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깊이 /김사인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이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 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년이나 이백년쯤 아니라면 석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달이며 열흘이며 하는 이름만큼의 내 무한 곁으로 나비나 벌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그 적에 나는 꿈결엔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멧된 다리에 실려 온 낯익은 냄새가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 김사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창비시선 키 낮은 풀들과 나를 동일시한 철저한 감정이입이다. 김소월의 ‘산유화’ 中 ‘저만치 홀로’와도 상통한다고 본다. 나는 이렇게 떨고 있는데 아무도 눈여겨보는 이 없다. 그러나 그 외로운 떨림
충청권과 호남권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부터 본란(11월21·24일자)은 AI가 경기도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방역에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국에 당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기도 역시 AI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채 전 지역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양주시가 먼저 뚫렸고 포천에 이어 이천과 안성, 평택으로 확산됐다. 동서남북 모든 지역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가축들을 정성껏 길러온 축산농들에게 피눈물을 쏟게 만드는 이른바 ‘살처분’도 예외 없이 실시되고 있다. 양주 13만3천300마리와 포천 23만 마리, 안성 2만7천 마리, 이천 16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또 평택시 고덕면 한 농가의 오리 60여 마리가 이틀에 걸쳐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정밀검사를 한 결과 AI 감염 사실이 확인돼 오리 4천500마리가 살처분 됐다. 이와 함께 화성시 양감면의 한 종계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 200여 마리가 집단폐사하자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 2만3천마리를 도가 예방적 차원에서 도살 처분하기로 했다. 이처럼 도내 전역으로 고병원성 AI가 확산되고 있다.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을 더욱 긴장시키는 것은 시작된 겨울이 본격적인 철새 도래 시기라는…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금년 겨울은 예년보다 더욱 추워질 것이라는 기상예보다. 집 없는 취약계층 사람들의 주거문제는 심각하다. 논밭에 방치된 비닐하우스에서 보금자리를 만들어 겨울을 지낸다. 정부와 지자체도 한정된 예산으로 이들을 위한 새로운 주거지 확보가 어렵다. 오갈 때 없는 이들에 대한 안전한 겨울나기 대책이 절실하다. 경기도내에 화재에 취약해 안전 사각지대인 주거용 비닐하우스가 증가하고 있어 문제이다. 지난 2001년 인명과 재산피해 예방을 위한 주거용 비닐하우스 해소 대책을 마련하였다. 임시방편적으로 근본적인 대안모색이 안 되고 있다. 사회복지차원에서 해결해 가야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되는 현실을 해결해가기가 어려울 뿐이다. 존엄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30일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도내 비닐하우스는 2천174단지 2천930동이다. 시·군별 분포를 보면 고양시가 661동으로 가장 많다. 과천시가 331동, 성남시 157동, 하남시 149동에 거주하고 있다. 주거용 비닐하우스는 화재발생의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이다. 매년 지속되는 화재로 인해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
‘단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는 말은 진심일 것이다. ‘자신이 곧 국가’라는 믿음이 있기에 국민이 보기엔 명백한 사익도 그녀에겐 국익이 되는 것이다’-unna****/ ‘자퇴할래? 퇴학당할래? 물어더니 조기졸업 하겠단다ㅋ’-wkdg****/ ‘1차 담화: 사과합니다. 2차 담화: 내가 이럴려고 대통령됐나. 3차 담화: 공적인 일인 줄 알고 해줬다. 내 잘못 없다. 탄핵은 국회에서’-0425**** …. 박 대통령이 29일 발표한 3차 대국민담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저의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또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서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달라.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 담화는 또 다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대한민국이 하루 속히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라고 했지만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날 담화가 즉각 퇴진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거부하고, 현 상황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국회의 합의’라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국민들과…
탁상행정에 의해 예산만 낭비되고 국민들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어려운 생계로 인해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기초생활 수급자들의 문화 활동 지원을 위해 문화누리카드가 시행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혜택을 볼 수 있는 가맹점 부족 등 지역적 인프라를 고려하지 않은 시책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으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대상자들이 스포츠웨어 등의 현실적인 혜택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그러나 문화부의 시각은 다르기만 하다. 2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도내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도입된 문화누리카드는 경제적·사회적·지리적 어려움으로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누리기 힘든 기초생활수급자와 법정 차상위계층 등에게 연간 5만원 한도에서 지원하는 제도이다. 문화예술프로그램 관람과 음반, 도서 구입과 함께 국내 여행과 스포츠 관람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들은 문화예술을 즐길만한 여건이 되지 못한다. 경기도에는 125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여 도내 43만 명의 대상자 중 25만 명이 선착순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5일 기준 발급율은 95%로 74%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여유롭게 문화생활을…
겨울철이 되면 빙판길의 가벼운 엉덩방아가 치명적인 골절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인에게 낙상으로 인한 1순위는 고관절 골절이고, 다음으로는 척추골절을 들 수 있는데, 인공관절치환술이 필요한 고관절 골절의 경우는 수술 후 오랜 기간 거동의 불편을 초래하게 되고, 사망률도 평균 20%로 높은 편입니다. 겨울철 일조량이 줄면서 비타민 D가 부족하게 되면 뼈가 약해지면서 이러한 골절 사고로 쉽게 이어질 수 있겠습니다. 비타민 D는 장에서 칼슘섭취를 증가시키고, 뼈로부터 칼슘을 유리하여 혈중 칼슘 농도를 정상으로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성인은 평균적으로 섭취한 칼슘의 30%를 흡수할 수 있지만, 비타민D가 부족하면 아무리 칼슘을 많이 먹어도 제대로 흡수가 되지 않게 됩니다. 비타민 D는 95% 정도가 자외선을 쪼인 후 피부에서 만들어지고, 5~10% 정도만이 음식으로 섭취하게 됩니다. 비타민 D 부족을 햇빛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먹어서 보충하는 수밖에 없는데, 비타민 D가 풍부한 식품은 연어, 정어리와 같은 등푸른 생선과 마가린, 우유, 달걀노른자, 버섯 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겨울이면 일조량이 부족한데다 야외 활동이 줄어 피부에서 비타민 D를
최씨 게이트가 한창일 때 특이한 트럼프가 미국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렇게 우주의 기운을 좋아하던 분께서 혼조차 없는 식물로 트럼프와 인맥이 있는 사람을 찾기에 급급했다. 한 순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끄러운 나라의 국민이 되어 버린 것이 너무 분하고 억울하여 시민들은 광화문으로 몰려나왔다. 최씨와 연관되었을 것이라 생각되는 민정수석을 조사관(검사)들은 차렷 자세로 맞이하였고, 그는 자기 고향(검찰청)에서 팔짱끼고 조사받았다. 이 광경에 시민들은 어처구니없어 하다가 곧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것은 긴 세월 검사조직의 작태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것은 필자가 상상에서 쓰는 글이다. 예를 들어 무명의 시골 고등학교 학생이 국내 최고의 국립 법대에 입학하면 그 동네 어귀에 “○○○의 아들 ○○대 법대 입학”이라고 현수막이 붙을 것이다. 또 재학 중에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면 집안경사를 넘어서 군수가 찾아오고 마을 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그 집안과 지식의 으쓱함을 상상해 본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기 직전에 부모와 자식은 고민을 한다. 판사, 검사 둘 중에 어느 길을 택할 것인지를. 시골 사람들은 도시인들보다 권력자들의 권세를 더 몸으로 체험해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이 만들어진 것은 1928년이다. 인류는 이를 계기로 그 동안 지긋지긋하게 벌여온 세균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상용화된 2차 대전 이후에는 희망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폐렴 매독 천연두 등에 대해 획기적 효과를 보였고 세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죽던 환자까지 거짓말처럼 완치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각’이었음을 안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우면서 진화한 세균이 등장하기 시작해서다. 금속을 녹일 정도의 진한 황산 속에서만 살 수 있는 세균도 있고, 수심 11㎞나 되는 태평양 속에 살고 있는 세균도 있으며, 심지어 달 표면에 2년 동안 놓아두었던 카메라의 밀폐된 렌즈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박테리아의 끈질긴 생명력을 인류가 간과한 것이다. 곧바로 세균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1961년 영국에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세균이 세계 최초로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어떤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수없이 나타났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최근 미국에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는 사람이 연간 200만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2만3000명 이상이 매년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
악양 /김송포 악양 아걍 아가걍 하동, 악양이라는 곳에 발을 디뎠다 누가 서러워 아걍아걍 울어대는지 무슨 설움 지키려 안간힘 썼는지 대봉이 방바닥까지 허리를 휘고 있는 악양 어미 등에 업혀 밖으로 나오고 싶어 안달하는 서너 살배기 아기처럼 아걍 아걍 코가 땅에 닿도록 고개 내밀어 머리를 떨구는 악양 그래 아걍에 어미와 아기가 있었구나 그 옛날,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선반에 올려놓은 대봉을 아기에게 주려고 발판 딛고 꺼내다가 미끄러져 상처가 생긴 어미가 있다 칭얼거리던 나 때문에 생긴 상처다 대봉을 먹을 때마다 나는 흉터를 우물거렸다 아걍 아걍 땅에 코를 빠뜨리고 우는 아이가 악양에 있었다 - 김송포 시집 ‘부탁해요 곡절씨’중에서 악양은 대봉이 유명한 고장이다. 대봉은 감 중에서 가장 큰 감이다. 대봉이 주렁주렁 열린 가지는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휘어진다. 다 익기 전에는 떫어서 먹을 수 없는 대봉. 악양에 발을 딛고 아걍 아가걍이라는 아기의 울음을 떠올리는 나에겐 아픈 기억이 있다. 칭얼거리는 아기, 나에게 먹이려고 대봉을 꺼내다 미끄러진 어미에게는 상처가 있었다. 어미 등에 업히고 싶어 아기는 운다. 아걍이라는 울음 속에는 어미와…
발 /권기만 발 달린 벌을 본 적 있는가 벌에게는 날개가 발이다 우리와 다른 길을 걸어/꽃에게 가고 있다 뱀은 몸이 날개고/식물은 씨앗이 발이다 같은 길을 다르게 걸을 뿐 지상을 여행하는 걸음걸이는 같다 걸어다니든 기어다니든/생의 몸짓은 질기다 먼저 갈 수도 뒤처질 수도 없는 한 걸음씩만 내딛는 길에서 발이 아니면 조금도 다가갈 수 없는 몸을 길이게 하는 발/새는 허공을 밟고 나는 땅을 밟는다는 것 뿐 질기게 걸어야 하는 것도 같다 질기게 울어야 하는 꽃도 - 권기만 시집 ‘발 달린 벌’ 중에서 발은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화자의 말처럼 벌은 날개가 발이고 뱀은 몸이 날개다. 그리고 식물은 씨앗이 발이다. 우리는 모두가 기쁨의 집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지향하는 유토피아, 혹은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천국으로 가는 수십만 개, 아니 수억 개의 길을 따라 가고 있다. 가끔은 물욕의 유혹에 빠져 서로가 싸움도 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그 길을 가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뿐이지 걷다가 보면 결국은 수억만 개의 길이 한 곳에서 합쳐진다. 그 길의 끝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향의 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