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남자라면 형부를 떠올린다. 농촌사람의 순박함이 묻어나는 듬직한 체구가 세련된 도시남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부모님이 언니와 결혼을 반대하니 속상한 형부는 어디가 그렇게 부족하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얼굴도 보지 않고 눈에 보이는 건 다 싫다고 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건강한 체격에 듬직한 뒤 모습만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로부터 형부는 얼굴은 마주하지 않되 가능한 뒤 모습을 많이 보이려 노력했다. 뒤 걸음으로 들어오는 웃긴 장면도 있다. 형부와 언니가 결혼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게 되었다. 도시에 살고 있는 함흥남자는 ‘함흥얄개’란 말처럼 만만치 않다. 함경남도 소재지인 함흥에는 큼직한 행정기관과 공장기업소들이 맞물려 있어 생산품도 많다. 화학공업도시로 ‘고난의 행군’때에는 마약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각지에서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니 팍팍한 도시생활에서 손익계산에 빠르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말도 빠른 함흥남자와 말이 느린 형부와 향유하는 문화수준도 차이가 난다. 형부는 명절이면 농촌의 작은 문화공간에서 소소한 활동을 하는 반면 도시에서는 함흥대극장 중심에 모여 화려하게 성대하게 문화생활을 한다
4년 만에 그녀가 한의원을 방문했다. 이전에는 혈압과 당뇨로 인해 내원했었는데 이번에는 팔목이 아프다. 몇 달 전에 우연히 넘어졌는데 팔목에 금이 갔고 한 달 가까이 깁스를 하고 얼마 전에 풀고 나서 일상에서 사용했더니 다시 붓는다. 시간이 지난 것에 비해 치료가 느려서 몸의 진단을 해보니 자율신경의 에너지와 심장 기능이 모두 저하되어 있다. 단지 팔이 다친 것이라고 하기는 4년 전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던 그녀를 떠올리니 의아하다. 그동안 좀 힘든 일이 있으셨어요 하고 물어보니 과연 최근 몇 년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제 좀 괜찮으세요. 물으니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다. 원하시면 말씀하셔도 되어요 하니 남편이 갑자기 저세상으로 갔다는 말을 하면서 울먹이신다. 얼마 전 은퇴해서 시골에 집도 사놓고 가꾸면서 살자고 먼저 내려가 준비하고 있던 남편이 갑자기 3년 전 쓰러졌다. 이제 애들도 다 키워놓고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일만 남았는데 먼저 가버린 남편이다. 워낙에 잘 웃고 밝은 표정의 그녀의 얼굴 속에 누구도 눈치채기 어려운 외로움과 쓸쓸함이 숨어있었다. 3년이 지났는데 최근까지도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가 얼마 전부터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아직 정말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역대급 부실 청문회로 기록될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지 23년이 됐다. 김대중 정부였던 2000년 6월 23일 16대 국회는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했다.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 인사권을 법률에 의거해서 견제하고, 주요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주권자인 국민의 알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동안 국회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에 대해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각 정당들도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마다 인사청문회법의 개정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결국은 말뿐이었고,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슬며시 덮는 것이 관행이 됐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존재한다. 하나는 청문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이 도를 넘어 지나칠 정도의 사생활 침해가 발생하는 문제다. 도덕적 흠결이 있다면 그 정도에 맞게 평가되어야 하지만, 우리 국회의 청문 수준은 작은 티끌이라도 발견되면 바위돌처럼 거대하게 포장해서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활용하는데만 혈안이 된지 오래다. 누가 집권하냐에 따라 공격과 수비만 바뀔 뿐 여야 모두 똑같다. 각계의 훌륭한 인재들이 정부조직을 외면하는 이유
경기도는 관광지로서의 입지가 매우 좋다. 매력 있는 관광자원 또한 널려있다. ‘경기도에서는 한국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지난 5월25일자 본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경기도는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조건을 두루 갖춘 뛰어난 관광지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인천항, 평택항이 지척에 있다. 육상 교통환경도 우수하다. 전철이나 대중교통 노선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갯벌을 품은 바다와 수려한 산, 그림 같은 섬이 올망졸망 붙어 있는가하면, 기름진 평야가 펼쳐져 있다. 그러니 산해진미를 만들 수 있는 식재료도 다양하다. 수원 화성과 남한산성 등 세계유산과, 제부도 갯길, 용주사와 융‧건릉, 파주 임진각 등 역사유적과 자연 경관 조건이 어우러져 있다. 따라서 경기도와 경기도관광공사는 해외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했다. 지난 2019년 수립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을 크게 분류하면 한류 활용 관광상품 개발, 20~30대 개별관광객 공략을 위한 온라인ㆍ미디어 마케팅 강화, 교통불편 해소 등이다. 기존 역사, 체험 탐방지 외에 드라마 촬영지, 국내 아이돌그룹과 연계한 관광지 등 한류를 활용한 다양한 관광자원 개발과 홍보를 위해 나름
청년 교사의 죽음 지난 주 20대 청년들의 사고와 안타까운 죽음이 전해졌다. 그 중 하나는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그의 죽음에 여러 무성한 추측들이 있고, 추모 열기 또한 뜨겁다. 겨우 2년 차에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사실에 대한 진상은 아직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개인적인 일로 ‘마지막 시간’을 ‘학교’로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교사로서 첫 출발을 하고 담임을 맡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초기 혼란에 대한 언론의 책임 그가 죽음의 공간으로 학교를 선택함으로써 개인을 넘어 사회적 의미로 확장되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추모하고 더 안타까워하는 듯하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전에 소셜미디어에서는 ‘힘’ 있는 누군가가 언론 보도를 막고 있다고 하고, 도를 넘은 학부모들의 갑질이 그 원인일 것이라는 말들이 있었다. 사실 여부를 알기 어려운 확실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했다. 언론이 취재를 통해 제대로 확인한 정보를 보도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사실과 비(非)사실이 섞이게 마련이다. ‘자살 보도 준칙’이나 ‘2차 가해’에 대한 우려 등이 그 이유일 수 있으나
일신상의 문제로 인해 군에 입대를 하는 대신 관이나 공공기관에서 군 복무를 대신하는 인원을 사회복무요원 또는 공익이라고 부른다. 사회복무요원은 기초군사 훈련을 마치고 민간인 신분으로 다양한 기관에서 공익목적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건강의 이유로 인해 징병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은 젊은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의무인 병역을 대체하기 위해 복무를 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들의 근무지 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는 소집대기자가 복무기관 자리수 보다 많기 때문이다. 성일종 의원이 병무청으로 제출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소지대기자는 5만 8천명인데 복무기관 자리수는 3만 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통계 수치는 2019년 이후 2022년까지 소집대기자가 복무기관 자리수보다 훨씬 많다. 이러다보니 복무지를 배정 받기 위해 대기하는 젊은이는 계속 적체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해진 소집대기자는 통상 3년이 지나면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고 병역이 면제되는데 매년 1만명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소집대기자가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기까지 기다리는 동안에는 유령처럼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년 차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촉발한 논란이 일파만파다. 고인이 생전에 당한 혹독한 정신적 상황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자의 권위가 도무지 인정되지 않는 교실과 협박성 갑질을 일삼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의해 속절없이 붕괴된 교단 재건이 최대의 화두로 등장했다.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 정립에 모두 나서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을 제로섬 관계로 놓고 벌이는 최근의 ‘양자택일’ 논란은 결코 해법을 찾아내지 못할 어리석은 작태다. 한 초급교사의 불행한 선택이 부른 파장으로 인해 적나라하게 조명되고 있는 ‘교권 침해’ 사례는 끔찍하다. 초등학생이 휴대폰을 만지면서 교사에게 “해볼 테면 해보라”라고 덤비는 건 교실에서 흔한 일이라고 한다. 수업 시간에 조는 학생을 깨우거나 일으켜 세우면 교사가 인권침해로 몰리기 일쑤란다. 수학여행 동참 권고는 아동학대로 몰아가고, 사생활의 자유라며 학생이 수업 시간에 드러누워서 사진을 촬영한 일도 얼마 전 뉴스가 됐다. 경악을 금치 못할 교단의 현실은 학생·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드물지 않은 사건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7~2022년 6년 간 학생·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비가 오는 날이 잦아지게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애주가들은 술 먹을 핑계를 만들어 내게 마련이지만, 특히나 “비 오는 날에는 막걸리”라는 상식(?)이 술 자리로 이끌게 된다. 필자 역시 애주가 중 한 사람으로 주위에 술꾼들이 많다보니 이런 날을 피해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거나하게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꼭 한번은 듣게 되는 이야기가 ‘간이 욕하겠다’ 혹은 ‘간에게 미안하다’ 등의 표현이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간을 학대하는 습관 보통 일반적으로 우리가 간을 학대하는 경우는 ‘술’과 ‘피로’라고 생각하기 쉽다. 피로는 간 때문이며, 간을 관리해야 피로도 줄일 수 있다고들 한다. 몸의 피로와 알코올 섭취가 간에 무리를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은 그렇게 단순한 기관이 아니다. 간은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들의 물질 대사를 관장하는 기관이다. 간은 우리가 먹는 모든 것들을 일단 ‘유해 독소’로 간주하고 분해, 해독하여 피를 통해 모든 장기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즉, 물을 제외하면 먹는 모든 것들이 간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이다. 약은 말할 것도 없고, 유기농 채소건, 잡곡 밥이건 간에는 부담이 되는 ‘독소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