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혁명 100주년과 제2차 북미회담과 맞물린 보수정당 제1야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반도 정세에 보수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로버트 니스벳은 보수주의의 핵심 원리를 ‘개인의 자유 보장, 재산권 보호, 법치주의’에 두고 있다. 단순한 기득권 옹호를 넘어서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데 반해 최근 한국의 보수는 이러한 보수주의의 핵심 원리조차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 법치주의를 숭상하는 보수가 스스로 법치주의를 외면하고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소위 한국보수의 상징처럼 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폭력사태를 유발 한다든지, 이미 헌재의 심판을 받고 사법의 판단을 받은 전직 대통령들의 법정구속을 마치 정쟁의 희생양으로 몰아가는 행태, 무엇보다 보수야당은 스스로가 만든 국회법을 스스로 위반하는 장외투쟁이나 의사일정거부 등 법치에 대한 모순적인 행위를 행함으로 보수를 점점 수렁에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가장 심각하는 문제는 역사인식의 부재 또는 퇴행적 자세다. 친일청산에 대한 소극적 자세에서 더 나아가 일제 위안부피해자에 대한 대응자세 또한 대단히 미온적이고, 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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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 낸 건 의인(義人)들이었다. 임진왜란 때 의병, 일제강점기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헌신한 독립 운동가를 우리는 서슴없이 의인이라 부른다. 요즘은 위급한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생명을 구해낸 우리 사회의 위대한 영웅들을 일컫는다. 의인에 관한 이야기가 동서고금에 많은 것은 역설적으로 의인이 희귀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국가를 지키려고 살신성인한 의인에겐 의사(義士)란 칭호가 붙는다. 이토 히로부미를 중국 하얼빈에서 살해한 안중근 의사나 애국투사 윤봉길, 헤이그 특사 이준, 청산리대첩 김좌진 장군 등은 밤하늘의 별처럼 우리 겨레에게 애국혼의 본보기로 자리 잡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인간이 위험에 부닥쳤을 때 본능적으로 회피하려 하지만, 의인은 반대로 위험을 불사한다고 한다. 평소 이타적인 의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한 방송사는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시간 즉 의인의 판단 시간은 0.3초라는 조사결과를 낸 적도 있다. 하지만 반대도 있다. 그래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도 생겼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목격하고도 구조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다. 의인은 법에서 정의한 착한 사마리아인
인간이 남긴 가장 위대한 역사 기록은 단연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다. 한(漢) 나라 무제(武帝) 때의 이야기다. 당시 한나라는 흉노의 침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에 武帝는 가장 지략이 뛰어났던 장군 이릉(李陵)으로 하여금 흉노를 징벌 할 것을 명했다. 보병 오천여 명을 이끌고 나간 이릉 장군은 장렬하게 싸웠으나 적진에 밀려 항복했다. 그런데 이듬해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당연히 죽은 줄 알았던 이릉이 적군에 투항하여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황제는 불 같이 노하여 장군 이릉의 일족을 멸할 것을 명하였다. 이에 어느 신하도 한 마디 말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데, 당시 太史公의 자리에 있던 사마천이 이릉 장군을 옹호하며 나섰다. “이릉은 오천의 군사로 적진에 들어가 용감하게 싸웠으나 원군은 오지 않고 배반자까지 나오는 바람에 역부족으로 항복했습니다. 그가 흉노에 투항한 것은 장차 보복할 기회를 얻기 위함인 것으로 사료 되오니, 차제에 폐하께서는 그의 공적을 늘려 알려 주시는 게 옳을 듯합니다” 이 말에 불 같이 화가 난 무제는 그를 투옥 시키고 궁형(宮刑)에 처할 것을 명했다. 궁형이란 남자의 생식기를 잘라내는 것
A와 B는 결혼 3년차 부부로서 여전히 애정을 과시하는 잉꼬부부였다. 최근 들어 A의 퇴근이 많이 늦어지고, 출장도 잦아져 A와 B가 함께 하는 시간은 적었지만, A가 승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B는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B는 우연히 A의 양복 주머니에서 A가 출장을 간다고 했던 날 결제된 값비싼 호텔 영수증을 발견했다. 나아가 노트북 폴더에서 앳돼 보이는 여자와 연인처럼 다정하게 찍은 수십 장의 사진도 발견했다. A는 B가 영수증과 사진을 근거로 추궁을 하자 싹싹 빌며 ‘다시는 한눈을 팔지 않겠다. 한번만 더 한눈을 팔면 B의 이혼청구에 순순히 응하고, A의 전 재산을 B에게 주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 주고 공증까지 받아 주었다. B는 A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반성하는 것 같아 각서를 받고 A를 용서하기로 했다. 그런데 몇 달 후 또 호텔 영수증이 발견됐고, A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동료로부터 ‘A가 최근에 입사한 어린 친구 C와 진지하게 만나는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됐다. B는 집요하게 A를 추궁하며 화를 냈고, 용서를 빌던 A는 갑자기 짐을 싸서 집을 나가 버리더니, 오히려 B에게 이혼을 하자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다시 봄이 돌아오니 /문태준 누군가 언덕에 올라 트럼펫을 길게 부네 사잇길은 달고 나른한 낮잠의 한군데로 들어갔다 나오네 멀리서 종소리가 바람에 실려오네 산속에서 신록이 수줍어하며 웃는 소리를 듣네 봄이 돌아오니 어디에고 산맥이 일어서네 흰 배의 제비는 처마에 날아들고 이웃의 목소리는 흥이 나고 커지네 사람들은 무엇이든 새로이 하려 하네 심지어 여러 갈래 진 나뭇가지도 양옥집 마당의 죽은 화분도 - 문태준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 문학동네 여러모로 인터넷과 자본주의가 찰떡궁합으로 작동되는 기계적인 이 시대의 봄은 미세먼지 투성이다.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눌러쓰고 거기에 목도리까지 두른 검은 롱패딩의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이 겨울. 이 도시에서 ‘트럼폣’소리에 ‘웃는’소리에 ‘이웃’하는 사람들의 ‘소리’는 어떨까? 계절 없이 ‘사람들’은 상품을 사고 파느라 바쁘다. ‘새로이’ 새롭게 하기 위해 개발 중인 프로그램 속에도 서로에게 따뜻한 생명의 ‘봄’은 오는가?./권오영…
전당대회를 앞둔 최근 자유한국당 모습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주는 수준을 넘기고 있다. 새로운 보수 가치 정립과 건강한 보수 세력 재건을 위한 정책·노선에 대한 치열한 토론의 소중한 기회로 활용해도 모자랄 판에 당내 인사들의 5·18관련 망언과 자중지란에 어이없는 ‘박심’ 논란까지 가세하며, 신뢰를 스스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치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게 지금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달 말 전당대회는 ‘반쪽 전대’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어제 2·27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고, 하루 전날에는 홍 전 대표를 포함한 6명의 당권 주자가 전대와 북미정상회담 시기가 겹치는 것을 이유로 전대 일정이 변경되지 않을 경우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대로라면 당권을 겨냥해 뛰어왔던 8명 주자 중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만 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한나라당이 기대하던 컨벤션 효과는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경기 진행 중 룰이나 일정 변경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를 원만히 수습하지 못하는 당 지도부의 정치력도 실망스럽다. 5·18 민주화운동을 모독하는 일부 의원들의 공청회 ‘망언’은 재
우리나라는 지금 급속하게 초고령 사회를 향해 진입하고 있다. 이미 고령사회를 넘어섰고 2025년이면 인구의 20%가 65세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노인 연령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시가 65세 이상 서울시민 3천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서는 노인의 나이가 72.5세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역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우리나라 65세 이상 국민들 대부분이 70살 이상은 돼야 노인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옛날과 다른 식생활, 의학의 발달, 그리고 스스로 건강관리를 한 결과다. 따라서 노인연령 기준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노인회는 2015년부터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노인복지법상 노인 연령의 기준은 만 65세로써 이는 1981년에 정해진 것이다. 당시 국민 평균 기대수명은 66.1세였는데 지난해 기대수명은 82.4세였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나이는 들었지만 일을 할 수 있고, 또 일을 해야만
새해가 되어 한 달이 지난 올해도 참 다사다난한 한해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중에도 먹고 살아야 하는 경제적 환경과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순간부터 생겨난 정치적 환경은 언제나 혼란스럽고 말이 많은 것 같다. 생각해보면 경제적 환경은 십년 전에도 어려웠고 십년 후에도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 여겨진다. 언제라고 경제 환경이 좋아져 돈이 넘쳐나고 가계 살림살이가 풍족해져서 먹고 살만한 세상이라고 했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이 또한 절대적 상황이 아닌 상대적 환경과 관점의 차이라 여겨진다. 기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론 흑자 이윤이 발생하여 구성원들에게 배당을 하고, 소비가 위축되고 불경기로 인해 가계가 어렵다고 하지만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과소비와 사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정치권의 다사다난은 그저 일상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새해 들어 집권여당 국회의원의 특정지역 부동산 매입과 관련해 말들이 많다. 본인의 주장에 따라 지방의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부동산 구입을 하게 된 이유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다소 납득이 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현행법에 보면 공직자의 ‘이해충돌 금지’조항에는 &lsq…
전통시장을 찾으면 언제나 사람 냄새 나는 인정과 활기가 넘쳐난다. 전통시장이 저렴하고 농수산물이 신선해 평소 자주 이용한다. 내가 즐겨 찾는 시장은 집에서 가까운 파장시장이다. 파장동은 파초가 많아 파장골 혹은 파장굴로 불렸다. 정조 임금이 입도(入道)에 만석거(萬石渠)를 축조하고 연(蓮)과 파초를 심었는데, 여기에 어른이란 뜻이 있는 ‘장(長)’ 자를 더하여 지명이 되었다. 정조 대왕이 그린 ‘파초도’는 보물 제743호로 지정될 만큼 정조의 파초도 사랑은 대단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시장 입구에 ‘북수원시장’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 까닭은 이러했다, 몇 년 전부터 시장이 침체기를 맞아 매출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전통시장인 파장시장이 공무원연수원이 이전하면서 활력을 잃기 시작했다. 시장 옆에 대형 마트가 들어오면서 상가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전통시장이 대형 마트와의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파장시장은 파장동 지명을 가져와 사용하다 파장(罷場)이라는 명칭이 장이 끝난다는 의미가 있어 이름을 놓고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2016년 ‘파장’이라는 말이 어감이 좋지 않다는 여론에 따라 상인들의 공모를 통해 지난 2017년 1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