.1운동이 일어나던 해인 1919년이다. 암울했던 일제시대 평안남도 평원서 출생한 김 지사는 12세에 보통학교에 입학해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곧장 일본 유학의 길을 선택했다. 일본 대분고등상업학교에 재학 중이던 1944년,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 물자와 군인 등 모든 것이 막바지로 몰린 일제는 그를 학도병으로 징집해 중국 강소성에 있던 제7997부대로 끌고 갔다. 김 지사는 “나라를 위해서 살아도 부족한 마당에, 일본을 위해 살수는 없다”며 다른 학도병들과 함께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 그 길로 중국 안휘성 임천에서 활동하던 광복군에 입대했다. 훈련은 고됐다. 무엇보다 먹을 것이 적은 상황이었지만, 독립을 이루겠다는 학도병들의 의지는 배고픔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선생은 하루에 두끼 보급되는 죽으로 배를 채우면서 ‘독립’을 염원하며 한광반에서 훈련을 마치고, 장준하, 김준엽 등 다른 학도병과 함께 중경의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도착했다. 하지만 중경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제일 문제는 중경까지 가는데 필요한 음식 등을 구할 돈이었다. 일행은 중국 중앙군을 찾아…
올해 들어 사실상 폐업 상태였던 국회가 정상화 계기를 마련했다. 자유한국당이 4일 3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내기로 하면서 국회 파행 국면은 가까스로 봉합됐다. 이날 오전 한때 주요 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걱정이 컸지만 다행스럽다. 무소속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야당의 청문회 개최 요구 등 남은 쟁점의 추가 조율이 원만히 마무리돼 조속히 세부 의사일정 합의까지 이뤄지길 바란다. 국회가 그간 보인 행태는 민심의 기대와는 한참 벗어난 것이었다. 지난해 말 본회의 이후 2개월 이상 국회가 문을 닫은 바람에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은 쌓여만 갔고, 갈등의 용광로 역할을 해야 할 국회에서 조율해야 할 쟁점 현안들은 방치되어 갔다. 뒤늦었지만 국회가 정상화된다면, 의원 모두가 밤을 새운다는 각오로 밀린 숙제 처리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시급한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유치원 개학연기 투쟁이 시작됐지만 정부와 한유총 간 대립으로 해결의 돌파구는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위해서는 ‘유치원 3법’의 조율에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난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우리 수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하자 정부가 수출 활력 정책을 내놨다. 무역금융을 늘리고 수출기업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들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런 무역금융 확대가 수출기업들에 도움은 되겠지만 가팔라져 가는 수출감소세까지 되돌릴 수 있을지는 선뜻 장담하기 어렵다. 글로벌 무역환경이 여의치 않은 데다 중국 등의 기술 추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 제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악화한 탓이다. 그러자 정부는 무역금융 규모를 당초 목표보다 3조 원을 추가한 235조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보다는 15조3천억 원이 늘어난 규모다. 또 유망 수출기업이 수출계약서만으로 특별보증 받을 수 있는 1천억 원 규모의 특별보증제도를 신설하고 수출채권과 매출채권을 조기에 현금화하도록 각각 1조 원, 3천억 원 규모의 특별보증제도도 새로 만들겠다고 했다. 정부가 조금 부담은 되더라도 소규모 수출기업의 자금 운용상 어려움을 덜어줘 수출 활력을 높여주겠다는 취지다. 조기 현금화 지원은 실제 중견·중소기업들에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유망 수출기업이 어렵게 수출을 따냈지만, 수출품 생산 비용을 융통하기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서 계약서를 보증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최근 들어 도시 발전에 중심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도심에 대한 재생시업의 일환으로 토목, 건축과 같은 물적 정비에서 벗어나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통한 구도심의 활성화를 위해 그 지역의 스토리를 개발하여 도시재생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허름한 집이 모여 있지만 이곳에다가 문화 컨텐츠를 입혀 ‘이야기의 원천’을 만들고 그 매력을 발산시키려 하는 시도이다. 각 도시마다 도시재생에 대한 노력들은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실행되어 왔다. 거기에 ‘대구(大邱)’가 있다. 대구하면 떠오르는 것은 음식으로는 ‘납작만두, ‘따로국밥’, ‘육개장’, ‘안지랑 곱창’, ‘돼지 석쇠구이’, 서문시장의 칼국수 등이 떠오른다. 그리고 ‘청라언덕’, ‘동성로’ 등이 대구 중심지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대구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이슈화된 지역 문화 콘텐츠는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이 있다. 김광석이 살았던 대봉동 방천시장 인근 거리 약 350m 길이의 벽면을 따…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비즈니스지원단’이 경기지역 중소기업의 경영애로를 해결해 주는 ‘애로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즈니스지원단’은 중소벤처기업부 각 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 배치된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관세사, 경영지도사 등 10개 분야의 전문가가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각종 경영, 기술상 애로를 상담하고 해결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업무를 개시해 2018년까지 중소기업의 각종 애로사항에 대해 96만8천865건의 상담지원을 통해 애로사항을 해결해 줌으로써 중소기업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연도별 상담 지원실적은 2009년 7만7천840건, 2014년 8만9천600건, 2018년 14만5천665건이다. 이 중 경기지역의 상담실적은 전국 대비 18%수준으로서 2018년 2만5천580건이다. 분야별 누계 상담실적을 살펴보면 창업·벤처 17만7천449건, 법무·규제 2만6천468건, 금융·환위험 10만8천633건, 인사·노무 10만7천246건, 세무·회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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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문 낭독을 시작으로 전국에서는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민족의 독립을 이루자는 만세 운동이 시작됐다. 만세운동은 일제의 총칼 아래 침묵했던 애국지사들의 깊은 잠을 깨웠다. 독립을 위해 중국 상하이에 몰려든 지사들은 임시정부를 세워 외교적 독립운동을 펼쳤고, 일제의 무력에 맞서기 위한 항일무장단도 속속 구성됐다. 많은 독립운동가 가운데 현재 생존해 있는 애국지사 34명 중 경기지역에 8명이 거주하면서 그날의 함성을 온몸으로 생생이 증언하고 있다. 3·1 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경기지역에 생존해 계신 애국지사 다섯 분을 차례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안양 호계동에 거주하는 김국주 애국지사는 1924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출생해 20살 되던 1943년 10월 광복군으로 참여했다. 일제와 싸우며 만주를 뛰어다니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뒤로, 지금은 건강으로 인해 오랫동안 서 있거나 걷지를 못하지만 나라에 대한 걱정은 젊은이 못지 않게 열정적인 그다. 원적은 경북 의성인데, 한의사였던 부친은 만주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등을 옮겨 다녔다.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부친을 따라 북만주 목단강으로 이…
보건과 복지 분야의 예산을 심의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곳. 또 경기도의 보건복지 정책을 감시하며 도민의 보건복지를 책임지는 곳. 바로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다. 올해 6조5천억원 규모의 경기도 보건복지 예산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무거운 책임감으로 상임위 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보건복지위원회 정희시(더불어민주당·군포2·사진) 위원장은 소개했다. 보건복지위는 보건과 복지, 의료의 분야의 구분 없이 도민의 의료복지와 보건복지의 안목에서 접근하고 있다. 사회의 복지 욕구가 커진만큼 도민 생활 전반을 복지의 시각에서 다가가는 것. 그러면서 경기도 남부와 북부에 존재하는 권역외상센터를 예로 들었다. 의료법상 광역지자체 마다 한곳씩 있어야 하는 권역외상센터를 도는 두곳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법을 지키는게 아닌 도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고민한 결과라는 것이 정 위원장의 설명이다. 제10대 도의회의 복지위에는 전대 의회와 달리 도 집행부에 청년복지정책과가 생겼다. 이전 청년복지를 경제정책과에서 진행하며 일자리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이번 복지위부터는 청년의 복지 그 자체의 시각에서 접근하게 된 것. 정 위원장은 “앞으로 복지에 대해 접근은…
정체를 알 수 없어 ‘모든 질병의 왕’으로 불린 결핵균이 발견된 것은 1882년이다. 치료약인 스트렙토마이신이 개발된 것은 1944년이다. 병원균이 발견되고서도 60년 넘게 인류를 괴롭혀왔고 그 피해는 거의 재앙 수준 이었다. 하지만 이는 약과다. 기원전 7천년 경 화석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인류 역사와 함께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 몰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핵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18·19세기 무렵 예술 철학 문학가들에게 ‘특별 대접’을 받는 질병 또한 결핵이었다. 천재로 알려진 쇼팽, 파가니니, 데카르트, 칸트, 스피노자, 실러, 도스토예프스키, 발자크 등이 이 병으로 사망해서다. 우리나라 천재시인 이상(李箱) 또한 그렇다. 해서 지금까지 결핵을 ‘천재의 전유물’이라는 말이 전해온다. 우리나라에선 한때 못 먹어서 생긴 병으로 여기기도 했다. 결핵균은 여간 끈질긴 게 아니다. 약을 먹으면 낫는 듯하지만 잠복해 있다 다시 발병한다. 내성이 생겨 재발하면 더 강한 약으로 치료해야 한다. 보통 1~2년, 심하면 10년 넘게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보니 영양이 넘쳐나는 요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