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과장법 /심호택 이마에 사마귀 난 황원택 선생님 게슴츠레한 눈이지만 게으른 분 아닙니다 국사 시간 우리나라 지도 그릴 때 쓱쓱 재빨리도 그리는데 영일만 토끼꼬리를 원산 앞바다까지 확 치켜올리면 교실 떠나가던 웃음소리 우리들 어려울 때 웃음도 서툴 때 지나칠수록 반갑고 훈훈하던 것 그 아름다운 과장법 선생님 수업시간 기다렸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기꺼운 웃음 나누면서 우리들 모두 힘을 냈습니다 - 심호택 시집 ‘하늘밥도둑’ / 창작과비평사 마흔 넘어 신인이 된 심호택 시인의 시는 편 편마다 아릿한 웃음을 선사한다. 꾀죄죄한 땀으로 뒤범벅되었다가 선머슴 같았다가 어머니·아버지 형 고모였다가, 묵은내 펄펄 나는 아날로그식으로 웃고 울게 한다. 영일만 토끼 꼬리를 원산 앞바다까지 확 치켜 올려서 그려놓는 아름다운 과장법! 옛 선생님들은 모두 화가셨다. 지도를 쓱쓱 어찌나 재빨리 잘 그려놓는지 신기했다. 별명이 곧 이름이었던 선생님들, 무섭게 호령해도 마음만은 따뜻했던 그 시간들. 이제는 지도의 토끼 꼬리 주둥이 앞다리 뒷다리 모두 휴대전화에서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총천연색으로 나온다. 칠판 위 그 많던 흑백지도들은 우리 마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귀국한 후 20여일 간의 국내 행보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유력한 대권 주자이기에 언론의 관심도 지대하다. 가는 곳마다 수많은 기자들이 따라붙는다. 심지어 고향 선영에서 성묘를 했을 때도 퇴주잔 논란이 이어진다. 대구 청년회의소 임원과의 만찬 간담회에서는 반 전 총장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오면서 대변인에게 ‘내가 마치 역사의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나쁜 놈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안부 합의 발언 문제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꼬투리 잡기식 보도 및 정치공세에 강력한 어조로 비판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이미 유력한 대선주자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대해 대답할 의무가 있다. 만일 끝까지 대선레이스를 완주하겠다면 자신과 친인척 문제 등 이보다도 더 혹독한 검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나라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면 어느 문제라도 자신의 생각을 떳떳하게 밝히고 진정한 국민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조선소에 들러 국가원수들을 잘 아니 수출이 잘 되게 하겠다. KAIST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 분야를 따로 독립시키고 그 수장을 부
이제 설 연휴가 3일 후로 다가왔다. 경제가 어려워 서민들의 삶이 팍팍하다고는 하지만 명절을 맞아 부모형제와 어릴 적 추억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가는 귀성객들의 마음은 설레기 마련이다. 귀성 교통편은 자가용 승용자나 기차, 버스 등 다양하지만 인천항과 평택항 등 항구를 이용해 섬 지방으로 가는 이들은 반드시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여객선을 타기가 불안하다. 기관 설비 결함이나 선체 손상(파공·균열), 선박 증서 미비 등 중대 결함 사항이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해양수산부는 2015년 4월 1일부터 전국 주요 항만에 해사안전감독관을 투입했다. 2015년 말 해사안전법 시행령도 개정돼 해사안전감독관의 지도·감독을 거부·방해할 때 부과되는 과태료를 25만원∼200만원에서 250만원∼1천만원으로 올렸다. 감독관들은 선장이나 기관장, 또는 선사의 안전책임자 등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선박과 사업장을 지도·감독해 기관고장, 선체 손상, 소화·구명설비 이상 등 중대한 결함이 발견된 여객선과 화물선을 운항 정지시켰다. 감독관들은 지난해만해도 선박 2천287척, 사업장 416개사 등 3천108개소를 지도·감독해 개선명령 총…
차가운 겨울, 故 정원스님의 시민사회장 소식을 접하면서 심우장으로 향한다.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님이 늘그막에 거처하다가 돌아가신 곳이다. 1933년에 지어진 집이니 84년 정도 된 한옥이다. 햇살 좋은 봄가을에 찾으면 좋으련만 심우장은 이상하게도 더운 여름이거나 추운 겨울에 주로 찾게 된다. 그래서일까 인적이 드문 4칸짜리 한옥은 더욱 더 쓸쓸함만이 감돈다. 한옥이 보통 남향을 향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곳은 북향이다. 이유는 남쪽에 있는 조선총독부가 꼴 보기 싫어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향으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래저래 쓸쓸함의 이유만 추가된다. 만해 한용운 선생님이 머무시던 방에는 선생님과 관련된 몇몇 자료를 전시해두고 있다. 마당 한 켠에는 선생님이 손수 심었다는 향나무도 눈에 뛴다. 한용운 선생님은 이 마당을 거닐며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 생각들이 향나무에 전해진 것일까,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변하지 않고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 심우장에서는 만해 선생님의 벗이자 동지였던 일송 김동삼 선생의 장례가 치러졌다.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만난 인연이 벗으로 발전한 사이였다. 김동삼 선생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서
전통시장을 찾았다. 설 명절을 앞둔 터라 전통시장도 후끈하다. 점포마다 명절 특수를 보기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평소에는 썰렁하던 시장골목이 꽤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주차공간도 확보되고 서비스도 많이 개선되었다. 어수선하던 거리도 정비작업을 해서 시장보기도 한결 수월하다. 전통시장에서는 사람냄새가 난다. 반갑게 맞아주는 단골이 있어 좋고 오랜만에 왔으니 많이 준다며 한 줌 더 얹어주는 덤이 있어 즐겁다. 공갈빵을 굽는 여인의 걸죽한 입담이 공갈처럼 부풀기도 하고 순간 푹 꺼지기도 한다. 달달한 공갈을 매일 굽는 여인 옆에 호떡이 있고 그 옆에 어묵과 도넛 등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는 골목이다. 호떡 몇 개, 어묵에 순대 한 접시 그리고 공갈빵 몇 개 사서 들고 다니며 먹으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고 든든하다. 일행이 있으면 순대국밥에 소주 한 잔이면 더 말할 것도 없이 행복하다. 생선가게에 들렀다. 꼬막이며 몇 가지 사려고 들렀더니 여인의 얼굴이 푸석하고 목이 잔뜩 쉬어 목소리가 불편하다. 감기냐고 물었더니 어제 친정어머니 초상을 치렀다고 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제 어머니를 먼 나라로 보내고 먹고 살겠다고 돈을
지난 21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하여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현직 장관으로는 최초로 구속되었다. 조 장관은 사퇴의사를 표명했고 곧바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표를 수리하였다. 송수근 문체부 제1차관이 장관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그런데 송 차관의 대행체제는 언제까지 갈까? 또 직무대행체제로 1년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 준비는 잘 될 수 있을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문화체육관광 분야가 올스톱 된다면 이는 국가적 불행이다. 경제적 악영향은 물론 한류확산 등 관련분야가 장기적으로 위축될까 우려된다. 당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중국의 사드보복 등에 별 다른 대응을 못한 채 대부분의 국정이 현상유지에 급급하다. 더구나 탄핵정국은 연말의 대선정국을 코앞으로 당겨 놓았다. 실업문제나 경제구조조정 등 국가적 당면과제들은 모두 예비후보들의 말잔치에 가려졌다. 아무도 지금과 같은 국정마비상황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제공자들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하고, 잘못된 관행은 고쳐져야 하겠지만 그밖에 정상적인 부분은 평상시대로 움직여 나가야 한다. 장관과 대통령 권한대행은 적극적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송 차관의 직무대행체제는 장관이 임명
미국의 의료비는 살인적이다. 웬만한 치과 치료는 수백만 원이 들고, 외과 수술이라도 하면 수천만 원은 기본이다. 미국에 친인척을 둔 사람들만 들어본 얘기가 아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미국의 세계최고 의료비 양산은 의료보험제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미국의 의료 보험제도는 우리처럼 전 국민의 의료보험 의무 가입제도가 아니다. 노인의료보험이나 국민의료보조·소아의료보험과 노병건강관리국은 정부의 보험제도를 적용받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보험은 사설 기관이 제공한다. 그러다보니 보험료도 비싸고 치료비도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미국인구 15% 약 5천만 명은 이러저러한 보험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인들의 파산 원인 중 최대 요인이 의료 채무일 정도가 됐다. 일부에선 ‘아파도 돈 없으면 죽는 세상이 미국’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 이를 개선하지고 내놓은 것이 ‘오바마 케어’다. 민영보험에만 의존하는 기존 의료보험시스템을 바꾸고,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즉, 미국 내 저소득층 무보험자를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중산층에 보조금을 지급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자 하는 정책이다. 2014년
북청역에서 /오민석 북청 간이역 붉은 철로 사이에 민들레 피어있다 기차가 지나간다 잠시, 아주 잠시 흔들리는 꽃잎들 나는, 폐허, 라고 쓴다 나는, 상처, 라고 쓴다 다 지나갈 것이다 지나갔으면 좋겠다 잠시, 아주 잠시 흔들리다가 다시 돌아오고 싶다 - 오민석 시집 ‘그리운 명륜여인숙’ 인류의 역사든 한 나라의 역사든 모든 역사에는 기록되지 못한 사실들이 너무도 많다. 기록자의 편파적 견해나 오만 혹은 불성실이나 기술의 한계에 의해 누락된 사실들은 ‘폐허’에서, 그것도 그 주변부에서 잔해로 떠돌다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정작 그렇게 무의미로 치부되어 소멸된 것들이 역사의 모태가 아닐 것인가. 개인의 역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간이역 같은 것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고속철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간이역에서의 잠시의 하차가 우리의 삶의 여정을 진정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역사에서 기억되지 못한 간이역들은 얼마나 안쓰럽고 애잔했던가. 그 ‘폐허’ 속에서 여전히 ‘상처’로 남아 흔들리고 있는 내 삶의 잔해들. 비록 다시 돌아와야 하지만, 잠시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엊그제 구속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0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증거인멸의 시도가 있었다는 점도 참고됐다. 탁월한 법 지식으로 무장한 노련한 김 전 실장은 물론이거니와 조 장관 역시 현직 장관으로는 최초로 구속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조 장관은 즉시 사의를 표명했고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이를 수리했다. 법원으로부터 이들 두 사람에 대해 구속을 이끌어낸 박영수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는 실패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수사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지시를 부인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는 등 활력을 찾게 될 전망이다. 이들에 대한 구속수사과정에서 혐의를 서서히 입증할 수 있는데다 수사의 범위마저 한층 더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실장이 문체부 인사나 각종 인사 또는 검찰 수사에 개입했다는
이제 며칠 후면 4일간의 설 연휴가 시작된다. 비록 경제가 어렵다곤 하지만 연휴기간을 이용한 해외여행객들로 공항이 붐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8일 설 연휴를 열흘 앞둔 현재 주요 항공사들의 국제선 항공권은 대부분 80% 이상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고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가 지나면 전체적인 예약률이 더 상승해 국제선 항공편이 거의 만석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체불된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경기가 침체일로를 걸으면서 많은 사업주들이 파산직전에 몰려 임금지급을 미루고 있다. 특히 영세사업장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최근 소비 심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회생할 기미가 느껴지지 않는데다가 탄핵 정국까지 겹쳐 걱정이 중첩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초 중소기업 2천779개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7년 중소기업 경기전망 및 경제환경 조사’를 보면 올해 경기가 지난해와 비슷(48.2%), 악화될 것(39.6%)이란 응답이 87.8%나 됐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올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처럼 비관적인 전망에 더해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하는 것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체불 임금이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