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자. 단풍이 왔다. 한국 가을을 대표하는 붉은 잎. 해가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의 절정. 가을은 화사하기보단 곱고, 빛나기보다는 찬연하다. 생동하는 봄 뒤엔 열정적인 여름이 기다리지만 찬연한 가을 뒤에는 시린 겨울이 이어진다. 가을은 모두 져버린 후 휴식기에 들어서기 전,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풍성한 축제의 시기다. 이 시기 전국은 들썩인다. 서울역과 교대역 등지에서는 가을만큼 울긋불긋한 사람들을 태운 대형버스가 줄지어 전국으로 출발하고, 유명한 단풍명소와 sns 사진 명소는 단풍보다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설악산과 오대산은 물론, 지리산과 내장산을 비롯해 아름답다는 산마다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400여 종의 단풍들이 붉게 빛나며 어우러지는 화담숲과 둘레길을 따라 단풍과 은행나무가 가득한 남한산성은 새벽에 도착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차가 막힌다. 코로나 시대가 지나가고 한류열풍이 부는 지금은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을 관광하러 온 외국인들도 많다. 사람이 그토록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곳을 찾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지금 이 순간, 단풍놀이를 해야 해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만끽해야 하니까. 가을이 유독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큰 일교
1. SNS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의 약자다. 세계 최초의 SNS는 1995년 미국에서 시작된 (친구 찾기 사이트)‘클라스메이트’로 알려져 있다. 이런 유형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현대인의 삶 속에 뿌리내린 일등 공신은 역시 마크 주커버그가 창시한 페이스북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후발주자들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지만 페이스북은 여전히 세계 최대 SNS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페이스북이 속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meta)가 세계적으로 여러 사건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올해 5월 유럽연합(EU)으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무려 12억 유로(우리돈 1조 7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유럽연합 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무단 전송한 행위 때문이었다. 아마존 등의 다른 빅테크 기업도 유사한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반복성과 위반 정도에 있어 비교를 불허하는 것이 메타다. 이 회사의 얼굴마담 격인 페이스북이 한국에서도 말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년 7월에는 맞춤형 광고에 활용할 목적으로 도를 넘어설 정도로 상세한 사용자 개인정보 수집을 시도했다
음악이 없는 나라가 있을까. 노래 불렀다고, 악기를 연주했다고 죽임을 당하는 나라가 있을까. 21세기, 대명천지에 그런 나라가 존재한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통치 하에서 문인들은 책을 벽장 깊이 숨기고 화가들은 그림을 땅에 묻는다. 예술 학교는 폐쇄되고 음악인들은 고국을 탈출한다. 평생 노예인 이보다 불행한 이는 ‘자유의 맛을 본’ 노예라던가. 이슬람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에 한 때, 공산정권이 들어섰었고, 미군이 주도했다. 그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눌러, 국민들은 뜻밖의 자유를 구가했다. 그 경험이 지금의 고통을 더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탈레반은 누구인가. 중앙 아시아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는 실크로드 역사와 맞물리며 전개되었다. 동서양 요충지라 숱한 강대국의 말발굽 아래 시달려야 했다. 아프가니스탄이 국가 모양새를 갖추고 역사에 등장한 것은 18세기 중반, ‘두라니 제국’이다. 제국은 100년도 안돼 망하고 이어 바라크자이족이 정권 잡은 ‘아프가니스탄 왕국’이 오늘날의 국경선을 만들었다. 제국주의 시대인 19세기와 20세기 초, 영국과 세 차례에 걸친 80년간의 전쟁으로 쇠락해가던 아프가니스탄은 70년대 이르러 소련의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을 무엇이라고 하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대부분은 절세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두가지를 덧붙여서 말씀드리면……탈세와 조세회피 절세(Tax saving)는 합법이고 정부에서도 정책적 목적으로 권장하는 사항이며, 탈세(Tax evasion)는 그야 말로 범법 행위이어서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각종 가산세 및 경우에 따라서는 조세범으로 형사처벌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면 듣기에 조금은 생소한 조세 회피(Tax avoidance)란 무엇일까? 조세회피란 세법에서 불법이나 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과세형평과 조세정의의 입장에서 볼 때 부당한 방법으로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을 말한다. 즉 불법은 아니지만 세법이 예상하지 못하는 거래형식이나 그 우회 경로를 통해 세금을 절감하는 행위로서 절세와 탈세의 경계선에 걸쳐 있는 개념이다. 정부는 이러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세법 개정이나 보완과 같은 입법 활동을 통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형태의 조세회피 행위를 세법에 반영하여 방지하기란 어렵다고 본다. 오늘은 절세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간략하나마 조세회피와 이를 막기 위한 세법상의 장치들에 대해서
극장이 사멸중이다. 극장용 영화가 죽어가고 있다는 얘기는 코로나 때부터 터져 나왔다. 포스트 코로나, 뉴 노멀 시대가 매우 불안하다고들 얘기했는데 이제는 정말 죽었다, 망했다로 귀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극장 티켓 가격은 최고치를 찍고 있다. 주말에는 1만6천원까지 받는다. 거기에 가계 대출금리는 오르고 모든 물가, 심지어 라면 값까지 올라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다. 사람들이 제일 먼저 줄이는 게 문화 소비다. 엥겔 계수가 높아진다. 이런 와중에 주무부처의 장관은 유인촌이 됐다. 그는 강성의 자본주의자이다. MB시절이 학습효과를 생각하면 그는 선택과 집중 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되는 영화에만 지원을 하려 할 것이다. 이른바 낙수 효과 론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되는 영화만 지원한 결과 되는 영화까지 망하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이건 보수 정부, 진보 정부 가리지 않고 비판 받아야 할 대목이다. 어찌 보면 문재인 정부 때 최고의 기회를 놓쳤다. 문재인이 문화 정책을 우선시하지 않은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도종환-박양우-황희로 이어지는 장관 명단은 지금 봐도 그리 명석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정부의 박보균 – 유인촌 순번은 지나치게 정치적 판단
원시인류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협력하며 사는 방법을 터득했을 것이다. 미지의 세계인 자연환경과 날씨의 변화, 지진, 화산 폭발, 그리고 맹수들의 위협 속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은 협력이었다. 예수의 교훈을 유럽에 전파한 바울은 신자들이 협력하며 지낼 것을 권했다. 협력하며 사는 것은 비단 유대인들만의 지혜는 아니었다. 협력은, 수 백 만년 동안 경험하면서 터득한 인류 공통의 지혜였다. 그럼으로써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협력의 대상은 무리의 구성원에 한정되었다. 한 무리의 규모가 커지고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동안 지구적인 규모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무리의 수가 많아지면서 서로 남이 된 무리들 사이에는 긴장이 조성되었다. 나와 일체가 되었던 무리의 구성원들에게 남이 라는 대상이 등장했다. 구성원들 사이의 협력은 강화된 반면 다른 무리들은 모두 적이 되었다. 나와 남. 물론 모든 무리들이 처음부터 적대시하고 다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공동체를 이루어 수렵과 채취 단계를 거쳐 농사를 짓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무리들은 다른 무리들과 생산물을 교환하며 살아가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터득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긴장
숲으로 이어진 길을 걷고자 아파트 뒷문으로 나섰다. 어린이 놀이터에 자리 잡고 있는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들이 길가 콘크리트 벽 쪽으로 몰려 쌓여 있다. 가을이면 도심의 길가 가로수 아래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엔 다른 시선으로 씨앗에 대한 생각을 안고 걷게 된다. 그동안 나는 이 은행나무의 잎 지는 모습에만 눈을 주었지 식물로서 생식생장을 위한 씨앗에 대해서는 무심했다. 은행나무는 아름드리나무가 될 때까지 한 해 한 해 버텨오면서 가을이면 후대를 위한 나무를 생각하며 열매 맺어 지상으로 내려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땅은 일찍부터 은행나무 열매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사방의 땅이 온통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씨앗이 비집고 들 틈이 없었다. 그래도 은행나무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본능적으로 ‘행여나’하고 열매를 내려 보냈을 것이다. 나무는 그 열매가 씨앗으로 움틀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이러한 자연 현상과 악한 사회 환경 속에서 결혼하지 않겠다는 청년들의 의식이 싹튼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결혼을 한다 해도 아이는 갖지 않겠다는 생각 또한 그 영향이 아닐까 싶었
지난주에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 사격경기 시상식장의 모습을 돌이켜 본다. 금메달은 한국, 은메달은 북한. 시상식 후 금ㆍ은ㆍ동 메달을 수상한 모든 선수들이 함께 시상대에서 기념 촬영함이 관례인가 본데, 우리 선수단의 초청에도 불구하고 북한선수단이 참여를 거부해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유도에서는 패자인 우리 선수가 승자인 북한 선수를 찾아가 승리를 축하하며 악수를 청했으나 북한선수는 무심하게 이를 거부하고 돌아섰다. 예를 중시하는 유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 이런 냉랭한 분위기는 탁구, 농구에서도 볼 수 있었다. 가슴이 아린 안타까운 모습들이다.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추억해 본다. 나는 그 때 북한선수단의 선수촌에서 통일부 연락관으로 북한선수단을 지원하는 일을 했었다. SBS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여자축구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요청하여 북한선수단 선수촌에서 인터뷰를 했다. 기자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훈련 내용, 소속, 언제부터 축구를 했는가, 결혼 여부, 애인은 있는가, 북한 여자 축구의 현황 등 등. 그러던 중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한국 남자 축구 선수들과 같은 운동장에서 함께 연습할 때 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콜드게임으로 패했다. 후폭풍이 만만찮다. 호기롭던 집행부는 김장철 배추가 소금 세례를 맞은 듯 풀이 죽었다. 패배 원인과 활로 찾기에 나선 모습이 호떡집에 불난 듯 요란하다. 하지만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통령실의 지침 때문인지 웅얼거림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의 뒤틀린 심사를 되돌리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집권당에 우호적인 기사로 도배질해왔던 보수신문들도 ‘내가 언제 그런 조언 했었냐’는 투로 돌변했다. 낯뜨겁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야당이 잘했기 때문이라고 믿는 유권자는 없다. 딱 하나 원인을 꼽는다면 대통령실과 집권당의 실책 남발이다. 아울러 내편이라고 생각했던 특정 언론과 아부성 기사에 휘둘린 결과다. 하루하루의 여론을 전하는 일은 언론의 본질적 책무다. 언론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는 민주사회라면 선거결과에 놀라는 경우가 많아서는 안된다. 일방적인 결과가 나와 유권자는 울고 웃어도, 언론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변은 언론 기능에 치명적인 결함 신호다. 언론이 듣기 좋은 기사만 편식하는 국정운영자들의 ‘고맙다’는 말에 취해 유권자인 국민 여론을 뒤전으로 밀어냈기 때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62년 그가 쓴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은 지금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다. 이 소설은 우연히 세상에 나온 게 아니다. 저자의 풍부하고 생생한 경험에서 비롯된 고도의 전략이 들어있는 애민 소설이다. 위고는 소설가, 시인, 극작가, 만화가였지만 유명한 정치인이기도 했다. 양 분야에서 펼친 그의 헌신과 이념 싸움은 ‘레미제라블’을 더욱 흥미진진하고 리얼하게 만들었다. 이 독보적인 작가는 1840년대까지 왕당파였다. 하지만 점차 민주주의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루이 필립 왕의 은총으로 1848년 파리 8구의 시장이 된 그는 이듬해 제헌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1849년 7월 9일 의회 당선연설에서 빈곤과 부자들의 이기주의에 반대하는 투항을 보임으로써 보수주의자들을 전율케 했다. 민중에게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정치인 위고의 반항정신이 생생히 드러났다. 한편, 그는 루이-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친구이자 동맹이었다. 따라서 그는 친구의 대통령 출마를 적극 지지했고, 당선을 위해 큰아들 프랑수아-빅토르와 함께 창간한 '레벤느망(L’Événement)' 신문을 통해 활발한 캠페인을 벌였다. 위고는 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