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태워 서민들의 추위를 달래주고 외로움을 떨쳐준다고 해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연탄. 시인 안도현은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에서 연탄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뜨거운 사람이었느냐/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었던/저 연탄재를 누가 발로 함부로 찰 수 있는가?/자신의 목숨을 다 버리고/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있는/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 수 있는가?’ 그는 또 ‘연탄 한 장’이라는 시에선 ‘삶이란/나 아닌 그 누구에게/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삶이란/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이라며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영혼의 연탄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담기도 했다. 한때 연탄은 겨울철을 나기 위한 필수품 중 하나였다. 그래서 이맘때면 집집마다 식구 수에 따라 수백 장씩 미리 들여놓기도 했다. 가스와 석유가 난방을 책임지고 있는 요즘에 비추어 볼 때 먼 옛날 얘기처럼 들리지만 30∼40년 전만 해도 그랬다 ‘국민 연료’로 인기를 끌었던 연탄은 1988년 이후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다양한 신생 난방 에너지의 출현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연탄이 필요한 곳이 많
청춘 /오은 거센소리로 머물다가 된소리로 떠나는 일 칼이 꽃이 되는 일 피가 뼈가 되는 일 어떤 날에는 내 손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 손은 내가 아니니까 내 마음이 아니니까 자유는 늘 부자연스러웠다 몸의 부기를 빼는 일 마음을 더는 일 다시 예사소리로 되돌아가는 일 꿈에서 나와 길 위에 섰다 아직, 꿈길 같았다 - 오은 시집 ‘유에서 유’ / 문학과지성사 ‘청춘’이란 말에는 설렘과 불안이 공존한다. 무작정 튀어나가려는 에너지와 미지의 세상에서 미숙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는 불안. 그러나 에너지가 한 발 앞서기에 청춘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마음과 몸의 일사분란, 아니 머리가 결정하기 전에 몸이 먼저 시작하는, 그러므로 실수의 연속이며 스스로 용서하는 실수이다. 그 숱한 실수를 밑천으로 본격적인 삶의 궤도에 진입해야하므로. 이상한 ‘부기’에 조종되어 매사에 바쁘고 매사가 삐걱거리지만 ‘칼이 꽃이 되’는 ‘피가 뼈가 되’는 바쁘게 흘러가는 청춘! 그곳을 빠져나왔을 때 어쩔 수 없는 아쉬움에 ‘아직, 꿈길’같기만 한,
본보는 지난 21일자 사설을 통해 최근 충청·호남권에서 올 겨울 첫 번째로 발생한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경기도로 확산되지 않도록 도내 가금농가와 경기도, 각 지자체의 철저한 방역관리와 각별한 주의를 촉구했다. 그런데 우려한 AI가 경기도내에서도 발생했다. 양주시 백석읍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고병원성 H5N6형으로서 최근 충북, 전남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것이다. 고병원성 H5N6형은 인체 감염사례가 있는데 중국에서는 2014년 이후 16건 발생, 9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번에 양주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함으로써 경기도 등 수도권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9일 양주 산란계 농장에서 닭 240마리가 폐사하자 방역당국은 해당 농장의 닭 1만5천 마리를 곧바로 ‘살처분’ 했다. 아울러 해당 농장 반경 3㎞ 안에 통제소 4곳을 설치하고 반경 10㎞ 이내 닭과 오리 등 가금류 농장 119곳(77만 마리)을 이동제한 조치했다. 이와 함께 농장주의 건강 상태도 정밀 파악하는 중이다. 당국은 양주 농장의 고병원성 AI발생이 철새에 의한 감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더 걱정 된다. 사람이나 축산물의
인천은 중국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을 활용하여 수출시장을 키워가야 한다. 지역경제의 발전을 위한 글로벌시대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때이다. 광활한 중국시장의 잠재력 개발에 적절한 기업의 연구노력이 절실하다. 최근에 인천지역 정보통신기술과 소프트웨어 분야 유망기업 6개사가 중국 박람회에서 성과를 올렸다. 어려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기대가 모아진다. 인천경제산업정보 테크노파크는 인천 유망기업 6개사가 지난 16~21일 중국 광둥성에서 열린 ‘2016 중국 하이테크페어’에서 200만 달러에 이르는 수출 상담을 벌였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출확대가 절실한 때에 잘된 일이다. 2016 중국 하이테크 페어는 중국 4대 박람회 가운데 하나로 올해에 18회째를 맞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 3천700여 개 업체와 참관객 58만여 명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문 박람회가 된다. 이 박람회는 최근 빅데이터, 신소재, 사물인터넷, 스마트기기 등의 혁신기술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특히 로봇개발 기업인 ‘미니로봇’은 이번 박람회에서 중국 바이어 비제이 로봇과 지능형 서비스 로봇 7만 달러어치 수출계약을 맺었다. 날로 우리기술이 발전하여 생산력이 확대되어가고 있는…
도산 안창호(安昌浩, 1878~1938, 독립운동가) 선생은 “책임감이 있는 이는 역사의 주인이요, 책임감이 없는 이는 역사의 객이다”라고 말했다. 책임감의 성품은 역사의 주인이 될 지도자의 필수적인 자질이다. 책임감이란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알고 끝까지 맡아서 잘 수행하는 태도’(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다. 책임감 있는 지도자만이 다른 사람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 안정적인 리더십을 구현할 수 있다. 미국의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노드스트롬(Nordstrom)이라는 백화점은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 최고의 백화점 중 하나다. 4대째 가족경영을 이어온 노드스트롬은 ‘고객 만족경영의 전설’로 불리며 많은 경영학 교과서에 모범 사례로 등장한다. 서비스 업계의 표준이 되고 있을 만큼 서비스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노드스트롬은 고객에게 절대로 ‘No’라고 얘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느 날 한 신사가 노드스트롬 매장에서 부인에게 줄 향수를 골랐다. 그런데 하필 그 제품이 모두 판매되어서 재고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담당 직원은 “1
거어지탄(車魚之歎). ‘사람의 욕심에는 한이 없다’는 표현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고사다.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에 맹상군(孟嘗君)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현명하고 학식이 깊어 그의 집에는 문하생이 되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식객도 수 천명이나 됐다. 이런 식객 중에 풍훤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늘 빈둥거리며 지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자신을 대접해 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렸고, 주위 사람들은 그를 피해 다녔다. 그러나 맹상군은 그를 아꼈다. 어느 날 풍훤은 생선이 없다고 불평했고 며칠 후에는 자신이 타고 다닐 수레가 없다고 탄식했다. 맹상군은 곧바로 그를 위해 생선과 수레를 마련해 주었다. 이후에도 그는 많은 불평을 했지만 맹상군은 그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다 들어주었고 이에 감복한 풍훤은 훗날 맹상군을 위해 큰 공을 세웠다. 거어지탄은 여기서 비롯된 고사다. 기마욕솔노(騎馬欲率奴). ‘말 타면 종 거느리고 싶어 한다’는 말도 어려움을 겪고 편안함을 얻고 나면 더 편안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의 욕심을 비유한 속담이다. ‘욕심’을 불교용어로 욕(欲)이라 한다. 욕(欲)은 탐욕(貪欲)의 줄임말로서, 탐(貪)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해서 바른 노력…
거울 /김지훈 어느 날 우연히 우리는 같은 이름으로 다름 삶을 살게 되었다 ‘새벽’, 새벽은 미끄럼을 타거나 기울어졌다 폭염 속에 쏟아지는 새벽은 채울수록 갈증이 났다 우리는 그 갈증의 바다에서 ‘새벽’을 잃었다 채워도 차오르지 않는 것들을 ‘새벽’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너는 그것들이 가서 두렵다고 했고 나는 그것들이 와서 두렵다 했다 하늘도 바다도 잠시, 흔들리는 꼭두새벽이었다 - ‘시인시대’ 2016 신인상 당선작 중에서 올 가을에 기대되는 젊은 시인의 유쾌한 시 한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지훈 시인은 그 습작기나 시적 역량으로 볼 때 그의 등단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시인은 당선작 중 다른 작품 ‘모던 타임즈’라는 시에서 “나는 무엇보다 내면의 침묵을 추구한다. 표정이 아니라 개성을 번역하려고 노력한다”라는 앙리 브레송의 언급을 인용했다. 내면의 침묵과 개성을 번역하려는 것이 시인의 입장인지 알 수 없지만, 시 ‘거울’에서는 같은 이름 다른 삶이라는 ‘새벽’의 침묵과 개성을 잘
최근 마약 환각상태에서 화물차를 운전한 기사들이 적발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마약을 판매한 화물운송영업소장과 마약을 투약한 화물차 운전기사 등 총 18명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고 이 가운데 7명이 구속된 것이다. 운전기사들은 ‘운전 중 졸음을 쫓을 수 있다’는 꼬임에 넘어가 필로폰 환각 상태로 고속도로 등에서 화물차를 몰았다고 한다. 참으로 아찔하다. 고속도로에서 대형 화물차의 교통사고는 십중팔구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졸음을 몰아내기 위해 마약을 투약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면 졸음운전 때보다 더 큰 사고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화물차 운전기사도 마약을 할 만큼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마약류사범 검거인원이 무려 1만1천916명이나 됐다. 경찰청은 올해 5월부터 6개월간 마약류 사범 집중단속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국에서 4천480명을 검거(1천54명 구속)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6.3%나 증가한 것이다. 자칫 마약 청정국 지위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경기도내에서도 같은 기간 검거
남북분단의 비극이 63년 지났다. 휴전선 가까이에는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왔다. 생태탐방로 전시회는 훼손되지 않은 천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경기관광공사는 파주 임진강변 철책 길에 생태·예술·안보·관광을 접목한 꿈과 희망의 날개를 달자는 ‘2016展’을 오픈하였다. 많은 국민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조국통일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에코뮤지엄 거리로도 불리는 임진강변의 철책길은 군인들의 순찰길로 그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왔다. 이번에 DMZ 자전거투어와 걷기행사를 통해서 제한적으로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공간을 탐험할 수 있다. 당국은 금년 초부터 전면 개방을 실시하였다. 특히 이번 전시는 분단과 경계의 이미지가 강했던 철책 선에 예술작품을 게재하여 통일의 꿈과 희망의 날개를 달아보자는데 의미가 크다. 전시에는 김승영씨 등 국내외 유명작가 8명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특히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 가이드온을 통하여 오디오로 작품의 사진과 해설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다. 18일 처음 개시된 오디오 가이드 프로그램 탐방에는 탐방객 180여 명이 기존 전시됐던 오래된 고무신 새싹 플립플랩 교체 등 작품을…
검찰에서 부르면 우선 36계 줄행랑이 상책이다. ‘삼십육계’란 병법 삼십육계(兵法 三十六計)의 마지막 방법으로 도망가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뜻이다. 두번째가 ‘오리발’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거짓말만 하며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오리발에는 물갈퀴가 있지만, 닭발에는 없다. 그래서 닭을 몰래 훔쳐서 잡아먹었는데, 그만 닭 잡아먹은 걸 들키자 오리발을 내밀며 내가 먹은 것은 닭이 아니라 오리다고 우기는 것이다. 마지막이 ‘빽’이란다. 그래도 안 되면 든든한 배경을 동원하라는 것이다. 이른바 ‘1逃, 2否, 3빽’이다. 지금이야 그다지 통하지 않는 ‘병법(?)’이지만 한때 이같은 방법이 통용된 사례들이 많았다. 수사기관과 피의자들 사이에 널리 쓰이던 말이다. 최근 이른바 ‘최순실게이트’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들을 보면서 피의자들의 수법이 이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혹의 중심에 선 대통령이나 최근 수감돼 있거나 검찰 조사를 받은 측근 인사의 대국민 담화와 진술에서 이와 비슷한 면면을 엿볼 수 있다.