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모든 곡물들을 잠에서 깨운다’는 곡우(穀雨). 말 그대로 농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다. 이시기엔 나무에 물도 가장 많이 오른다. 해서 예부터 전국 이름난 산으로 ‘곡우물’을 먹으러 가는 풍습이 있었다. 고로쇠를 비롯 다래, 박달나무의 줄기에 구멍을 내어 받은 수액인 곡우물은 몸에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뇨작용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는 거자수, 즉 자작나무 수액은 이 때 절정에 이른다. 조선시대 지리산 남악사에선 곡우에 조정 제관이 산신에게 거자수를 올리고 국태민안을 비는 약수제를 올렸다고 하며 요즘도 이를 이어받아 남악제를 지낸다. 곡우 전에 이파리를 따서 덖은 녹차를 일컬어 ‘우전(雨前)’이라 한다. 그리고 곡우 전후의 어린 찻잎을 따서 덖은 차를 작설차(雀舌茶)라 한다. 참새의 혀를 닮았기 때문 이다. 모두 최 상품으로 여긴다. 바다에선 곡우사리 즈음 가장 맛이 든다는 조기가 나온다. 산란을 앞두고 영양을 잔뜩 비축해 살이 통통하고 알이 꽉 차있다. 이때 잡은 조기로 만든 굴비는 ‘곡우살이’ ‘오사리’로 부르며 최고로 친다.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이 무렵 북상하다가 서해에서 특히 많이 잡힌다고 하는데 이 무렵 ‘영
한심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경기도가 최근 어린이집 CCTV의 관리 운용실태와 아동 안전실태 조사를 위해 지자체와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초자치단체에서 추천한 어린이집만을 대상으로 점검했다는 것이다. 추천받은 어린이집이라면 당연히 관리가 잘 된 곳이니 하나마나한 점검으로 지적사항이 있을 리 만무다. 지난 5~6일 세 곳의 어린이집에 대한 점검이 있었던 수원시의 경우 위반사항은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다. 수원시가 경기도에 점검대상으로 추천한 곳이니 당연한 일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경기도에서 점검할 대상 어린이집을 사전에 알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도에서 점검할 어린이집을 미리 알려달라고 해 관리가 잘되는 어린이집을 정했다. 사전에 준비를 철저하게 한 건지 지적사항은 없었다. 어린이집을 불시 점검하면 효과가 크겠지만 어린이집측에서도 불만이 나올 것”이다. 지자체 관계자의 말이다. 도 관계자의 답변도 “합동점검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시군 추천이 아닌 무작위로 정해 점검을 한다면 좋겠지만 합동점검은 지적을 통해 개선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두 공무원의 답변을 해석해보면 어린이집의 불만 때문에 불시점검을 못
만 65세 이상 인구가 국가 전체 인구의 7%를 초과하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라고 한다. 이는 UN의 분류다. 행정자치부에서 발표한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지난 2008년 10.2%에서 13.7%로 증가했다. 올해 5월이 되면 고령사회로 편입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돼 곧 일본과 같은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가 된 이후 고령사회가 되기까지 불과 1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프랑스는 115년, 미국은 73년 걸렸다.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은 24년이었다. 이들 국가에 비하면 매우 급속한 고령화다. 당연히 노인문제가 국가적 난제다. 대선 주자들도 이제 대통령 선거를 19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노인복지 공약을 다투어 내놓고 있다. 특히 대선레이스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8일 동시에 노인복지 공약을 발표해 관심을 끈다. 소득이 없거나 낮은 노인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틀니·임플란트 시술비의 경우 문 후보는 본인 부담금을 30만원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안 후
2015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82.1세라고 한다. OECD 평균인 80.8년보다 1.4년 길다. 오래 사는 것만큼 직장에서의 정년이 길어지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중장년의 은퇴 시기는 빨라지고 있다. 법정 정년이 60세로 늘어났지만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연령은 52.8세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퇴직 이후 약 30~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구체적인 준비 없이 은퇴를 하게 되면 곧 불행의 시작이 되고 만다. 실제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절대 빈곤에 빠져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인생 2막에 경제적인 이유로 새로운 일자리를 희망하는 중장년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중장년을 위한 일자리는 많지 않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중장년층의 일자리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경비 및 청소 관련직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보건의료 관련직, 음식 서비스 관련직 순으로 단순 기능직의 비중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퇴직 이전에 미리 자신의 경력설계를 해놓고 체계적으로 준비했었다면 묻지마 취업이 아닌 자신이 희망하는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현실에서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제 2의 경력준비를 한다는…
‘Boys be ambitious.’ 중학교 1학년 때 영어선생님이 수업하기 전 칠판에 적어놓고, 하얀 분필로 밑줄을 ‘쫙~’ 그으면서 항상 강조하던 문구다. “젊은이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그래야 꿈을 이룰 수 있다”며 어린 마음에 미래에 대한 계획을 준비시키셨던 그 선생님의 목소리는 지금도 생생하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내 마음의 도화지 위에 인생의 그림을 그리도록 동기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50년이 흘렀다. 그리고 그때로 돌아가 보았다. 당시 꾸었던 많은 꿈들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하지만 가물가물하다. 미래에 무엇이 되고 또 어떤 일을 하려고 했던가에 대해서도 정리가 안 된다.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서 목표가 여러 번 바뀌고 너무 많아서 그럴 게다. 이후 청년 시절 눈을 뜨고도 꿈을 꾸었다. 현실에서는 꿈을 위해 노력하며 그것을 이루었을 때를 상상했고, 잠을 자면서는 현실에서 실패했던 일을 성공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되짚어 보면 불행하게도 잠을 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꿈이 많던 시절이 있었는데 막상 꿈을 이루고 완성해가야 하는 장년이 되면서부터 꿈이 줄어들기 시작했던 것 같
구룡폭포 /조운(曺雲) 사람이 몇 生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劫이나 轉化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江도 바다도 말고 玉流 水簾 眞珠潭과 萬瀑洞 다 고만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 안개 풀 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連珠八潭 함께 흘러 九龍淵 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려느냐 한 방울의 이슬이 폭포가 된다는 것은 사람이 물로 변하는 만큼이나 지난한 꿈, 몇 생 몇 겁을 소멸하고 전생(轉生)해야 이루어질 절망적인 꿈이다. 그러나 꿈이야말로 인생의 필수품, 그 절망마저도 언어의 유희로 환치해 보는 시인이다. 금강, 물, 샘, 바다, 비로봉, 구슬구슬 등의 유음(流音)이, 점점 상승했다가 하강하는 의미구조와 그것을 실어 나르는 4음보의 연속을 만나, 맑고 시원한 물결로 흘러넘치고 있다. 정형을 살짝 벗어난 사설시조의 자유로움이 우리말 구어체와 만나, 우리의 혀 위에서 이슬방울을 폭포수로 쏟아지게 할 뿐, 어디에 낡은 형식과 묵은 율격이 있는가. 같은 시인의 또 다른 시 ‘石榴’-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툴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젖힌/…
유방통은 외래 진료를 오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호소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이분들 대다수는 유방암에 대한 걱정으로 병원을 찾은 것이지만, 사실 유방에 통증이 있는 경우보다 딱딱한 것이 만져지는데 아프지는 않다는 분들이 정말 유방암인 경우가 있다. 이에 유방질환과 관련하여 치밀유방과 유방혹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정상적인 유방 촬영사진을 보면 유방조직은 하얗게, 지방조직은 검게 나타나는데 종양의 경우도 흰 그림자를 남긴다. 그러나 치밀유방의 경우 유방촬영술상 유방 내 뭔가가 있더라도 같은 밀도이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유방 사진이 전반적으로 하얗게 나타나게 되기 때문에 치밀유방을 갖고 있다면 사진이 전체적으로 하얗게 나오므로 하얀 멍울로 보이는 암덩어리의 특성상 큰 암덩어리는 몰라도 작은 종양은 구별해 낼 수 없게 된다. 간혹 유방촬영술은 안하고 유방초음파만 하면 되냐고 묻는 환자분들이 있다. 유방초음파는 대부분 7.5㎒ 이상의 선형 탐촉자를 이용한 고해상도 초음파 기기를 이용해 유방질환을 진단하는 검사로써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혈성 유두 분비의 증상이 있는 여성에게서 1차 검사로 추천할 수 있는 검사법이다. 더욱이 방사선 노출도 없고 유
경기대학교가 최근 내놓은 학과개편안을 놓고 해당학과 학생들과 일부 교수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등 내홍을 겪을 전망이다. 경기대는 최근 학과제를 폐지하고, 유사 학과를 통합해 학생들이 선택적으로 과목을 수강(트랙제)하게 하는 학과구조 개편을 추진한다. 이른바 큰 틀에서 학부제로의 개편이다. 예를 들면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과를 통합해 한국어문학트랙으로, 사학과는 역사콘텐츠학트랙으로 구조개편하는 안이다. 기존의 단과대학들도 인문예술스포츠과학대학 경상사회과학대학 창의공과대학 IDT융합대학 등으로 개편하는 한편 대부분의 학과를 트랙으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내년도 신입생들부터 학과가 폐지되는 대신 해당 학부로 입학해 전공트랙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 때 비인기트랙은 수강신청률이 낮아져 자동으로 퇴출되는 개편안이다. 영어학과도 영어학트랙으로, 중국어학과는 중국어학트랙으로 명칭이 변경돼 글로벌문화학부로 속하게 되고, 사회복지학과와 교정보호학과도 트랙으로 변경돼 공공안전학부에 포함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전공트랙제는 비인기 학과를 자연 도태시키는 개편안이라며 학과구조 개편 전면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다. 학생들은 또 개편안의 전달방식도 문제삼고 나섰다. 학내에서 유일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이나 회사에서 퇴직한 중·장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창업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부푼 희망 속에서 창업을 했다가 머지않아 폐업을 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해 80만명이 가게나 회사를 폐업한다. 그런데 이 80만명이 전부가 아니다. 가족이나 연관업소까지 따지면 수백만 명이 타격을 입는 것이다. 최근 창업 후 1년 내 문을 닫는 비율이 40% 이상이고 창업 후 3년 내에 폐업하는 비율이 70%라는 통계는 창업으로 성공하기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경제난국으로 청년층 실업률이 더 높아지고 중·장년층의 은퇴가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이 같은 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에 대비한 정책이 부족하다. 폐업을 하는 사람들이 재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서민들이 가진 돈을 모두 긁어 투자하고 빚까지 얻어 창업한 가게가 금방 문을 닫지 않도록 컨설팅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창업실패로 가진 모든 재산을 날린 서민들의 좌절감과 경제적 손실은 곧 우리 사회와 국가의 손실이다. 이에 경기도가 창업을 준비하는 소상
지난 4월14일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반기별 ‘환율보고서’를 통해 ‘불공정한 무역이익을 얻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는 무역파트너 국가는 없다’고 밝혔다. 대신 한중일 3국과 대만, 독일, 스위스 등 6개국을 작년 10월 보고서와 동일하게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교역상대국이 20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흑자, GDP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 GDP 2% 이상의 일방적 외환시장개입 등 3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여 미국과의 무역 및 투자거래시 불이익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 입장에서 교역상대국의 대미 무역흑자, 경상수지 흑자 및 시장개입 기준을 설정하여 제제를 가하는 등 일방적 정책수단을 취하고 있는데 대미무역흑자를 기록 중인 101개(2016년 기준) 교역상대국들도 이러한 미국의 무역정책을 대체로 수용해 왔다. 미국이 이처럼 교역상대국의 무역과 외환정책에 시시콜콜 개입하는 것은 미국의 만성적 무역적자(2016년중 7천967억달러)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 미국은 국제무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