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코피를 흘리던 녀석이 있었다. 대학 다닐 때, 녀석은 밥보다 약을 자주 먹었다. 밥보다 약을 사랑한 까닭으로 녀석은 작고 말랐었다. 글쎄, 그림자보다 가느다란 소녀가 있었다면 믿어주실런가. 그런 녀석이 애지중지하던 건 청바지였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상관없이 녀석은 늘 청바지를 입고 살았다. 청바지만큼이나 도드라지는 특징은 단발머리와 까무잡잡한 얼굴이었다.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았지만, 녀석의 얼굴에 햇살이 드리우기라도 하는 날이면, 가지런한 치아에서 묻어나오는 하얀 미소가 어찌나 예쁜지 숨이 막혔다. 어쩌면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녀석은, 그러니까 작고 깡마른 단발머리 소녀는 언제부턴가 눈엣가시가 되어 있었다. 눈엣가시는 보지 않아도 거슬리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눈엣가시다. 마음만 먹으면, 군인이 제 손으로 계급장을 뜯어내고 대통령이 되던 시절이었다. 미쳐 돌아가는 시절이다 보니, 학생 또한 강의실보다 거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더러는 강의실을 찾은 학생에게 “정신이 있는 자들인가.” 호통치며 거리로 내쫓던 교수도 있었다. 지지리 복도 없는 나는 그런 교수의 수업은 들어 보지도 못하고, 학점만 선동열 방어율(0.75)에 육박했다. 경
신의 손이 아니면 불가능한 경쟁영역이 있단다. 대기자만 20만 명이 몰리는 치열한 경쟁, 성공만 하면 최고의 며느리로 평판이 바뀐다는 미션임파서블. 바로 임영웅콘서트 티켓을 예매해서 시부모님께 선물하는 미션이란다. 과거엔 예매창구에서 날밤을 새는 풍경이 해외토픽에나 나오는 얘기인줄만 알았는데 요즈음 대민국에서한 유명가수 콘서트는 예전의 ‘줄서기’나 ‘광클릭’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란다. 예매를 위한 매크로프로그램을 구입해서 돌려야 겨우 가능하다는데.. 이런 스타를 둘러싼 대중의 열광보다 더 힘든 바늘구멍 뚫기가 있었다. 표 숫자가 제한된 것도 아닌데 수만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다보니 몇시간씩 대기를 해도 접속할 수 없는가 하면 수차례 시도하다 아예 포기한 사람도 부지기수란다. ‘윤석열대통령 탄핵 국회청원’ 이야기다. 최근에 이런 접속장애는 벗어났다지만 벌써 136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7월20일까지 받는다니 과연 얼마나 더 청원에 참여할지 자뭇 궁금하다. 범국민적 관심(?)에 힘입은 탓일까? 9일 대통령은 국민들의 탄핵요구 쯤은 안중에도 없이 국회가 의결한 ‘채해병 특검법’에 15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것도 휴양지인 하와이에서 전자결재로 너무나 가볍
북쪽에서 바이러스를 비루스라고 한다. 비루스는 라틴어로 ‘독성 분비물’이라는 뜻이다.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 있다. 먹지도 배설하지도 않으면서 무한 복제 증식한다. 좋은 바이러스는 유산균을 만들고, 나쁜 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일으킨다. 나쁜 바이러스는 고열과 설사, 구토와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 바이러스는 사람과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나는 북쪽에 있을 때 파라티푸스에 감염되었고 남쪽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감염에 준비되지 못하면 허망하게 생명을 잃는다. 가벼운 감염일지라도 바이러스는 일상을 방해하고 불편하게 한다. 대처 방법이란 전염되지 않도록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다. 거리두기를 한다고 바이러스에서 안심할 수 없다. 사람과 거리두기는 가능하지만 공기, 물, 하늘과 땅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물이 하늘을 날고, 남북한 분계선에서 총과 대포가 서로를 겨냥하고 있다. 사람이, 정치가 하늘과 땅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바이러스는 더욱 진화되어 괴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른다. 코로나19를 겪었기에 바이러스 세상이 어떠한지 알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은 주변 환경을 의심하게 한다. 언제 침투할지 모르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혹
지난달 24일 발생한 ‘화성 아리셀공장 화재사고’ 이후 화성시는 적극적으로 빈소와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유가족 입국과 체류 등을 지원했다. 시는 외국인 피해자들을 위해 영사관·출입국외국인청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유가족의 입국과 체류 지원을 위해 전담부서도 지정했다. 공직자를 유가족과 1대 1로 연결, 생계비 지원 문의, 해외 체류가족 입국 등 유가족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다. 아울러 부상자들이 회복할 때까지 의료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부상자 입원 병원에 전담직원이 수시로 방문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치료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가족 대기 장소에 보건소 의료진 파견, 유가족 혈압 등 건강측정, 상비약 지급 등 의료지원도 하고 있다. 정명근 시장은 최근 화재현장을 찾아 ”부상자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유가족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유족 지원 업무를 하느라 화성시 공직자들은 연일 비상근무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야근과 새벽출근, 휴일근무 등으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5일 열린 화성시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 시장은 공직자 여러분의 노고를 잘 알고 있다면서 “가족을 잃은 슬픔은 그…
장기요양보험은 노인성 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국민들이 일상을 좀 더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대부분 만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노인성 질환의 조기 발병으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제약을 받는 중장년층의 어려움도 덜어주기도 한다. 장기요양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재가요양, 주간보호, 단기 요양시설 입소 및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가족들의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 준다. 또한, 가입자의 등급과 개인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일상생활을 한층 더 편리하게 영위할 수 있다. 2023년 말 기준, 장기요양보험은 수입 15조 721억 원, 지출 13조 6966억 원 규모로 운영되고 있으며, 수급자에 대한 질 높은 서비스 제공,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의 처우 개선 등을 운영 원칙으로 삼고 적정 수가를 산정하여 결정한다. 복지부는 지난 6월에 장기요양위원회를 개최하여 장기요양제도 개선 논의를 하였다. 종사자 처우 개선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수급자 대비 요양보호사 비율을 현행 2.3:1에서 ‘25년부터 2.1:1로 강화하여 종사자의 업무부담을…
경기도 31개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총출산율 1명 이상을 유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과천시가 저출생 현안 정책을 총괄할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주마가편(走馬加鞭) 정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은 궁극적으로 지역소멸을 넘어 국가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이 시대 대한민국이 짊어진 절체절명의 과제다. 과천시의 1명대 합계출산율 유지는 우연한 성과가 아니다. 과천시의 모범사례들은 깊숙이 분석되고 확산할 가치가 높다는 여론이다. 과천시가 민선 8기 2주년을 맞아 신설하는 ‘저출생 대응 TF’는 임신·출산, 인구, 신혼 주거 등 저출생 대응 정책을 총괄하는 새로운 조직이다. 그동안 청년인구정책팀이 청년 정책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인구 정책 등을 수행했으나, 시는 이번 TF팀 신설을 기점으로 저출생 대책에 행정력을 더욱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 2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조사’ 자료에 나타난 과천시의 총출산율 1.02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전국 평균 0.72명, 경기도 0.77명, 서울시 0.55명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생식 가능 연령(15세~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말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는 전당대회 시즌인데, 한쪽은 비난과 비방이 난무하고, 다른 한쪽은 지나친 칭송만이 넘쳐 흐르고 있다, 언론은 속성상, ‘칭송’보다는 ‘비난’이 난무하는 곳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니, 민주당 전당대회는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김두관 전 의원이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해도, 현재까지는 언론의 관심을 받기에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이 민주당에게 긍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일단 관심을 끌어야 흥행 가능성이 생기고, 흥행에 성공해야 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가 극적인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 깨지면 상황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김두관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것은, 당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도무지 오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김두관 전 의원의 출마로 흥행의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나마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7월 5일 발표된 한국 갤럽의 정례여론조사(7월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1
이제 우리 사회에서 선거는 평범한 국민들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유치원에선 아이들이 선거놀이를 하며 놀고, 아파트에도 동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자체 선거관리위원회가 설치돼 있는 등 선거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필자는 지난 1월 1일 선거관리위원회의 새내기 직원으로 임용되면서 ‘선거’가 한층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공무원 임용 후 석 달 남짓 만에 제22대 국회의원선거라는 중요한 국가 행사를 치르면서 깨닫게 된 것은 선거를 치르기 위해선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선관위 직원이 되기 전 필자에게 선거일이란 그저 수많은 휴일 중 하나에 불과했다. 오전엔 투표를 하고, 투표 마감 후엔 방송사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내 만든 개표방송을 보며 웃고 떠드는 것이 전부였을 뿐 그 이면에선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일반인들이 무감하게 보내는 그 하루가 실은 선거를 준비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흘린 땀방울의 결정체였던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은 선거라는 작품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리기 위해 자신이 맡은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달려간다.…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 119구급 출동벨이 울린다. 술집에서 낙상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로 구급대원은 신속히 구급차에 올라탄다. 현장에 도착하니 술에 취한 중년 남성 3명이 있었고, 후두부에 부종이 있는 환자는 병원 진료를 거부하고 동행인은 병원에 가야 한다며 실랑이 중이었다. 구급대원은 환자의 법적 보호자인 배우자에게 전화하여 환자의 현 상태에 대해 말하고 병원 진료 여부를 묻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환자는 “에이씨, 왜 마누라한테 전화하고 지x이야!”라며 구급대원에게 거칠게 다가온다. 구급대원에게 폭언·폭행을 할 경우 이송거부를 할 수 있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남성이 말한다. “형님, 구급차 타요. 우리가 세금 내서 소방관들 밥 벌어 먹고 사는거 아닙니까!”라고 한다. 구급대원인 필자는 개인적으로 환자가 위독하고 피가 철철 흐른다는 신고보다 돌발행동이 다분한 주취나 폭행 출동에 가슴이 더 두근거리고 압박감을 느끼곤 했다. 구급대원 폭행 피해 발생은 매년 증가 추세로 23년 한해동안 경기도에서 총 69건, 95명의 구급대원이 피해를 입었다. 그 중 2주 이상 진단을 받은 자가 82명(91.5%)이니 상해의 정도 또한 작지 않다. 이에 대해 경기도소방본부에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펼치는 일련의 행보가 정치권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 지사는 말없이 몸집을 불리는 모양새로, 오 시장은 정치현안에 대한 잦은 의사 개진 형태로 달라진 자세를 나타내고 있는 형국이다. 수도권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소통과 협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대선 행보에 정신이 팔려 수도권 행정 수장들로서의 사명에 허점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잊지 말길 바란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동연 지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던 경기-서울-인천 지자체장들의 ‘수도권 3자 협의체’가 지난 반년 넘게 이어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무기한 중지됐다. 민선 8기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수도권 지자체장 간 견제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변화와 무관치 않으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지사와 오 시장은 대선이 다가오면서 광역교통망,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등 정책대결에 주력하는 흐름이다. 서울시는 도내 일부 지자체들과 ‘기후동행카드’를 추진하고 경기도는 그에 대한 지원 없이 ‘The(더) 경기패스’를 내세우면서 광역교통망 문제는 상호 견제용으로 전락했다. ‘이재명 일극 체제’가 공고해진 민주당에서 당내 세력이 약한 김 지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